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아는 낯선 천장을 보자마자 자신이 어디 있는지 알아차렸다.문밖에서 칼과 도마가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일정한 간격으로 두 번, 잠시 뒤 세 번. 지혁이 아침마다 사과를 자르는 소리였다. 가끔 자고 간 날에도 들었으니 낯설지 않아야 했다.다만 오늘은 소파에서 숙취를 달래다 눈을 뜬 것도, 밤늦게 영화를 보다 귀가가 귀찮아 눌러앉은 것도 아니었다. 앞으로 짧으면 3주, 길면 한 달을 이 집에서 살아야 했다.주아는 침대 옆에 놓인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알람이 울리기 전이었다.방문을 열자 고소한 냄새가 먼저 들어왔다. 지혁은 회색 반소매 티셔츠와 검은 트레이닝 바지 차림으로 프라이팬 앞에 서 있었다. 식탁에는 달걀, 사과, 구운 토마토와 주아가 좋아하는 소금빵이 놓여 있었다.“너 매일 아침부터 이렇게 먹어?”“너 매일 아침도 안 먹어?”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는 방식도 평소와 같았다. 주아는 의자를 빼고 앉으며 큰 티셔츠 소매에 손을 넣었다. 어젯밤 급하게 챙긴 잠옷은 대학 때 체육대회에서 받은 단체 티셔츠였다. 지혁 앞에서 목 늘어난 티셔츠를 입는 건 아무렇지 않았다.“난 커피가 아침인데.”“그래서 오후 4시에 속 쓰리다고 약 찾잖아.”지혁은 접시를 주아 앞에 밀고 커피는 제 쪽에 뒀다. 달걀을 반쯤 먹어야 주겠다는 뜻이었다.“여기 교도소야?”“교도소도 밥은 먹여.”“권지혁, 동거 첫날부터 너무한 거 아니냐.”달걀을 자르던 칼끝이 접시 위에서 멈췄다.주아는 아무 생각 없이 나온 단어를 되짚었다.“왜. 같이 사니까 동거 맞잖아.”“맞지.”지혁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욕실 수납장 오른쪽 비워 놨어. 수건은 아래 칸 쓰면 되고.”“칫솔 사야 하는데.”“새것 넣어 뒀어.”“이 집은 없는 게 없네.”“네가 자꾸 놓고 가니까 쌓인 거야.”욕실에는 정말 주아 몫의 자리가 생겨 있었다. 새 칫솔과 미개봉 화장솜, 전에 두고 간 세안제까지 가지런히 놓였다. 낯선 집에 들어왔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건 지혁의 집 곳곳에 원래
최신 업데이트 : 2026-08-14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