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다빈의 눈빛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그녀는 배건하의 곁에 꼿꼿이 앉아 있는 강윤서를 노려보았다.‘날 엿 먹이려고 작정했다 이거지?’박태경은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 덤덤하게 대꾸했다.“배 대표님, 그건 좀 선을 넘으셨군요.”강윤서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박태경이 나서서 서다빈의 편을 들어주리라 알고 있었으니까.서다빈의 자존심에 스크래치 하나 내지 않으려는 것쯤은 진작부터 겪어온 터였다.“괜찮아, 오빠. 프로젝트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쯤이야.”서다빈은 금세 감정을 추슬렀다. 이내 턱을 살짝 치켜올린 채 강윤서를 내려다보았다.“우리 모두 의학 발전을 위해, 아픈 환자들을 살리겠다고 모인 거잖아요. 제가 팀의 균형이나 수준을 너무 신경 쓰다 보니 좀 예민했나 봐요. 연구원으로서 가진 제 나름의 소신과 원칙 때문이었으니, 강윤서 씨도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으면 좋겠네요.”강윤서는 실소를 터뜨렸다.서다빈은 스스로를 치켜세우는 데 아주 탁월한 재주가 있었다.얼핏 들으면 사과 같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그녀를 깎아내리며 본인의 고결함과 뚝심을 과시했다.만약 여기서 계속 꼬투리를 잡고 늘어진다면, 오히려 속 좁은 사람으로 찍혀버리기에 십상이었다.“지각한 부분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모두가 낭비한 시간을 보상하는 의미로, 이번 프로젝트에 100억 원을 추가로 투자하도록 하죠.”박태경이 적절한 타이밍에 치고 들어왔다.그는 대수롭지 않게 돈으로 서다빈의 사과를 덮고, 상황을 단숨에 역전시켰다.강윤서는 저도 모르게 휴대폰을 꽉 움켜쥐었다.그녀의 눈동자에 씁쓸한 자조가 일렁거렸다.어찌 모르겠는가. 더는 서다빈을 난처하게 만들지 말라는 박태경의 경고라는 것을.정작 자신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고, 서다빈 역시 손해 본 게 없지만 박태경은 벌써 안쓰러운지 그녀를 감싸고돌기 바빴다.기막힌 타이밍의 거액 투자 제안은 서다빈의 기를 살려 주다 못해, 자존심을 하늘 끝까지 치켜세워 주는 꼴이 되었다.아니나 다를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람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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