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다빈이 좋게 넘어가 준 게 다행이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진작 일이 커졌을지도 몰랐다. 특히 서다빈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마음만 먹었다면 강윤서는 순식간에 여론의 표적이 되어 악성 댓글에 시달렸을 것이다.자신이 강윤서에게 첫눈에 끌렸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제는 이 여자에게 흔들릴 일은 절대 없었다.강윤서는 해온으로 돌아와 실험실에 틀어박혀 약리 분석에 몰두했다. 머릿속에 쓸데없는 생각이 들어설 틈을 주지 않으려는 것이었다. 경원대와의 공동 실험실이 이제 본궤도에 올라 팀 전체의 방향을 총괄하는 책임자로서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약물 관리, 진행 상황 점검, 방안 리스크 조율에 임상과 허가 대응까지, 박태경 일로 감정이 흔들릴 겨를조차 없었다.박태경과 함께 진명으로 설 연휴를 보내러 가자는 제안을 거절한 이후 그는 더 이상 연락을 해오지 않았다. 강윤서는 외할머니의 혼수품을 어떻게 돌려받을지 내내 마음에 걸렸다. 설 연휴가 다가오면서 각 기업들이 하나둘 연휴에 들어갔다. 강윤서는 장시원 댁에서 함께 명절을 보낼 계획이었다.그러던 중 배건하가 갑자기 찾아와 말했다.“설에 출장 한 번 가는 거 어때?”강윤서는 잠시 망설였다.“무슨 일인데요?”“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약재 거래 기지에서 곧 희귀 약재 공개 경매가 열려. 우리 연구팀이랑 경원대에서 필요한 원료 약재가 몇 가지 있는데 워낙 귀한 물건들이라 직접 가서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아.”하필 설 연휴에 걸린 일정이었다. 강윤서는 잠시 생각했다.“좋아요. 근데 팀원들은 괜찮겠어요?”배건하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싫다고 할 수 있겠어? 큰손이 나섰거든. 박태경이 전액 지원해서 비행기랑 숙소, 식사까지 다 패키지로 잡아주고 1인당 출장비로 2,000만 원까지 준다니까 다들 좋아서 난리야.”강윤서는 곧 이해했다. 서다빈이 경원대에서 첫 번째 약물 프로젝트를 순조롭게 등록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참 지극정성이었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그럼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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