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이 풀리자 갑작스러운 허기가 몰려왔다. 트리샤는 별채로 배달될 식사를 얌전히 기다리는 대신, 저택 구조를 익힐 겸 주방으로 향하기로 했다. 허기를 달랠 작은 간식 하나쯤은 구할 수 있을 터였다. 주방 뒷문 근처에 다다랐을 때, 트리샤의 발걸음이 멈췄다. 반쯤 열린 문 틈새로 하녀들의 은밀한 속삭임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풋…2세라니, 넌 공작님이랑 부인 사이가 어떤지 알고 하는 소리야? 식사때마다 싸우는 건 기본이고, 어쩌다 복도에서 마주쳐도 찬바람이 쌩쌩 부는걸.” “어머, 정말? 그 정도인 줄은 몰랐네.” “말도 마. 결혼하신 후로 같은 방에서 주무신 날도 손에 꼽을 정도야.” “쉿, 목소리 낮춰.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다른 하녀가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어쨌든 부인께서 불쌍하긴 해. 겉으론 웃고 계셔도 속은 얼마나 타들어가시겠어? 잠자리까지 따로 하는 부부가 세상에 어디 흔하냐고.” 하녀들은 킥킥거리며 고약한 뒷담화를 이어갔다. 트리샤는 벽에 몸을 기댄 채 그들의 대화를 가만히 경청했다. ‘각방이라니.’ 트리샤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번졌다. 아르덴 폰 알브릭, 그 차가운 남자가 제 아내에게조차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그녀에게 아주 흥미로운 정보였다. 잠시 후, 그녀는 가볍게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표정을 지웠다. 그리고는 조금 전까지 은밀한 대화를 엿듣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태연한 얼굴로 반쯤 열린 주방 문을 활짝 밀며 들어갔다. “어머, 실례할게요.” 갑작스러운 인기척에 소스라치게 놀란 하녀들이 대화를 멈추고 굳어버렸다. 트리샤는 그들의 당혹스러운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특유의 수줍은 미소를 띠며 주방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갔다. “서고에서 일을 하다 보니 입이 좀 심심해서요. 혹시 간단하게 먹을 만한 간식거리가 있을까요? 집사님께 여쭤보려다 바쁘신 것 같아 직접 와버렸네요.” 트리샤는 당황해 어쩔 줄 모르는 하녀들을 향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천진하게 웃어 보였다. 하녀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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