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사가 끝난 후, 식당에 남겨진 것은 차갑게 식은 커피 향기와 라리엘의 떨리는 숨소리뿐이었다. 그녀는 억지로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정돈했다. 이제부터는 슬픔이나 분노에 잠겨 있을 시간이 없었다. 알브릭 공작저라는 거대한 괴물의 뱃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우선 이 내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해야 했다.식당 문을 열고 나가자, 어제 연회장에서 보았던 중년의 남자가 뒷짐을 진 채 서 있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빳빳하게 다려진 연미복, 차가운 은테 안경 너머로 번뜩이는 예리한 눈매. 알브릭 가문의 가신이자 대대로 공작저를 관리해 온 수석 집사, 베르너였다.“정확히 8시 30분이군요. 공작부인.”베르너는 짧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어릴 때 공작저를 드나들며 보아온 집사 베르너는 깍듯한 예의에서 왠지 모를 엄격함이 느껴지던 사람이었다. 지금의 그는 예의를 갖춘 몸짓이었으나, 그 음성에는 신임 안주인에 대한 환영보다는 평가하는 듯한 서늘함이 서려 있었다.“공작님께 지시받았습니다. 오늘부터 부인께서 관리하셔야 할 공작저의 업무와 고용인들의 명단을 확인시켜 드리라고 말입니다.”라리엘은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안내해 주세요, 베르너.”그녀는 베르너의 뒤를 따라 공작저의 긴 복도를 걸었다. 복도 양옆으로는 역대 공작들의 초상화가 끝없이 이어졌다. 그들의 눈동자는 마치 이 불청객 같은 여자가 알브릭의 성을 쓸 자격이 있는지 감시하는 것 같았다.베르너는 가장 먼저 중앙 홀로 그녀를 안내했다. 그곳에는 이미 수십 명의 고용인이 줄을 맞춰 서 있었다. 하녀장부터 시작해 정원사, 마부, 요리사들까지. 그들은 라리엘이 나타나자 일제히 허리를 숙였다.“인사하십시오. 오늘부터 알브릭의 안주인이 되신 라리엘 폰 알브릭 부인이십니다.”베르너의 소개가 끝나자, 고용인들의 인사가 홀 안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라리엘은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고개 숙인 정수리 아래로 흐르는 묘한 기류를. 망해버린 백작 가문의 영애, 빚 대신 팔려 온 신부, 그리고 주인이신 공작
آخر تحديث : 2026-05-15 اقرأ المزي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