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녹음이 우거진 숲속, 마치 세상과 단절된 듯 아늑하게 자리 잡은 펜션이 하나 있었다. 은은한 풀 내음과 나무 향이 사시사철 감돌아 이름 붙여진 곳, 바로 '잔향'이었다.이 아름다운 펜션의 주인은 다름 아닌 로엘과 한소연 부부. 그리고 그들이 이곳에 터를 잡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소연의 절친한 친구인 이은하가 딸 이슬이를 임신하게 되면서 이안, 이은하 부부 역시 '잔향'에 보금자리를 꾸렸다.두 부부가 한울타리 안에서 부대끼며 살아온 지도 어느덧 강산이 두 번은 변할 세월. 자연스레 그들의 아이들인 로운과 이슬은 핏줄보다 더 진한 소꿉친구로 자라났다.하지만 이 평화롭고 무해해 보이는 두 가족에게는, 세상에 들켜서는 안 될 거대한 비밀이 하나 있었으니.".......오늘도 위험했어,, 이슬아."펜션 뒤뜰, 나직하고 다정한 목소리가 이슬의 귓가를 간지럽혔다.목소리의 주인은 로운이었다. 칠흑처럼 어두운 흑발 아래로 흐트러짐 없는 다정한 이목구비. 그는 다정하면서도 매사에 철두철미한 성격 덕에, 제 아비에게서 물려받은 '악마의 팟줄'을 완벽하게 숨기며 살아왔다. 인간들 사이에 섞여 살기 위해 눈동자 색을 숨기는 변장 마법은 그에게 숨 쉬는 것만큼이나 당연하고 철저한 규칙이었다.반면, 로운의 눈앞에서 볼을 발갛게 붉힌 채 눈을 깜빡이는 이슬은 사정이 조금 달랐다."그치만.......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서 나도 모르게 신이 났는걸."이슬은 금빛으로 빛나는 머리카락만큼이나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다만,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면 지나치게 다정하고 성격이 덜렁거린다는 것. 이슬은 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흥분하거나 신이 날 때마다, 마법이 풀리며 악마의 상징인 ' 붉은 눈동자'를 불쑥 들어내고는 했다.방금 전에도 동네 이웃에게 인사를 건네다 순간적으로 눈이 붉게 변하려는 것을, 로운이 기가 막힌 타이밍에 이슬의 앞을 가로막으며 밀착해 숨겨준 참이었다.주변 사람들은 그저 두 소꿉친구의 달달한 과보호 모멘트인 줄 알고 성화였지만, 당사자들에게는
Last Updated : 2026-05-1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