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 향이 났다.빗물에 젖은 진흙 냄새도, 목 안쪽을 태우던 비린 독향도 아니었다.부드럽고 희미했다.오래 닫혀 있던 창틈으로 먼 봄이 숨을 죽이고 들어오는 듯했다.심월령은 숨을 들이켰다.그리고 곧바로 기침을 토했다."아가씨!"누군가 비명을 질렀다.월령은 손으로 목을 움켜쥐었다. 칼날이 닿기도 전부터 속을 태우던 열기가, 아직 목 안쪽에 남은 것 같았다.그러나 손끝에 닿은 목은 멀쩡했다. 상처도, 쇠사슬이 쓸고 간 자국도, 죄패가 눌렀던 흔적도 없었다.월령은 천천히 눈을 떴다.붉은 황궁의 담이 아니었다.차가운 돌계단도 아니었다.머리 위에는 옅은 청색 비단 천장이 드리워져 있었고, 창 너머로 살구나무 가지가 흔들렸다. 가지마다 연분홍 꽃잎이 다닥다닥 붙어, 바람이 지날 때마다 몇 장씩 창살에 닿았다가 아래로 떨어졌다.이 방을 알고 있었다.심가의 동쪽 별채.황후의 금관을 쓰기 전, 그녀가 열여섯 해를 살았던 방이었다. 창가 낮은 서안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먹이 남아 있었다.절반쯤 펼쳐진 병법서, 아버지의 군보를 따라 그리던 산맥과 강줄기, 아란에게 가르쳐 주다 만 바둑판. 흑돌 셋과 백돌 다섯이 끝내기 자리에서 묘하게 맞물린 채 멈춰 있었다.이 방은 그녀가 가장 아름답게 꾸며지던 곳이 아니라, 가장 오래 생각하던 곳이었다."아가씨, 괜찮으세요? 의원을 부를까요?"월령은 고개를 돌렸다.침상 곁에 어린 시녀 청아가 울상을 짓고 있었다. 아직 양 볼에 젖살이 남은, 눈이 크고 손이 빠른 아이.훗날 황궁 깊은 곳까지 따라와 끝까지 곁을 지키다, 누구도 제대로 이름을 불러 주지 않은 채 사라졌던 아이. 그 아이가 눈앞에서 숨을 쉬고 있었다.월령의 손끝이 떨렸다."청아."목소리가 낯설었다.갈라지고 쉬어 버린 목소리가 아니라, 아직 한 번도 오래 울부짖느라 망가지지 않은, 어린 자신의 목소리였다."예, 아가씨.""오늘이 며칠이냐."청아가 눈을 깜빡였다."삼월 초엿새입니다. 아가씨께서 낮잠을 너무 오래 주무셔서, 소인이 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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