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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02 · 로맨스팀의 S급 실존 남주

Author: 6ja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14 21:59:12

사무실의 공기는 언제나 건조하고 미지근했다.

오후 2시, 론칭을 앞둔 신작의 예약 배너 이미지 시안을 검수하는 이주아의 눈이 모니터 안쪽을 사섭게 파고들었다.

웹소설 PD의 하루는 독자들의 아주 미세한 피드백 하나, 배너 글자체의 각도 하나를 잡아내는 사소하고 피곤한 조율의 연속이었다.

“선배님, 시안 3번으로 결정하면 마케팅팀이랑 조율은 제가 할까요?”

옆자리 신입 PD가 의자를 당기며 조심스레 묻자 주아가 마우스를 가볍게 딸각였다.

“아니, 디자인팀이랑 시안 확정은 내가 직접 할게. 대신 예약 배너 문구 수정한 것만 마케팅팀에 바로 공유해 줘.”

“네, 알겠습니다!”

신입이 의자를 뒤로 밀며 대답하는 순간, 파티션 너머로 단정한 단발머리의 한서영 팀장이 고개를 내밀었다.

“이 PD, 로비 안내 데스크에서 연락 왔던데. 어떤 잘생긴 분이 너 앞으로 종이 봉투 하나 맡겨 놨다고.”

주아는 키보드 위에 올렸던 손가락을 일순간 멈췄다.

물어보지 않아도 그 ‘잘생긴 분’이 누구인지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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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사친의 유효기간   외전 03 · 완벽한 다음 계약을 시작하는 법

    대기실의 조명은 너무 밝았다.흰색 생화가 가득 채워진 대기실 안쪽, 거울 앞에 주아가 앉아 있었다. 오프숄더 디자인의 실크 드레스는 가녀린 쇄골 라인과 목선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단정하게 묶어 올린 머리 아래로 가느다란 목덜미가 유난히 하얗게 보였다.주아는 거울 속 제 모습이 어색해 자꾸만 치맛자락을 만지작거렸다. 늘 모니터 앞에서 편한 후드티나 셔츠를 걸치고 손가락이 부르트도록 자판을 두드리던 일상에서 가장 멀리 도망쳐 온 옷이었다.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대기실 문이 열렸다.짙은 남색 예복을 차려입은 지혁이 들어섰다. 평소 센터에서 회원들을 지도할 때 입던 티셔츠도, 외근 나갈 때 입던 세미 정장도 아니었다. 단단한 어깨와 곧은 등판의 실루엣을 정교하게 살려낸 턱시도가 지혁에게 맞춤옷처럼 어울렸다.지혁은 문손잡이를 잡은 채 한동안 걸음을 떼지 못했다.“야. 뭘 그렇게 넋을 놓고 봐.”주아가 긴장감을 감추려 일부러 퉁명스레 말을 건넸다. 그제야 지혁의 긴 다리가 움직였다. 주아의 의자 옆에 멈춰 선 그의 시선은 여전히 드레스의 목선과 주아의 얼굴에 머물러 있었다.“잘 어울려서.”1년 전, 소개팅 옷을 골라주던 소파 앞에서의 대답과 똑같은 말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무심한 척 삼키던 눈빛과 달리, 지금 지혁의 눈에는 소유욕과 깊은 애정이 숨김없이 드러나 있었다.“귀걸이가 자꾸 고개가 비뚤어지네.”주아가 거울을 보며 귓불에 걸린 작은 다이아몬드 장식을 만지려 하자, 지혁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뒤로 다가왔다.거울 속에 두 사람의 실루엣이 겹쳤다. 187센티미터의 커다란 지혁이 몸을 굽혀 주아와 눈높이를 맞추자, 주아의 작은 어깨가 그의 넓은 품 안으로 고스란히 들어갔다.“가만있어.”“가만있는데.”“또 굳었어.”익숙한 대화법이었다. 지혁의 뜨거운 숨결이 주아의 귓가와 가녀린 어깨 위로 여과 없이 흩어졌다. 지혁의 큰 손가락 끝이 주아의 귓불에 닿았다. 미세하게 떨리는 주아의 숨소리가 지혁의 손끝에 닿자, 그의 아래턱이 굳었다.“수선

  • 남사친의 유효기간   외전 02 · 로맨스팀의 S급 실존 남주

    사무실의 공기는 언제나 건조하고 미지근했다.오후 2시, 론칭을 앞둔 신작의 예약 배너 이미지 시안을 검수하는 이주아의 눈이 모니터 안쪽을 사섭게 파고들었다.웹소설 PD의 하루는 독자들의 아주 미세한 피드백 하나, 배너 글자체의 각도 하나를 잡아내는 사소하고 피곤한 조율의 연속이었다.“선배님, 시안 3번으로 결정하면 마케팅팀이랑 조율은 제가 할까요?”옆자리 신입 PD가 의자를 당기며 조심스레 묻자 주아가 마우스를 가볍게 딸각였다.“아니, 디자인팀이랑 시안 확정은 내가 직접 할게. 대신 예약 배너 문구 수정한 것만 마케팅팀에 바로 공유해 줘.”“네, 알겠습니다!”신입이 의자를 뒤로 밀며 대답하는 순간, 파티션 너머로 단정한 단발머리의 한서영 팀장이 고개를 내밀었다.“이 PD, 로비 안내 데스크에서 연락 왔던데. 어떤 잘생긴 분이 너 앞으로 종이 봉투 하나 맡겨 놨다고.”주아는 키보드 위에 올렸던 손가락을 일순간 멈췄다. 물어보지 않아도 그 ‘잘생긴 분’이 누구인지 뻔했다.로비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주아의 입가가 미세하게 말려 올라가 있었다.지하 1층 안내 데스크 옆, 커다란 통유리창을 등지고 서 있는 권지혁은 멀리서도 튀었다. 짙은 회색 반소매 티셔츠에 편안한 트레이닝 바지 차림이었지만, 수영으로 다져진 넓은 어깨와 반듯한 체격은 로비를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바쁘다면서 직접 온 거야?”주아가 다가가자 지혁이 들고 있던 하얀 종이 봉투를 건넸다.봉투 안에는 따뜻한 기운이 남은 소금빵 두 개와 투명한 용기에 정성스럽게 깎아 담은 사과가 들어 있었다.“근처 스포츠 브랜드 미팅하러 가는 길이야. 네가 아침에 사과 남기고 갔길래.”지혁의 어조는 늘 그렇듯 무심하고 건조했다. “나 밥 잘 챙겨 먹는다고 몇 번을 말해. 이렇게 매번 사다 주면 사내에 소문 다 나, 권 대표님.”“책임지려고 온 거 아니야. 그냥 보고 싶어서 온 거지.”지혁이 주아의 머리카락 끝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매만지며 낮게 속삭였다.

  • 남사친의 유효기간   외전 01 · 파란 실팔찌를 묶던 소년의 여름

    수영장의 온도는 늘 미지근했다.락스 냄새가 밴 공기와 끊임없이 철퍽이는 물소리.권지혁의 십 대는 그 단조로운 소음 속에 잠겨 있었다.물속에 들어가면 세상의 모든 시끄러운 것들이 단번에 지워졌다.숨을 참는 동안 들리는 건 제 심장박동뿐이었다.지혁은 그 서늘한 고요가 좋았다.중학교 2학년, 그 시끄러운 여자애가 제 궤도에 침입하기 전까지는 그랬다.“야, 너 수영 진짜 잘한다!”체육관 구석에서 홀로 흙이 묻은 신발 끈을 묶고 있던 지혁에게 다짜고짜 말을 걸어온 것은 이주아였다.낯가림이 심하고 무뚝뚝하던 소년의 세계에서 주아는 지나치게 선명했다.남들은 무서워하는 지혁의 서늘한 눈빛에도 주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그날 이후로 주아는 매일 방과 후 수영장 관중석 맨 앞줄에 턱을 괸 채 앉아 지혁의 훈련을 구경했다.수영모를 눌러쓰고 수영복 한 장만 걸친 채 숨을 헐떡이는 지혁을 보며 주아는 잘도 웃었다.“야, 너 수영복 진짜 작아 보인다. 엉덩이 안 껴?”“……대회용이야, 바보야.”귀가 벌개져서 물속으로 다시 뛰어드는 소년을 보며 주아는 관중석을 뛰어다녔다.소년에게 수영 레인 너머의 다른 것을 보게 만든 첫 번째 균열이었다.고등학교 1학년, 첫 전국대회를 앞둔 여름날이었다.경기장에 함께 갈 수 없게 된 주아는 지혁을 찾아와 엉성한 실팔찌를 내밀었다.문구점에서 산 파란 실과 구슬로 서툰 솜씨로 꼰 물건이었다.자세히 보니 가운데 하얀 플라스틱 구슬 하나가 한 칸 툭 튀어나와 있었다.지혁은 제 손바닥 위에 놓인 엉성한 실뭉치를 내려다보았다.“이게 뭔데.”“부적이야, 부적. 너 또 혼자 덜덜 떨면서 속 썩이고 있을까 봐 만들었지.”“유치하게 이런 걸 왜 차고 뛰어. 물에 들어갈 때 방해되잖아.”“그럼 왜 줘.”지혁이 툴툴거리자 주아가 그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가방에 넣어 둬. 네가 또 혼자 긴장할까 봐 주는 거야.”지혁은 잠시 주아의 손길이 닿은 손목을 내려다보다가, 낡은 수영 가방 안쪽에 실팔찌를 밀어 넣었다.주아가

  • 남사친의 유효기간   12화 · 남사친의 유효기간

    1년 뒤, 주아는 원고 중반에서 커서를 멈췄다.여자 주인공이 10년 된 남자 사람 친구의 고백을 받고 곧장 사랑을 깨닫는 장면이었다. 예전의 주아라면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코멘트부터 남겼을 것이다.주아는 문장 옆에 메모를 달았다.남주의 오래된 마음이 여주의 대답까지 정해 주지는 않습니다. 고백 전부터 여주가 이 사람을 특별하게 대했던 장면과, 고백 뒤 혼자 선택하는 시간을 보강해 주세요.저장 버튼을 누르자 옆자리의 신입 PD가 의자를 밀고 다가왔다.“선배님, 진짜 오래된 친구끼리 갑자기 키스하면 안 어색할까요?”“어색하지.”“그럼 어떻게 연애해요?”“어색한 채로 하는 거야. 친구였던 시간이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역시 로맨스는 어렵네요.”“남의 로맨스는 쉬워.”주아가 무심코 대답하자 지나가던 서영이 웃었다.“본인 것도 이제 꽤 잘하던데?”신입의 눈이 반짝이자 주아는 원고로 그 시선을 가렸다.“팀장님, 쓸데없는 정보 주지 마세요.”휴대전화가 짧게 울렸다.권지혁이었다.오늘 7시. 잊지 마.주아는 달력을 확인했다. 아무 일정도 적혀 있지 않은 날이었다.뭘?답장은 금세 왔다.1년.주아는 날짜를 다시 봤다.정말로 연애를 시작한 지 정확히 1년 되는 날이었다. 작년 이맘때 옷장을 비우던 지혁에게 최소 1년은 만나고 결혼을 이야기하자고 했었다.설마.주아가 화면을 보고 있자 서영이 옆에서 슬쩍 물었다.“왜, 프러포즈한대?”“누가요.”“표정이 계약서 사인 직전인데.”“그냥 저녁 먹자는 거예요.”주아는 휴대전화를 엎어 놨다. 얼마 못 가 다시 들어 확인했지만 추가 메시지는 없었다.그 무뚝뚝함까지 평소의 지혁과 같았다.***지혁의 운동센터는 지난 1년 동안 한 층을 더 넓혔다.일반 회원 수업과 선수 재활 공간을 분리했고, 은퇴를 준비하는 선수들의 진로 프로그램도 시작했다.주아가 6시 반쯤 센터에 도착했을 때 지혁은 신입 트레이너의 수업 기록을 검토하고 있었다.“통증 있다고 했으면 중량부터 낮추고 가동 범

  • 남사친의 유효기간   11화 · 1일 차 연애

    주아는 눈을 뜨자마자 허리를 감은 팔부터 확인했다.어젯밤의 대답을 아침에도 듣겠다던 사람은 정작 깊이 잠들어 있었다. 평소보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이마를 덮고, 베개에 눌린 뺨에는 희미한 자국이 남았다.15년 동안 지혁이 자는 모습은 여러 번 봤다. 경기 전날 대기실에서도, 밤새 영화를 보다 잠든 소파에서도 봤다.같은 침대에서 눈을 뜬 것은 처음이었다.주아가 팔을 살짝 들어 보려 하자 지혁의 손이 허리에서 움직였다. 눈은 감은 채였다.“가지 마.”“화장실 가려고.”“갔다 와.”“그러려면 놔야지.”그제야 팔이 풀렸다. 주아가 침대에서 내려서자 지혁이 눈을 떴다. 잠이 덜 깬 얼굴로 주아를 위아래로 확인하더니 상체를 일으켰다.“후회해?”“아침부터 진짜.”“대답해 준다며.”주아는 침대 옆에 서서 지혁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밀었다.“안 해. 어제보다 더 좋아해. 됐어?”지혁이 손목을 잡아당겼다. 중심을 잃은 주아가 침대 위로 다시 넘어가자 그가 웃으며 받아 냈다.“안 됐어. 한 번 더.”“욕심이 아주 끝이 없네.”“이제 참을 이유가 없잖아.”입술이 닿기 직전, 주아가 손바닥으로 그의 얼굴을 막았다.“양치.”지혁의 눈썹이 구겨졌다.“이주아.”“현실 연애는 구강 위생부터야.”주아는 웃으며 방을 빠져나왔다. 뒤에서 맨발로 따라오는 소리가 들렸다.평소와 똑같이 세수하고, 출근 준비를 하고, 식탁에 마주 앉아 달걀을 먹었다. 달라진 것은 사소했다. 지혁은 주아의 커피를 건네면서 손가락을 굳이 맞닿게 했고, 주아는 그가 토스트를 먹는 동안 발끝으로 종아리를 건드렸다.친구일 때도 거리 없이 지냈다. 그런데 이제는 접촉 하나마다 의도가 있었다.지혁이 달걀 하나를 더 접시에 올려놓았다.“오늘 숙소 짐 가지러 가자.”“내가 퇴근하고 갈게.”“같이 가.”“대표님 안 바쁘세요?”“바쁜데 가.”“통제하려고 들면 바로 감점이야.”지혁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네가 오라고 하면 갈게.”“그렇게 빨리 알아들으면

  • 남사친의 유효기간   10화 · 연습은 끝났어

    지혁의 손이 문손잡이에서 천천히 떨어졌다.“물건 가지러 온 거면 내가 챙겨 줄게.”며칠 동안 준비한 사람처럼 말이 빨랐다. 주아는 대답 대신 신발을 벗었다. 지혁이 막지는 않았지만, 예전처럼 슬리퍼를 꺼내 주지도 않았다.현관에 나란히 놓인 운동화 사이로 주아가 신던 실내화가 보였다. 그대로였다. 욕실 앞의 머리끈도, 거실 소파에 두고 간 쿠션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집만 보면 주아가 잠깐 외출했다 돌아온 것 같았다.두 사람만 그렇게 행동하지 못했다.“차 마실래?”“아니.”“그럼 앉아.”“지혁아.”그가 돌아봤다.15년 동안 수없이 부른 이름인데 지혁의 어깨가 굳었다. 주아도 그 변화를 모른 척하지 않았다.“그날 키스, 너한텐 뭐였어?”뜸을 들일 거라 생각했다. 지혁은 바로 답했다.“연습 아니었어.”“처음부터?”“한 번도.”“그럼 왜 그렇게 말했어.”“내 마음을 들키지 않고 네게 다가갈 핑계가 필요했으니까.”지혁의 얼굴에는 변명할 마음이 없었다.“네가 싫다고 했으면 안 했을 거야. 그래도 내가 친구라는 걸 이용한 건 맞아. 미안해.”주아는 며칠 전부터 품고 있던 말을 골라 꺼냈다.“나, 그게 제일 화났어. 너라서 허락한 건데. 세상에서 제일 안전하다고 믿는 친구가 연습이라고 하니까 받아들인 건데, 넌 나랑 다른 곳에 서 있었잖아.”“알아.”“모르면서 안다고 하지 마.”“알려고 하는 중이야.”지혁은 한 발도 다가오지 않았다.“그래서 네가 나간 뒤에 안 잡았고, 연락도 안 했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네가 정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뿐이니까.”현관에서 비켜서며 선택을 돌려주던 지혁의 얼굴이 떠올랐다. 미안하다는 한마디 뒤에 변명도, 붙잡는 손도 없었다. 주아는 그가 잘못하지 않았다고 말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잘못한 뒤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까지 보고 왔다.주아는 거실 한가운데 선 지혁을 오래 바라봤다.“나는 네가 날 오래 좋아했다는 이유로 온 거 아니야.”“알아.”“아직 다 이해한 것도 아니고, 속인 게 안 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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