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이 천천히 풀렸다. 누구도 곧장 움직이지 못했다.숙비가 먼저 물러나고, 문상궁이 뒤따르고, 예부상서가 밀서를 품에 안아 들었다. 조계는 두 예부 서리에게 부축되어 일어났다. 그는 월령 쪽을 한 번 보았다. 고마움이라기보다, 아직 믿지 못하는 사람의 눈이었다. 월령이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조계의 눈가가 붉어졌다.그때 위명서가 가까이 왔다. 걸음은 여전히 부드러웠으나, 옷자락 끝이 예전보다 조금 빠르게 흔들렸다."심 아가씨. 오늘 많이 놀랐겠습니다.""정전은 놀랄 일이 많은 곳인 듯합니다.""왕야께서 오래 숨긴 일을, 심 아가씨도 오늘 처음 알았습니까."월령은 고개를 들었다. 위명서의 눈은 부드러웠다. 부드러워서, 그 안쪽의 칼이 더 잘 보였다."예."짧은 대답이었다. 그 이상을 줄 필요는 없었다."그럼 아가씨도 속은 셈이군요."서윤이 숨을 삼켰다. 월령은 웃지 않았다. 울지도 않았다."전하. 속았는지는, 제가 제 마음을 살핀 뒤에 알 일입니다."그 말에 위명서의 눈동자가 잠시 멈췄다."오늘은 아직, 놀란 마음이 먼저입니다."그녀는 물러났다. 위명서는 잡지 않았다. 잡을 수 없는 자리였다.위지헌은 이미 그녀의 뒤쪽에 있었다. 돌아보지 않았는데도 월령은 알았다. 감송향이 아주 낮게 따라왔다.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운 곳이 아니라, 숨이 너무 크게 흔들리면 들킬 만큼의 거리였다.*정전 밖 회랑에는 오후의 빛이 길게 누워 있었다.서윤은 문턱을 넘자마자 숨을 몰아쉬었다."언니."월령이 돌아보았다. 서윤은 두 손으로 치맛자락을 움켜쥐고 있었다."저는…"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른스럽게 고른 문장들이 모두 정전 안에 떨어지고, 남은 것은 열다섯 아이의 젖은 눈뿐이었다."오늘은 여기까지만 해.""하지만 어머니가…""네 어머니 일도, 칠갑 일도, 문선이라는 궁녀 일도 다 따로 보아야 해. 네가 한 번에 다 짊어지려 하면, 아무것도 똑바로 들 수 없어."서윤의 눈물이 결국 한 방울, 턱 끝에 맺혔다가 급히 소매로 닦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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