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아연의 시점] 유리성에서 내려다본 진실 고급 레스토랑의 프라이빗 룸. 화려한 샹들리에 조명 아래,나는 리안컴퍼니의 대표 리안을 마주하고 앉아 있었다.대기업 총수의 딸이자 마케팅 회사의 대표인 나였지만,테이블 너머에서 얼음처럼 차가운 기운을 내뿜는 그녀 앞에서는왠지 모르게 숨이 막혔다.“리안 대표님, 이번 내부 감사는 지나치십니다. J&S(제이엔에스)의 가치를 믿고 투자하셨다면,경영진의 방식도 존중해 주셔야죠.”나는 애써 당당하게 목소리를 높였다.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치장했고,내 손가락에는 장현석이 건넨 다이아몬드 반지가 빛나고 있었다.나는 완벽한 승리자여야 했다.강설주를 밀어내고 이 자리를 찬탈한,진정한 여왕이어야 했다.하지만 리안은 대답 대신 우아하게 찻잔을 들어 올렸다.찻잔이 받침대에 부딪히며 내는 맑은 소리가유난히 날카롭게 귓가를 찔렀다.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그 눈빛에 서린 기묘한 경멸을 보는 순간,내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서아연 대표.”리안의 입술이 열렸다.“가짜 왕관을 쓰니 머리가 무겁나 보군요. 남의 것을 훔쳐 와 제 머리에 얹었다고 해서 무수리가 왕비가 되진 않습니다.”“뭐라구요? 지금 말이 너무 심하…!”“모르겠습니까? 당신이 쥐고 있는 장현석, 그리고 그 화려한 배경.내가 마음만 먹으면 한순간에 먼지처럼 날려버릴 수 있는모래성에 불과하다는 걸.”리안이 테이블 위로 서류 한 장을 쓱 밀어내밀었다.3년 전 결함 의료기기 사건의 원본 데이터,그리고 아연 마케팅이 그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동원했던 비자금 내역서였다.숨이 멎을 것 같았다.“이, 이걸 어디서…”내 손이 가늘게 떨렸다.왕관이라고 믿었던 것이 내 목을 옥죄는 칼날로 변하는 순간이었다.나를 내려다보는 리안의 눈빛은,과거 고아원 마당에서 아무리 발버둥 쳐도 뛰어넘을 수 없었던강설주의 그 압도적인 그림자와 너무나 닮아 있었다.------------------------------[ 리안(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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