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목소리에 다시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방안은 피가 낭자했고, 폐비는 목에 칼을 꽂은 채 엄청난 피를 흘리며 누워 있었다.연화가 가까이 다가가자, 눈을 희미하게 뜬 폐비와 시선이 마주쳤다.눈을 파르르 떨던 폐비가 힘겹게 입을 열었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하지만 그녀의 입모양으로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긴말을 연화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고, 고맙네.’힘겹게 말을 마친 폐비를 향해 연화가 고개를 끄덕이자, 마침내 폐비의 고개가 툭- 연화의 품에 떨어졌다.온몸에 피를 묻힌 채, 궁으로 돌아온 그녀의 행색에 궁인들이 모두 아연실색했다.그녀가 궁으로 도착했다는 소식에, 겸이 한달음에 달려왔다.소름 끼치는 행색이었다.“연화야!”그러나 겸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품에 안았다.“어찌, 그곳에 혼자 간 것이야? 이제 네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아도 되는데!”“마무리 짓고 싶었습니다. 근데, 스스로 떠나셨습니다.”“그래, 그래.”그녀의 등을 쓰다듬는 그의 따뜻한 손에 눈이 저절로 감겼다.“그 업보를 다 어찌할는지요.”“그 정도 각오도 않고 그런 짓을 저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이제, 정말 끝인가요?”“아니, 생은 길고 왕관의 무게는 무겁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어찌 풍파가 없겠느냐.”“그렇겠지요?”그의 턱이 연화의 어깨에서 들썩였다.“하지만 너와 나, 우리가 함께 라면 견디지 못할 일들이 무엇이겠느냐.”연화는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이제는 소년티를 벗은 중후하고 인자한 그가, 큰 품에 그녀를 품고 있다.헤쳐나가지 못할 일이 어디 있으랴.함께 전장을 돌고, 모진 궁궐의 암투와 풍파를 함께 거쳐 왔는데.그 모든 것이 서로에 대한 연심과 끈끈한 연대로 이루어진 것이니, 그와 함께라면 남은 삶은 축복이 될 것이다.연화는 겸의 손의 꽉 그러쥐었다.“전하, 피곤합니다. 자고 싶어요. 곁에 계셔주실 거죠?”그녀를 향한 애정 어린 눈빛이 스며들고, 그녀의 곤한 눈가를 쓰다듬는 손길은 퍽-부드러웠다.“그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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