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마마께서 은밀히 내리신 밀서가 나왔습니다."위명서의 목소리는 다시 부드러워졌다."숙부는 오래 숨겼지요. 어마마마께서는 그것을 보셨고, 예부는 절차를 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심 아가씨는 아직 답하지 않았습니다.""정전에서 말씀드렸습니다.""절차를 말했지, 마음을 말하지 않았습니다."월령의 숨이 가늘어졌다."혼사는 마음만으로 정하지 않습니다.""그 말이 참 슬프군요."위명서는 정말 슬픈 사람처럼 말했다."나는 심 아가씨가 마음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습니다."위험한 목소리였다.알아본다는 말. 다르다는 말. 말해도 된다는 말.예전의 월령이라면 그 말에 기대고 싶었을 것이다. 지금의 월령은 그 말 아래 놓인 손을 보았다. 마음을 말하게 한 뒤, 그 마음의 주인이 되려는 손."소녀는 아직 어리고, 어린 마음은 결정에 늘 미숙합니다. 부모님과 윗분들의 뜻에 따르려 합니다."허도겸의 눈썹이 작게 올라갔다."그 윗분들 중에 숙부도 있습니까."답하면 안 되는 물음이었다.월령이 침묵하는 사이, 별궁 앞 돌계단에서 낮은 발소리가 멈췄다."섭정왕 전하께서 드십니다."문이 열렸다.위지헌이 들어섰다.방 안의 온도가 한 치 내려갔다. 검은 장포의 어깨에는 새벽의 찬 기운이 묻어 있었고, 옥대와 검집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큰 체구가 문 안에 들어서는 것만으로 별궁의 낡은 공기가 눌렸다.그의 시선이 먼저 사람들의 자리를 갈랐다. 위명서, 문상궁, 예부 서리, 허도겸, 붉은 천, 닫힌 안쪽 문.마지막에야 월령에게 닿았다.다친 곳이 없는지 확인하는 데에는 한 호흡도 걸리지 않았다. 짧은 눈길이었으나, 월령은 그것만으로 그가 방 안의 위험을 다 세었음을 알았다.그리고 그 눈길은 거두어지기 직전, 잠깐 느려졌다.밤을 새운 그녀의 눈 밑을 본 사람의 속도였다.월령은 밤새 조여 있던 숨이 어디쯤에서 풀리는지를 그제야 알았다. 문이 열리는 소리보다, 그 사람이 같은 방 안에 서 있다는 사실이 먼저 어깨를 내려 주었다.예부 서리 하나가 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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