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말을 잃은 아이의 얼굴은 이상하게 어려 보였다. 조금 전까지 떡 접시를 들고 어른스러운 말을 고르던 입술은 색을 잃었고, 눈동자는 어디에 시선을 두어야 할지 몰라 흔들렸다.방 안에는 눌어붙은 죽 냄새가 아직 남아 있었다. 궁에서 온 글 한 줄도 그랬다. 읽히고 나면 사라지지 않고, 숨 쉬는 곳마다 얇게 달라붙었다.월령은 기윤이 전한 말을 다시 떠올렸다.심월령은 황실의 은혜를 달게 받겠다.그 글씨가 서윤의 손과 닮았다고 했다. 닮았다. 같다고 못 박지 않으면서도, 다르다고도 놓아주지 않는 말. 칼보다 얇은 말이었다.서윤의 손끝이 떨렸다."저는 쓰지 않았어요. 언니, 저는 정말…""알아."월령은 너무 빨리 대답하지 않으려 했다. 급한 믿음은 때로 믿지 않는 것처럼 들린다.그녀는 서윤의 손을 보았다. 찹쌀가루가 아직 손톱 가장자리에 희게 끼어 있었다. 궁의 종이를 만진 손이 아니라, 부엌에서 반죽을 조금 망친 아이의 손이었다."네가 쓰지 않은 것 알아."서윤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그런데 왜 제 글씨와 닮았을까요."그 물음에는 두려움보다 더 깊은 부끄러움이 있었다. 월령은 그 부끄러움을 알아보았다.서윤은 늘 남의 마음에 드는 법을 먼저 배웠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말투, 어른들이 기특하다 여기는 자세, 태후가 눈길을 줄 만한 글씨. 제 이름을 쓰기 전에, 남의 눈이 좋아하는 선을 익힌 아이였다."혹시."서윤은 입술을 깨물었다."제가 예전에 언니 글씨를 따라 쓴 적이 있어요."방 안이 조용해졌다. 청아는 숨을 삼켰고, 은매는 은호의 어깨를 조금 더 감쌌다."어릴 때요. 큰어머니께서 언니 글씨가 곱다 하셨고, 아버지께서도 언니가 쓴 편지를 오래 보셨어요. 어머니께서는 제 글씨도 반듯하다 하셨지만…"서윤의 목소리가 가늘어졌다."반듯하다는 말은, 곱다는 것과 다르잖아요."월령의 가슴 한쪽이 아렸다. 서윤은 아직 어린데, 이미 그런 말을 구별할 줄 알았다."그래서 몰래 따라 썼어요. 언니가 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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