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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신이 던진 위기

작가: 태이해
last update 게시일: 2026-06-10 12:38:34

태하를 향한 로운의 경고 어린 한마디가 영화관 로비의 공기를 단숨에 얼려버렸다. 세 사람 사이를 싸늘하게 갈라세운 침묵 속에서, 태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가벼운 웃음소리와 함께 태하가 천천히 이슬을 항해 걸어갔다. 이윽고 이슬의 하얀 양 볼을 커다란 두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 쥔 태하가, 그녀의 귓가를 향해 깊숙이 고개를 숙인 뒤 낮게 속삭였다.

"아쉽네. 좀 더 같이 있고 싶었는데."

"....강태하?"

"어제 계곡에서 로운이가 했던 말, 궁금하다고 했지?"

태하의 나지막한 음성이 이슬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방금 로운이가 했던 말이랑 같은 말이야. 내가 너한테 선 넘는 걸, 아주 안 좋아하더라고."

이슬의 얼굴을 붙잡고 은밀하게 속삭이는 것과 동시에, 태하의 시선은 저 멀리 서 있는 로운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이내 로운을 도발하려고 작정한 듯, 태하는 피식 입꼬리를 비틀어 자조적인 웃음을 흘려냈다. 그를 향한 무언의 조롱이었다.

그 도발이 제대로 먹힌 것일까. 로운의 안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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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그로운 이슬   제8화. 악마가 거둔 기회.

    잠시 고민하던 화연의 얼굴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입꼬리가 부드럽게 호선을 그렸다. 그녀는 이슬의 가슴을 향해 작은 입김을 후, 하고 불어넣었다. 화연의 신비로운 숨결이 닿자, 이슬의 몸 안에서 전날 밤 흡수되었던 신령한 나뭇잎 반쪽이 푸른 빛을 발하며 다시 흘러나왔다. 허공으로 떠오른 나뭇잎은 주인을 찾아가듯 어디론가 홀연히 날아가 버렸다."나의 역할은 여기까지. 나머지는 두 사람이 이 위기를 기회로 삼기를 바랄 뿐이야."그 말을 끝으로 화연과 세르펜스의 모습은 여름밤의 신기루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한편, 이슬과 헤어진 후 울적하고 복잡한 마음에 밤늦은 시간이 되서야 집으로 향했던 로운은, '잔향' 앞에 지어진 이슬의 집 앞을 지나다 초조하게 밖을 서성이는 이슬의 부모님과 마주쳤다. 이슬의 아버지인 이안이 로운을 붙잡으며 다급하게 말했다."운아! 너 이슬이랑 같이 있던 거 아니었어?""네?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우리는 당연히 운이 너랑 같이 있을 줄 알았는데.... 전화를 안받길래 불안하기는 했는데...그래도 믿고 기다리고 있었거든."당연히 집에 들어가 안전하게 쉬고 있을 줄 알았던 이슬이 귀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한 순간, 로운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으며 발끝으로 떨어졌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타버리는 것 같았다. 로운은 다급히 이슬의 부모님의 손을 맞잡으며 안심시켰다."잠, 잠깐만요. 이안 삼촌, 은하 이모. 우선 안심하고 들어가 계세요. 슬이 어디 있는지 알 것 같아요.""제가 책임지고 안전하게 찾아서 데려올게요. 저 한 번만 믿고 기다려주세요."지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엄습했다. 이슬의 부모님을 뒤로하고 다급하게 집 마당 밖으로 뛰쳐나온 로운의 눈앞에, 어둠을 뚫고 정체 모를 형형한 빛이 나타났다. 화연이 보냈던 나뭇잎의 잔재가 마치 그를 마중 가듯 허공에서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이건........?"순간 고개를 갸웃하며 당황해하던 그때, 로운의 가슴 깊은 곳에 남이있던 나뭇잎 반쪽의 잔재가 공명하듯

  • 싱그로운 이슬   제7화. 신이 던진 위기

    태하를 향한 로운의 경고 어린 한마디가 영화관 로비의 공기를 단숨에 얼려버렸다. 세 사람 사이를 싸늘하게 갈라세운 침묵 속에서, 태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가벼운 웃음소리와 함께 태하가 천천히 이슬을 항해 걸어갔다. 이윽고 이슬의 하얀 양 볼을 커다란 두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 쥔 태하가, 그녀의 귓가를 향해 깊숙이 고개를 숙인 뒤 낮게 속삭였다."아쉽네. 좀 더 같이 있고 싶었는데.""....강태하?""어제 계곡에서 로운이가 했던 말, 궁금하다고 했지?"태하의 나지막한 음성이 이슬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방금 로운이가 했던 말이랑 같은 말이야. 내가 너한테 선 넘는 걸, 아주 안 좋아하더라고."이슬의 얼굴을 붙잡고 은밀하게 속삭이는 것과 동시에, 태하의 시선은 저 멀리 서 있는 로운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이내 로운을 도발하려고 작정한 듯, 태하는 피식 입꼬리를 비틀어 자조적인 웃음을 흘려냈다. 그를 향한 무언의 조롱이었다.그 도발이 제대로 먹힌 것일까. 로운의 안색이 순식간에 험악하게 굳어졌다. 성큼성큼 다가온 로운이 태하의 가슴팍을 거칠게 밀쳐낸 뒤, 이슬의 손목을 움켜잡고 제 품 쪽으로 강하게 이끌었다."뭐 하냐, 강태하."동시에 로운은 태하를 향해 이를 사리문 채, 낮은 목소리를 흘려보냈다. 잔뜩 핏발이 선 눈동자가 금방이라도 붉게 뒤집힐 것처럼 위태로웠다."내가 뭘 했다고."자신을 매섭게 응시하는 로운을 마주하며 태하가 다시 한번 피식 웃어 보였다. 한없이 능글맞은 목소리로 대꾸한 그가 이내 이슬과 로운 쪽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자, 두 사람 사이에 감도는 일촉즉발의 기류에 이슬은 다급하게 만류하고 나섰다. 이슬은 태하에게 작별인사를 표하듯 손을 들어 좌우로 흔들었다. 이어 '안녕'이라 작게 말했다. 동시에 성이 나 있는 로운의 단단한 등을 세차게 떠밀며 말했다."로운! 빨리 가자. 설명은 나중에 할 테니까, 제발 가자고!"그녀에게 등을 떠밀린 로운과 이슬의 인영이 마침내 영화관 출구 너머로 완전히 사라졌다. 두 사람

  • 싱그로운 이슬   제6화. 지독한 속앓이

    "어? 뭐라고......?" 이슬의 눈동자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크게 흔들렸다. 로운에게 가지 말라고 낮게 읊조리는 태하의 두 눈에는 금방이라도 투명한 눈물이 차올라 톡 하고 떨어질 것만 같은 위태로운 물기가 어려 있었다. 늘 여유롭던 그의 얼굴에 난생 처음으로 떠오른 간절함이자, 처절한 애원이었다. 하지만 이슬이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태하는 고개를 살짝 비틀며 피식 자조적인 웃음을 터뜨렸다. 방금 전의 위태로움은 환상이었다는 듯, 그는 순식간에 특유의 나른하고 여유로운 자태를 뽐내며 아무렇지 않게 대꾸했다. "장난이야, 장난. 뭘 그렇게 놀래?" "아....어, 응..." "가자. 사람들 다 빠졌어." 태하는 멍하니 굳어 있는 이슬의 어깨를 툭 치며 한 걸음 앞서 걸어 나갔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은 평소와 다름없이 무심해 보였지만, 굳게 다물린 입술 끝은 미세하게 호흡을 고르고 있었다. 멀어지는 그의 등 뒤를 바라보며 이슬은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장난'이라고 치부하기엔 방금 전 귓가에 닿았던 그의 숨결과, 미친 듯이 요동치던 심장 소리가 너무나도 생생했다. 가슴 속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태하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가 묵직한 돌덩이가 되어 이슬의 마음을 짓눌렀다. '정말 장난이었을까?'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 애써 심호흡을 한 이슬은, 아무렇지 않은 척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 그의 뒤를 쫓았다. 하지만 그의 뒤를 쫓는 그녀의 머릿속은 이미 엉망진창으로 뒤엉킨 실타래 같았다. 이슬을 제치고 앞질러 가던 그 역시 잠시 상념에 빠졌다. 돌이켜보면 이슬은 항상 그랬다. 자신이 한 걸음 다가가면, 약속이라도 한 듯 정확히 한 걸음 멀어지는 야속한 친구였다. 소꿉친구인 로운과 대화를 나눌 때는 아무런 허물도, 벽도 없이 환하게 웃으며 조잘거리던 아이가, 유독 자신이나 다른이들이 다가와 대화에 끼게 되면 귀신같이 입을 다물었다. 최대한 말을 아끼고, 곤란한 표정으로 뒤로

  • 싱그로운 이슬   제5화. 심장이 말하는 거짓말

    "어...? 어, 마음에 들어." '얘가 오늘따라 왜 이러지?' 갑작스레 훅 끼쳐온 태하의 낯선 분위기에 이슬은 묘한 의아함을 느끼며 자리에 착석했다. 이내 묵직한 체향을 풍기며 그녀의 바로 옆자리에 태하가 몸을 실었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타이밍 좋게 상영 시작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고, 이내 거대한 상영관 안의 조명이 일제히 소등되며 스크린 위로 서늘한 빛이 내려앉았다. 어둠이 밀려오자마자 스크린 화면에 온 시선을 고정한 채 집중하기 시작하는 이슬. 그리고 그런 이슬의 옆모습을, 태하는 조금의 숨김도 없이 애틋하게 바라보았다. 이미 안다. 그녀의 옆자리는 이미 자신이 아닌 로운의 것이라는 걸. 그녀의 세상에 자신이 비집고 들어갈 공간 따윈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 계곡 바위 위에서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서로를 바라보며 손을 꼭 쥐고 있던 그 다정한 모습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심장 밑바닥에서부터 치솟아 오른, 질투라고 부르기도 구질구질한 감정이 결국 로운을 도발하게 만들었고, 끝내 영문도 모르는 그녀를 이렇게 제 곁으로 불러내고야 말았다. '참 짜치다, 강태하.' 스스로가 한없이 안쓰럽고 한심하면서도, 눈앞의 하얀 얼굴을 볼 때마다 왼쪽 가슴 깊은 곳이 아릿하게 저려오는 것만은 어쩔 수가 없었다. 위험한 줄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온전히 제 몫의 지독한 짝사랑이었다. 그 따가울 만큼 집요한 시선을 느낀 것일까. 이슬이 스크린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돌려 태하를 바라봤다. 어둠 속에서도 반짝이는 눈동자로, 그녀가 소리 없이 입모양을 벙긋거렸다. -왜? 그 순진하고 단순한 의문에 태하는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잠시 아득해졌다. '네가 좋아서', '눈을 뗄 수가 없어서'라는 진심이 목구멍까지 차 올랐지만, 이내 피식 헛웃음을 지으며 감정을 감추었다. 대신 앞에 놓인 카라멜 팝콘을 하나 집어 들어 달콤한 알맹이를 그녀의 입속으로 쏙 밀어넣었다.

  • 싱그로운 이슬   제4화. 달콤한 거짓말의 대가

    로운에게는 '이슬의 단짝 친구인 수경을 만나러 간다'는 뻔한 거짓말을 남겨두고 나온 길이었다. 거짓말을 뱉어내던 순간의 죄책감은 극장에 들어서기 무서운 속도로 휘발되어 버렸다. 이슬은 매장 한구석,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기둥 옆에 서서 초조하게 발끝을 톡톡 거렸다. 더운 날씨 탓인지 뺨이 화끈거렸다. 로운 몰래 태하를 만나러 왔다는 사실 자체가 그녀의 심장을 주체할 수 없이 뛰게 만들고 있었기 때문에. 얼마나 기다렸을까, 등 뒤에서 공기를 긁는 듯한 낮고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슬아, 많이 기다렸어?" 이슬은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웅크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평소와 다르게 말끔한 차림의 태하가 서 있었다. 하지만 그의 언어에서 그녀는 어딘가 이질적인 감정이 몸 속 깊은 곳에서 올라왔다. 태하는 단 한 번도 자신을 '슬이'라고 부른 적이 없었다. 늘 딱딱하게 성을 붙여 부르거나, '이슬'이라고 불러도 자신에게 거리를 좁히지 않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따라 아무렇지도 않게 '슬이' 라니. 가슴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기묘한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낯섦과 동시에 묘한 해방감. 그리고 짜릿한 긴장감이 온몸의 신경을 자극했다. 이슬은 침을 한 번 삼키고는 고개를 살짝 가누며 물었다. "....왜 나한테 슬이라고 불러?" 그 질문에 태하는 잠시 멈칫하는가 싶더니, 이내 피식 입매를 비틀어 웃어 보였다. 그 웃음에는 평소의 그의 모습 대신, 어딘가 위험하고도 매혹적인 분위가가 깃들어 있었다. "왜? 나는 부르면 안 돼?" 태하는 이슬에게 능글맞은 웃음을 흘리며, 빨리 오라는 듯 길고 곧은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 손짓 하나에 이슬의 발걸음이 자석에 이끌리듯 그를 향해 움이지려던 찰나였다. 지잉- 지잉- 가방 깊숙한 곳에 넣어 두었던 이슬의 핸드폰이 거칠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화면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 시간에 자신에게 연락을 할 사람은 오직 한 사람. 로운뿐이었다. 죄책감이 다시금 가슴을 쿡쿡 찔렀다. 이

  • 싱그로운 이슬   제3화. 잔향의 굴레

    "강태하. 선 넘지 마."그 짧은 한마디에는 로운의 절박함이 묻어 있었다. 태하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호선을 그렸다. 불꽃이 튀는 대치 상황이었지만, 정작 그 불꽃의 원인인 이슬은 당황한 기색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볼 뿐이었다. 여름날의 평화롭던 호숫가는 그렇게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 같은 긴장감은 태하가 짐짓 아무 일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돌아설 때까지 계속되었다.그날 밤, 집에 돌아온 이슬은 쉬이 잠들지 못했다. 자꾸만 낮의 장면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로운과 동시에 나뭇잎을 낚아채듯 잡았던 찰나의 손길. 심장이 터질 듯 쿵쿵거렸던 그 순간의 감각이 생생했다. 그녀는 주머니 속에 챙겨온 그 나뭇잎을 꺼내 책상 위에 고이 올려두었다.문득, 낮의 소란 끝에 로운이 태하의 귓가에 남긴 마지막 말이 무엇인지가 궁금해졌다. 태하의 그 기분 나쁜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 참을 수 없는 호기심에 이슬은 결국 핸드폰을 켰다.[강태하. 아까 로운이 마지막으로 뭐라고 말했어?]잠시 후, 화면 위로 태하의 답장이 떴다.[궁금해?ㅋㅋ 그럼 내일 12시까지 창세 영화관 앞으로 와.][뭐? 그냥 알려주면 되지. 치사해 진짜.][아, 참고로 로운한테는 비밀로 하고 와. 잘자라.]태하의 뻔뻔한 태도에 이슬은 입술을 비죽거리며 툴툴거렸다. 하지만 이대로 잠들 수는 없었다. 그녀는 책상에 놓인 나뭇잎을 들어 소중하게 품에 안았다. 나뭇잎 끝에 닿는 그녀의 숨결이 떨리고 있었다."여름의 신 화연님, 저의 첫사랑은 이루어질까요?"간절한 속삭임과 함께 나뭇잎에 짧은 입맞춤을 남겼다. 이후 이슬은 침대에 몸을 느른히 기대 누웠고, 이내 그녀의 무거운 눈커풀이 감기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날 밤, 순간 방 안의 공기가 기묘하게 뒤틀렸다. 품에 안고 자고 있던 나뭇잎이 미세하게 진동하더니, 곧이어 옅은 연기와 함께 스스로 발화하며 형체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나뭇잎이 타버리고 남은 은빛 잔재가 신비로운 바람을 타고 두 갈래로 나뉘어 허공을

  • 싱그로운 이슬   제1화. 싱그로운 첫사랑

    계곡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여름을 만끽했다. 누군가는 서둘러 신발을 벗어 던진 채 바지를 걷어 올리며 얼음장처럼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갔고, 또 누군가는 흐드러지게 피어난 싱그러운 수풀과 나무 열매를 바라보며 탄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신이 난 것은 단연 이슬이었다. "아, 시원해.....!" 이슬은 뒤도 안 돌아보고 신발을 벗더니, 입고 있던 긴 치마를 허벅지께까지 과감하게 걷어 올렸다. 그리고는 큰 바위 위에 걸터앉았다. 햇살에 투명하게 빛나는 뽀얀 발목과 발을 물속에 퐁당 담

  • 싱그로운 이슬   [프롤로그] 한여름, 싱그로운 이슬이 맺힐 때

    푸르른 녹음이 우거진 숲속, 마치 세상과 단절된 듯 아늑하게 자리 잡은 펜션이 하나 있었다. 은은한 풀 내음과 나무 향이 사시사철 감돌아 이름 붙여진 곳, 바로 '잔향'이었다.이 아름다운 펜션의 주인은 다름 아닌 로엘과 한소연 부부. 그리고 그들이 이곳에 터를 잡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소연의 절친한 친구인 이은하가 딸 이슬이를 임신하게 되면서 이안, 이은하 부부 역시 '잔향'에 보금자리를 꾸렸다.두 부부가 한울타리 안에서 부대끼며 살아온 지도 어느덧 강산이 두 번은 변할 세월. 자연스레 그들의 아이들인 로운과 이슬은 핏줄보다

  • 싱그로운 이슬   제2화. 물살 아래 숨겨진 진심

    "운아, 너는 나중에 어떤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어?" 갑작스럽게 파고든 그녀의 질문에 잔잔하던 호숫가에 돌을 던진 듯, 파문은 로운의 심장까지 거세게 일렁였다. "너......가 아니라 나? 나, 나 누구랑 결혼하고 싶냐고?" 당황한 나머지 말까지 더듬으며 로운은 황급히 이슬과 겹쳐져 있던 손을 떼어냈다. 마치 화상을 입은 것처럼 손끝이 저릿했다. 머쓱함에 헝클어진 머리를 아무렇게나 긁적이며 그는 서둘러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호수 너머로 길게 늘어진 노을 빛이 눈이 시릴 정도로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뭘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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