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과 함께 내관 하나가 들어왔다. 손에는 붉은 비단에 싸인 긴 두루마리가 들려 있었다.월령의 숨이 낮아졌다. 두루마리 끝에는 황제의 어보가 있었다.아직은 현 황제의 조서였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길 이름은, 삼전하의 길을 열 수도 있었다.숙비는 천천히 말했다."심가가 흔들리면 북문도 흔들린다. 북문이 흔들리면 조정은 군문을 의심한다. 의심은 오래 두면 역심이라는 이름으로 자란다."월령은 그 말을 들으며, 아주 오래된 비 냄새를 떠올릴 뻔했다. 하지만 눈을 감지 않았다."그래서 황실은 심가를 묶을 새 줄을 내려야 한다."숙비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혼인보다 오래가는 줄은 드물지."두루마리가 펼쳐졌다. 월령의 손끝이 차가워졌다.방 안의 궁인들이 일제히 고개를 낮췄다.문상궁은 숙비의 반 걸음 뒤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발 너머의 빛이 두루마리의 붉은 비단 위에서 얇게 미끄러졌다.내관이 읽기 시작했다. 황실의 은혜, 심가의 충정, 북문의 공로, 나라의 화목. 아름다운 말들이 차례로 흘렀다.전생에도 이런 말들을 들었다.그때는 그 말들이 고와서, 제 이름이 그 안에 놓이는 것이 복인 줄 알았다. 붉은 비단, 금실 매듭, 어보의 인주 냄새.그 모든 것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는지 모른 채, 어린 심월령은 고개를 숙여 절을 올렸다.그 절 한 번이, 끝내 빗속의 형장까지 이어졌다.지금 같은 냄새가 다시 코끝에 닿았다. 인주와 비단과 향이 섞인, 황실의 냄새.월령은 무릎 위의 손을 조용히 포갰다.그 아름다움이 무엇을 감싸고 있는지, 이번에는 한 글자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문밖에서 아주 낮은 소란이 일었다. 누군가 궁녀를 제지하는 소리, 내관들이 물러서는 소리.감송향이 먼 회랑에서 희미하게 스며왔다. 위지헌이었다. 그는 문밖에 있었다. 들어오지 못하는 것인지, 아직 들어오지 않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그 향이 가까워지는 속도로, 월령은 문밖의 걸음을 셌다.빠르지 않았다. 뛰지 않는 사람이었다. 뛰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거나, 뛰는 순간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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