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끊은 신연희는 급히 눈물을 닦아내고 신분증을 챙겨 외출하려 했다.그녀가 문을 여는 순간 문 앞에 서 있던 남자와 마주쳤다.유성준의 목 가득 빼곡히 새겨진 키스 마크가 그대로 신연희의 눈에 들어왔다.유성준과 구나린이 함께 밤을 보낸 사실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했음에도 그를 만난 이 순간 신연희는 조용히 시선을 피했다.그녀의 사소한 행동을 유성준이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거기에 신연희의 살짝 붉어진 눈시울까지, 유성준은 곧바로 눈치를 챘다.그의 차가운 말에는 경고의 뜻이 담겨있었다.“신연희, 네 뜻과는 상관없이 나 나린이랑 만나게 됐어.” “앞으로 나린이랑 결혼할 거야. 여기 살고 있는 이상 너도 나린이 존중하도록 해. 허튼소리는 하지 말고.”신연희는 눈을 내리깔고 담담하게 말했다.“네, 삼촌.”삼촌이라는 호칭이 불리는 순간, 유성준은 유난히 어색하게 느껴졌다.그는 고개를 숙이고 눈앞의 소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마지막으로 이 호칭을 들은 게 언제였는지조차 가물가물했다.과거 신연희가 자신의 집으로 갓 이사 왔을 때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삼촌’이라고 부르곤 했었다. 하지만 이성적인 호감을 품은 후에는 늘 이름을 불렀지, 삼촌이라고 부르지 않았다.유성준이 미간을 찌푸리고 말을 하려던 찰나, 뒤에서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가 두 사람 사이의 어색한 정적을 깨뜨렸다.“성준아, 나 짐 가져왔어. 나 어느 방 쓰면 돼?”유성준은 정신을 차리고 자신에게 걸어오는 구나린을 품에 안으며 다정하게 말했다.“너 햇빛 좋아하잖아. 연희의 방이 남향이라 채광이 제일 좋아. 연희는 손님 방으로 옮기라고 할 테니까 네가 그 방 쓰도록 해.”구나린은 오만한 눈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그 표정과는 반대로 난처한 척하며 말했다.“그건 좀 아닌 것 같아...”“내가 연희보다 나중에 들어왔잖아. 내가 손님방 쓸게.”구나린이 아래층으로 가려는 순간, 그녀의 입에서 얕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유성준이 구나린을 다시 품에 끌어안고 말했다.“넌 내 예비 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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