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보육원의 낡은 유리창을 세차게 흔들던 오후였다. 복도 맨 끝자락, 차가운 벽 모서리에 무릎을 파묻은 채 웅크리고 있는 작은 실루엣이 보였다. 새로 들어온 대여섯 살 남짓한 여자아이였다. 세상에 혼자 버려졌다는 공포와, 언제든 쫓겨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점심밥도 거부한 채 온몸을 달달 떨고 있었다. 누구도 믿지 못하겠다는 듯 작은 두 팔로 제 몸을 꽁꽁 감싸 쥔 채, 헐떡이는 숨과 함께 소리 없는 울음을 삼켜내는 아이. 은주는 앞치마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며 멈춰 섰다. 그 작고 파들거리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가슴 한구석이 덜컥 내려앉았다. 남의 모습이 아니었다. 과거 이곳에 던져졌을 때의 자신, 바로 그 모습 그대로였다. 은주는 차가운 복도 바닥에 가만히 무릎을 꿇고 앉았다. 아이를 억지로 일으켜 세우지 않았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조심스럽게 다가가, 잔뜩 굳어 있는 작은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아가야.” 은주의 나직한 부름에 아이가 화들짝 놀라며 젖은 얼굴을 들었다.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아이의 까만 눈동자에는, 세상 모든 것을 경계하는 어린 짐승 같은 절망이 가득 차 있었다. 은주는 물러서지 않고 아이를 제 품 안으로 천천히 끌어당겼다. 저항하던 작은 몸이 은주의 따스한 가슴팍에 닿는 순간, 아이의 입에서 억눌렸던 오열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다. 젖은 이마와 뜨거운 눈물이 은주의 가슴팍을 흠뻑 적셔왔다. 아이의 앙상한 등을 쓸어내리며 도닥이는 순간, 은주의 뇌리 속으로 평생을 도망쳐 왔던 그 끔찍한 날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비명조차 나오지 않던 극한의 공포, 그리고 이어진 폭력. 그날 이후 은주는 제 영혼에 씻을 수 없는 낙인이 찍혔다고 믿었다. 자신은 더럽혀진 쓰레기이자 저주받은 괴물이라 여겼기에, 종우의 숨 막히는 지배에 기꺼이 목줄을 내어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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