جميع فصول : الفصل -الفصل 130

170 فصول

121. 문 안으로

예부로 가는 길은 평소보다 길었다.경안 거리는 맑은 아침빛을 받아 분주했다. 두부 장수의 김이 하얗게 올랐고, 곡물상 앞에는 쌀가마가 쌓였다. 북문로로 향하는 수레에는 군량 표식이 찍힌 나무패가 걸렸고, 역참의 말들은 콧김을 뿜으며 발을 굴렀다.사람들은 심가 마차를 보았다. 소문은 이미 길 위에 있었다.어떤 이는 황실의 은혜를 받을 여식을 말했고, 어떤 이는 글씨를 훔쳤다는 사촌을 낮게 흘렸다. 군량 장부가 흔들리는 장군가라는 말까지 더해지자, 아직 완전한 문장이 되지 못한 소문들이 사람들의 눈 속에서 서로 달라붙었다.월령은 마차 발을 조금 걷어 올렸다.서윤이 놀라 그녀를 보았다."언니.""숨지 않으려고."월령은 낮게 말했다."너도 원하면 같이 봐."서윤은 망설이다가 월령 곁으로 조금 다가왔다. 두 사람은 나란히 바깥을 보았다. 사람들의 시선은 따가웠다. 그러나 그 시선을 함께 받자, 이상하게 조금 덜 아팠다.청아는 뒤에서 보따리를 꼭 안고 있었다."소인이 지금 정과를 꺼내면 너무 태평해 보일까요?"서윤이 거의 웃을 뻔했다. 월령도 입술 끝이 흔들렸다."조금만 참아.""예. 예부 앞에서 먹겠습니다.""그것도 참아."청아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명을 받은 사람처럼 고개를 숙였다.*예부 정전은 높은 계단 위에 있었다. 붉은 기둥과 흰 돌계단, 처마 끝의 푸른 기와가 맑은 빛 아래 지나치게 선명했다.정전 앞에는 이미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예부 관리, 호부 사람들, 병부에서 온 서리, 자녕궁 궁녀들. 그리고 위명서.그는 계단 아래에 서 있었다. 오늘은 옥색이 아니라 깊은 청색 장포였다. 얼굴은 여전히 부드러웠다. 그러나 그 부드러움 안쪽에는 기다림이 있었다. 사흘 동안 제가 뿌린 말들이 어떻게 돌아오는지 보려는 사람의 기다림.숙비는 아직 오지 않았다.문상궁은 정전 문 앞에 서 있었다. 향을 쓰지 않는 사람. 그러나 그녀가 선 자리에는 궁의 냄새가 있었다. 오래 닫힌 문, 비단 끈, 금선이 섞인 내지, 그리고 아무도 책임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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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같은 선 위에

정전에는 소리가 많았다.비단 소매가 스치는 소리, 누군가 침을 삼키는 소리, 붉은 비단이 덮인 탁자 위에서 두루마리 끝이 아주 조금 굴러가는 소리.그 모든 소리 가운데, 조계의 목소리가 가장 얇았다."시, 심가의 글은…"첫 음절이 또 걸렸다. 조계는 입술을 한 번 깨물었다.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을 바닥에 짚고 있었다. 손가락 마디마다 잔상처가 있었고, 왼손 검지에는 오래된 화상 자국이 남아 있었다.월령은 그 자국을 보았다. 은매가 말했던 아이. 물건을 나르다 손을 데었고, 약을 발라 주었다던 어린 내시. 그 아이가 지금 정전 한가운데에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심가의 글은, 심서윤 아가씨가 쓴 것이 아닙니다."정전 안이 한순간 낮아졌다. 사람들이 동시에 숨을 들이켰다. 그 짧은 소리들이 붉은 기둥 사이에 걸렸다.서윤의 손끝이 월령의 소매 끝을 붙잡았다. 아주 약한 힘이었다. 그래도 월령은 그것을 느꼈다."조계."문상궁의 목소리가 먼저 떨어졌다. 높지 않았다. 꾸짖지도 않았다. 오히려 너무 단정해서, 정전 안의 몇몇 궁녀가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였다."네가 이 자리에 설 사람이더냐."조계의 어깨가 떨렸다.숙비는 아직 앉지 않은 채였다. 자녕궁 사람들이 황급히 자리를 마련하려 했으나, 숙비는 붉은 비단 탁자 앞에 멈춰 서 있었다. 늙은 손은 지팡이 위에 얹혀 있었고, 손가락의 옥반지가 맑은 빛 아래 차갑게 빛났다."섭정왕."숙비가 위지헌을 보았다."예부 정전에 묶인 내시를 세우는 것도 왕야의 절차인가."위지헌은 한 걸음 뒤에 서 있었다. 월령보다 앞서지 않은 자리. 그러나 그가 입을 열자, 정전의 공기가 곧바로 그쪽으로 기울었다."증언할 입이 있다면, 그게 뭐라도."말은 짧았다. 설명도, 변명도 없었다.숙비의 눈매가 희미하게 좁아졌다."입마다 진실이 담기지는 않는다.""그래서 예부 정전이 있다."위지헌의 목소리는 여전히 낮았다. 그는 소매 끝을 아주 느리게 폈다. 먼지 하나 묻지 않은 검은 소매였다."거짓이면 벌하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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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반쪽짜리 진실

서윤은 울지 않았다. 그 대신 고개를 들었다.정전의 빛 아래에서 그 아이의 얼굴은 아직 어렸다. 입술은 창백했고, 눈동자는 겁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오늘 아침 한씨가 말한 대로, 숨지 않으려는 마음이 그 얼굴 한가운데 아주 작게 서 있었다."심서윤."숙비가 이름을 불렀다."네가 심월령의 글을 따라 쓴 적이 있느냐."정전 안의 시선이 서윤에게 꽂혔다. 월령은 바로 도와주지 않았다. 대신 서윤의 손등 위 손가락을 아주 작게 눌렀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 한 것은 했다. 하지 않은 것은 하지 않았다. 그 구분만은 스스로 해야 했다.서윤은 숨을 들이켰다."있습니다."누군가 작게 술렁였다. 서윤은 그 소리에 눈을 감을 뻔했다. 하지만 감지 않았다."어릴 때 언니의 글씨를 몰래 따라 썼습니다. 잘못했습니다."그 목소리는 어른 흉내를 내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더 멀리 갔다."하지만 황실 혼서의 초고를 쓴 적은 없습니다. 예부에 올릴 글을 쓴 적도 없습니다. 제 오래된 글이 사라진 줄도 몰랐습니다."숙비가 서윤을 한참 바라보았다. 사람을 보지 않고 쓰임을 재는 눈이었다."사라진 줄도 몰랐다. 그럼 네 글을 누가 보관했느냐."서윤의 입술이 흔들렸다. *어머니.* 그 말은 혀끝에 놓였을 것이다.월령은 서윤이 그 이름을 삼키는 것을 보았다. 도망치려고 삼키는 것이 아니었다. 한씨를 살리려는 손이 아직 서툴러서, 어디까지 말해야 하는지 헤아리는 얼굴이었다."서윤아."서윤이 월령을 보았다. 월령의 목소리는 나긋했으나, 흐리지 않았다."보관한 사람과 훔친 사람은 다를 수 있어. 아는 만큼만 말해."서윤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어머니 방 칠갑에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 보관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칠갑이 작년 겨울 사라진 적이 있습니다.""언제냐.""작년 겨울, 눈이 많이 온 뒤였습니다. 사흘 뒤 서고 뒤 난간 아래에서 찾았다고 들었습니다."허도겸이 명부 한 장을 펼쳤다."필사방 명부에서 지워진 이름도, 작년 겨울에 지워졌습니다."정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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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정비

숙비가 지팡이 끝을 바닥에 한 번 찍었다.딱.정전의 소리가 모두 그 한 점으로 모였다."심월령.""예, 숙비마마.""네가 오늘 참 많은 것을 보았구나.""보고 싶지 않은 것도 보았습니다."낮고 고분한 목소리였으나, 대답은 분명했다.숙비의 눈빛이 차가워졌다."그래서 네 눈을 믿느냐."월령은 잠시 침묵했다. 사람들은 그 침묵을 두려움으로 보았을 것이다. 위명서는 망설임으로 보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월령은 숨을 고르는 중이었다."제 눈만 믿지는 않습니다."그녀는 천천히 말했다."그래서 기록과 증언을 함께 보려 합니다."허도겸의 눈썹이 아주 작게 움직였다. 예부상서는 얼굴을 더 창백하게 만들었다. 문상궁은 여전히 고요했다. 숙비는 웃지 않았다.한참 뒤, 숙비가 붉은 비단 탁자를 내려다보았다."좋다."그 한마디에 정전의 온도가 바뀌었다. 좋다는 말이 허락처럼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은 문이 열리는 소리 같았다."그럼 기록을 보자."숙비의 시선이 검은 끈으로 묶인 낡은 밀서에 닿았다."혼서가 흔들린다면, 혼서보다 오래된 뜻을 보아야지."월령의 손끝이 차가워졌다.위지헌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정말 조금이었다. 대부분은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월령은 느꼈다. 등 뒤에 있던 감송향이 한순간 더 깊어졌다. 마른 약재를 태우지 않고도 공기가 서늘해지는 느낌."숙비마마."위지헌의 목소리가 낮았다."그 밀서는."짧게 끊긴 말끝에 감송향이 더 서늘해졌다. 위지헌은 눈을 내리지 않았다."오늘 올릴 것이 아닙니다."숙비가 마침내 웃었다."왕야께서도 아시는 밀서인가."위지헌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소매 안쪽의 접힌 자리를 천천히 눌렀다. 칼자루에 닿을 손을 옷자락으로 돌린 사람처럼, 그 움직임은 느긋하고 조용했다.그 침묵 때문에, 월령의 심장이 아주 천천히 내려앉았다. 아는구나. 혹은 알면서도 말하지 않은 것이 있구나.숙비가 문상궁에게 눈짓했다. 문상궁이 조용히 앞으로 나섰다. 손가락이 검은 끈에 닿았다. 먹자국이 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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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곁

정전의 햇빛은 이상할 만큼 환했다. 마른 종이 위에 남은 어보는 오래된 피처럼 흐렸으나, 그 희미함 때문에 도리어 지워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월령은 제 이름이 적힌 밀서를 바라보았다.심월령. 섭정왕 위지헌의 정비.소리가 너무 컸다. 예부상서는 이미 밀서를 읽고 입을 다물었는데, 그 문장만은 아직 정전 안을 돌고 있었다.*네가 오늘 누구 편에 설지.*숙비의 물음은 부드러웠다. 그 부드러움이 칼보다 깊었다.월령은 곧장 대답하지 않았다. 서윤의 손이 소매 끝에서 떨어진 뒤에도 그 온기가 아주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조계는 아직 바닥에 엎드려 있었고, 허도겸의 목갑은 닫히지 않았다.위명서는 웃지 않았다. 그 사실이 오히려 낯설었다.위명서는 늘 웃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마음이 비었을 때도, 분노가 차올랐을 때도, 누군가의 목숨이 손끝에 걸렸을 때도 그는 웃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웃음이 아주 얇게 벗겨져 있었다.그 역시 몰랐던 것이다. 금상의 어보 아래, 제 이름이 오래전부터 다른 남자의 곁에 놓여 있었다는 것을.월령은 그 생각을 끝까지 붙잡지 않았다. 오래 머물면 숨이 흔들릴 것 같았다."숙비마마."월령은 고개를 숙였다. 목소리는 낮았다. 너무 낮아, 떨림이 숨을 곳이 있었다."소녀는 편을 고를 만큼 높은 사람이 아닙니다."정전 안의 시선이 그녀에게 더 가까이 붙었다. 월령은 손끝을 가지런히 모았다. 손톱 아래 살이 희게 눌렸다."다만 제 이름이 적힌 글이라면, 끝까지 가볍게 다루지 않고 싶습니다."숙비의 지팡이 끝이 바닥에 닿아 있었다."네 이름이 적혔으니 따르겠다는 말이냐.""따른다는 말도, 거스르겠다는 말도 아직 올릴 수 없습니다."월령은 천천히 눈을 들었다. 숙비의 눈빛은 여전히 늙은 겨울 같았다. 오래 얼어 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차가움이었다."밀서에는 소녀가 계례를 치른 뒤라 적혔고, 서북 변경의 근심을 막는다고 적혔습니다. 혼례는 한 집안의 일만이 아니고, 군의 명맥과도 닿아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보셔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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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오래되었습니다

위명서가 그제야 미소를 되찾았다. 얇았다. 잘 갈아 놓은 칼등처럼."심 아가씨 말이 옳습니다. 황제의 밀서라면 더더욱 조심해야 하지요."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옅은 옥색 장포가 바닥의 빛을 스쳤다."다만 지금 대연의 형세는 경화 삼년과 다릅니다. 북경군과 북문군이 한 울타리에 묶이는 일은 변경의 안정이 될 수도 있으나, 조정에는 또 다른 근심이 될 수도 있습니다."옳은 말이었다. 위명서는 늘 옳은 말로 가장 위험한 문을 열었다."심가를 위한다면, 심 아가씨께서도 섣불리 왕야의 곁에 서지 않는 편이…""전하."월령은 부드럽게 불렀다. 그 부름이 너무 나긋해서, 위명서의 말끝이 자연스럽게 멎었다."소녀는 아직 누구의 곁에도 서지 않았습니다."정전이 잠시 조용해졌다. 월령은 고개를 조금 더 숙였다."그러니 누구의 곁에 서지 말라 하시는 말씀도, 아직은 받기 어렵습니다."위명서의 눈동자에 아주 옅은 그늘이 스쳤다. 숙비는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그때 위지헌이 움직였다. 정전의 공기가 아주 작게 갈라졌다.그는 월령보다 반 걸음 앞에 섰다. 그 반 걸음은 이상했다. 그녀를 가리는 듯하면서도, 완전히 가두지는 않았다. 대신 칼끝이 날아오면 먼저 맞을 자리였다.월령은 그 등을 보며 숨을 아주 얕게 들이켰다. 감송향이 났다. 정전의 먼지와 먹 냄새 사이에서도, 그 향은 조용히 제 자리를 가졌다."심월령에게 묻지 마십시오."위지헌의 목소리는 낮았다."이 밀서로 물을 것이 있으면, 내게 물으십시오."숙비가 그를 보았다."왕야는 언제부터 알고 있었나."위지헌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소매 끝을 천천히 폈다. 먼지가 묻지 않은 자리까지 다시 한 번 고르는 손이었다."오래되었습니다."정전 안의 숨이 모두 낮아졌다. 위명서의 얼굴이 더 창백해졌다."오래 알면서 숨겼다?"위지헌은 위명서를 보지 않았다."어린아이의 이름을 군권의 끈으로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짧은 말이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칼날이 있었다.숙비의 눈매가 가늘어졌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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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속았는지는

정전이 천천히 풀렸다. 누구도 곧장 움직이지 못했다.숙비가 먼저 물러나고, 문상궁이 뒤따르고, 예부상서가 밀서를 품에 안아 들었다. 조계는 두 예부 서리에게 부축되어 일어났다. 그는 월령 쪽을 한 번 보았다. 고마움이라기보다, 아직 믿지 못하는 사람의 눈이었다. 월령이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조계의 눈가가 붉어졌다.그때 위명서가 가까이 왔다. 걸음은 여전히 부드러웠으나, 옷자락 끝이 예전보다 조금 빠르게 흔들렸다."심 아가씨. 오늘 많이 놀랐겠습니다.""정전은 놀랄 일이 많은 곳인 듯합니다.""왕야께서 오래 숨긴 일을, 심 아가씨도 오늘 처음 알았습니까."월령은 고개를 들었다. 위명서의 눈은 부드러웠다. 부드러워서, 그 안쪽의 칼이 더 잘 보였다."예."짧은 대답이었다. 그 이상을 줄 필요는 없었다."그럼 아가씨도 속은 셈이군요."서윤이 숨을 삼켰다. 월령은 웃지 않았다. 울지도 않았다."전하. 속았는지는, 제가 제 마음을 살핀 뒤에 알 일입니다."그 말에 위명서의 눈동자가 잠시 멈췄다."오늘은 아직, 놀란 마음이 먼저입니다."그녀는 물러났다. 위명서는 잡지 않았다. 잡을 수 없는 자리였다.위지헌은 이미 그녀의 뒤쪽에 있었다. 돌아보지 않았는데도 월령은 알았다. 감송향이 아주 낮게 따라왔다.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운 곳이 아니라, 숨이 너무 크게 흔들리면 들킬 만큼의 거리였다.*정전 밖 회랑에는 오후의 빛이 길게 누워 있었다.서윤은 문턱을 넘자마자 숨을 몰아쉬었다."언니."월령이 돌아보았다. 서윤은 두 손으로 치맛자락을 움켜쥐고 있었다."저는…"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른스럽게 고른 문장들이 모두 정전 안에 떨어지고, 남은 것은 열다섯 아이의 젖은 눈뿐이었다."오늘은 여기까지만 해.""하지만 어머니가…""네 어머니 일도, 칠갑 일도, 문선이라는 궁녀 일도 다 따로 보아야 해. 네가 한 번에 다 짊어지려 하면, 아무것도 똑바로 들 수 없어."서윤의 눈물이 결국 한 방울, 턱 끝에 맺혔다가 급히 소매로 닦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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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손을 보아도 되겠느냐

기윤이 회랑 그림자에서 나타났다. 오늘은 옷자락 끝에 먼지가 조금 묻어 있었다."왕야. 문선의 이름으로 출궁한 기록은 비어 있었습니다. 사람은 나갔으나, 이름은 남지 않았습니다."월령은 생강차 잔을 받다가 멈췄다. 기윤은 그녀를 한 번 보고, 이번에는 돌려 말하지 않았다."출궁한 여인은 세탁국을 지나 북문로 철전에서 삯을 받았습니다. 그 뒤 남쪽 수로 쪽으로 사라졌습니다.""살아 있습니까?""살아 있다고 보겠습니다. 죽은 사람에게 삯을 치르지는 않습니다."거칠었지만 분명한 말이었다. 월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기윤. 문선을 찾는다. 죽이면 안 된다.""알겠습니다.""조계는 예부 안에 두되, 예부만 믿지 마라.""이미 사람을 붙였습니다."위지헌의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기윤은 그 표정을 보지 못한 척했다.월령은 그들을 바라보았다. 왕부의 사람들은 짧은 말로도 너무 많은 것을 나누었다. 오래 함께 칼을 피해 온 사람들의 버릇 같았다. 그 안에 자신이 들어갈 자리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곁은 따뜻해 보여도, 잘못 서면 가장 먼저 베이는 곳이었다."심월령."위지헌이 그녀를 불렀다."예, 왕야.""잠시."긴 설명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알 수 있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더 말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월령은 찻잔을 청아에게 맡기고, 회랑 안쪽의 작은 난간 곁으로 걸음을 옮겼다.*궁의 후원은 정전과 달랐다. 햇빛이 조금 흐렸고, 대나무 그림자가 바닥에 가늘게 엉켰다. 어디선가 말린 귤껍질 냄새가 났다. 탕약을 끓이는 곳이 가까운 모양이었다.위지헌은 그녀보다 한 걸음 떨어진 곳에 섰다. 가까웠다. 그러나 닿지는 않았다.그가 그렇게 서는 것을 월령은 이제 조금 알았다. 이 사람은 남들과는 너무 멀리 서고, 자신에게는 이상할 만큼 가까이 섰다. 그런데 닿을 듯한 순간에는 늘 먼저 멈췄다. 그 멈춤 때문에 더 불안했다."오늘 밀서는."위지헌이 먼저 말했다."예.""네가 당장 내게 묶이는 일이 아니다."월령은 눈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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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너무 빨리 알아듣는다

"앞으로 저는 어찌해야 합니까."월령이 물었다. 위지헌의 손끝이 아주 작게 멈췄다. 그는 월령의 손을 놓았다. 조심스럽게. 조금 더 오래 잡고 있으면 안 되는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처럼."오늘은 집으로 돌아가라.""그다음은요.""사흘 동안 심가 안의 문을 잠그고, 밖에서 들어오는 글을 모두 나에게 보낸다."말은 분명했다."한씨와 서윤은 떨어뜨려 두되, 서윤을 벌하지 마라. 겁먹은 아이는 몰리면 다시 잘못된 손을 잡는다."월령의 눈이 흔들렸다."왕야께서도 그렇게 보셨습니까. 서윤이가 아직 돌아올 수 있다고요."위지헌은 잠시 월령을 보았다. 그 눈빛이 이상하게 깊어졌다."네가 그렇게 보고 있지 않느냐."월령은 대답하지 못했다."나는 네 눈이 늘 옳다고 말하지는 않는다."그가 낮게 말했다."하지만 네가 사람을 쉽게 버리지 않는다는 것은 안다. 그래서 네가 버리지 않으려는 자는, 내가 한 번 더 본다."월령의 목 안쪽이 뜨거워졌다. 위지헌은 그런 말을, 쉽지 않은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했다. 월령으로서는 그 속을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 말은 심가의 쓰임을 아끼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마음을 믿어 주는 것인가."은매의 가족은요.""찾고 있다.""놓치면…"말끝이 흐려졌다. 위지헌은 그 흐림을 탓하지 않았다."놓치지 않게 할 것이다. 다만 그 아이들이 이미 다른 손에 있다면, 구하는 순서를 잘못 잡아서는 안 된다. 바둑으로 말하면 패를 잘못 받는 셈이다. 급한 돌을 살리려다 판 전체가 무너지면, 죽지 않아도 살 곳이 없어진다."월령은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바둑. 그가 자신에게 맞춰 말을 고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월령은 그 다정함을 다정함이라 부르지 못했다."그러면 먼저 패를 끊어야겠군요."위지헌의 눈빛이 아주 미세하게 변했다. 놀람은 아니었다. 경외에 가까운 고요였다."그래."그는 낮게 말했다."너는 정말…"말이 끝까지 오지 않았다. 월령은 고개를 들었다."제가 또 잘못 알아들었습니까.""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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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붉은 예함

회랑 바깥에서 청아가 다시 다가왔다. 이번에는 뛰지 않았다. 대신 얼굴만 다급했다."아가씨.""무슨 일이야."청아는 위지헌을 한 번 보고, 바로 고개를 숙였다."심가에서 사람이 왔습니다."월령의 마음이 내려앉았다."어머니께 무슨 일이 있니?""아닙니다. 마님께서는 괜찮으십니다. 그런데…"청아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이번에는 말끝이 흐린 것이 겁 때문이었다."끝까지 말해라."위지헌이 조용히 말했다.청아가 숨을 삼켰다."삼전하께서 심가에 문안을 청하셨답니다. 아니, 청하신 게 아니라 이미 대문 안에 드셨다고…"월령의 손끝에서 피가 빠졌다."큰마님께서는 아직 맞이하지 않으셨고, 정 호위장께서 사랑채 앞에서 막고 계시답니다. 하지만 전하께서 가져오신 것이…""무엇이냐."위지헌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청아는 거의 속삭였다."붉은 예함입니다."회랑의 공기가 식었다.붉은 예함. 혼례를 말하지 않고도 혼례를 말하는 물건. 정전에서 황제의 밀서가 펼쳐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위명서는 이미 다른 문을 열고 있었다.위지헌의 손이 옥대 매듭에 닿았다. 이번에는 누르지 않았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매듭을 바로잡았다. 그 움직임이 너무 느려서 오히려 무서웠다."기윤."그림자에서 기윤이 바로 답했다."예.""심가로 간다. 가마를 댄다. 심 아가씨가 놀라지 않게."월령은 입술을 열었다가 닫았다. 지금 놀라지 않는 일은 이미 늦었다. 하지만 그가 그런 말을 고른다는 사실이, 어쩐지 더 견디기 어려웠다."왕야. 심가의 일입니다. 제가 먼저 들어가겠습니다."위지헌은 잠시 그녀를 보았다. 말리려는 눈은 아니었다. 가늠하는 눈이었다."그래. 네 집이다. 네가 먼저 들어가라."월령의 가슴이 아주 작게 떨렸다. 그는 한 박자 뒤에 덧붙였다."다만 문이 닫히기 전까지는, 내가 뒤에 있겠다."그 말은 정치일 수 있었다. 왕부가 심가를 지키는 표시일 수 있었고, 위명서를 견제하는 수일 수 있었다. 월령은 그렇게 생각하려 했다. 그런데도 발끝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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