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Capítulo 101 - Capítulo 110

170 Capítulos

101. 먼저 흔들릴 이름

저녁 무렵, 서윤이 서원당으로 왔다.그 아이는 문밖에서 오래 망설였다. 손에는 작은 접시가 들려 있었다. 접시 위에는 둥글게 빚은 찹쌀떡 네 개. 모양은 반듯하지 않았다. 하나는 옆구리가 터졌고, 하나는 깨가 한쪽으로 몰렸다."서윤 아가씨께서 만드셨어요?"청아가 먼저 눈을 크게 떴다.서윤의 귀 끝이 붉어졌다."부엌에서 조금 도왔을 뿐이야.""많이 도우신 것 같은데요.""그런 뜻이 아니야."서윤은 어른스럽게 말하려다 실패했다. 접시를 든 손이 조금 떨렸다."언니께 드리려고…"말끝이 작아졌다."모두 같이 드시라고 가져왔어요."월령은 접시를 받았다."고마워."서윤은 고개를 숙였다."궁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었습니다."방 안 공기가 조용해졌다."제가 가지 않았는데도, 제 이름이 따라간 것 같았어요. 언니 이름이 불렸는데, 제가 숨은 것 같았습니다."월령은 떡 접시를 내려놓았다."너는 숨은 게 아니야.""하지만…""내가 너더러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손을 지키라 했잖아."서윤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그게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어요.""앞에 서는 것만 어려운 게 아니야."월령은 부드럽게 말했다."뒤에서 무너지지 않는 것도 어려워."서윤은 그 말을 오래 들었다."언니. 제가 아는 게 있어요."월령의 손끝이 멈췄다.서윤은 품에서 아주 작은 종이 조각을 꺼냈다. 자녕궁에서 받은 붓갑 안쪽에 붙어 있던 덧종이라고 했다. 몇 번이나 열고 닫다가, 오늘에서야 안쪽 비단이 조금 들뜬 것을 보았다고 했다.종이에는 글자가 많지 않았다.심가 여식.사흘.그리고 그 아래, 아주 작게 적힌 말.먼저 흔들릴 이름을 보라.월령의 눈빛이 가라앉았다.서윤은 입술을 깨물었다."이게 제 이름을 말하는 줄 알았어요. 계속 저를 보고 있는 줄 알았으니까요."아니었다.저들은 서윤이 먼저 흔들릴 것을 알았다. 그 흔들림이 끝내 월령의 이름을 드러내리라는 것도 알았다.숙비의 손만으로는 이만큼 세밀할 수 없었다. 위명서의 욕심만으로도 심가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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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닮았다

서윤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말을 잃은 아이의 얼굴은 이상하게 어려 보였다. 조금 전까지 떡 접시를 들고 어른스러운 말을 고르던 입술은 색을 잃었고, 눈동자는 어디에 시선을 두어야 할지 몰라 흔들렸다.방 안에는 눌어붙은 죽 냄새가 아직 남아 있었다. 궁에서 온 글 한 줄도 그랬다. 읽히고 나면 사라지지 않고, 숨 쉬는 곳마다 얇게 달라붙었다.월령은 기윤이 전한 말을 다시 떠올렸다.심월령은 황실의 은혜를 달게 받겠다.그 글씨가 서윤의 손과 닮았다고 했다. 닮았다. 같다고 못 박지 않으면서도, 다르다고도 놓아주지 않는 말. 칼보다 얇은 말이었다.서윤의 손끝이 떨렸다."저는 쓰지 않았어요. 언니, 저는 정말…""알아."월령은 너무 빨리 대답하지 않으려 했다. 급한 믿음은 때로 믿지 않는 것처럼 들린다.그녀는 서윤의 손을 보았다. 찹쌀가루가 아직 손톱 가장자리에 희게 끼어 있었다. 궁의 종이를 만진 손이 아니라, 부엌에서 반죽을 조금 망친 아이의 손이었다."네가 쓰지 않은 것 알아."서윤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그런데 왜 제 글씨와 닮았을까요."그 물음에는 두려움보다 더 깊은 부끄러움이 있었다. 월령은 그 부끄러움을 알아보았다.서윤은 늘 남의 마음에 드는 법을 먼저 배웠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말투, 어른들이 기특하다 여기는 자세, 태후가 눈길을 줄 만한 글씨. 제 이름을 쓰기 전에, 남의 눈이 좋아하는 선을 익힌 아이였다."혹시."서윤은 입술을 깨물었다."제가 예전에 언니 글씨를 따라 쓴 적이 있어요."방 안이 조용해졌다. 청아는 숨을 삼켰고, 은매는 은호의 어깨를 조금 더 감쌌다."어릴 때요. 큰어머니께서 언니 글씨가 곱다 하셨고, 아버지께서도 언니가 쓴 편지를 오래 보셨어요. 어머니께서는 제 글씨도 반듯하다 하셨지만…"서윤의 목소리가 가늘어졌다."반듯하다는 말은, 곱다는 것과 다르잖아요."월령의 가슴 한쪽이 아렸다. 서윤은 아직 어린데, 이미 그런 말을 구별할 줄 알았다."그래서 몰래 따라 썼어요. 언니가 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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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향이 없는 먹

기윤이 그때 조용히 입을 열었다."왕야께서 종이를 가져오라 하셨습니다.""지금요?""예."월령은 묻던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위지헌은 이미 이 일에 들어와 있었다. 오래전부터 들어와 있었다.그가 왜 이토록 깊이 들어오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은혜는 때로 칼집 안의 칼처럼 느껴졌다."서윤이 예전에 따라 쓴 글들이 남아 있니?"서윤은 눈을 닦지도 못한 채 고개를 들었다."아마… 제 처소 붓함 아래에 조금 있어요. 버리려다 못 버린 것들이요.""가져와 줄 수 있겠니."서윤은 망설였다. 그 종이들은 아이의 부끄러움이었다. 누군가의 글씨를 닮고 싶어 했던 마음, 제 손을 싫어했던 시간이 거기 있을 것이다."네가 원하지 않으면 억지로 보지 않아. 다만 그 종이들이, 네가 무엇을 쓰지 않았는지 말해 줄 수 있어."서윤은 오래 숨을 골랐다."가져올게요."작았지만, 이번에는 도망치는 소리가 아니었다.청아가 벌떡 일어났다."제가 같이 가겠습니다.""아니."서윤은 뜻밖에도 고개를 저었다."제가 가져올게요. 제 것이니까요."기윤의 시선이 문밖으로 움직였다. 그는 아무 말 없이 한 걸음 물러났다. 그림자가 먼저 길을 살피는 듯했다.*서윤이 나간 뒤, 방 안에는 잠시 아무 말도 없었다.은매가 조용히 말했다."아가씨. 궁의 종이는 먹이 마르는 속도로 만진 사람을 남긴다고 들었습니다."월령은 은매를 보았다. 예전보다 얼굴이 말랐다. 그래도 눈빛은 물러나지 않았다."약방에서 일하던 계집들은 종이를 잘 몰라요. 그래도 내수사 수레에서 물건을 내릴 때 본 적이 있습니다. 자녕궁 내지는 금선이 있다고 했지요. 금선이 든 종이는 먹이 조금 늦게 마릅니다. 겉은 말라도 속에 아주 얇게 남는다고요.""누가 그런 말을 했니."은매는 잠시 입술을 다물었다."조계와 함께 다니던 어린 내시가요. 이름은 모릅니다. 말끝을 자꾸 삼키는 아이였습니다. 물건을 나르다 손을 데었는데, 그때 제가 약을 발라 준 적이 있습니다."월령은 조용히 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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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첫 획

품에는 낡은 붓함이 들려 있었다. 칠이 벗겨진 작은 함이었다.월령은 그 함을 본 순간 어릴 적 어느 여름을 떠올렸다. 서윤이 처음으로 제 이름을 큰 글씨로 쓰고, 너무 세게 눌러 종이를 찢었던 날. 그때 월령은 웃지 않으려 애썼고, 서윤은 이미 웃음을 들킨 사람처럼 얼굴을 붉혔다.그 아이가 그때부터 남의 웃음을 두려워했는지도 모른다.서윤은 함을 낮은 상 위에 내려놓았다."여기에 있어요."월령은 함을 열었다. 종이는 많지 않았다. 말린 꽃잎처럼 얇은 것들이 가지런히 접혀 있었다.어떤 것은 월령의 글씨를 어설프게 따라 쓴 것이고, 어떤 것은 제 이름만 수십 번 적은 것이었다. 어느 종이에는 심서윤 세 글자가 너무 크게 적혀 있었고, 다른 종이에는 월령의 획을 따라가다 중간에 멈춘 흔적이 남아 있었다.월령은 그 종이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아이는 부러움을 이렇게 접어 숨겨 두었구나. 오래 접힌 종이는 손끝만 닿아도 쉽게 꺾인다."청아. 등불을 조금 낮춰 줘."청아는 곧장 가리개를 움직였다. 불빛이 낮아지자 종이 위의 먹빛이 부드럽게 떠올랐다. 월령은 서윤의 오래된 글과 기윤이 가져온 허도겸의 전갈을 나란히 놓았다.글씨는 닮아 있었다. 그러나 닮은 것은 겉이었다.서윤의 글은 감추려 해도 첫 획이 조금 서둘렀다.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 먼저 앞으로 나가는 손이었다. 반면 위조된 문장은 끝 획이 이상하게 고요했다. 마음이 급한 아이의 손이 아니라, 급하지 않은 사람이 급한 손을 흉내 낸 모양이었다.월령은 그 차이를 오래 보았다.등불이 갈라 놓은 두 장의 종이 사이에서, 밤이 조금 깊어졌다.청아는 숨을 죽이고 두 글씨를 번갈아 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속삭였다."제 눈에는 똑같은데요.""똑같아 보여야 하는 글이니까."월령은 시선을 떼지 않고 답했다."잘 만든 거짓은 눈을 속여. 그래도 버릇까지는 못 속여.""서윤아. 네 글은 첫 획이 먼저 급해져.""첫 획이요?""하고 싶은 말이 앞서기 때문이야. 그런데 이 글은 끝 획이 더 무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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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문상궁의 먹

그 순간, 문밖에서 윤백의 목소리가 들렸다."심 아가씨."청아가 벌떡 일어났다."또 장독대입니까?"잠시 침묵이 있었다."오늘은 부엌 뒤입니다."윤백의 목소리가 더없이 공손했다."장독대는 강무진이 맡았습니다."청아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장독은 믿음직한 분께 맡겨야지요."방 안의 무거운 공기가 아주 조금 흔들렸다. 월령은 문 쪽으로 갔다.윤백은 처마 아래 서 있었다. 손에는 작은 목갑 하나가 들려 있었다."왕야께서 보내셨습니다.""무엇입니까.""먹입니다."윤백은 목갑을 열었다. 안에는 반쯤 닳은 검은 먹 하나가 있었다. 평범해 보였지만, 한쪽 귀퉁이에 아주 작은 흠이 있었다. 손톱으로 눌렀다 뗀 듯한 자국."허도겸이 예부 기록함에서 찾은 겁니다. 삼전하의 별도 봉서 곁에 놓여 있었다 합니다."월령은 먹을 보았다. 향이 없었다. 그런데도 아주 희미하게, 젖은 목련잎 같은 냄새가 났다.윤백이 낮게 덧붙였다."왕야께서 말씀하시길, 자녕궁 먹은 향을 남기지 않는답니다."월령의 손끝이 차가워졌다."그럼 이것은…""자녕궁 것이 아닙니다."윤백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문상궁이 심가에 두고 간 먹과 같은 냄새라 합니다."처마 끝에서 밤이 떨어지고 있었다.월령은 목갑 속 검은 먹을 내려다보았다.종이는 궁에서 왔다. 글씨는 서윤을 닮았다. 그러나 먹은, 문상궁의 손을 지나온 냄새를 품고 있었다.세 가지가 서로 다른 사람을 가리키고 있었다. 종이는 자녕궁, 글씨는 서윤, 먹은 문상궁.겹쳐 놓으면 한 사람이 모든 죄를 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떼어 놓고 보면, 세 손은 결코 같은 손이 아니었다.누군가 일부러 세 손을 한자리에 포개 두었다.월령은 먹을 다시 목갑에 넣었다. 손끝은 차가웠지만, 이번에는 떨리지 않았다.*밤이 깊도록 심가의 등불은 쉬이 꺼지지 않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집 전체가 숨을 작게 쉬는 사람처럼 조심스러웠다.월령은 목갑 속 먹을 다시 닫았다.문상궁이 두고 간 먹과 같은 냄새.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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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딸로 서는 일

은매는 은호의 이불을 여며 주고 나서 조용히 말했다."제가 약방 쪽 사람들에게 물어보겠습니다. 먹 냄새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궁 물품이 심가에 들어왔을 때 누가 손댔는지는 하인들이 기억할 겁니다.""위험해.""알고 있습니다."은매는 고개를 들었다."그래도 제가 해야 합니다. 제가 한 번 눈을 감았기 때문에 어머니가…"말이 멈췄다.월령은 은매의 얼굴을 보았다. 그 아이는 아직 어미를 찾지 못했다. 내수사 수레가 빼앗아 간 길 끝에 무엇이 남았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희망은 남았지만, 희망이라는 말은 때로 사람을 오래 아프게 한다."너 혼자 움직이지 마. 청아와 같이 가."청아가 자신을 가리켰다."저요?""너는 하인들이 경계하지 않아.""제가 좀 순해 보여서요?"은호가 고개를 저었다."시끄러워서요."청아는 배신당한 얼굴로 은호를 보았다."너 오늘 자꾸 정확한 말을 하는구나."은호는 이불 속으로 천천히 숨었다. 그 모습에 은매의 눈가가 잠시 풀렸다.*월령은 그 풀림을 보며, 문득 자신의 빈 손을 내려다보았다.은매의 손은 은호의 이불 끝을 오래 여미고 있었다. 서윤은 아직 제 이름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종이만 만지작거렸다. 두 손 다 무언가를 붙들고 있었다.월령의 빈손은, 자꾸 감송향으로 이어질 뻔했다. 월령은 얼른 시선을 내렸다.그는 이 일에 들어온 왕이다. 심가와 북문군, 황실의 균형을 보는 사람이다. 제 마음이 흔들린다고 해서, 그 뜻을 함부로 다정함이라 불러서는 안 된다.그런데도 윤백이 가져온 먹은 너무 조용한 손길 같았다. 월령이 묻기 전에, 그가 먼저 필요한 것을 보냈다. 그것이 정치라 해도, 이상하게 손등 위에 놓인 따뜻한 천처럼 느껴졌다.월령은 그 느낌이 못내 불안해 손끝을 접었다.서윤이 오래된 종이를 다시 접었다."언니. 제가 그 글씨를 따라 쓴 걸, 어머니도 알고 계셨을 거예요."월령은 대답하지 않았다."어머니는 모르는 척하셨지만요. 제가 잘 쓴 날은 간식이 조금 더 예쁘게 나왔고, 망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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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한씨의 등불

밤이 조금 더 깊어졌을 때, 기윤이 돌아왔다.그는 처마 밖에서 먼저 기척을 냈다. 청아가 이번에는 놀라지 않으려고 미리 물그릇을 내려놓았는데, 정작 그 그릇이 굴러 은호의 발끝에 닿았다.은호가 엄숙하게 그릇을 붙잡았다."살았습니다."청아는 눈을 감았다."고맙다."기윤은 이 작은 소란을 보았으나,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다만 아주 잠깐 시선이 그릇에 머물렀다가 돌아왔다."아가씨. 왕야께서, 남쪽 편문으로 올 사람이 누구를 먼저 보는지 확인하라 하셨습니다."월령은 숨을 낮췄다."누구의 시선을 말합니까."기윤은 잠시 말을 골랐다. 그는 설명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가진 말은 늘 필요한 만큼만 나왔다. 그래서 월령은 기윤이 스스로 고른 말일 때와, 위지헌의 말을 옮길 때를 조금씩 구별하게 되었다."남쪽 편문으로 누가 오든, 그 사람이 먼저 보는 쪽을 확인하라 하셨습니다. 종이는 위조할 수 있지만, 급한 사람의 눈은 숨기기 어렵다고 하셨습니다."월령은 문상궁을 떠올렸다. 그 뒤로 태후와 위명서의 얼굴이 차례로 겹쳤고, 한씨의 떨리던 손까지 밀려왔다. 그리고 심가 안에서 마음의 순서를 아는 누군가가, 그 모든 얼굴 사이에 얇게 숨어 있었다."오늘 밤 남쪽 편문에서 누가 서윤을 먼저 보는지, 누가 숙모를 먼저 보는지 보라는 말씀이군요."기윤의 눈이 아주 작게 움직였다."예."그는 잠시 멈췄다가 덧붙였다."왕야께서, 역시 그 말은 한 번에 알아들을 것이라 하셨습니다."월령의 얼굴이 미세하게 뜨거워졌다."그런 말씀도 전하라 하셨습니까."기윤은 대답하지 못했다.문밖 어둠에서 아주 낮은 헛기침이 들렸다. 윤백이었다."그 부분은 제가 덧붙였습니다."기윤의 표정이 처음으로 조금 굳었다. 청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윤백 나리께서는 꼭 숨어서 말씀하십니다.""숨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보이지 않는 곳에 있을 뿐입니다.""그게 숨어 있는 겁니다."강무진의 낮은 목소리가 뒤따랐다."윤백."윤백은 곧 조용해졌다.서윤은 그 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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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손

새벽이 오기 전, 심가가 가장 깊이 숨죽인 시각이었다.월령은 서원당 곁 작은 서실에 앉아 있었다. 등불은 낮췄고, 탁자 위에는 서윤의 오래된 글과 허도겸이 보낸 등초, 문상궁의 먹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종이와 먹과 사람의 손. 전부 말이 없는데도, 방 안은 너무 많은 말로 가득 찬 듯했다.그녀는 위조된 글의 마지막 획을 다시 보았다.받겠다.그 끝이 유난히 무거웠다. 서윤은 끝을 그렇게 누르지 않는다. 칭찬을 기다리는 아이의 손은 마지막에서 긴장이 풀린다. 그러나 이 글은 마지막에서 힘이 들어갔다.누군가 결말을 꼭 눌러 닫은 것이다. 마치 도망갈 문을 막듯이."잠을 자지 않았군."문밖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위지헌이었다.그는 문턱을 넘지 않은 채 서 있었다. 먹색 대창포 자락에는 새벽 안개가 희미하게 묻었고, 신 끝이 젖어 어두웠다. 감송향이 서실 안으로 천천히 스며들었다.월령은 일어나 예를 갖췄다."왕야.""앉아 있어라."말은 낮았지만 딱딱하지 않았다. 그는 곧 제가 너무 짧게 말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처럼 덧붙였다."네가 일어서면 종이가 날린다."월령은 잠시 멈췄다. 그 말이 명령인지 배려인지 구별하지 못했다.위지헌은 문턱을 넘었다. 탁자 가까이 오지는 않았다. 가까이 오면 그녀가 숨을 더 조심할 것을 아는 듯했다. 그러나 감송향은 이미 가까웠다."먹을 보았느냐.""예.""무슨 생각을 했지.""자녕궁의 종이, 서윤의 글씨, 문상궁의 먹. 세 가지가 한 줄로 묶였습니다.""그 줄을 누가 잡고 있나.""숙비마마라 보기에는 너무 자세합니다. 삼전하라 보기에는 심가 안쪽을 너무 잘 압니다. 문상궁이라 보기에는…"월령은 말을 멈췄다."보기에는?""문상궁은 명을 실행하는 쪽에 가깝습니다."위지헌의 눈빛이 아주 작게 움직였다."말해 보아라.""궁에서 오래 산 사람은 직접 명을 남기기보다 일을 맡길 사람을 고릅니다. 문상궁은 숙비마마의 뜻을 읽고 물건을 놓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서윤이 오래 제 글씨를 따라 썼다는 사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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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두려운데도 본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한씨를 몰아붙이지 마라."위지헌은 곧장 답했다."이미 알고 있습니다.""알고도 흔들릴 수 있다."그 말이 너무 정확해, 월령은 입술을 다물었다. 위지헌의 시선이 그녀의 손으로 내려갔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소매 끝을 쥐고 있었다."손."월령은 흠칫했다."네 손을 다치게 잡지 마라."월령은 손을 풀었다. 손바닥에는 옅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위지헌은 그 자국을 오래 보지 않았다. 오래 보면 그녀가 숨을 멈출 것을 아는 사람처럼, 시선을 곧장 종이로 돌렸다."위조된 글은 서윤을 닮았지만 서윤이 아니다. 그것을 밝히려면 서윤의 부끄러움이 아니라, 글을 쓴 손의 습관을 보여야 한다.""끝 획.""그래."그의 눈에 아주 희미한 빛이 스쳤다."그걸 보았군."월령은 이상하게도 칭찬받은 아이처럼 마음이 흔들렸다. 그런 마음이 부끄러워 고개를 더 숙였다."서윤이는 첫 획이 빠르고, 위조문은 끝 획이 무겁습니다.""끝을 누르는 손은 궁의 필사관에게 많다. 조서와 교지는 끝을 흐리면 안 된다. 마지막 획에 힘을 남기는 훈련을 한다."월령의 눈빛이 선명해졌다."문상궁의 손 아래 필사하는 사람.""혹은 그런 훈련을 받은 사람."위지헌은 탁자 위에 작은 종이를 하나 놓았다. 거기에는 이름 셋이 적혀 있었다.조계.연무.문선.월령은 첫 이름을 보았다."조계는 붙잡혀 있지 않습니까.""살아 있다."월령은 숨을 멈췄다."그 아이가 말을 했습니까.""아직은. 하지만 조계의 혀 밑 독낭은 비어 있었다."월령은 그 뜻을 바로 알아듣지 못했다. 위지헌은 어렵지 않게 풀어 주었다."죽으려던 자가 아니라, 죽는 척하라 배운 자였을 수 있다."서실의 등불이 작게 흔들렸다. 조계는 성급하고 얇은 목소리의 내시였다. 첫 음절이 걸리고, 외운 말은 또렷해지던 사람. 그도 누군가가 내민 손끝이었다. 오래 쓰인 손끝은 제 팔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잊기도 한다."조계를 내일 예부 정전에 세우실 겁니까.""아직 아니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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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어린 여식의 걸음

흑돌은 탁자 위에서 등불 빛을 얕게 물고 있었다.월령은 그 돌을 집지 않았다. 집으면 무엇인가를 받아들이는 일이 될 것 같았다. 위지헌도 재촉하지 않았다. 돌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의 그림자가 등불 아래 나란히 길어졌다.먼저 입을 연 것은 위지헌이었다."내일 한씨가 움직일 것이다.""숙모께서요.""문상궁의 사람이 남쪽 편문에 왔다."월령의 얼굴이 굳었다."아셨습니까.""기윤이 보았다.""그럼 왜…""네가 먼저 보아야 할 사람이라서."이번에는 말이 조금 차갑게 들렸다. 월령의 눈빛이 흔들리자, 위지헌은 바로 설명했다."내가 잡으면 한씨는 입을 닫는다. 네가 보면, 한씨는 제 딸을 먼저 생각할 수 있다."그는 잠시 멈췄다."네가 품으려는 사람이니, 네 눈으로 살릴 길을 보아야 한다."월령은 손끝을 모았다. 그 말은 잔인했다. 하지만 피하지 않는 다정함이기도 했다."제가 실패하면요.""그때는 내가 막는다."월령이 고개를 들었다. 위지헌은 아주 조용히 그녀를 보고 있었다."다만 네가 먼저 손을 뻗을 시간을, 빼앗지는 않겠다."감송향이 더 가까워진 듯했다. 월령은 제가 또 숨을 멈추고 있음을 깨달았다. 위지헌의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숨."그 한 글자가 너무 낮고 다정해서, 월령은 오히려 얼굴이 뜨거워졌다."쉬고 있습니다.""정말?""예.""확실한가?"월령은 대답하지 못했다. 위지헌의 입가가 거의 보이지 않게 움직였다. 그것이 웃음인지 아닌지 판단하기도 전에, 문밖에서 윤백의 헛기침이 들렸다."왕야."이번에는 강무진의 목소리도 함께였다."남쪽 편문에서 움직임이 있습니다."위지헌의 얼굴에서 부드러운 기색이 사라졌다. 그 변화는 너무 빨랐다. 월령에게만 가까이 내려오던 목소리가, 한순간 다시 섭정왕의 것이 되었다."몇.""셋입니다."강무진이 답했다."하나는 궁의 걸음이고, 하나는 심가 안채의 걸음입니다.""남은 하나는."잠시 침묵."어린 여식의 걸음입니다."월령의 몸이 굳었다. 서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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