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몇 해 동안 밑바닥에서 별별 험한 일을 다해가며 아둥바둥 살아온 끝에 조직에서 제법 알아주는 정보원이 된 그녀는, 우연히 아버지 또한 녹스의 정보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리고 그제서야 트리샤는 깨달았다. 그가 왜 그토록 차갑게 어머니와 자신을 외딴 산골에 꽁꽁 숨겨 두고 평생을 그림자처럼 살게 했는지를.녹스의 잔인한 손아귀로부터 소중한 가족을 연루시키지 않고 지키기 위한, 그 사내만의 처절한 사투였던 것이다.그토록 조심하며 숨겨 왔는데, 딸이 제 발로 그 피비린내 나는 소굴로 걸어 들어갔다는 소리를 들었으니, 그 무뚝뚝한 사내가 얼마나 화가 났을까.하지만 과거 그 사실을 처음 깨달았을 당시, 트리샤의 얼굴에는 감동이나 안타까움보다는 세상의 뒤틀린 운명을 향한 차가운 조소가 먼저 스쳤을 뿐이다.이미 모든 것은 늦어버린 뒤였으니까.오두막에 불을 지르고 도망친 이후, 서로 생사 확인조차 하지 않던 부녀가 다시 마주한 것은 수년의 세월이 흐른 뒤였다.지독하게 고단했던 삶을 끝내고 마침내 어머니가 차가운 방에서 쓸쓸히 숨을 거두었을 때, 제이드는 마치 귀신같이 그 소식을 알고 장례식장에 나타났다.그것이 트리샤가 아버지를 오랜만에 마주한 순간이자, 사내의 살아있는 모습을 본 마지막 순간이었다.장례를 치르는 내내 그는 여전히 침묵을 지켰고, 트리샤 또한 그에게 단 한 마디의 말도 건네지 않았다.그리고 부녀는 몇 년에 한 번씩 하부 조직의 장부를 통해 생사만 간신히 확인하는 기이한 관계가 되었다.‘아직 어딘가에서 숨은 쉬고 있구나’ 하는 감각 하나만으로 위태롭게 이어진, 실낱보다 얇은 혈연의 끈이었다.‘그런데 왜 이제 와서 당신을 구하겠다고 내가 이 고생을 사서 하고 있는 건지.’트리샤는 헛웃음을 삼키며 말 옆구리를 가볍게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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