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혁의 손이 문손잡이에서 천천히 떨어졌다.“물건 가지러 온 거면 내가 챙겨 줄게.”며칠 동안 준비한 사람처럼 말이 빨랐다. 주아는 대답 대신 신발을 벗었다. 지혁이 막지는 않았지만, 예전처럼 슬리퍼를 꺼내 주지도 않았다.현관에 나란히 놓인 운동화 사이로 주아가 신던 실내화가 보였다. 그대로였다. 욕실 앞의 머리끈도, 거실 소파에 두고 간 쿠션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집만 보면 주아가 잠깐 외출했다 돌아온 것 같았다.두 사람만 그렇게 행동하지 못했다.“차 마실래?”“아니.”“그럼 앉아.”“지혁아.”그가 돌아봤다.15년 동안 수없이 부른 이름인데 지혁의 어깨가 굳었다. 주아도 그 변화를 모른 척하지 않았다.“그날 키스, 너한텐 뭐였어?”뜸을 들일 거라 생각했다. 지혁은 바로 답했다.“연습 아니었어.”“처음부터?”“한 번도.”“그럼 왜 그렇게 말했어.”“내 마음을 들키지 않고 네게 다가갈 핑계가 필요했으니까.”지혁의 얼굴에는 변명할 마음이 없었다.“네가 싫다고 했으면 안 했을 거야. 그래도 내가 친구라는 걸 이용한 건 맞아. 미안해.”주아는 며칠 전부터 품고 있던 말을 골라 꺼냈다.“나, 그게 제일 화났어. 너라서 허락한 건데. 세상에서 제일 안전하다고 믿는 친구가 연습이라고 하니까 받아들인 건데, 넌 나랑 다른 곳에 서 있었잖아.”“알아.”“모르면서 안다고 하지 마.”“알려고 하는 중이야.”지혁은 한 발도 다가오지 않았다.“그래서 네가 나간 뒤에 안 잡았고, 연락도 안 했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네가 정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뿐이니까.”현관에서 비켜서며 선택을 돌려주던 지혁의 얼굴이 떠올랐다. 미안하다는 한마디 뒤에 변명도, 붙잡는 손도 없었다. 주아는 그가 잘못하지 않았다고 말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잘못한 뒤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까지 보고 왔다.주아는 거실 한가운데 선 지혁을 오래 바라봤다.“나는 네가 날 오래 좋아했다는 이유로 온 거 아니야.”“알아.”“아직 다 이해한 것도 아니고, 속인 게 안 화나
آخر تحديث : 2026-08-14 اقرأ المزي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