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녕궁에 가는 날, 경안의 거리에는 낮부터 등틀이 세워지고 있었다. 빛은 늘 아름다웠으나, 그 빛을 밝히는 기름값은 누군가의 장부에 적혔다.마차 안에서 서윤은 말이 없었다. 옅은 연두빛 치마를 입었다.한씨가 골라 준 옷이었다.너무 화려하지 않되, 궁의 눈에 들어도 부끄럽지 않은 옷. 머리에는 자녕궁에서 받은 작은 붓 모양 비녀가 꽂혀 있었다.월령은 그것을 보았으나 말하지 않았다. 말하면 서윤은 방어할 것이고, 방어하는 아이는 귀를 닫는다.청아는 월령 옆에서 작은 보따리를 품에 안고 있었다. 그 안에는 심 부인께 올릴 약재 목록과, 서윤이 속이 불편해질 때 먹일 매실정과가 들어 있었다.청아는 궁에 간다는 사실보다, 정과가 눌려 모양이 망가질까 더 걱정하는 얼굴이었다."청아."월령이 낮게 불렀다."너무 꼭 안고 있으면 정과가 숨을 못 쉰다."청아는 깜짝 놀라 보따리를 조금 풀었다."정과도 숨을 쉽니까?""아마 네 손에서는 쉬어야 할 거야."서윤이 아주 작게 웃었다.웃은 뒤에 스스로 놀란 듯 고개를 돌렸다. 월령은 그 웃음을 못 본 척했다.마차는 남운로 초입을 지나 궁으로 향했다. 길가에는 종이등을 파는 상인들이 줄지어 있었다.어떤 등에는 연꽃이, 어떤 등에는 장수를 비는 수자문이 촘촘히 오려 붙어 있었다. 쌀을 사러 나온 여인들은 등 앞에서 잠시 멈췄다가, 곧 빈 바구니를 내려다보고 지나갔다.월령은 창밖을 보며 마음속으로 길을 그렸다.남운로.회암역.북문로.내수사 수레가 빠진 동쪽 길. 경안은 아름다웠으나, 그 거리 아래에는 수많은 길이 엉켜 있었다.권력은 늘 대로로만 다니지 않았다. 때로는 약재 수레 밑, 종이등 꾸러미 사이, 부엌으로 들어가는 숯가마니 속에 몸을 숨겼다.궁문 앞에서 마차가 멈췄다.위지헌은 없었다.그 사실에 월령은 먼저 안도했다. 그리고 곧 자신이 안도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서운했다.그가 있으면 숨이 조여 오고, 없으면 길이 갑자기 넓어져 발을 헛디딜 것 같았다.궁녀가 나와 예를 갖췄다."숙비마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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