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유성준은 신연희를 좋아하고 있었다.신연희가 마지막으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을 때, 신연희가 사라진 걸 깨달았을 때, 신연희의 방에서 제게 써줬던 편지와 저를 그렸던 스케치가 사라진 걸 깨달았을 때, 영국에 와서 신연희가 다른 남자와 데이트하는 걸 봤을 때,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연희가 약혼할 때.유성준은 이미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쫓아다니던 그 소녀에게 마음을 뺏겼다. 하지만 그 감정을 별나다고만 생각하며 마음속 깊이 억누르기만 했다.몇 번이나 억눌렀음에도 그 감정은 몇 번이고 고개를 들었다.그렇게 지금 이 순간, 사랑이란 그 감정이 모조리 터져 나온 것이다.유성준은 심장이 누군가에게 움켜쥐어지기라도 한 듯 아파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순간 그는 무작정 2층으로 쳐들어가 신연희의 손을 잡고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었다.과거의 모든 것은 다 제 잘못이니 만회할 기회를 달라고 하고 싶었다.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유성준은 발에 못이라도 박힌 듯 그 자리에 얼어있었다.새하얀 눈이 유성준의 몸 위로 수북이 쌓였다. 하지만 아무리 춥다고 해도 마음의 시림에 미치진 못했다.그는 자신을 목숨만큼 사랑하던 그 여자가 다른 남자의 곁에 서서 그 남자와 다정한 말을 주고받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신연희의 눈빛 속에는 그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사랑과 설렘이 담겨 있었다.문득 그는 아주 오래 전의 어느 비 오던 밤이 떠올랐다.그날의 비는 지금 내리는 눈만큼이나 거셌다.그날 밤도 오늘처럼 건물 하나, 창 하나 너머였다.그와 구나린이 따뜻한 벽난로 앞에서 관계를 맺을 때 신연희는 비바람 속에서 둘을 보며 밤새 무릎을 꿇고 있었다.그날 밤 유성준은 신연희의 눈에 비친 절망이 점점 더 짙어지는 걸 보았다. 신연희는 결국 눈을 감고 쓰러졌었다.지금에서야 그는 그때 신연희의 기분이 어땠을지 느껴보게 되었다.비로소 그녀의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과 절망을 알게 되었다.성 앞에 서 있는 눈사람과 같은 유성준의 모습은 점차 많은 하객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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