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란이 월령의 품으로 뛰어들었다."흡."가느다란 탄성이 월령의 목에서 새었다. 작은 몸을 받아 안은 두 팔이 잠깐 흔들렸다. 청아가 얼른 아란의 허리를 받쳤다."아가씨, 아직 몸이 차십니다."아란은 내려갈 생각이 없었다. 고모의 목을 꼭 끌어안고 귀 가까이에 속삭였다."오늘은 안 울었어요.""누가?""어머니가요. 내일 울겠대요."마루 끝에 서 있던 서윤이 소매로 눈가를 눌렀다."저 아이가 또 없는 말을 합니다."그 곁에서 은매가 약탕기 뚜껑을 열었다. 씁쓸한 당귀 냄새가 저녁밥 냄새 사이로 번졌다."없는 말이면 왜 눈이 붉으십니까.""연기 때문이야.""부엌은 반대쪽입니다."서윤이 은매의 팔을 꼬집었다. 은매가 앗, 하고 웃음을 삼켰다.안방 문이 열렸다.유씨 부인은 허리에 얇은 솜띠를 두르고 있었다. 아직 기력이 다 돌아오지 않았으나 머리는 흐트러짐 없이 빗어 올렸고, 연갈색 저고리 깃에는 작은 매화 수가 놓여 있었다.그녀는 월령의 얼굴을 보고도 별원 이야기를 묻지 않았다."밥이 먼저다."낮은 상에는 흰죽과 잘게 찢은 닭고기, 간장에 조린 연근, 소금만 살짝 뿌린 배추가 놓였다. 아란 몫의 꿀엿 하나는 접시 귀퉁이에 붙어 있었다.죽 위에는 참기름 한 방울이 둥글게 떠 있었다. 갓 찢은 닭고기에서는 흰 김이 올랐고, 무르게 익힌 연근은 젓가락이 닿자 힘없이 갈라졌다.월령이 자리에 앉자 청아가 젖은 장옷을 벗겼다. 상복의 흰 목깃이 가느다란 목을 감싸고 있었다. 바깥바람에 식은 귓불이 옅게 붉었다.유씨 부인이 죽그릇을 월령 쪽으로 밀었다."먹어라.""어머니, 별원에서…….""숟가락을 들고 말해."월령이 숟가락을 들었다.따뜻한 죽이 입 안에 닿자 굳어 있던 턱이 아주 조금 풀렸다. 그녀는 한 술을 삼키고, 또 한 술을 떴다.누구도 군량패를 묻지 않았다.아란이 꿀엿을 반으로 떼다가 손에 붙였다. 쩍, 소리가 났다."고모도 드실래요?""아란이 먹어.""왕야는 단것을 좋아해요?"상 위의 젓가락 하나가 달각 멎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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