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필요 없고 딸만 데려갈게요의 모든 챕터: 챕터 41 - 챕터 50

100 챕터

제41화

당시 강윤서는 자신이 뭔가 부족해서 박태경의 친구들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 이유를 알고 싶어서 물은 것뿐이었다.그러나 박태경은 아주 쌀쌀맞게 대꾸했다.그 일로 강윤서는 며칠 동안이나 마음고생을 했다.정작 박태경은 아무렇지 않아 했고 강윤서가 힘들어하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아니, 어쩌면 박태경은 다 알고 있었음에도 그저 신경 쓰지 않았던 걸지도 몰랐다.박태경은 강윤서를 달래는 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그 일이 있고 난 이후로 강윤서는 거짓말로 자신을 속이고, 또 자신을 위로했다. 어렸을 때부터 사랑을 받은 적도, 관심을 받은 적도 없었기에 적당한 거리감이나 가끔 무시당하는 일쯤은 인간관계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심지어 자신이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다그치기까지 했다.‘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강윤서는 SNS를 껐다.사람에게는 누구나 한심한 시기가 있는 법이고 또 언젠가는 성장하는 법이다.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간이고 쓸개고 다 빼주는 건 멍청한 일이었다.그리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끝까지 붙잡고 매달리는 것도 어쩌면 자기만족을 위한 이기적인 일일지도 몰랐다.“하람이 오면 일단 너희 집에서 지내게 할 거야? 아니면 장 선생님 댁에 맡길 거야?”권지율의 질문에 강윤서는 정신을 차렸다.강윤서는 채소를 씻으면서 잠시 고민했다.“선생님한테 맡기는 게 안전하지 않을까?”혹시라도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 뜻밖의 일이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는 게 좋았다.권지율은 무를 한입 베어 물면서 말했다.“내가 봐줄까? 어차피 성씨도 권씨잖아. 박태경이 본다고 해도 우리 권씨 가문 아이라고 생각할 테니까 의심하지 않을 것 같은데.”권하람은 권지율 사촌 오빠의 아이로 등록되어 있었기에 뒷조사를 한다고 해도 쉽게 알아낼 수 없을 것이다.강윤서는 그것 또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강윤서는 당시 딸의 성을 권씨로 해 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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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강윤서는 고개를 저으며 실소를 터뜨렸다.강윤서는 이제 사랑과 결혼 따위에 아무런 기대도, 환상도 품고 있지 않았다.권의찬은 강윤서를 도와준 사람이니 당연히 고마웠다.당시 권의찬은 강윤서가 자신의 제안을 꺼릴 수도 있다는 걸 알고서 만약 마음이 놓이지 않으면 계약서를 작성해 아이가 만 여섯 살이 된 이후에는 강윤서가 원한다면 언제든 권하람의 성을 강씨로 바꿀 수 있도록 하여 아이 엄마로서의 권리를 지켜주겠다고 했다.내년 생일만 지나면 강윤서는 언제든 관련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쉬는 시간을 이용해 강윤서는 외할아버지가 계신 요양원을 찾았다.최고급 요양원이다 보니 1년 비용이 수천만 원에 달했다.강윤서의 엄마는 강만호가 마흔 살에야 얻은 늦둥이였다.강만호는 올해로 만 여든아홉으로 치매 때문에 정신이 오락가락했다.강윤서가 침대 옆에 앉았을 때 강만호는 책을 읽고 있었다. 인기척을 들은 강만호는 강윤서를 바라보며 자애로운 얼굴로 물었다.“아가, 누구를 찾아온 거니?”강만호는 오늘 강윤서를 알아보지 못했다.강윤서는 웃으며 말했다.“어르신께서 저희 외할아버지를 닮으셔서요. 혹시 잠시 같이 있어도 될까요? 외할아버지가 보고 싶어서요.”강만호는 마음이 약해졌다.“아가야, 밥은 먹었니? 이따가 같이 밥이라도 먹을래? 나한테도 행복이라고 너만 한 손녀가 있어...”강윤서는 강만호를 위해 이불을 끌어 올려 주었다. 행복이는 강윤서의 어렸을 적 별명이었다.강만호는 가끔 심각할 정도로 많은 기억을 잊었으나 강윤서의 어렸을 적 별명만큼은 절대 잊지 않았다.“그래요? 그런데 찾아오지도 않다니 참 효성스럽지 못한 손녀네요.”세월의 흔적이 가득하지만 여전히 품위 있는 강만호의 얼굴에 불만이 스쳤다. 강만호는 강윤서의 편을 들었다.“우리 행복이는 아주 훌륭한 손녀야. 얼마나 착한 아이인데. 마음이 너무 여려서 괴롭힘도 많이 당했지. 내가 죽으면 우리 행복이를 지켜줄 사람이 없을까 봐 항상 걱정이야.”강윤서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강만호는 뭔가 떠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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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강윤서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박태경은 느긋한 태도로 여유롭게 강윤서의 목과 어깨, 그리고 그 아래를 바라봤다.타월을 두르고 있어 강윤서의 가슴골이 살짝 두드러졌다.강윤서의 몸에는 물기가 조금 남아 있는 상태였는데 부드러운 조명이 내려앉으니 물기 어린 피부가 은은하게 반짝였다. 그 모습이 마치 아름다운 진주 같아 보여 아주 매혹적이었다.그리고 그 아래 길고 늘씬한 다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게다가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본능적으로 가슴을 가리며 수줍어하는 강윤서의 표정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절경이었다.사실 강윤서는 수줍어한 게 아니라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당황스럽고 또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왜 여기에...”강윤서가 왜 자기 방에 들어온 거냐고 따져 묻기도 전에 박태경이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왔다.박태경은 이미 강윤서에게서 시선을 뗐다.“언제 따라온 거야?”박태경은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덤덤히 물었다.강윤서는 그가 어떤 의도로 그런 질문을 한 건지 바로 알아챘다.“내가 따라왔다고요?”‘또 내가 자기를 따라온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박태경은 검은 가죽 소파에 앉아 턱을 치켜들고 강윤서를 바라보며 말했다.“여긴 내 전용 스위트룸이야.”강윤서는 그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최혜란은 일부러 강윤서를 이곳으로 보냈을 것이다.이 상황에서 최혜란이 이 방을 예약해 줬다고 말해 봤자 변명처럼 들릴 것이다.“지금이라도 방을 바꿀게요.”몸을 돌려 소파로 걸어가 휴대폰을 챙긴 강윤서는 프런트에 연락하려고 했다.강윤서가 뻔뻔하게 이곳까지 따라왔다고 박태경이 착각하기 전에 말이다.아직 완전히 이혼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이런 일로 추후에 안 좋은 이야기를 듣고 싶지는 않았다.박태경은 움직이지 않고 덤덤한 눈빛으로 강윤서를 바라봤다.강윤서는 누구나 인정할 만큼 엄청난 미인이었다.키는 172cm에 다리도 길고 비율도 좋은 데다가 피부는 눈처럼 하얬고 가끔 감정이 격앙될 때면 피부가 서서히 핑크빛으로 변했다.강윤서는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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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강윤서는 방을 바꾸지 않았다.박태경이 서다빈에게 의심받지 않겠다고 양보해 준 방을 굳이 사양할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강윤서는 그 방에서 하룻밤 푹 잤다.그리고 예상대로 박태경은 찾아오지 않았다.오늘 행사는 열 시부터 시작이었고 권지율은 그곳으로 오는 중이었다.강윤서는 씻은 뒤 외출했고, 권지율과 행사장 입구에서 만났다.노트북을 챙긴 권지율은 파워포인트를 제작하고 있었다. 놀러 온 것이라고 했지만 일에서 완전히 손을 뗄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강윤서는 권지율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간 뒤 자리에 앉았다.오늘 일부 작품은 전시될 것이고, 일부는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었다.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마자 직원이 다가와서 미안한 표정으로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오늘 이 자리는 VIP를 위해 준비된 자리라 두 분께서는 뒤쪽으로 자리를 옮기셔야 합니다.”권지율은 고개를 들며 물었다.“여기 6번 테이블 아닌가요? 저희 자리 맞는데요.”직원이 말을 이어갔다.“저희 쪽에서 안내판을 잘못 놓았습니다. 죄송하지만 두 분께서 자리를 양보해 주셔야 합니다...”강윤서는 이 일로 직원을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직원도 자신이 맡은 바 일을 하는 것뿐이니 말이다.“괜찮아요. 저희가 뒤로 가서 앉을게요.”권지율은 투덜대며 노트북을 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뭐 얼마나 대단한 인간이길래 이렇게 유난인 거야?”강윤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어떤 업계, 어떤 환경이든 사람을 등급으로 나누는 건 자주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자리를 바꿔 앉자마자 문이 열리며 분위기가 소란스러워졌다.경매장 직원이 직접 상대방을 맞이하러 가면서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그쪽을 바라보니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박태경과 서다빈이 보였다.서다빈은 박태경의 팔에 팔짱을 끼고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향해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을 친절하게 대했다.박태경은 서다빈과 함께 조금 전 강윤서와 권지율이 쫓겨나다시피 비워 준 자리에 앉았다.두 사람이 함께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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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그래도 다행히 권지율의 목소리는 높지 않았다.강윤서는 권지율이 언젠가 말 때문에 크게 화를 입을까 봐 걱정되었다.박태경은 여자를 괴롭힐 성격이 아니었지만 서다빈은 달랐다. 서다빈이 만약 그 말들을 듣고서 난리를 친다면 박태경은 서다빈을 달래주기 위해서라도 직접 나설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문제를 수습하기 힘들었다.강윤서는 조용히 하라는 의미로 말없이 권지율의 입에 망고주스를 들이밀었다.권지율은 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었다.강윤서가 자신을 걱정하는 건 알지만 그럼에도 권지율은 참지 못하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욕했다.“그렇게 관심이 고프면 아예 침대를 가져와서 쇼를 하지. 그러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을 텐데 말이야.”권지율은 오늘 강윤서가 박태경과 서다빈 때문에 화병이라도 얻을까 봐 걱정되었다.그러나 권지율의 걱정과 달리 강윤서는 평온했다.강윤서는 다시 앞을 바라봤다.백영희가 좋아하는 것이었기에 박태경은 반드시 낙찰받겠다는 듯 단번에 높은 가격을 불렀고, 주변 사람들은 모두 놀라워했다.강윤서는 박태경이 서다빈을 얼마나 아끼는지를 강제로 지켜봐야 했다.사람들은 두 사람을 부러워하면서 수군거렸고, 그들의 대화는 강윤서의 귀에 똑똑히 들려왔다.“예전에는 박 대표 곁에 여자가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저 서다빈이라는 사람 곧 박 대표랑 결혼하겠네.”“박 대표의 유일한 예외가 서다빈 씨라고 들었어. 앞으로 다른 자리에서 만나면 서다빈 씨에게도 예의를 갖춰야겠어.”“저것 봐. 혹시 휴대폰 케이스도 커플인 건가?”강윤서는 그들의 말을 듣고 자연스럽게 앞 테이블을 힐끗 바라봤다.일부러 그런 걸까? 서다빈이 휴대폰을 뒤집어 테이블 위에 올려 두어 케이스가 잘 보였다. 그리고 박태경은 바쁜 사람이라 수시로 전화를 받았고,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휴대폰 케이스가 눈에 들어왔다.강윤서는 박태경 같은 남자가 서다빈과 함께 커플 아이템을 쓸 줄은 몰랐다.심지어 다른 것도 아니고 휴대폰 케이스처럼 사소한 것이라니.예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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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60억.”강윤서는 서다빈의 말을 무시했다.지금 강윤서의 머릿속에는 오직 권하람에게 줄 선물을 손에 넣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이번에는 서다빈이 눈살을 찌푸렸다.60억은 옥이 지닌 가치를 넘어선 가격이었다.서다빈은 박태경을 바라보며 말했다.“진우한테 선물해 주고 싶긴 한데 가격이 좀...”박태경은 강윤서에게서 시선을 떼며 말했다.“아이한테 선물로 줄 거잖아. 의미가 다르지. 얼마가 들든 상관없어.”서다빈은 박태경의 말뜻을 이해하고는 이내 미소를 지었다.서다빈은 강윤서를 힐끗 보더니 도도하게 패들을 들었다.“100억.”서다빈은 박태경이 자신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돈을 써 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강윤서 또한 박태경이 서다빈에게 한 말의 의미를 알았다.재력을 비교한다면 강윤서에게는 승산이 없었다.계속 버텨봐야 결국 창피만 당할 뿐이라는 걸 강윤서도 알고 있었다.그러나 서다빈이 너무 의기양양해 하는 꼴도 보기 싫었고, 박태경이 계속 여유롭게 구는 꼴도 보기 싫었다.이길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강윤서는 다시금 패들을 들었다.“160억.”이제부터는 단순한 경매가 아니었다.그곳에는 경매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수두룩했는데 다들 강윤서가 일부러 가격을 끌어올린다는 걸 알고 있었다.서다빈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표정이 매우 싸늘했다.“이러는 거 재미없어요. 태경 오빠가 나한테 잘해주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쪽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건 용납할 수 없어요.”강윤서는 서다빈을 바라보며 덤덤히 말했다.“자신 없으면 그냥 포기해요.”권지율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강윤서는 평소에 성격이 좋아 보여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가차 없는 편이었다.서다빈은 입술을 깨물었다.솔직히 조금 짜증이 났다.그 옥의 가치는 기껏해야 60억이었기 때문이다.만약 가격을 더 올린다면...“200억.”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낮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 순간 사람들은 또 한 번 감탄하며 다들 놀란 표정으로 앞을 바라봤다.강윤서는 기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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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권지율의 표정이 일그러졌다.권지율은 본능적으로 욕부터 뱉으려고 하다가 강윤서의 표정을 살폈다. 강윤서가 상처를 받을까 봐 걱정됐기 때문이다.그러나 강윤서는 태연했다.서다빈의 말이 단순히 헛소리가 아니라 근거 있는 주장이었기 때문이다.강윤서가 거기에 대고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동의하거나, 반박하거나, 부정하거나, 욕을 해야 할까?어떤 반응을 보이든 결국 비참해지는 건 자신뿐이었다.강윤서는 권지율과 함께 행사장을 떠났다.노형준은 서다빈의 곁으로 다가가며 말했다.“강윤서가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텐데. 남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건 다른 사람뿐만이 아니라 본인에게도 괴로운 일이잖아.”서다빈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서다빈은 강윤서에게 자존심이라는 게 있다면 얼른 이혼해야 하며, 그것이 다른 사람도 편해지는 일이고 본인도 덕을 쌓는 일이라고 생각했다.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방해한다면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 서다빈은 믿고 있었다....권지율은 그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고, 강윤서의 답답함과 무력함을 여실히 느꼈다.남편이 엄청난 권력을 거머쥔 박태경만 아니었으면 강윤서는 진작에 다 엎어버리고 이혼했을 것이다.그러나 현실은 잔인했다.강윤서는 미래를 생각해야 했고 감정적으로 행동하기에는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컸다.“아까 서다빈의 그 의기양양한 표정 봤어? 참나, 어이가 없어서. 나 진짜 청심환이라도 먹어야 할 뻔했다니까.”권지율은 조금 전 서다빈이 한 말 때문에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 듯했다.살인이 범죄가 아니었다면 당장 차로 들이받고 싶은 심정이었다.“내가 진짜 후회되는 게 뭔지 알아? 바로 법을 배우지 않은 거야. 내가 권력을 잡는다면 바로 법부터 바꿀 거야. 부부 사이에 끼어들어 불륜을 저지르는 것들은 전부 감옥에 잡아넣겠어. 저런 인간들은 법의 제재를 받지 않으니까 저렇게 뻔뻔하게 구는 거야.”강윤서 역시 오늘 일로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으나 그래도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난 네가 시장이 되는 거 응원해. 시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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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박태경은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하고 소파로 걸어가서 앉은 뒤 시선을 내려뜨려 손목 쪽의 녹색 빛의 커프스를 바라봤다.“할머니는 내가 여기 온 걸 알고 계셔. 오늘 여기서 자야 따로 확인해 보려고 하지 않을 거야.”강윤서는 박태경의 커프스를 보는 순간 오늘 서다빈이 그 커프스와 비슷한 색상의 팔찌를 낙찰받아 커플 아이템처럼 맞춘 일이 떠올랐다.시선을 돌린 강윤서는 이내 박태경의 말뜻을 이해했다.“그러니까 지금 나더러 두 사람을 위해 방패막이가 되라는 말이네요?”박태경은 최혜란이 서다빈을 괴롭힐까 봐 걱정되어 자존심을 내려놓고 마지못해 강윤서의 방에 찾아온 것이었다.박태경은 여유로운 얼굴로 시선을 들었다.강윤서가 비아냥대는 것이 들리지 않는 것처럼 박태경은 주머니 안에서 정교한 박스를 하나 꺼내며 말했다.“이걸 대가로 줄게. 너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야.”강윤서의 시선이 그 박스로 향했다.강윤서는 그것이 박태경이 서다빈을 위해 200억을 주고 낙찰받은 바로 그 옥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보았다.강윤서가 그들의 방패막이가 되어주는 것을 대가로, 서다빈을 지켜주는 대가로 박태경은 기꺼이 그 옥을 건넸다.강윤서는 최혜란이 결코 자비로운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평생 온갖 풍파를 겪으며 박씨 가문의 안주인 자리를 지켜온 사람이니 서다빈을 손보려 한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터였다.그리고 서다빈은 절대 그걸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박태경은 서다빈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최혜란이 모르게끔 강윤서와 함께 하룻밤을 보낸 척 본가에 거짓 정보를 흘릴 생각이었다.그렇게 하면 서다빈이 이곳에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을 것이다.“알겠어요. 입막음 비용이라는 거네요?”강윤서는 놀라울 만큼 차분했다.“다빈이는 건드린 적이 없는 물건이니까 괜히 찝찝해할 필요 없어.”박태경은 강윤서의 말에 대꾸하는 대신 늘씬한 손가락으로 박스를 툭툭 쳤다.강윤서는 박태경이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또 그것을 그렇게 노골적으로 말할 줄은 몰랐다.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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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강윤서는 빠르게 달려갔다.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화단 옆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안색은 창백했고 호흡은 거칠었으며 구토 증세까지 보였다.강윤서는 한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 노인들은 대부분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기에 한 번 크게 아프면 자칫 생명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었다.강윤서는 재빨리 달려가서 말했다.“어르신, 괜찮으세요?”노인은 의식이 흐릿한 상황에서 힘겹게 강윤서를 한 번 바라봤다.강윤서는 미간을 좁히며 침착하게 맥을 짚었고, 다른 간단한 검사를 더 진행한 뒤 결론을 내렸다.노인은 고혈압 병력이 있는 것으로 보였고, 급성 위경련까지 겹치면서 위험한 상태에 놓인 듯했다.조금만 늦어도 뇌출혈이나 뇌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강윤서는 노인을 부축하면서 인내심을 가지고 차분히 말했다.“너무 긴장하지 마시고 천천히 숨을 쉬세요.”강윤서는 주최 측에서 나눠준 침을 꺼내서 간단히 소독한 뒤 빠르고 정확한 손놀림으로 침을 놓기 시작했다.잠시 뒤, 노인은 크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점차 호흡이 안정되기 시작했고, 흐릿했던 눈동자에도 서서히 초점이 돌아오기 시작했다.노인은 강윤서를 바라보면서 감격한 목소리로 말했다.“정말 고마워. 나 때문에 옷이 더러워졌는데 이걸 어쩌나.”강윤서는 노인이 조금 괜찮아진 것 같아 보여서 말했다.“괜찮아요. 가족분들은 여기 계시는 건가요? 제가 그곳까지 모셔다드릴까요?”노창수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지금은 많이 나아진 것 같아. 아이들이 알면 걱정할 게 뻔하니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아.”특히 노형준은 노창수가 홀로 산책하는 것조차 걱정하는 사람이었기에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더 귀찮아질 터였다.강윤서가 말했다.“기저질환이 있으신 것 같은데 정밀검사를 꼭 한 번 받아보세요.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야 이런 상황을 예방하실 수 있어요.”노창수는 강윤서가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어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그런데 아가씨 이름이 뭐야?”강윤서가 입술을 달싹거렸다.“강 선생님, 저기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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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리조트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상류층 인사들이었다.서다빈은 이 기회를 이용해 잠깐 자원봉사를 했다. 권력이 있는 자들과 인맥을 쌓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그래서 오늘 몇몇 노인을 진료해 주기도 했다.노형준이 감격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서다빈은 놀라워하며 말했다.“그분이 오빠 할아버지였어? 나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야.”서다빈은 자신의 운이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다.운 좋게 노씨 가문 어르신을 진료해 주었으니 노씨 가문은 서다빈에게 신세를 진 셈이었다.“우리 할아버지가 네가 엄청 예쁘게 생겼다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셨어. 그리고 꼭 보답해야 한다고 하셨어.”노형준은 열정적인 눈빛으로 서다빈을 바라봤다.노형준은 노창수가 말한 사람이 서다빈일 거라고 확신했다.오늘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 중에 단정하고 기품 있는 사람이 서다빈 말고 누가 있겠는가?할아버지가 서다빈을 자신에게 소개해 주려고 했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서다빈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들어 박태경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너무 치켜세워 주시니까 괜히 부끄럽네.”노형준은 참지 못하고 다가가서 박태경의 어깨를 툭툭 쳤다.“태경아, 이렇게 완벽한 짝이 옆에 있다니. 너 진짜 복 받은 거야.”박태경은 무심한 표정으로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면서 엷은 미소를 지었다.“그래?”서다빈은 박태경의 말끔하면서도 고고한 얼굴을 바라보자 자기도 모르게 뺨이 붉어졌다.노형준은 기분이 좋아서 말했다.“우리 할아버지는 오늘 위험한 고비를 넘기셨어. 오늘 밤 내 생일 파티는 예정대로 진행할 거야. 그리고 오늘 내 생일 파티에서 유명한 PD 몇 명을 다빈이한테 소개해 줄게.”서다빈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노형준은 고마운 마음에 서다빈이 인지도를 쌓을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하고 있었다.‘하지만...’서다빈은 미간을 찌푸린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오늘 서다빈이 진료했던 노인들 중에 위급한 상황이었던 노인은 없었다.그런데 노형준의 말을 들어보면 할아버지의 상태가 상당히 심각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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