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51 - Chapitre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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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서다빈은 노형준이 이렇게 열성적으로 자신을 도와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게다가 이런 자리에서 그런 제안을 하다니.노형준이 말한 대로 한다면 서다빈이 박태경의 연인이라는 걸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었다.서다빈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지면서 고개를 들어 옆에 앉아 있는 박태경을 바라봤다.“태경 오빠, 형준 오빠 말 듣지 마.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농담이 심하네.”순간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러브샷!”“러브샷!”“키스해!”여기저기서 호응하기 시작했다.박태경은 무릎 위에 팔꿈치를 올려두고 긴 손가락으로 샴페인 잔을 느긋하게 흔들며 말했다.“오늘 파티의 주인공은 노형준이야.”노형준은 박태경과 잔을 부딪치며 말했다.“내 생일이면 뭐 어때? 친구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지.”오늘 이곳에 온 사람들은 모두 노형준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었다.그들 모두 박태경이 젊은 나이에 결혼했다는 소문을 익히 알고 있었으나 이 상황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었다.재벌가 자제들에게 결혼은 그저 형식일 뿐이었다. 그들은 겉으로는 화목한 가정인 척 연기하지만 불륜을 밥 먹듯이 저질렀고 친한 이성 친구도 꼭 한 명은 있었다.노형준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구석 자리를 힐끗 바라봤다.서다빈은 노창수를 구해준 은인이니 노형준은 서다빈에게 아주 큰 신세를 진 셈이었다. 만약 강윤서가 자신의 처지를 똑똑히 깨닫고 박태경과 이혼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결말은 없었다.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강윤서는 이 황당한 광경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사람들이 잔뜩 모여든 탓에 박태경 쪽 상황이 어떤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그리고 상황이 이렇게 막장으로 흘러갈 줄도 몰랐다.강윤서는 들떠 있는 사람들에게서 등을 돌렸다.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은 오직 강윤서뿐이었다.강윤서는 술을 단숨에 들이켠 뒤 잔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잠깐만요.”서다빈이 쫓아왔다.고개를 돌린 강윤서는 서다빈이 사람들 틈에서 벗어나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걸 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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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그 탓에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서다빈 씨가 왜 넘어진 거지?”“서다빈 씨 앞에 서 있는 저 여자는 누구지?”“설마 저 여자가 서다빈 씨를 밀친 건가?”서다빈은 그런 말들을 들었음에도 상황을 설명하지 않고 그저 입술만 깨물며 은근히 강윤서를 바라볼 뿐이었다.조금 전 서다빈이 넘어진 건 본인이 중심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강윤서가 서다빈을 밀친 것으로 생각한다면 굳이 서다빈이 나서서 강윤서를 변호할 이유는 없었다.강윤서는 차가운 표정으로 서다빈을 바라봤다.서다빈은 지금 일부러 사람들이 오해하게끔 유도하고 있었다.자기가 막장 드라마 속 백치미 있는 여자 주인공이라도 되는 줄 아는 걸까? 그래서 평지에서 혼자 넘어지는 걸까?“강윤서, 적당히 해.”사람들의 말을 들은 노형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달려오더니 강윤서의 어깨를 세게 밀쳤다.갑작스러운 상황에 강윤서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뒷걸음질 치다가 테이블 모서리에 허리를 부딪쳤다.순간 너무 아파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허리뼈를 정통으로 부딪친 탓에 다리에 힘이 풀리며 거의 주저앉을 뻔했다.그런데 그때 갑자기 탄탄한 팔이 강윤서의 허리를 받쳐주었고, 고개를 든 강윤서는 박태경의 싸늘한 눈빛을 보게 되었다.“태경 오빠?”그 광경을 본 서다빈이 입술을 깨물며 박태경을 불렀다.박태경은 오해받기 싫은 듯이 금세 무심한 얼굴로 강윤서를 놓아주었다.박태경은 강윤서를 빤히 바라보며 온기 하나 느껴지지 않는 눈빛으로 말했다.“다빈이는 어쩌다가 넘어진 거야?”강윤서는 박태경이 순수한 호의로 자신을 부축해 준 건 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저 따지러 온 것이었다.‘깜짝이야. 하마터면 감동할 뻔했네.’강윤서는 허리의 통증을 참으면서 최대한 허리를 곧게 펴고 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말했다.“CCTV 확인해 보면 되잖아요. 대단하신 박 대표님이라면 CCTV 확인하는 것쯤은 일도 아닐 텐데.”강윤서의 날 선 태도에 주변에서 비난이 쏟아졌다.“자기가 잘못해 놓고 반성하는 기색은 하나도 없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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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강윤서는 자신이 일을 키우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아직 이혼도 하지 않은 남편이 다른 여자의 편만 들고 있는 상황에서 강하게 나가지 않는다면 진작에 처참히 짓밟혔을 것이다.지금 강윤서가 기댈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같이 진흙탕에 빠지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물러설 수 없었다. 지금 강윤서가 할 수 있는 건 그뿐이었다.그 누구도 강윤서가 이렇게까지 강경하게 나올 줄은 예상치 못했다.서다빈의 눈빛에 빠르게 짜증이 스쳐 지나갔다.서다빈은 강윤서가 예전처럼 겁을 먹고 순순히 물러날 줄 알았었다. 그동안은 늘 설설 기면서 남과 다투거나 경쟁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만약 정말 CCTV가 공개된다면 서다빈이 강윤서를 일부러 모함한 것처럼 비칠 수도 있었다.“강윤서,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 다빈이는 그냥 넘어가 주겠다고 하는데 왜 네가 난리야?”노형준은 서다빈이 충분히 양보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강윤서는 고마운 줄도 모르고 날뛰었다.강윤서는 서다빈을 감싸고 들면서 자신을 계속 공격하는 노형준을 물끄러미 바라봤다.강윤서는 노형준이 그렇게 달려드는 이유가 서다빈이 박태경이 사랑하는 여자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서다빈이 모두에게 사랑받고 보호받는 팔자를 타고나서 그런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노형준이 그럴수록 강윤서는 더 편 들어주는 사람 하나 없는 약자처럼 비쳤다.강윤서는 코끝이 찡했다. 강윤서는 올해 겨우 만 26세였고 이렇게 모두에게 비난받는 상황에서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제 입장은 변함없어요. CCTV 확인하시죠.”강윤서가 또박또박 같은 말을 반복했다.서다빈의 표정이 그제야 살짝 달라졌다.사람들이 CCTV 영상을 본다면 자신을 어떻게 보겠는가?서다빈은 무의식적으로 줄곧 입장을 밝히지 않은 박태경을 바라보았다.박태경은 강윤서에게서 두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 서 있었고, 서다빈의 각도에서 보면 마치 박태경이 강윤서와 같은 편인 것처럼 보였다. 서다빈은 입술을 깨물면서 미간을 찌푸렸다.“태경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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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거리감이 느껴지는 강윤서 씨라는 호칭이 서다빈은 매우 만족스러웠다.서다빈은 박태경의 팔을 더욱 힘껏 끌어안으며 강윤서를 향해 웃어 보였다.“태경 오빠, 여자한테 그렇게 차갑게 굴지 마. 상처받을 수도 있잖아.”노형준이 피식 웃었다.“다빈아, 다른 사람들이 다 너 같은 줄 알아? 태경이한테서 특별대우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아.”강윤서는 서다빈의 말뜻과 노형준의 비아냥을 금세 이해했다.그리고 박태경이 지금 자신을 빨리 쫓아내려고 한다는 것도 알았다.강윤서가 사람들 앞에서 서다빈이 내연녀라는 사실을 밝힐까 봐 불안한 것처럼 말이다.그것은 괜한 걱정이었다.이혼 절차가 확실히 끝날 때까지 강윤서는 절대 경거망동하지 않을 것이다.강윤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경멸 어린 시선으로 강윤서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아마 강윤서를 처참히 패배한 불쌍한 여자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강윤서는 곧장 객실로 돌아가는 대신 리조트에 있는 거대한 인공 호수 주변을 정처 없이 거닐었다.허리의 통증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마치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지 계속 상기시키려는 것처럼 말이다.산속 기온은 실내보다 7, 8도쯤 더 낮았다.멀리 있는 산의 산꼭대기는 흰 눈으로 뒤덮여 있었고 그 위로 달빛이 고요히 내려앉았다.달빛은 앞길을 밝혀주지 못했다.사실 강윤서는 괴로움보다는 깊은 외로움에 사로잡혀 있었다.인간이 느끼는 박탈감과 좌절감은 상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생겨나는 것이었다.강윤서와 달리 어떤 이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자신이 원하는 모든 걸 손에 넣을 수 있었다.강윤서는 추위에 빨개진 코를 훌쩍이며 눈물 한 방울 맺히지 않은 눈가를 문질렀다.‘상관없어.’강윤서는 상대가 주기만을 기다려야 하고, 상대가 언제든 수거해갈 수 있는 것 따위 원하지 않았다.강윤서는 뭐든 스스로 얻어낼 것이다.‘늦든 빠르든 반드시.’강윤서는 호숫가를 30분 넘게 걸은 뒤 마음을 완전히 추스르고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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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강윤서는 박태경의 평온하다 못해 매정해 보이는 눈매를 바라보았다.분명 겉옷을 걸치고 있어 몸은 따뜻했지만 뼛속까지 스미는 한기는 막을 수 없었다.“내가 서다빈의 방패막이가 되기를 바라는 거예요? 당신이랑 서로 사랑하는 척 연기라도 해야 하는 건가요?”강윤서가 가족 모임에 참석하면 서다빈이 최혜란에게 시달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일까?박태경은 부인하지 않았다.“예전부터 네가 가장 원했던 게 화목한 가정이었잖아. 화목한 이유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텐데.”“나는 두 사람의 사랑을 위한 디딤돌이 아니에요. 나를 이용할 생각 따위 하지 말아요. 나는 가족 모임에 참석할 생각 따위 없으니까.”강윤서는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고는 어깨에 걸치고 있던 옷을 벗어 박태경에게 다시 돌려준 뒤 몸을 돌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강윤서는 서다빈을 지켜주고 싶어 하는 박태경을 만족시켜 주기 위해 자신을 희생할 생각은 없었다.박태경은 몸을 틀어 멀어지는 강윤서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강윤서는 예전보다 훨씬 화가 많아졌는데 이렇게 그의 의견에 맞서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그러나 박태경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어차피 결국은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다음 날, 강윤서는 이른 아침 경원시로 돌아갔다.성운 리조트에서 가져온 옥은 곧바로 해월로 보냈다. 박태경이 200억을 주고 낙찰받은 옥을 공짜로 얻게 되어 강윤서는 기분이 매우 상쾌했다.그리고 강윤서는 박씨 가문의 가족 모임에 참석할 생각이 없었다.최혜란 역시 강윤서와 박태경이 이혼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굳이 가족 모임에 참석해서 같잖은 연기를 할 이유는 없었다. 박태경은 최혜란이 서다빈을 괴롭힐까 봐 걱정했지만 그건 박태경 본인이 알아서 해결할 문제였다.강윤서는 처음에는 그냥 허리를 부딪쳐서 아픈 거라고 생각했었다.그런데 통증이 점점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했고, 결국 강윤서는 어쩔 수 없이 집에서 하루 쉬었다.내친김에 직접 침도 놓아서 부기와 멍을 가라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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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강윤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서랍을 닫고 차분한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돌아보니 최혜란이 지내는 건물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조순옥이었다.조순옥은 박씨 가문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 몇 안 되게 강윤서에게 예의를 갖추는 사람이었다. 조순옥은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사모님, 어르신께서 뵙고 싶어 하시는데 지금 시간 괜찮으신가요?”강윤서는 당연히 시간이 없다고 하고 싶었다.지금 강윤서는 서다빈이 내연녀임을 밝히기 위해 바빴기 때문이다.하지만 그것은 박씨 가문의 체면을 구기는 일이기 때문에 강윤서는 그 사실을 굳이 알릴 생각이 없었다.“그럼요.”최혜란이 있는 곳에 도착하자 최혜란이 손짓하며 강윤서를 불렀다.“윤서야, 어서 이리 와.”강윤서는 최혜란의 곁으로 걸어갔다.최혜란은 강윤서의 손을 토닥이며 말했다.“어쩌면 이렇게 효심이 깊은지. 이런 상황에서도 가족 모임에 참석해주고, 이 늙은이를 보러 와줬네.”“당연한 일이죠.”강윤서는 입에 발린 말을 하면서 머릿속으로는 혼인관계증명서와 혼인신고서 작성 당시 찍었던 사진들을 계속 생각했다.그것들은 분명히 서랍 안에 넣어두었다.강윤서의 기억이 잘못됐을 리가 없었다.“인터넷에서 떠도는 소문은 나도 봤단다.”최혜란이 한숨을 쉬었다.강윤서는 미소를 지우고 최혜란을 바라보았다.“지금 네가 많이 화났다는 건 알아. 하지만 그걸 공개적으로 해명할 방법은 없어. 태경이랑 재원이는 사촌이잖니? 그 사실이 밝혀진다면 집안 망신이나 다름없어. 그러니까 절대 사람들에게 알려져서는 안 돼. 윤서야, 박씨 가문 명예를 위해서라도 이번만은 네가 참고 넘어가 줬으면 좋겠다.”최혜란은 수심 깊은 얼굴로 강윤서의 손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자신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강윤서는 온몸의 피가 차게 식는 기분을 느꼈다.강윤서는 무심코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뜨거운 찻잔을 건드렸고 그 탓에 뜨거운 차가 손등 위로 쏟아졌다.그 순간 희고 얇은 피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그러니까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참으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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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강윤서는 금액을 확인해 봤다.100억.‘흠, 정말 통이 크네.’강윤서는 조항들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최혜란을 바라봤다.“그러니까 앞으로 저한테 어떤 일이 생기든 모두 박씨 가문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거죠? 박씨 가문에서는 저랑 완전히 선을 긋고 앞으로 제 일에 간섭하지도, 저를 인정하지도 않을 거라는 거죠?”최혜란이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이건 너를 위한 일이기도 해. 내가 약속하마. 태경이랑 이혼하면 네가 결혼한 적이 있다는 흔적을 완전히 지워줄게. 그래야 너도 부담 없이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않겠니?”최혜란은 모두 강윤서를 위해서라는 듯이 말했다.강윤서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이 날 것만 같았다.박씨 가문에서는 강윤서가 언젠가 박씨 가문을 물고 늘어질까 봐 걱정돼서, 또 박태경이 서다빈과 꼭 결혼하려고 하는 경우를 대비해 강윤서가 박태경과 결혼한 적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지워버리려고 했다.그리고 아마 박재원이 출소한 뒤에는 또 다른 수단으로 박재원의 입을 막을 것이다.그렇게 하면 추문을 덮을 수 있었다.‘하지만...’강윤서는 마음을 추슬렀다.이 계약서에 사인을 한다면 앞으로 권하람의 존재가 드러난다고 해도 박씨 가문에서 박태경과 강윤서가 결혼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할 테니 권하람은 박태경과 아무 사이가 아니게 된다. 즉 아이를 박씨 가문에 빼앗길 위험도 줄어드는 셈이었다.최혜란은 줄곧 강윤서가 박태경을 위해 아이를 낳아주기를 바랐다.박씨 가문에서는 자손 문제에 유난히 집착했다.박씨 가문에서 먼저 선을 그으려고 하니 강윤서는 더 이상 화가 나지 않았다.심지어 박씨 가문 사람들이 앞으로 권하람의 존재를 알게 됐을 때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상상이 가서 즐거웠다.‘하지만 계약을 위반한다면...’강윤서는 아래에 적힌 위약금을 바라봤다. 위약금은 무려 1000억이고 가족에게까지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강윤서의 외할아버지까지 끌어들인 셈이다.그것은 협박과 다름없었다.그러나 강윤서는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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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찰싹.손을 쳐내는 소리가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최혜란은 놀란 얼굴로 강윤서를 바라봤고, 박태경은 맞아서 빨개진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강윤서가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피부가 금방 빨개졌다.강윤서는 코끝을 맴도는 은은한 향수 냄새에 속이 울렁거려 당장이라도 토할 것만 같았다.그러나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어디 갔다 온 거예요? 더러운 게 묻어 있길래 내가 대신 털어냈어요.”서다빈도 더럽고 박태경도 더러웠다.박태경은 눈빛이 어두워졌지만 화가 나 보이지는 않았다. 박태경은 천천히 손을 거둔 뒤 최혜란을 바라봤다.“할머니, 혹시 연고 있어요?”최혜란은 뒤늦게 반응을 보였다.“순옥 씨, 연고 좀 가져다줘요.”강윤서는 곧바로 뒤돌아 밖으로 나갔다.강윤서는 오늘 자신과 최혜란이 나눈 이야기를 박태경에게 알릴 생각이 없었다.비록 서다빈이 양다리였다는 사실을 공개할 수 없게 되었으나 박씨 가문에서 먼저 강윤서와 완벽히 선을 긋기 위해 계약서를 준비해 두었으니 앞으로 대가를 치르는 날이 오더라도 그들은 아무도 원망할 수 없을 것이다.복도에 선 강윤서는 고개를 숙여 자신이 들고 있는 가방을 바라봤다.그 안에는 오늘 최혜란이 건넨, 이혼 후 절대 박씨 가문에 다시 발을 들여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계약서가 들어 있었다.예전에 강윤서는 최혜란이 자신에게 굉장히 잘해준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가문의 이익 앞에서는 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강윤서는 고개를 돌려 불빛이 환하게 켜진 주택을 돌아보았다.강윤서가 이 상황에서 어떻게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지를 고민하던 그때,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든 강윤서는 박태경이 걸어오는 걸 보았다. 박태경은 키가 큰 편이라 사람을 내려다볼 때면 압박감이 상당했다.박태경의 짙은 어둠이 깔린 듯한 까만 눈동자는 한없이 차가웠다.강윤서는 박태경의 의도를 금방 읽어냈다.“오늘 이곳에 온 건...”박태경 때문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얼마 전까지 강윤서는 박씨 가문의 가족 모임에 참석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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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강윤서는 잠깐 당황했다.박태경이 그렇게 말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강윤서는 그 순간 자기도 모르게 자신이 박태경을 피하는 이유는 단지 더러운 것을 혐오해서일 뿐이라고 되받아치고 싶었다.그런데 강윤서가 말을 내뱉기도 전에 박태경의 휴대폰이 타이밍 좋게 울렸다.힐끗 보니 ‘베이비’라는 애칭이 화면에 떠 있었다.강윤서의 시선을 눈치챈 박태경은 곧바로 휴대폰 화면을 본인 쪽으로 돌리더니 몸을 돌려 거실로 걸어갔다.박태경은 강윤서가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와 관련된 사생활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강윤서는 박태경이 남기고 간 겉옷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할 뿐, 끝내 그것에 손을 대지 않았다.강윤서는 박태경의 겉옷을 그곳에 내버려둔 채 몸을 일으킨 뒤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맞으면서 한없이 싸늘하기만 한 그곳을 벗어났다....거실.최혜란은 박태경이 돌아온 걸 보고 곧바로 표정을 굳혔다.“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겠지만 네가 서다빈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나설 거야.”박태경은 덤덤한 눈빛으로 최혜란을 바라봤다.“사람 하나 정도는 제가 지킬 수 있어요.”“그러면 네 아내는? 윤서는? 잊지 마. 너랑 혼인 신고한 사람은 윤서야!”최혜란은 눈을 부릅뜨며 화를 냈다.박태경은 고개를 숙인 채 서다빈에게 답장을 보내면서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윤서는 마음이 넓어서 괜찮아요.”최혜란은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문득 조금 전 강윤서가 이혼을 언급했던 게 떠올랐다.최혜란은 박태경의 표정을 살피면서 불쑥 물었다.“윤서가 너랑 이혼하겠다고 하면 어쩌려고.”답장을 보내던 박태경의 손이 잠시 멈췄다.박태경은 시선을 내려뜨린 채 뭔가 떠올랐는지 무심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윤서는 저랑 이혼 못 해요.”...강윤서는 금방 박씨 가문을 떠났다.여러 사람들이 힘을 써서 사건을 덮어버린 이상 강윤서도 더는 헛수고를 하고 싶지 않았다.강윤서는 지친 몸을 이끌고 아파트로 돌아갔다.다음 날, 강윤서가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배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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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강윤서는 장시원의 남다른 사고방식에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강윤서는 서둘러 말했다.“박씨 가문에서는 제가 둘이 어떤 사이인지 밝히지 못 하게 해요. 회사에는 보는 눈이 많으니 말씀을 조심해 주세요.”장시원은 코웃음을 쳤다.“꼴값이네. 불륜을 저지르는 게 창피한 일인 건 아는 건가?”강윤서가 슬쩍 다가가 맞장구쳤다.“예전 같았으면...”“돌팔매질을 당했겠지.”장시원이 테이블을 내리치면서 말했다.“...”배건하는 당황스러웠다.강윤서와 장시원은 정말 진중함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똑똑똑.문이 열렸다.시선을 든 박태경은 강윤서를 보았지만 이내 그녀에게서 시선을 뗐다.서다빈은 응접실에 강윤서가 있는 걸 보고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더니 박태경의 팔에 팔짱을 끼면서 강윤서를 무시하고 엷은 미소를 지은 채 장시원에게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 장 선생님. 저는 서다빈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정말 영광이에요.”장시원은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박태경을 힐끗 바라봤다.“박 대표, 오랜만이야.”장시원은 서다빈의 존재를 완전히 무시했고, 그 순간 서다빈의 표정이 잠깐 굳었다.박태경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소 지었다.“마지막으로 뵌 게 3년 전이군요. 저희 할아버지께서 위독하셨을 때 선생님께서 직접 찾아와 저희 할아버지를 구해 주셨었죠. 할아버지께서는 지금도 자주 선생님 이야기를 꺼내시며 고마워하십니다.”그 얘기가 나왔을 때 장시원은 강윤서를 힐끗 바라봤다.당시 장시원은 해외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만약 그때 강윤서가 부탁하지 않았더라면 장시원은 절대 박선욱을 보러 가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강윤서는 박씨 가문에 자신이 장시원을 모셔 온 것이라고 밝히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박씨 가문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사실 박씨 가문은 강윤서에게 신세를 많이 졌는데 그들은 본인들이 강윤서의 덕을 봤다는 걸 꿈에도 몰랐다.강윤서는 장시원의 눈빛에 담긴 뜻을 금방 알아챘다.‘이것 봐.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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