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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은빛 눈의 아이를 낳았다: Kabanata 131 - Kabanata 140

146 Kabanata

131화. 그리운 이름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하늘 가장 높은 곳에서부터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찬란한 은빛 줄기가 내려왔다.루미엘이 맞았다.나를 닮아 유난히 맑은 눈망울을 가진 아이.내 목숨보다 소중한 나의 핏줄.어떻게 이곳까지 올 수 있었단 말인가.꺼져가는 어미의 생명.차원의 회랑 붕괴를 감지하고 자신의 신성 전부 쏟아부은 루미엘.황제로서의 안위조차 내팽개치고,오직 나를 구하려 이곳까지 왔다니….어리석고도 사랑스러운 나의 아들.공간을 뒤덮은 거대 빛의 실타래가 우리를 향해 뻗어 왔다.마치 끊어진 생명의 줄처럼 결연하고도 맹렬하게 다가오고 있었다.“어머니, 잡으세요! 제발, 제 손을! 제가 끌어당길 테니, 제발 포기하지 마세요!”공간을 찢고 넘어온 루미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다 자란 청년의 듬직한 목소리였지만.길잃은 어린아이 같은 두려움이 배어 있었다.어미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아들의 절박한 부름.대답 대신 빛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빛의 중심에 어렴풋이 보이는 아들의 형상은 찬란했다.어린 시절 연약하기만 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루미엘.이제 완벽한 신의 아들이자 황제가 되었다.늠름한 자태.이보다 더 큰 축복이 있을까.내가 바라던 대로….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올곧게 성장한 내 아들.마침내 대륙을 통치할 힘을 갖게 되었다.“루미엘….”아들 이름을 부르며, 남은 힘을 쥐어짜 실을 향해 손을 뻗었다.아들의 간절한 마음에 닿고 싶었다.하지만.손이 빛의 실에 닿으려는 순간.형언할 수 없이 아름답고 눈 부신 빛이 내게 먼저 닿았다.모든 사명을 마치고 영혼이 육신을 벗어나는 순간.인간에게 쏟아지는 거룩한 빛.나를 승천시키기 위해.천계로 향하는 길을 열어주는 신의 마지막 인도였다.나 또한 루마레스 사제였으니까….“안 돼, 마리안! 마리안, 내가…. 내가 방법을 찾을 겁니다. 이대로 당신 혼자 보낼 수 없습니다. 내 생명을 깎아서라도 당신을 살려내겠습니다.”카일이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나를 붙잡으려 했지만.그의 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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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화. 남겨진 은반지

전장의 중심.조금 전까지만 해도 인간계 멸망을 알리는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던 자리.지금은 고요가 적막으로 다가왔다.모든 걸 삼켜버릴 듯 입을 벌리고 있던 차원의 문이 사라진 후.오직 정적만이 감돌았다.허망한 빈 곳을 향해 루미엘이 천천히 내려앉았다.등 뒤로 펼쳐진 일곱 날개는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신의 권능이 아니었다.어미를 잃고 인간계 끝과 마주한 아들.각성한 황제의 의지이자, 고통 속에서 피어난 자애로운 빛이었다.이전보다 훨씬 깊은 잔향을 품고 있었다.그토록 지키려 했던 존재가 완전히 사라짐을 느낀 아들.루미엘은 허망하게 텅 빈 곳을 응시하다가 다시 날개를 거칠게 펼쳐 하늘로 날아올랐다.“어머니!”절규가 인간계와 천계 경계인 중간 지대에 메아리쳤다.목소리에는 황제의 위엄 따위는 없었다.그저 어미 잃은 자의 처절한 슬픔이 담겨 있었다.돌아오지 않는 대답.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흩어진 빛의 잔상조차 희미해졌다.내가 머물던 자리.적막한 공간 위에 작고 보잘것없는 은반지 하나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루미엘은 떨리는 손으로 반지를 집어 들었다.화려한 보석이 박힌 황실의 장신구가 아니었다.내 기억이 닿는 가장 어린 시절부터 늘 내 손가락을 지키고 있던 소박한 은반지였다.세월이 흘러 새끼손가락에 끼고 다닌 반지.내 모든 고단한 삶과 체취가 고스란히 머물러 있는 유물이었다.보석 하나 박히지 않은 낡고 닳아버린 반지.표면은 거칠어졌고 광택은 사라졌지만.그 낡음은 곧 내 삶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루미엘은 반지를 움켜쥐었다.차가운 감촉이 어미의 마지막 온기인 양.손을 덜덜 떨며 이마에 댔다.“마리안 님은 사제의 모습으로 승천하셨습니다.”카일이었다.차원의 회랑이 무너진 후.현실 세계로 가까스로 돌아온 그였다.당당했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카일.신의 명령을 수행하던 천사의 위엄을 드러냈던 찬란한 빛은 사라지고, 사랑하는 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지독한 상실감에 젖은 인간만 남아 있었다.루미엘 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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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화. 나를 닮은 비석

북방 평원의 은비가 그친 자리에는 기이할 정도로 맑은 공기만이 감돌았다.전쟁 냄새는 사라지고, 흙냄새와 꽃향기가 뒤섞인 평화가 찾아왔다.백성들은 승천한 나를 기리기 위해 몰려들었다.거창한 신전도.황금으로 치장된 석상도 없었다.루미엘은 아무런 장식 없는 매끄럽게 다듬은 대리석 비석.하나만을 세웠다.비석에는 화려한 수식어도 적히지 않았다.‘나의 어머니, 당신은 여전히 우리와 함께 살아계십니다.’단 한 줄의 문구.루미엘이 할 수 있는 가장 진실한 고백이었다.카일은 매일 새벽.아무도 찾지 않는 시간에 비석 앞에 섰다.천사장 날개를 접고 제국 총사령관 제복을 입은 채….그는 오랫동안 비석을 어루만졌다.루마레스 숲에도 똑같은 비석을 세워 놓은 카일.날 기리며 숲에 머물 때가 많았다.“오늘도 제국은 평안합니다, 마리안.”그의 목소리엔 힘이 없었다.절대악을 지옥 불못에 가두고 인간계를 구한 영웅이었지만.내면은 여전히 차원의 회랑이 붕괴하던 그 순간에 멈춰 있었다.천계로 돌아갈 수 있는 문이 이미 닫혔음을 알고 있었다.아니, 스스로 그 문을 닫아버린 것이었다.인간계에 남아 내가 사랑했던 루미엘을 지키는 것.그것이 그가 승천을 거부하고 선택한 또 다른 속죄이자 사랑이었다.황궁의 일상은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갔다.황제 루미엘은 더 이상 신의 힘을 빌려 무언가를 강압적으로 결정하지 않았다.서류 더미 속에 파묻혀 밤을 새웠고 백성들 소소한 청원을 하나하나 직접 읽었다.“폐하, 북부 개간 사업에 관한 보고서입니다.”카일이 서류를 내밀자, 루미엘은 잠시 펜을 놓고 고개를 들었다.어느새 아들 또한 어미를 닮아 깊고 차분한 눈매를 갖게 되었다.“사부님, 어머니껜 다녀오셨어요?”카일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루미엘은 카일의 마음을 모를 리 없었다.서로 사랑했던 두 사람.한 명은 천계의 별이 되었고 한 명은 그 별을 지키기 위해 인간계에 남았다.“예, 다녀왔습니다. 오늘은 하얀 백합이 유난히 많이 피었습니다.”“어머니는 꽃을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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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화. 성스러운 감옥

부서진 빛의 입자가 된 내 영혼.차원을 넘어 승천했다.육체의 무게를 벗어던진 영혼은 깃털처럼 가벼웠으나, 그 끝에 도착한 곳은 공허함이었다.내가 마주한 천계의 입구.루미엘 기도가 닿던 따뜻하고 자비로운 성소가 아니었다.끝없는 순백의 대리석 기둥.시선의 끝까지 침묵이 지배하는 기억의 도서관이었다.시간의 흐름조차 존재하지 않는 절대적인 정적 속에서.나는 흩어지는 의식을 붙잡으며 눈을 떴다.“이곳이…. 신의 영역인가…?”내 목소리는 메아리조차 남기지 못하고 허공으로 순식간에 흡수되었다.소리의 파동조차 허락되지 않는 공간.눈앞에는 고대 사제들 기록을 담아 올린 창세의 서.수천 년 전 잊힌 신화.그리고 조금 전 인간계에서 겪었던 처참한 전쟁 기록까지….박제되어 떠다니고 있었다.모든 생의 궤적은 역사라는 이름으로 분해되어 정갈하게 진열된 사물에 불과했다.아득한 정적 속에서 나는 깨달았다.이곳은 낙원이 아니다.모든 인간계 기억을 지운 뒤.신의 온전한 빛만을 담는 그릇으로 변모시키는 최종 시험의 장소였다.폐부까지 얼어붙을 듯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이곳에는 육체를 가진 자는 없었다.오직 형체만 눈에 보일 뿐.표정을 읽을 수 없는 존재들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투명 날개를 가진 감정이 거세된 자들.그들은 관측 천사라 불리는 이들이었다.내가 인간계에서 치른 처절한 희생과 고뇌는 그들에게 있어 정해진 운명의 궤도를 거슬러 올라간 불필요한 오류에 불과했다.마치 거울처럼 매끄럽고 차가운 눈동자를 가진 관측 천사들.내뱉는 침묵마저 완벽하게 통제된 상태였다.그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명확했다.인간 감정과 기억이라는 오염원을 철저히 삭제하고 완벽한 천계의 형체로 변화시키는 것.육체도.인간 영혼의 기억도 모두 삭제한 후.새로운 존재로 거듭나야 신과 함께 거하는 영역.그곳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인간 감정이 섞인 영혼이라니. 참으로 기이하구나.”얼음처럼 차가운 관측 천사 목소리가 내 영혼을 파고들었다.“이제 마리안, 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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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화. 기억의 조각을 품은 반란

이를 악물었다.천계에서 내 아들을 향한 잔혹한 압박이 시작되는 걸 볼 수 없었다.영혼이 되어서도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다시금 타오르게 했다.성스러운 천계 입구일지라도.나는 결코 무릎 꿇지 않을 것이다.기억이 지워진다면….이 호수를 통해서라도 루미엘 곁을 지키는 수호자가 되겠다.그것이 나를 선택한 신.그분이 주신 삶을 향한 온전한 경배이자 사랑의 방식이었다.루미엘을 지키기 위한 영혼의 전쟁이 의식을 타고 흘렀다.관측 천사들 차가운 시선이 나를 압박했지만.물러서지 않았다.나의 기억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신께서 내게 부여하신 삶의 증거이기 때문이다.나는 그 증거를 지키기 위해.끝까지 저들과 맞설 준비를 마쳤다.고요했던 도서관에 내 의지가 파동을 일으켰다.기계적인 질서에 갇힌 이곳.뜨거운 인간의 사랑이 거센 폭풍처럼 몰아치기 시작했다.나는 이곳에서도 루미엘을 향한 기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며, 내 기억의 한 조각도 저들에게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천계의 문은 이제 투쟁의 장이 되었다.신의 뜻을 왜곡하여 오만한 원칙을 강요하는 자들에게 보내는 한 인간의 저항이었다.나는 믿는다.진정한 신의 영역은 이처럼 차갑고 공허한 곳이 아니라.사랑하는 이들이 기억을 품고 서로를 그리워할 수 있는 따뜻한 빛의 공간일 것이라고.그렇기에 나는 이곳을 나갈 때까지.절대 포기하지 않으리라.내 영혼의 불꽃이 차가운 천계 문을 녹이고 루미엘 곁으로 돌아갈 길을 열 때까지….루미엘, 나의 아들.너를 향한 기억이 내게 있는 한.나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신께서 주신 강인한 생명력은 천계의 질서로도 지울 수 없는 성스러운 불꽃이었다.오늘도 기억한다.함께했던 그 모든 눈부신 순간들을.다시 한번 이를 악물었다.관측 천사 따위에게 무릎 꿇지 않을 것이다.루미엘을 지키기 위한 영혼의 전쟁이 의지를 타고 흘렀다.천계 기록의 호수는 더욱 선명하게 인간계를 보여주었다.처참했다.루미엘이 신성을 이용해 대륙 가뭄을 해결하려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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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화. 잊힌 감옥의 아라 대천사

인간 영혼이 이토록 거대 파동을 일으키는 걸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들.내 영혼의 기억을 지우려 할수록 내 기억이 가진 강렬한 서사에 압도당했다.인간계에 있는 루미엘이 갑자기 심장을 부여잡았다.마치 누군가에게 강한 포옹을 받은 듯.가슴 한구석이 벅차오르는 따스함에 숨이 멎는 것 같았다.황제의 궁.하늘을 올려다보던 루미엘의 눈에 은빛 눈물이 고였다.“어머니…?”인간계와 천계를 잇는 보이지 않는 끈이 다시 강하게 연결됐다.나만의 방법으로 아들의 앞길을 가로막던 관측 천사 사슬을 끊어냈다.나는 보았다.루미엘 얼굴에 피어오르는 결연한 의지를.비록 내가 소멸할지라도.아들만큼은 반신반인(半神半人) 완벽한 통치자 길을 걷게 하겠다는 어미의 마지막 선택이었다.천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내가 쏟아부은 인간 기억의 파편들은 천계의 정교한 논리 속에 파고든 독소였다.그 파편들은 멈추지 않았다.차가운 대리석 기둥 사이로 스며들어 이곳을 지배하던 관측 천사의 무미건조한 질서를 하나둘씩 무너뜨렸다.“감히 인간의 기억이 관측 천사의 기록을 오염시키다니.”관측 천사들은 허둥대며 복구하려 애썼지만.이미 늦었다.흩뿌린 감정의 파도를 막아내지 못했다.내가 쏟아낸 기억들은 미래를 바꿀 힘이 되어 있었다.내 영혼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희미해져 있었다.하지만 내 눈빛만은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빛났다.“당신들 기록은 죽은 자의 역사일 뿐이다. 하지만 내 기억은 조금 전 살아있던 자의 힘이다.”내 마지막 영혼을 태워 루미엘이 걸어갈 길 앞에 놓인 관측 천사들의 방해를 교란했다.어미의 은반지를 만지작거리던 루미엘.그리운 목소리가 환청처럼 맴돌았다.황궁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갑자기 강렬해졌다.마치 내가 보내는 마지막 안부처럼.황제의 집무실을 따스하게 감싸 안았다.관측 천사들은 경악했다.나의 희생이 그들이 쌓아온 질서보다 더 강한 기적을 만들어 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마리안! 너의 존재는 이제 어디에서도 기록되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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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화. 그림자 속 세계

아라는 내게 손을 뻗었다.그가 손을 대자, 소멸해 가던 내 입자들이 그의 손안에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고통은 사라졌고 거대한 품에 안긴 듯한 안도감이 온 영혼을 감쌌다.“너는 소멸의 길을 택했으나, 그 대가로 내가 갇혀 있던 봉인을 풀었다. 이것은 거래다. 너의 기억이 나를 깨웠으니, 나는 너의 소원을 들어주마.”“소원…. 이라니요?”“인간계에 다시 내려가고 싶다면 나를 따라라. 천계 기록에는 남지 않고 너는 다시 인간의 호흡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그…. 게 정말인가요? 내가 다시 내 아들과 카일을 만져볼 수 있다는 건가요?”“그렇다.”무슨 일인지 아라가 주춤하는 듯 보였다.마치 아주 먼 기억 속 이름을 기억해 낸 듯했다.“인간 여자야. 너 지금 카일이라고 했냐?”“네. 천사장 카일을 아시나요?”“천사장? 그 얼간이 카일이 인간계로 내려간 게냐?”“네. 당신이 알고 있는 천사장 카일이 그 사람이 맞는다면….”지그시 관측 천사들을 바라본, 아라.그중 한 자를 불러 세웠다.그의 손짓 한 번에 허공에 묶인 관측 천사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인간 여자가 말하는 카일이 내 동생 맞느냐?”“네…. 그것이….”“어서 말하지 못할까?”“네, 네! 맞습니다. 카일 천사장께선 신의 명령으로 인간계에 파송되셨습니다.”갑자기 아라 눈에 눈물이 고였다.그것은 슬픔이 아니었다.수천 년 동안 차가운 감옥 속에서 그리워했던 존재를 향한 애틋함이었다.“네가 내 동생을 어찌 아는 게냐? 아…. 아니다. 내가 직접 보겠다.”날 똑바로 바라보는 아라 대천사.그 눈빛은 날 태워버릴 듯 맹렬했다.“아…!”아라 대천사의 짧은 탄식이 끝난 후.그가 나를 자기 그림자 안에 감췄다.관측 천사들이 감히 접근할 수 없는 금기의 영역으로 나를 숨긴 것이었다.그의 그림자는 천계의 차가운 정적과는 달랐다.투쟁의 열기, 동생을 향한 그리움, 그리고 어느 인간을 향한 생동하는 용광로 같았다.내 영혼은 아라의 힘을 빌려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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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화. 그리운 나의 루미엘 그리고 카일

저 비굴한 관측 천사들이 감히 그를 봉인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그들 힘은 보잘것없었으나 다수가 모여 하나의 거대한 그물망을 짤 때, 대천사조차 묶어둘 수 있는 구속력이 생성되는 모양이었다.구속의 정체는 신성한 질서라는 이름의 족쇄였다.인간계로 돌아가서 이 수수께끼를 풀 것이다.카일 가슴 깊은 곳에 맺혀 있는 치유되지 못한 영역을 찾아낼 것이다.그가 겪고 있을 수많은 삶의 무게를….나는 연인으로서 기꺼이 짊어질 각오가 되어 있었다.천사장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보다.내 연인의 눈물을 닦아줄 것이다.천계의 화려한 보좌를 지키는 것보다.인간의 피와 땀이 섞인 땅 위에서 그와 함께 걷는 것이 내 영혼의 안식처였다.그것이 내 삶의 유일한 이유였다.그런데...카일과 아라는 닮아 있었다.아니….똑같았다.그 슬픈 눈동자.그들은 무슨 이유로 천계가 고향이면서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걸까…?카일의 영혼 속에 아라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인지.아니면 두 사람이 하나의 운명을 분점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다만.그 고독한 눈빛이 내 심장을 짓누를 뿐이었다.카일이 무심코 먼 산을 바라볼 때 지었던 그 표정.아라가 감옥의 문을 열고 나올 때 짓고 있던 그 허망한 미소가...내 마음을 아프게 찔렀다.더는 생각을 분산시키지 않으려 시선을 인간계로 돌렸다.루마레스 숲.카일은 그곳에서 내가 승천하기 전.마지막으로 거닐었던 길을 매일 닦고 있었다.그는 내 기억이 깃든 꽃들을 돌보며 즐겨 앉던 나무 의자를 정성껏 손질했다.시간의 흐름조차 멈춘 듯한 그곳에서 그는.오직 나만을 위한 정원을 가꾸고 있었다.숲의 정령들도 그가 뿜어내는 깊은 그리움에 동화되어 걷는 길마다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그는 나를 잊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나라는 존재를 기억하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봉인하고 있었다.카일 표정에는 이전의 날카로움은 사라졌다.대신.무언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깊고 묵직한 그리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카일은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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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화. 황제의 공허

루미엘 제국의 수도.황궁의 겉모습은 화려하고 평화로웠다.제국을 감싸고 있는 투명한 장막.황제의 권능을 증명하듯 찬란하게 빛났고 거리마다 흩날리는 꽃잎은 태평성대를 대변했다.신의 힘을 이어받은 루미엘 통치 아래.제국은 눈부신 번영을 누렸고 사람들은 루미엘을 살아있는 신의 아들이라 칭송했다.하지만 루미엘 집무실에는 메울 수 없는 적막이 감돌았다.황금으로 치장된 벽면조차 공허함을 가리지 못했다.묵직한 정적만이 차가운 공기를 타고 흐를 뿐이었다.루미엘은 서류 위에 펜을 멈추고 창밖을 바라보았다.어미가 승천한 후.넓은 황궁은 고요한 감옥처럼 느껴졌다.신의 권능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었으나.손끝으로 흐르는 은빛 신성은 타인을 치유하고 제국을 번성케 할지언정.아들 가슴 깊이 파인 구멍은 채우지 못했다.어미의 따뜻한 손길이 그리운 밤마다 무력감에 몸을 떨었다.‘어머니, 지금 저 잘하고 있는 걸까요?’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한 나직한 울음이 공중에 흩어졌다.대답 없는 허공을 향한 질문.언제나처럼 자신에게 그대로 돌아와 깊은 상실감에 빠져들었다.그때.집무실 촛불이 미세하게 흔들렸다.바람 한 점 없는 밀폐된 공간이었지만.그리움이 물리적인 형태로 변한 듯했다.촛불은 어미의 손길처럼 궤적을 그리며 타올랐다.루미엘은 반사적으로 은반지를 만지작거렸다.어미의 온기가 남아 있던 마지막 흔적.그 반지가 지금, 이 순간.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루미엘 마음에 분명한 의지가 스며들었다.잃어버린 기억의 조각들.파도처럼 너울져 밀려들었다.‘아들, 두려워하지 마. 너는 혼자가 아니란다.’어미의 목소리였다.환청일까?아니, 아들에겐 그 어떤 예언보다 선명했다.영혼 깊은 곳을 깨우는 울림.아들이 살아온 시간 동안 겪은 어떤 기적보다 강렬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었다.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루미엘.황제의 위엄도 잊은 채 집무실 밖으로 뛰어나가 정원을 가로질렀다.단 하나의 그리움.어미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아들은 망설임 없이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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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화. 숨겨진 진실

인간계에 있는 루미엘이 어미의 힘을 느꼈고.더 이상 내 부재를 슬픔으로만 받아들이지 않았다.마음속에 깃든 신비로운 기운.어미가 보내는 희망임을 알았다.억눌렸던 황제의 이성을 깨우고 세상을 꿰뚫어 보게 하는 예리한 직관이 다시 정교하게 움직여졌다.루미엘은 집무실로 돌아와 쌓여있던 낡은 보고서들을 자세히 읽었다.사제들이 어미 승천 이후.관측 천사들의 사주를 받아 교묘하게 내용을 왜곡해 둔 나의 기록들이었다.이유는….내가 인간계 기억 삭제를 거부했기 때문이다.나를 악녀로 둔갑시키기 위해 그들은 기록부터 왜곡시키고 있었다.그동안 루미엘은 그 기록을 보며 혼란스러워했다.그러나.이제는 달랐다.어미의 의지가 깃든 힘이 그 글자들의 거짓을 꿰뚫어 보게 했다.종이 위에 적힌 글자들은 더 이상 기록만이 아닌 누군가가 악의로 덧칠해 놓은 추악한 거짓이었다.“어머니 기록을 이렇게 더럽히고 있었다니….”목소리에는 참아왔던 분노와 이제는 진실을 마주하겠다는 결의가 함께 서려 있었다.서늘한 빛이 뿜어져 나온 루미엘 은빛 눈동자.결심한 아들은 카일을 조용히 불렀다.카일 발소리가 고요한 복도를 울리며 다가왔다.“사부님, 제국 역사를 다시 써야겠습니다. 신전의 기록이 아니라, 어머니의 진짜 발자취를 따라가야겠어요.”카일은 루미엘 눈빛에서 10년 전 내가 가졌던 똑같은 빛을 보았다.진실의 빛을….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황제가 가는 길을 피로 물들여서라도 지켜내겠다는 무언의 맹세만이 집무실을 가득 채웠다.“명 받들겠습니다, 폐하.”굵직한 대답이 황실 벽을 타고 흘렀다.카일은 루미엘 명에 따라 제국 전역 신전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그의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거짓 성스러움은 빛을 잃었고.거짓 위에 세워진 신전의 위선은 조금씩 껍질이 벗겨지고 있었다.표면적으로는 내 업적을 정리하기 위한 사료 조사라는 명목이었으나.교단 깊숙이 숨겨진 추악한 진실까지 파헤치려는 의도가 감춰져 있었다.10년 전.지키지 못했던 연인에 대한 뒤늦은 속죄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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