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全部章節:第 171 章 - 第 180 章

195 章節

171. 대문을 열어라

허도겸이 공문을 펼쳤다.병부 참의의 인은 있었으나, 어보가 찍힐 자리는 반듯하게 비어 있었다.위지헌은 공문을 접었다."심가로 간다."월령이 죽 그릇을 윤백에게 돌려주었다.가마가 오기도 전에 한 걸음을 내디뎠다가 무릎이 늦게 따라왔다.위지헌은 월령의 얼굴을 한 번 보았다. 젖은 눈가 아래로 피로가 내려앉았지만, 입술은 이미 단단히 다물려 있었다."가마를 대라."*심가 대문에는 형부 군졸들이 창을 세우고 있었다.붉은 봉인지가 문고리와 기둥 사이에 붙었다. 안쪽에서는 빗장이 내려진 채였다."문을 열어라!"형부 도위가 든 공문의 빈 어보 자리가 바람에 펄럭였다.문 안에서 아이 우는 소리가 났다가 급히 잦아들었다."흑…."유씨는 안채에서 걸어 나왔다.병색이 남은 얼굴에 분을 바르지 않았다. 겉옷만 단정히 여미고, 머리에는 평소 쓰던 옥비녀 하나를 꽂았다.아란이 치맛자락을 붙들고 있었다. 작은 주먹 안에는 아침에 먹다 남긴 당과가 녹아 붙어 있었다.서윤과 한씨가 그 뒤에 섰다."대문을 열어라."청아가 놀라 고개를 들었으나 유씨는 문밖의 창끝만 보았다."아이들은 안채로 들여라. 내가 나가겠다."방어멈이 빗장에 손을 얹었다. 손등의 핏줄이 굵게 솟았다.그녀는 빗장을 들었다.철컥.문이 열리자 형부 군졸들의 창끝이 한꺼번에 안쪽을 향했다.아란이 유씨 뒤로 숨었다. 손에 쥔 당과가 치맛자락에 눌려 부서졌다.형부 도위가 공문을 들었다.유씨가 문턱을 넘었다.그녀의 시선이 공문의 비어 있는 자리를 지나자 형부 도위의 손이 종이를 한 번 접었다.방어멈은 문턱 안쪽에 발을 박은 채 아란과 군졸들 사이를 막았다.두두두두—!말발굽 소리가 골목을 덮었다.왕부의 검은 깃발이 담장 끝을 돌았다. 형부 군졸들이 창을 거둘 틈도 없이 위지헌의 말이 대문 앞에 섰다.그는 말에서 내리지 않은 채 공문을 내밀었다.검은 군패가 형부 공문의 빈 자리 위를 눌렀다."봉인은 두어라. 어보도 없는 공문으로 안채를 건드리지 마라."골목이 조용해졌다.
閱讀更多

172. 남쪽 별원

독고가 남쪽 별원의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다.기윤이 담장 위에 엎드려 안을 내려다보았다.마당에는 내수사 수레 한 대가 서 있었다. 자녕궁 표식은 진흙으로 문질러 지워져 있었고, 멍석 아래에서 연기가 가늘게 새고 있었다."불입니다."허도겸이 문밖에서 말했다.강무진이 도착한 것은 그때였다.회암역에서 돌아온 말은 옆구리가 땀으로 젖어 있었다. 강무진의 소매 한쪽은 일곱 명패를 감싸느라 짧아져 있었고, 베인 손에는 마른 피가 엉겨 붙었다."문을 엽니까.""안에 사람이 있다."강무진이 문을 한 번 밀었다. 굵은 빗장이 안쪽에서 버텼다.두 번째에는 어깨를 댔다.우지끈!문짝이 빗장째 안으로 쓰러졌다.연기가 골목으로 밀려 나왔다.마차의 멍석 아래에서 불이 번지고 있었다. 군령을 베낀 종이들이 장작처럼 구겨져 있었고, 기름 먹은 천이 바퀴까지 타고 올라갔다.타닥타닥!허도겸은 소매로 입을 가린 채 말했다."사람부터 찾으십시오."별원 안쪽에서 작은 기침 소리가 났다.기윤이 방문을 걷어찼다.오상궁이 기둥에 묶여 있었다. 머리카락은 풀어져 얼굴을 덮었고, 손목의 살은 끈 아래에서 검붉게 부어 있었다.그 옆에는 열두어 살 된 궁녀 하나가 웅크리고 있었다."언니가…""콜록, 콜록!"아이는 목소리를 내다 기침했다.한쪽 발에는 신도 없었다. 검게 그을린 발등에 볏짚이 붙어 있었고, 발가락은 찬 마루를 피하려 안으로 말려 있었다."묵련 나인의 동생이냐."고개가 작게 끄덕여졌다.기윤이 칼로 끈을 끊었다. 오상궁의 몸이 앞으로 무너지자 강무진이 한 팔로 받았다."살아 있습니까."허도겸이 물었다.오상궁의 입술이 움직였다."연무."한 번 나온 이름이 기침에 끊겼다."연무가 어디 있느냐."오상궁은 불붙은 마차 쪽으로 눈을 돌렸다.마차 뒤편 문이 열려 있었다.기윤이 달려 나갔다.골목 끝에서 회색 옷을 입은 사내가 말을 빼앗아 오르고 있었다. 왼손으로 고삐를 잡고 오른쪽 어깨부터 틀었다."연무!"사내가 돌아보지 않고 말을 몰았다.
閱讀更多

173. 그 목소리

오상궁과 아이는 곤원전 후원문 가까운 의원방으로 옮겨졌다.황후가 사람을 보냈다. 자녕궁으로 돌려보내지 말고, 제 눈앞에서 치료하라는 명이었다.강무진은 의원방 문밖에 앉아 손바닥을 꿰매고 있었다. 의원이 바늘을 넣을 때마다 손등의 힘줄이 움직였으나 그는 한 번도 손을 빼지 않았다."윽.""일곱 명패는."기윤이 물었다."여기 있다."강무진은 반대쪽 품을 두드렸다.안쪽에서 아이가 기침했다.젊은 의원 하나가 약사발을 들고 회랑을 건너왔다. 얼굴 절반을 흰 천으로 가렸고, 소매 끝에서는 젖은 흙물이 떨어졌다.강무진이 일어섰다."누구냐.""태의원에서 왔습니다."의원이 목패를 보였다.문 안에서 아이의 울음이 갑자기 멎었다."저 목소리."아이가 쉰 숨으로 말했다."우리를 수레에 태운 사람이에요."약사발이 손에서 미끄러졌다.사발이 바닥에 닿기 전에 사내의 소매에서 칼이 나왔다.쨍그랑!강무진은 꿰매던 손으로 칼을 막았다. 실이 뜯어지고 피가 다시 터졌다.사내가 의원방 문으로 몸을 틀었다.검은 장포 자락이 회랑 끝에서 한 번 움직였다.위지헌의 손이 사내의 목덜미를 잡았다.달리던 몸이 그대로 기둥에 부딪쳤다. 칼이 돌아 위지헌의 옆구리를 향했으나, 그의 다른 손이 손목을 꺾었다.우득!"아악!"사내가 무릎을 꿇었다.회랑 끝에서 물동이를 들고 오던 궁녀가 그대로 주저앉았다. 쏟아진 물이 위지헌의 검은 신 앞까지 흘렀으나 그는 내려다보지도 않았다.위지헌은 그 손을 놓지 않은 채 얼굴을 가린 천을 잡아 내렸다.연무였다.입술 안쪽이 벌써 검게 물들고 있었다."독을 삼켰습니다."기윤이 턱을 잡으려 했다.위지헌의 엄지가 먼저 연무의 턱 아래를 눌렀다. 이가 완전히 맞물리기 전이었다. 검은 환 하나가 혀 밑에서 굴러 나왔다.연무가 몸부림쳤다."뱉어라."낮은 두 글자에 회랑의 궁녀들이 벽으로 물러났다.강무진이 멀쩡한 손으로 연무의 양팔을 묶었다.위지헌이 그를 바닥에 내려놓자 연무는 숨을 몰아쉬면서도 웃었다."전하께서… 심가
閱讀更多

174. 반이 남은 차

자녕궁 안쪽 방에는 연무가 붙잡혔다는 전갈이 먼저 닿았다.숙비는 식은 찻잔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차는 아직 반이나 남아 있었다.설련이 그 곁에서 찻잔 받침을 들고 있었다. 손톱 끝의 피가 빠져 흰빛이 돌았다."고모님."숙비는 대답하지 않았다.문상궁이 오른편 뒤에 서 있었다."네 패가 아니었다더구나.""예, 마마.""그런데 네 이름으로 군량을 옮기고, 사람을 묶고, 아이를 잡았다."문상궁의 등이 조금 더 낮아졌다."소인은 알지 못했습니다."숙비가 옥반지를 뺐다.늘 손에 있던 반지가 차탁 위에 놓이자 그 자리에 옅은 눌린 자국이 남았다."네 이름이 쓰였는데도 몰랐구나."문상궁의 입술이 열렸다가 닫혔다.설련이 찻잔을 새것으로 바꾸려 손을 뻗었다.달칵.받침 가장자리가 차탁에 닿았다. 숙비는 반이 남은 잔도, 새 잔도 들지 않았다."고모님, 손이 차십니다."설련의 말에 숙비는 빈 손가락을 소매 안으로 감췄다."곤원전으로 가자."숙비가 일어났다.설련도 따라 일어나려 했다."너는 남아라.""고모님.""문을 잠그고 누구도 들이지 마라."설련의 젖은 눈이 숙비의 빈 손가락에 닿았다. 숙비는 끝내 반지를 다시 끼지 않았다.*곤원전에는 약 달인 냄새가 가득했다.황후 하문정은 오상궁을 바닥에 꿇리지 않았다. 낮은 평상에 눕히고 의원이 손목을 감게 했다.묵련의 동생은 평상 아래 방석에 앉아 있었다. 큰 겉옷을 빌려 입어 손이 소매 안으로 모두 숨었다.월령은 아이와 같은 높이에 앉았다."언니는 무사하단다."아이는 입술을 깨물다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말해서, 언니가 벌받아요?""흡….""네가 말해서 언니가 살아."월령은 그 이상 덧붙이지 않았다.아이는 소매 속 손을 조금 풀었다.월령은 아이의 벗은 발을 보았다. 궁녀가 가져온 솜버선을 직접 신기려 하자 아이가 놀라 발을 감췄다."혼내지 않아."월령은 버선을 방석 위에 내려놓고 손을 거두었다.아이는 한참 뒤 제 손으로 버선을 집었다. 큰 겉옷 아래에서 발을 하
閱讀更多

175. 본 것만 말해라

황후는 오상궁에게 물부터 먹였다.상궁이 숟가락으로 입술을 적실 때마다 오상궁의 목이 힘겹게 움직였다.평상 아래에는 오상궁의 젖은 겉옷과 가짜 목패, 별원에서 건진 반쯤 탄 압송문이 나란히 놓였다.묵련의 글씨가 군령 위에서 끝났고, 압송문에는 병부 참의의 인이 찍혀 있었다.오상궁은 그 세 물건을 차례로 본 뒤 한참 숨을 골랐다."콜록!""연무가 패를 가져왔습니다."문상궁이 고개를 들었다.그녀가 소매 안에서 목패를 꺼냈다.연무가 빼앗기지 않도록 분명히 쥔 손이었다.오상궁은 그 패를 보았다."그 패는 뒤가 갈라져 있었습니다."문상궁의 패 뒷면은 매끈했다.오상궁의 눈이 묵련의 동생에게 갔다.아이의 어깨가 큰 겉옷 안에서 움츠러들었다.작은 발 한쪽에는 아직 신이 없었다.검게 부은 발등에 세답방의 잿물이 말라붙어 있었다.숙비의 빈 손가락이 소매 아래에서 굳었다."소인은 연무밖에 보지 못했습니다."오상궁의 눈가가 젖었다.오상궁은 묵련의 동생에게 손을 뻗으려다 감긴 손목을 보고 멈췄다.가짜 패 곁에는 깨끗한 손이 하나도 없었다.묵련의 손목에는 끈 자국이 있었고, 오상궁의 손톱 아래에는 별원 기둥의 검은 칠이 끼어 있었다.아이는 큰 소매 안으로 더 숨지 않았다. 대신 평상 모서리를 꼭 잡았다."일곱 사람이 죽을 줄은 몰랐습니다."황후는 위로하지도 꾸짖지도 않았다. 상궁에게 의원이 적은 맥서를 함께 붙이게 했다.황후가 월령을 보았다."심월령.""너도 본 것만 말해라."월령은 방 가운데 놓인 일곱 명패를 보았다.피 묻은 역졸의 군보, 묵련의 손목, 오상궁의 감긴 팔, 바닥에 봉한 검은 독환이 모두 한눈에 들어왔다.숙비의 빈 손가락도.황후의 부채 끝이 그쪽으로 기울었다."소녀가 본 자리에는 없었습니다."황후는 그대로 적게 했다.서리의 붓이 움직였다.숙비가 처음으로 월령을 오래 보았다.월령의 입술이 가볍게 마주 닿았다."소녀가 확인하지 못한 일은 아뢸 수 없사옵니다."황후의 부채가 한 번 펴졌다가 다시 접혔다.
閱讀更多

176. 심월령입니다

정전의 종은 세 번 울렸다.댕—! 댕—! 댕—!첫 번째 울림이 끝나기 전 내관이 곤원전에 들었다."폐하께서 모두 정전에 들라 하셨습니다."내관이 붉은 소지를 펼쳤다.회암역 군보, 군령 두 장, 불탄 압송문, 오상궁과 묵련의 진술이 먹빛으로 나열되어 있었다.내관의 시선이 일곱 명패로 내려갔다.맨 아래에는 `죽은 자의 이름`만 다른 글씨로 덧붙어 있었다.강무진이 명패를 다시 품었다.내관 둘이 종이와 군패를 서로 다른 상에 나누어 놓았다. 황후는 일곱 명패만 어느 상에도 올리지 말라 했다."명패는 강무진이 그대로 들고 가거라."강무진이 두 손으로 품을 눌렀다.숙비는 옥반지 없는 손을 소매 안으로 넣었다.연무의 눈이 처음으로 문 쪽을 향했다. 달아날 길을 재던 눈이었다. 위지헌이 한 걸음 옆으로 움직이자 그 길이 가려졌다.황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가자."월령도 몸을 일으켰다.무릎이 한 박자 늦게 펴졌다. 손을 짚을 곳을 찾기 전, 묵련의 동생이 큰 소매 안에서 손을 내밀었다.작은 손이었다.월령은 그 손을 잡지 않았다. 도리어 아이의 소매를 여며 주었다."언니에게 가렴."아이의 소매에서 약 냄새와 탄 곡식 냄새가 함께 났다. 월령의 손끝에도 그 냄새가 옮았다.아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곤원전 상궁에게 갔다.위지헌의 시선이 월령의 발끝에 머물렀다.월령이 첫발을 떼자 그가 몸을 반쯤 틀었다. 손은 나오지 않았으나, 그녀가 넘어질 쪽의 길이 그의 어깨로 가려졌다.황후가 그를 불렀다."섭정왕."황후의 부채가 위지헌의 흑옥 군패를 가리켰다."어보 없이 움직인 값은 알고 있느냐.""쉰세 대를 돌려놓은 뒤 치를 생각이었습니다."숙비가 낮게 말했다."심가의 딸 하나가 청한 일인데도."위지헌의 목소리가 즉시 내려앉았다."심월령입니다."방 안이 조용해졌다."그 아이가 아니라, 심월령."황후는 펼쳐진 군보를 내려다보았다.심월령의 옥패가 찍힌 자리 바로 아래에 위지헌의 군패 탁본이 있었다.위지헌의 눈빛이 그녀에게 닿았다.
閱讀更多

177. 일곱 이름

곤원전 문이 열린 뒤, 일곱 이름이 먼저 정전으로 갔다.강무진은 명패를 쟁반에 올리지 않았다. 잘라 낸 제 소매에 싼 채 두 손으로 받쳤다.회랑을 지나는 궁인들이 그 앞에서 길을 비켰다.거짓 군령은 기윤의 상 위에 놓였고, 남쪽 별원에서 건진 압송문은 허도겸이 들었다. 종이들은 바람이 불 때마다 가볍게 들렸으나 일곱 명패는 움직이지 않았다.연무는 쇠사슬에 묶여 걸었다.부러진 손목이 가슴 앞 나무판에 고정되어 있었다.잘그락, 잘그락.한 걸음마다 쇠가 돌바닥을 긁었다.숙비는 황후와 나란히 걷지 않았다.반걸음 뒤에는 설련이 있었다. 자녕궁에 남아 있으라던 아이가 정전 앞에는 와 있었다. 연분홍 저고리의 소매가 떨렸고, 두 손은 끝까지 가지런히 모여 있었다.월령은 설련의 얼굴을 한 번 보았다.설련의 눈은 종이가 아니라 일곱 명패를 따라가고 있었다. 마지막 패 뒤에 새겨진 작은 새가 보일 때, 입술에서 핏기가 빠졌다.정전 계단 아래에서 형부 도위가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월령을 보자 시선을 피했다. 심가에서 사람을 끌어내려 했던 공문은 그의 소매 안에 접혀 있었다.허도겸이 그 앞을 지나며 말했다."어보는 아직도 없습니까."도위는 대답하지 못했다.월령은 위지헌의 오른쪽 한 걸음 뒤에 섰다.다리가 다시 떨리려 하자 발가락에 힘을 주었다. 옥빛 치맛단 아래에서 신 끝이 한 치 안으로 모였다.위지헌이 돌아보지 않은 채 걸음을 조금 늦췄다.그녀가 숨을 고를 만큼만.정전 문이 열렸다.안쪽에는 구룡이 수놓인 병풍이 세워져 있었다. 경화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모두가 예를 갖췄다.위지헌도 한쪽 무릎을 낮추고 머리를 숙였다. 황제 앞에서만 하는 예였다.병풍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죽은 이들을 먼저 올려라."강무진이 앞으로 나갔다.무릎을 꿇을 때 베인 손이 바닥에 닿았다. 다시 터진 피가 돌바닥에 작은 점을 남겼다.그는 일곱 명패를 병풍 아래의 좁은 상에 놓았다."읽어라."강무진의 입이 쉽게 열리지 않았다.회암 골짜기에
閱讀更多

178. 연무

연무의 무릎이 돌바닥에 닿았다.쿵.일곱 명패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그는 보지 않으려 고개를 돌렸으나 위지헌의 신 끝이 그쪽 길을 막고 있었다."회암역에 군령을 보냈느냐."병풍 뒤의 물음은 짧았다.연무가 마른침을 삼켰다."소인은 전달만 했습니다."평상에 누운 오상궁이 들것째 정전 안으로 들어왔다. 의원이 곁에 붙어 있었다.오상궁의 목소리는 갈라졌으나 끊기지 않았다."패는 저자가 가져왔습니다."허도겸이 불에 탄 압송문을 펼쳤다.가장자리의 검은 재가 상 위에 떨어졌다.형부 도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허도겸이 두 공문을 같은 상 위에 펼쳤다. 한쪽은 불에 그슬렸고 다른 쪽은 형부의 붉은 인 아래 반듯하게 접혀 있었다.글자는 달라도 사람을 끌어가라는 마지막 한 줄은 같았다.허도겸은 마지막 한 줄이 겹치도록 두 종이를 포갰다.불에 탄 구멍 사이로 형부 공문의 같은 글자가 드러났다.종이를 조금 움직일 때마다 병부 참의의 인이 재 아래에서 나타났다가 다시 가려졌다.허도겸은 어느 쪽이 먼저 쓰였는지 말하지 않았다.두 장을 포갠 손만 그대로 두었다.형부 도위는 제 공문을 거두지 못했다.내관 하나가 병부 참의의 빈 출석패를 상 아래 놓았다.패에 매인 붉은 끈은 급히 끊긴 채였다.경화제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연무의 숨만 거칠게 들렸다.병풍 뒤에서 종이 위를 누르는 소리가 났다.창호 밖으로 바람이 지나가며 매화 가지를 한 번 긁었다.정전 안에서는 아무도 그쪽을 보지 않았다.연무가 이마를 바닥에 댔다."컥….""그 이름을 말해라."침묵이 길어졌다.연무의 이마에서 땀이 떨어졌다. 땀방울은 일곱 번째 명패 모서리 가까이 번졌다. 강무진이 피 묻은 손으로 명패를 한 치 뒤로 옮겼다.숙비는 연무를 보지 않았다. 옥반지가 빠진 손가락이 소매 안에서 감춰져 있었다.위명서는 숙비 곁에 서 있었다. 티 없는 소맷단을 손안으로 조금 말아 쥐었다.연무가 끝내 입을 열지 않자 옥필이 움직였다.남쪽 별원과 독고 상단의 창고에는 봉함 표식
閱讀更多

179. 경화 칠년

검은 함이 병풍 아래 놓였다.함 아래에는 오래 접힌 검은 비단이 깔려 있었다. 비단 끈의 색은 죽어 있었고, 봉랍의 갈라진 틈에는 먼지가 얇게 앉아 있었다.예부 상서가 앞으로 나왔다."봉인을 확인하라."경화제의 명이 떨어졌다.예부 상서가 함을 돌려 보았다."경화 칠년 내봉입니다. 어보 흔적이 맞습니다."정전 안에서 낮은 숨소리가 번졌다.경화 칠년.월령이 너무 어렸던 해였다. 그해 봄의 일은 드문드문 남아 있었다. 전장 가까운 마을과 일찍 진 살구꽃, 아버지의 말안장에 붙은 진흙.어머니가 바람을 막아 주려고 여며 준 어린 저고리의 깃도 떠올랐다. 월령은 그때 제 이름이 황제의 함 안에 들어가는 줄 알지 못했다.그 이름 곁에 누구의 이름이 놓였는지도.위지헌의 엄지가 옥대 안쪽을 눌렀다.월령은 그 손을 보지 못했다. 그의 어깨가 가렸다.위지헌의 눈앞에는 그해 진북 관문의 봄이 잠깐 겹쳤다. 말발굽에 짓이겨진 살구꽃잎 하나를 작은 손이 주워 그의 소매에서 떼어 주던 날이었다.마른 봉랍이 갈라졌다.딱.검은 함이 열렸다.종이가 펼쳐지자 오래된 먹 냄새가 났다.예부 상서가 첫 줄을 읽었다."진북대장군 심도윤의 장녀 심월령은…"제 이름이 정전의 높은 천장 아래에서 낯설게 울렸다."나이 차기를 기다려 섭정왕 위지헌의 정비로 삼을 수 있다."월령의 숨이 멎었다.그 얕은 들숨이 바로 곁에 선 위지헌에게는 살갗을 스친 것처럼 선명했다.한 걸음이면 옥빛 소매를 손안에 잡을 수 있었다.오래 눌러 둔 갈망이 그 짧은 거리 안에서 뜨겁게 몸을 일으켰으나, 검은 장포 자락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예부 상서의 목소리도 그 줄 끝에서 아주 조금 느려졌다. 늙은 관리가 종이 위의 두 이름을 번갈아 보았고, 곧 눈을 내렸다.황후의 접은 부채가 무릎 위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숙비는 옥반지가 빠진 손을 소매 안에 넣었다. 위명서는 티 없이 정돈된 소맷단을 손안으로 조금 말아 쥐었다.숙비 뒤에 선 설련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연분홍 소매 앞에 모은
閱讀更多

180. 네가 답하라

경화제의 물음이 정전 안에 오래 남았다.월령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손바닥 안에서 흰 돌이 검은 돌 가까이로 굴렀다. 두 돌이 닿기 전 손가락 하나가 사이에 놓였다.황후의 부채 끝이 조금 내려갔다.숙비의 빈 손가락이 소매 안에서 접혔다.위명서는 월령을 보았다. 후원과 별궁에서 보이던 부드러운 빛은 없었다. 입술이 한 번 열렸다가 소리 없이 닫혔다.설련은 숙비의 그림자 안에서 숨을 죽였다.문상궁은 두 손을 소매 안에 모았다. 오상궁을 실은 들것 곁에서는 의원이 맥을 짚고 있었고, 연무의 부러진 손목을 묶은 나무판 아래로 핏물이 한 줄 말라 갔다.위지헌만 바닥을 보고 있었다.그의 턱 아래 그림자가 짙었다. 한 호흡이 옷깃 안으로 들어갔다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월령은 그 모습을 보았다.자녕궁 문밖에서는 그녀가 나오기만을 보던 사람이었다. 회암역으로 군을 보낼 때는 제 이름부터 군보에 적게 했다.지금은 눈길 하나도 보내지 않았다.월령의 젖은 속눈썹이 천천히 내려갔다가 들렸다.그 작은 움직임이 위지헌의 시야 가장자리에서 어른거렸다.고개를 돌려 젖은 눈을 보는 순간, 그녀가 답하기도 전에 제 모든 것을 내어놓을 것 같았다.그래서 그는 바닥의 금 간 돌 하나를 칼끝보다 오래 바라보았다.전생의 정전은 비가 새는 듯 어두웠다. 남이 정한 글이 먼저 읽혔고, 그녀는 정해진 자리로 걸어갔다.붉은 예복은 무거웠고, 머리 위의 봉관은 고개를 들 때마다 이마를 눌렀다. 그날 누구도 월령에게 무게를 견딜 수 있느냐고 묻지 않았다.오늘 병풍 아래에는 `본인의 뜻`이라 적혀 있었다.일곱 이름도 같은 상에 있었다.월령은 숨을 들이켰다.목 안쪽이 말라 첫 소리가 바로 나오지 않았다.혀끝에 아까 삼킨 미음의 옅은 단맛이 남아 있었다. 자녕궁 문밖에서 식지 않게 갈아 온 그릇과, 심가 대문에서 옥잠을 바로 세워 주던 어머니의 손이 차례로 떠올랐다.위지헌의 손이 옥대에서 완전히 떨어졌다. 손바닥을 편 채 허벅지 옆에 두었다.손마디에는 칼을 오래 쥔 굳은
閱讀更多
上一章
1
...
151617181920
掃碼在 APP 閱讀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