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레스 숲을 찾아온 가을은 짧았다.매서운 북풍이 몰아치며 푸르던 잎들을 대지로 돌려보냈고,숲은 어느새 은빛 서리가 내려앉아 겨울 길목에 접어들고 있었다.앙상해진 나뭇가지 사이로 회색빛 하늘이 드리웠고,대지는 다가올 혹독한 계절을 견디기 위해 제 몸을 바짝 웅크리고 있었다.숲의 모든 생명이 침묵 속으로 스며드는 계절.오두막은 세상 모든 소란으로부터 멀어진 작은 안식처였다.오두막 뒤편 마당.카일이 겨울을 나기 위한 장작을 패고 있었다.도끼가 장작을 정확히 반으로 쪼갤 때마다그의 거친 숨결이 하얗게 흩어졌다.천계 천사장 날개도,제국 총사령관 제복도 내려놓은 지 오래였지만.장작을 패는 그의 정교한 움직임에는….한때 전장을 지배하던 무인의 강인함이 남아 있었다.“카일, 잠시 쉬었다 하세요.”따뜻하게 데운 차를 들고나왔다.도끼를 내려놓은 카일이 내가 건넨 찻잔을 받아 들었다.따듯함이 피어오르는 찻잔.그의 손 위로 겨울의 차가움이 닿기 전.내 온기가 먼저 스며들었다.“고맙습니다, 마리안. 날이 많이 차가워졌으니 어서 안으로 들어가십시오.”“괜찮아요. 나만 따뜻한 곳에 있을 순 없죠.”그의 걱정 어린 눈빛.나만을 위해 헌신하는 그의 고단함을 알고 있기에,그가 짊어진 겨울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함께 나누고 싶었다.카일의 곁에 앉아 쪼개진 장작을 차곡차곡 쌓기 시작했다.무엇이든 내 남자와 함께하는 즐거움.하나둘 쌓여 가는 장작이 어느새 내 키만큼 높아져 있었다.우리가 살아갈 앞날을 차곡차곡 준비하는 일.비록 바람은 차가웠지만,곁에 그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나의 세상은 봄날처럼 따뜻했다.카일은 그런 나를 말없이 바라보았다.며칠 전.숲의 경계에서 느껴졌던 황제의 기운을 그 역시 알고 있었다.루미엘이 다녀간 이후,나는 가끔 먼 하늘을 바라보며 미소 짓곤 했다.기억은 잃었어도.아들과 이어진 보이지 않는 끈은 여전히 내 무의식 속에 흐르고 있었다.“카일.”장작을 쌓던 손을 멈추고 그를 불렀다.“...?”“가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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