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서는 잔에 담긴 독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목구멍을 타고 번지는 쌉싸름한 맛을 음미했다.오히려 잘된 일이었다.박태경이 서다빈을 끔찍이 아끼고 편애해 주는 덕분에 권하람의 존재를 철저히 숨길 수 있었으니 감사해야 할 판이었다.그가 서다빈에게 가야만 권하람과 마주칠 일이 없을 테니까.“태경이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겼다더냐? 아주 중요한 일인 게야?”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강만호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강윤서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네, 아주 중요한 일이에요. 안 가면 제 명에 못 살 만큼.”배건하는 마치 남 일 보듯 무덤덤한 강윤서의 태도를 가만히 지켜보았다.이내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밀려들었다.강윤서는 딱히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어차피 그녀의 모든 신경은 오롯이 권하람에게 쏠려 있었다.이혼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양육권만 확실히 쥐여준다면, 박태경이 밖에서 무슨 짓을 하든 무관심했다.박태경이 떠나자마자, 강윤서는 권지율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하지만 번호를 막 누르려던 찰나, 거짓말처럼 먼저 연락이 왔다.강윤서가 급히 전화를 받았다.“지율아, 하람이 데리고 출발...”“윤서야, 큰일났어. 나랑 하람이, 교통사고 났어.”순간 강윤서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 버렸다....강만호가 걱정하지 않도록 그녀는 배건하에게 요양원에 남아 외할아버지의 곁을 지켜달라고 부탁했다.그러고는 곧장 택시를 잡아타고 지구대로 향했다.권지율이 전화를 걸었을 때, 이미 경찰에 인계된 뒤였다.다급히 지구대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늘진 얼굴로 의자에 앉아 있는 권지율의 실루엣이 보였다.그 옆에는 양 갈래로 머리를 땋은 여자아이도 함께였다.마치 도자기로 빚어낸 듯 뽀얀 얼굴에, 칠흑처럼 새까맣고 커다란 눈망울이 보석처럼 빛났다.쌍꺼풀 라인마저 인형처럼 정교했고, 어린 나이임에도 콧날이 오뚝했다.이목구비가 어찌나 또렷한지, 지구대 경찰들마저 틈만 나면 다가와 간식을 쥐여줄 정도였다.다만 아이는 기운이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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