جميع فصول : الفصل -الفصل 120

170 فصول

111. 밤

남쪽 편문은 낮에도 어두운 곳이었다. 담장이 높고 늙은 측백나무가 그늘을 드리워, 밤에는 그 어둠이 한층 깊어졌다.등불 하나가 멀리 회랑 끝에서 흔들렸고, 편문 앞에는 사람 그림자 셋이 서 있었다.월령은 걸음을 늦췄다. 위지헌의 말이 아직 귓가에 남아 있었다. 뛰지 마라. 혼자 앞서지 마라.그 말을 정치적 수로 이해하려 애썼지만, 몸은 그보다 먼저 기억했다. 그의 목소리는 불안을 꾸짖는 소리가 아니라, 넘치는 물을 손바닥으로 눌러 주는 소리에 가까웠다.월령은 숨을 고르게 했다.서윤이 편문 가까이에 서 있었다. 잠옷 위에 급히 걸친 외투가 어깨에서 흘러내려 있었다. 머리도 제대로 묶지 못했다. 어른스럽게 꾸민 얼굴이 아닌, 잠을 잃은 아이의 얼굴이었다.그 옆에 한씨가 서 있었고, 문밖에는 검은 장옷을 뒤집어쓴 여인이 있었다. 금지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떨고 있었다.문밖 여인은 고개를 숙였지만, 손은 숙이지 않았다. 손가락이 길고 마디가 굳어 있었다. 붓을 잡은 손이 아니라, 비단 끈과 열쇠를 오래 다룬 손이었다.궁녀의 손. 문상궁의 사람."숙모."월령의 목소리는 낮았다. 한씨의 어깨가 움찔했다. 서윤은 돌아보자마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언니."그 한마디에 죄책감이 먼저 묻어났다.월령은 서윤을 보았다."춥겠다."서윤은 예상하지 못한 말에 입술을 달싹였다."예?""밤공기가 차. 외투를 여미렴."서윤은 손을 들어 외투를 여몄다. 손이 떨렸다. 한씨가 그 모습을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한씨는 오늘도 단정했다. 급히 나온 사람치고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 반듯함이 오히려 더 절박해 보였다."큰아가씨."한씨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밤중에 여기까지 오다니, 몸이 상합니다.""숙모께서도 밤중에 여기 계십니다."월령은 나긋하게 말했다."서윤이까지 데리고요."한씨의 얼굴에 아주 짧은 균열이 갔다."데려온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깨어 있어서…""제가 왔어요."서윤이 갑자기 말했다. 한씨가 고개를 돌렸다."서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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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언니도 사람이에요

한씨가 급히 말했다."큰아가씨, 지금은 말장난할 때가 아닙니다. 서윤이가 이대로 있으면…""서윤이가 이대로 있으면요?"월령은 한씨를 바라보았다."누가 그 아이를 죄인으로 만들까요."한씨의 입술이 굳었다. 그 질문은 너무 가까웠다.한씨는 서윤을 사랑했다. 그 사랑은 거짓이 아니었다. 다만 두려움이 그 사랑의 손을 잘못 쥐게 했다. 아이를 살리겠다고 아이의 손을 궁에 내미는 일조차, 어머니에게는 구원처럼 보였을 것이다."저는."한씨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저는 이 아이가 언니처럼 뒤에만 서다 끝나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서윤의 얼굴이 얼어붙었다."어머니.""너는 모른다."한씨가 서윤을 보았다."이 집에서 첫째가 아닌 여식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너는 모른다. 웃어도 중심이 아니고, 울어도 집안이 흔들리지 않는다. 네가 아무리 곱게 자라도, 사람들은 먼저 월령이를 본다. 네 이름은 늘 그 뒤에 붙는다."한씨의 말은 칼처럼 나왔으나, 그 칼끝에는 피보다 오래 묵은 설움이 묻어 있었다."나는 네가 그렇게 살지 않게 하려 했다."서윤의 눈물이 조용히 차올랐다."그래서 저를…"서윤은 말을 끝내지 못했다. 한씨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아니야."그 부정은 너무 빨랐다."아니야, 서윤아. 어미는 너를…""마님."문밖 여인이 낮게 불렀다. 그 한마디가 한씨의 목을 붙잡았다.월령은 그 순간을 보았다. 한씨가 딸을 보려다, 다시 문밖의 여인을 보는 순간. 제 마음보다 더 무서운 줄을 먼저 확인하는 시선이었다."숙모."월령은 한 걸음 다가갔다.위지헌이 멀리서 멈추어 있었다. 그는 나서지 않았다. 달려와 판을 덮지 않았다. 정말로 그녀에게 먼저 볼 시간을 주고 있었다. 그 사실이 월령의 손끝을 떨리게 했다."무엇을 받으셨습니까."한씨는 대답하지 않았다."서윤이 오래된 글씨입니까. 아니면 그 글씨가 궁으로 가게 된 길입니까."한씨의 숨이 낮아졌다. 문밖 여인이 몸을 뒤로 빼려 했다.그 순간, 측백나무 그림자에서 강무진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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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끊지 않았다

강무진의 손이 그녀의 소매 끝을 잡았다. 세게 잡은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 손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여인의 소매 안에서 작은 옥패 하나가 떨어졌다. 청색 옥패. 자녕궁의 궁녀들에게 내려지는 물건은 아니었다.월령은 옥패의 가장자리를 보았다. 독고가 상단에서 물건을 보낼 때 쓰는 물표와 닮아 있었다. 낮은 궁녀의 손에서 나올 물건이 아니었다. 한쪽 귀퉁이에 아주 작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문.문상궁의 문인지, 다른 문인지. 아직 알 수 없었다.한씨는 그 옥패를 보자마자 눈을 감았다. 서윤은 어머니를 보았다."어머니."이번에는 어른스러운 말투도, 꾸민 눈빛도 없었다. 그냥 어린 딸의 목소리였다."저를 어디에 보내려 하셨어요."한씨의 입술이 떨렸다."잠깐이면 된다고 했다.""무엇이요.""네가 직접 쓰지 않았다는 말을 남기면, 네 이름은 빠지고…"한씨는 월령을 보지 못했다."월령이가 황실의 은혜를 받는 일로 마무리될 거라 했다. 그러면 심가도 살고, 너도…"말이 끝까지 가지 못했다.서윤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 작은 발걸음 소리가 너무 컸다."그럼 언니는요?"한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월령이는 심가의 장녀다. 그 아이는…""언니도 사람이에요."서윤의 목소리가 갈라졌다."언니도 무섭고, 언니도 아프고, 언니도…"서윤은 더 말하지 못했다.월령은 그 말을 들으며 숨이 조용히 막혔다. 서윤이 처음으로 그녀를 자리로 부르지 않았다. 사람으로 보았다.한씨는 그 말에 맞은 사람처럼 굳었다.문밖 여인이 갑자기 몸을 틀었다. 강무진의 손이 움직였고, 여인의 팔이 등 뒤로 돌아갔다. 그녀는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 궁에서 훈련된 사람은 아플 때도 소리 내지 않는 법을 배운다.그런데 그 입술 사이로 짧은 말이 흘렀다."늦었습니다."월령의 눈이 좁아졌다."무엇이 늦었습니까.""이미 글은 예부 정전으로 갔습니다."기윤이 종이 싸개를 열었다. 안에는 작은 붓끝 하나가 들어 있었다. 붓대는 없고, 끝만 잘려 있었다.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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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흐려진 이름

한씨는 해가 뜰 때까지 잠들지 못했다.서원당 옆 작은 방에는 따뜻한 물이 놓였고, 청아가 급히 데운 죽도 한 그릇 놓였다. 이번 죽은 타지 않았다. 청아는 그것을 세 번이나 확인하고서야 상 위에 올렸다."이번에는 바닥까지 살아 있습니다."은호가 이불 속에서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제가 봐도 됩니까.""너는 이제 감별관이니?""어제 제가 맞았습니다."청아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은매가 아주 작게 웃었다. 그 웃음은 눈물에 가까웠지만, 그래도 웃음이었다.월령은 그 작은 소리를 마음에 담았다. 밤새 편문 앞에서 본 것들, 한씨의 무너진 얼굴, 서윤의 떨리던 손, 잘린 붓끝에 묻은 예부의 붉은 실이 아직 방 안에 가라앉아 있었다. 그래도 청아는 죽의 바닥을 확인했고, 은호는 그 확인을 다시 확인하려 했다. 그 사소함 덕분에 아침은 겨우 아침다웠다.*서윤은 한씨 곁에 앉아 있었다. 어머니의 손을 잡지는 못했다. 대신 이불 가장자리를 손끝으로 붙잡고 있었다. 한씨는 그 손을 보았고, 보지 못한 사람처럼 눈을 감았다."서윤아."한씨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서윤의 어깨가 움찔했다."예, 어머니."그 말투는 여전히 조심스러웠지만, 어제와 달랐다. 어머니 마음에 들려고 꾸민 어른의 말이 아니라, 다칠까 봐 조심하는 딸의 말이었다.한씨는 오래 침묵했다."어미가 너를 아낀다."서윤의 눈가가 붉어졌다."예.""그 말로 네가 다친 것이 없어지지는 않겠지."서윤은 대답하지 못했다.한씨는 천천히 눈을 떴다. 밤새 울지 않은 눈은 오히려 더 붉었다."나는 네가 뒤에 서는 것이 싫었다. 내가 평생 그렇게 서 있었으니, 너는 앞으로 가길 바랐다."그녀의 시선이 월령을 향했다가 곧 떨어졌다."그러다 네 등을 밀고 있다는 걸 몰랐다."서윤의 손이 이불을 더 세게 쥐었다. 한씨는 그 손을 보았다."어젯밤 네가 월령이를 사람이라 했지."서윤은 고개를 숙였다."예.""어미는 너도 사람이라는 걸 자꾸 잊었다."방 안이 조용해졌다. 월령은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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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깨끗한 말

"가져오겠습니다."금지가 문밖에서 말했다. 모두가 그녀를 보았다.금지는 밤새 거의 울지 못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한씨의 명으로 움직였고, 서윤 곁에서 많은 것을 보았다. 배신한 손이면서도, 아직 완전히 돌아서지 못한 손이었다."제가 압니다. 어느 서랍인지."한씨는 금지를 보았다. 그 시선에는 꾸짖음보다 피로가 많았다."가져오너라."금지는 고개를 숙이고 나갔다. 청아가 그 뒤를 따라가려 하자, 기윤이 조용히 문가에 나타났다."제가 갑니다.""또 소리 없이 오셨네요.""이번에는 소리를 냈습니다.""제 심장이 못 들었습니다."기윤은 대답하지 못했다. 청아는 이상하게도 그 침묵을 보고 조금 안심한 얼굴이 되었다."그럼 같이 가요. 저는 서랍을 열 테니, 기윤 나리는 누가 숨어 있는지 봐 주세요."기윤은 잠시 월령을 보았다. 월령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조용히 물러났다. 청아는 그 뒤를 따라가며 중얼거렸다."기윤 나리는 사람을 너무 잘 보셔서, 서랍 먼지는 놓치실 것 같아요.""서랍 먼지도 봐야 합니까.""당연하지요. 누가 열었으면 먼지가 밀려 있거든요."그 둘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서윤은 그 작은 대화를 들으며 숨을 조금 내쉬었다. 거창한 위로보다, 먼지 이야기 같은 소리가 서윤에게 먼저 닿았다. 그 아이의 굳은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금지와 청아, 기윤이 돌아오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낡은 칠갑 하나가 상 위에 놓였다. 그 안에는 서윤이 어린 시절 쓴 글들이 들어 있었다. 월령의 글씨를 따라 쓴 것, 제 이름을 크게 쓴 것, 한씨가 붉은 점을 찍어 둔 것.그리고 그 아래에는 다른 종이가 한 장 있었다. 서윤의 글이 아니었다. 한씨의 글도 아니었다. 깨끗하고 곧은 궁의 글씨.월령은 그것을 펼쳤다.심가의 둘째 여식은 첫째의 그늘을 넘어설 수 있다.나라에는 어린 재목을 알아보는 눈이 있다.그 재목이 제 손으로 문을 두드리면, 문은 열린다.서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한씨는 그 글을 처음 보는 듯했다."나는…"그녀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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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길

위명서는 언제나 알맞은 때에 왔다.너무 이른 듯하지만 무례라 말하기 어려운 시각. 너무 걱정스러운 듯하지만 속셈이라 몰기 어려운 얼굴. 황자의 신분으로 장군가의 문 앞에 서 있으면서도, 오히려 제가 낮아진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걸음.심가의 대문 앞에는 이미 하인들이 모여 있었다. 아침 물을 뿌리던 아이는 물동이를 놓은 채 얼어 있었고, 늙은 문지기는 허리를 숙였으나 눈은 조심스럽게 위명서의 뒤쪽을 살폈다.황자의 뒤에는 호위 둘과 내관 하나뿐이었다. 많은 사람을 데려오지 않은 것이 배려처럼 보였다.월령은 그 배려가 더 무서웠다. 손이 적은 걸음일수록, 소문은 더 날래게 움직인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이른 걸음이었습니다."위명서가 심도윤 대신 마중 나온 둘째 숙부에게 말했다."그러나 밤새 심가 안에 흉한 말이 돌았다는 소식을 듣고,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둘째 숙부의 얼굴이 굳었다."전하께서 걱정해 주실 일이 아닙니다.""심가는 나라의 북문을 지킨 집입니다. 그 집 여식의 이름이 흔들리면, 백성들도 나라의 마음을 의심하겠지요."위명서는 북문이라는 말을 참 부드럽게 했다. 심가의 자랑을 어루만지는 듯하면서도, 동시에 목에 걸리는 줄처럼 느껴지는 말투였다.월령은 조금 뒤에 서 있었다. 서윤은 나오지 않았다. 한씨도 방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어머니는 서원당에서 상황을 듣고, 사람을 너무 많이 들이지 말라는 말만 전했다. 짧았지만 정확한 말이었다. 문이 열리는 순간, 집은 더 이상 집이 아니게 되었다.위명서의 시선이 월령에게 닿았다."심 아가씨."그는 한 걸음 물러나 예를 갖췄다. 황자가 장군가의 딸에게 보이는 지나친 예. 모르는 사람은 감동할 것이고, 아는 사람은 숨이 차가워질 예였다.월령은 고개를 숙였다."전하.""놀라셨겠지요.""아직 놀랄 일이 많아, 어느 것부터 놀라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말은 부드러웠고 가시도 없었다. 그러나 위명서의 눈빛이 아주 잠깐 멈췄다."심 아가씨께서는 가끔 아주 어린 얼굴로 어려운 말을 하십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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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기둥이 있는 문

월령은 고개를 조금 숙였다."그러니 심가 안의 일은 예부와 호부가 절차대로 보게 하시는 것이, 백성을 위하는 길일 듯합니다. 전하의 염려는 감사히 받겠습니다."거절이었다. 그러나 문을 닫는 모양은 아니었다. 위명서는 그것을 알아들었다."심 아가씨께서는 절차를 믿으십니까.""사람이 흔들릴 때 절차라도 곧으면, 억울한 이가 숨을 쉴 수 있지 않겠습니까.""절차는 느립니다.""지금은 느린 절차가 필요합니다."월령은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서두르면 증거를 흘리거나, 엎지른 일을 덮기 쉬우니까요."멀리 부엌 쪽에서 청아가 작게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어제의 죽 솥이 떠올랐는지도 몰랐다. 이 긴장 속에서도 그런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 이상하게 현실 같았다.위명서도 그 소리를 들은 듯했다. 그는 웃음을 조금 부드럽게 만들었다."심가에는 충직한 사람들이 많군요.""먹고사는 일에 마음을 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그래서 더 지키고 싶어집니다."그 말은 낮았다. 마당의 사람들은 듣지 못했을 것이다. 월령은 들었다.위명서가 한 걸음 가까이 왔다."심월령."그가 이름을 불렀다. 너무 먼 봄, 살구꽃 아래에서 들었던 그 부드러운 음성으로.월령은 숨을 낮췄다."그대가 혼서를 받아들이면, 심가를 향한 말도 군량 장부의 의심도 조용히 정리될 것입니다.""조용해지는 것과 옳아지는 것은 다릅니다.""옳음이 사람을 살리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그럼 그 옳음의 부족함을 고쳐야지, 사람을 팔아 조용하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위명서의 미소가 아주 잠깐 멈췄다. 마당 전체가 그 짧은 멈춤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월령은 느꼈다.그는 거절보다, 거절 뒤에 세워진 작은 기둥을 싫어했다. 기둥이 박힌 문은 오래 두드려야 열린다는 것을, 그도 알았다.*그때 대문 밖에서 또 다른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무거웠다.누가 보아도 황자의 호위 말과 다른 소리였다. 북쪽 길을 밟은 말은 발을 내딛는 법이 달랐다. 흙먼지를 두려워하지 않고, 돌을 피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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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가고 싶으냐

위지헌은 월령을 보지 않았다. 보지 않는 척했다.월령은 그 사실을 이상하게 알아차렸다. 그가 시선을 주면 사람들이 읽을 것이고, 읽히면 그녀가 더 위험해질 것이다. 그래서 그는 보지 않았다. 그런데 보지 않는 것조차 지나치게 신경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월령은 또 그것을 정치로 돌려놓았다. 심가 여식에게 시선을 주는 섭정왕은 황실 혼사 앞에서 흠이 된다. 그뿐일 것이라고."삼전하."위지헌은 위명서에게 말했다."예부 정전은 내일 열린다. 오늘 심가 문 앞에서 미리 백성을 모을 필요는 없다.""백성이라니요. 저는 심가를 위로하러 왔을 뿐입니다.""위로는 사람 없는 곳에서 하는 것이 낫다."위명서의 눈빛이 아주 작게 차가워졌다."숙부께서는 늘 말을 무섭게 하십니다.""무섭게 들었다면, 네가 무서운 곳에 서 있기 때문이다."노골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충분했다. 마당의 공기가 얼어붙었다.월령은 위지헌의 옆얼굴을 보았다. 여전히 누구도 쉽게 말을 건넬 수 없는 얼굴이었다. 감송향은 서늘했고, 눈빛은 고고했다. 이 사람은 남에게 다정한 표현을 낭비하지 않았다.그래서 월령은 아직 몰랐다. 자신에게만 건넨 쉬운 비유와 낮은 설명이, 이 사람에게 얼마나 예외적인 것인지.위명서는 먼저 물러났다."내일 예부에서 뵙겠습니다."그는 월령을 보았다."심 아가씨께서 절차를 믿으신다 하니, 저도 절차 앞에서 기다리겠습니다."공손한 말이었다. 그러나 기다리겠다는 그 말이, 월령에게는 가장 긴 협박으로 들렸다.*위명서가 떠난 뒤에야 마당의 숨이 돌아왔다.수레꾼은 허둥지둥 옆문으로 수레를 몰았다. 청아가 부엌 쪽에서 고개를 내밀었다가, 위지헌을 보고 다시 숨었다. 숨는 속도가 너무 빨라, 윤백이 참지 못하고 헛기침을 했다."청아."월령이 부르자 청아가 다시 나왔다."예, 아가씨. 소인은 아무것도 엎지르지 않았습니다.""아무도 묻지 않았어.""혹시 몰라서요."위지헌의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윤백은 고개를 숙인 채 어깨를 떨지 않으려 애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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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지워진 이름

예부 기록고는 낮에도 어두웠다. 허도겸은 이미 와 있었다.그는 오늘도 종이와 먼지 냄새를 달고 있었다. 사람보다 장부가 먼저 숨 쉬는 곳에 오래 산 사람처럼, 예를 갖추고도 곧장 목갑을 열었다."보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목갑 안에는 잘린 붓끝이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얇은 나무 조각. 위조된 문장을 말리려 종이 가장자리에 눌렀던 판자 조각이라 했다. 그 나무 한쪽에 아주 미세한 자국이 남아 있었다.허도겸은 작은 대나무 집게로 그것을 들어 보였다."예부 기록고에 쓰는 눌림목이 아닙니다.""어디 것입니까.""궁의 필사방에서 씁니다. 특히 자녕궁 쪽."월령의 숨이 낮아졌다."다만 이 자국은 오래된 것입니다. 최근에 빌린 물건이 아닙니다. 누군가 전부터 가지고 있던 것 같습니다."오래전부터. 그 말이 또 돌아왔다.월령은 낮게 물었다."필사방에 드나든 사람의 명부를 볼 수 있습니까."허도겸은 그녀를 보았다."심 아가씨는 호부 관리가 아닙니다.""압니다.""예부 관리도 아닙니다.""그것도 압니다.""그런데도 보겠다고 하십니까."월령은 고개를 숙였다."제 이름이 그 종이에 쓰였습니다."허도겸은 한참 말이 없었다. 그리고 목갑 아래에서 얇은 명부 한 장을 꺼냈다."호부가 본 것이 아니라, 장부가 우연히 펼쳐진 것입니다."허도겸식 배려였다. 월령은 그 배려를 고맙게 받았다.명부에는 이름들이 줄지어 있었다.문상궁.조계.연무.문선.그리고 그 아래, 아주 흐린 먹으로 지워진 이름 하나.월령은 그 지워진 자리를 오래 보았다.허도겸이 낮게 말했다."지운 흔적은 어젯밤 생긴 것이 아닙니다.""언제입니까.""작년 겨울쯤."서윤의 칠갑이 사라졌던 때였다. 월령의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지워진 이름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먹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등불 아래에서, 마지막 글자의 꼬리가 아주 희미하게 살아났다.소.월령은 그 한 글자를 보며 숨을 멈췄다.소씨라 적힌 이름. 소연화. 아직 궁 안에서 제 성조차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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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그 대답은 네 것이다

마차가 준비될 무렵, 심도윤의 전갈이 도착했다. 북문군 진영에서 온 빠른 말이었다. 편지는 짧았다.*예부 정전의 절차를 따르되, 심가의 여식은 죄인이 아니다. 고개를 숙일 곳과 들 곳을 구별하라.*아버지다운 글이었다. 다정한 말은 한 줄도 없었으나, 글자마다 딸의 등을 받치는 단단함이 있었다.어머니는 그 편지를 읽고 월령에게 건넸다."네 아버지는 늘 말이 짧다.""그래도 알아듣기 쉽습니다.""그러니 장군이지."어머니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스쳤다. 월령은 그 웃음을 보며 마음을 조금 붙잡았다.*한씨는 문턱 아래까지 나왔다. 서윤의 소매 끝을 한 번 정리해 주었다. 손은 조심스러웠다. 너무 세게 잡으면 또 아이가 아플까 두려워하는 손이었다."서윤아.""예, 어머니.""오늘 네가 모르는 것을 묻거든, 모른다 하거라."서윤의 눈이 커졌다. 한씨는 입술을 다물었다가 다시 열었다."어미는 그 말을 늦게 배웠다."서윤은 울지 않았다. 다만 고개를 끄덕였다."예."그 한마디만으로 충분했다.*마차 앞에는 윤백이 서 있었다. 오늘은 유난히 단정했다. 평소의 장난기가 조금 눌려 있었지만, 청아가 보따리를 들고 나오자마자 아주 자연스럽게 한 걸음 물러났다."그 보따리는 무엇입니까.""간식입니다."청아는 엄숙했다."예부 정전에서는 간식을 먹을 수 없습니다.""그래서 가기 전에 먹으려고요."윤백은 잠시 말을 잃었다. 강무진이 뒤에서 낮게 말했다."옳다."윤백이 돌아보았다."무진, 지금 어느 편입니까.""배고픈 쪽."청아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강 호위장님은 사리를 아시는 분입니다."강무진은 그 칭찬을 어떻게 받아야 할지 모르는 얼굴로 마구간 쪽을 보았다. 월령은 그 장면을 보며 웃음을 삼켰다.*위지헌은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오늘은 흑색 조복을 입었다. 허리에는 옥대가 차갑게 빛났고, 소매 끝에는 먼지 하나 없었다. 심가의 하인들조차 그가 선 쪽을 피해서 움직였다.그런 사람이, 월령에게만 시선을 낮췄다."준비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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