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나를 찾는 기나긴 길: Capítulo 1 - Capítulo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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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다음 날 아침.유성준의 어릴 적 친구 구나린은 누추한 모습으로 아침을 맞은 두 사람의 모습을 마주했다. 구나린은 큰 충격이라도 받은 듯 눈시울이 붉어진 채 밖으로 뛰쳐나갔다가 그만 통제를 잃은 트럭과 부딪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그 후로 신연희는 유성준이 꼭 다른 사람으로 변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침착하게 구나린의 장례식을 치르고 난 유성준은 무정하게 신연희와 결혼하고 매일 밤 무정하게 그녀와 잠자리를 가졌다. 그러고는 또 무정하게 지금은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며 몇 번이고 그녀를 데리고 중절 수술을 받으러 갔다.18번째 중절 수술 중 과다 출혈로 수술대에서 숨이 끊어져 가고 있던 신연희는 의사와 유성준의 통화를 들었다.그의 목소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무정했다.“죽었습니까? 죽고 나면 그때 연락하세요.”그제야 신연희는 비로소 깨달았다. 그가 자신을 증오한다는 걸.유성준은 신연희가 그의 해독제가 되어 준 걸 증오하고 의도치 않게 구나린을 죽게 한 걸 증오한다.수술대에서 숨을 거두는 그 순간, 신연희는 뼈저리게 후회했다.다시 눈을 떴을 때 신연희는 본인이 회귀했음을 깨달았다. 그것도 유성준이 최음제에 취했던 바로 그날로...평소에는 고고하고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모습의 그가 지금은 와이셔츠 단추 몇 개가 풀려서는 눈가가 붉어진 상태로 침대에 누워있다. 그 모습은 마치 신전에서 끌어져 내린 타락한 신과 같아서 그런 그를 보는 신연희의 마음은 복잡했다.지난 생에서 신연희는 이런 모습의 유성준에게 넘어가 욕망에 불타올랐다. 그가 아빠의 친구라는 사실도, 그와 띠동갑이라는 사실도 무시하고 모든 걸 뒷전에 둔 채 무작정 그의 해독제가 되어 주었다.하지만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유성준과 구나린은 이미 오래전부터 서로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을, 다만 서로의 마음을 전할 타이밍이 없었을 뿐. 그런데 그 틈을 신연희가 비집고 끼어들었던 것이다.운명을 결정짓는 이날로 다시 돌아온 건 하늘이 신연희를 불쌍히 여겨서일까?회귀한 신연희가 원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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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전화를 끊은 신연희는 급히 눈물을 닦아내고 신분증을 챙겨 외출하려 했다.그녀가 문을 여는 순간 문 앞에 서 있던 남자와 마주쳤다.유성준의 목 가득 빼곡히 새겨진 키스 마크가 그대로 신연희의 눈에 들어왔다.유성준과 구나린이 함께 밤을 보낸 사실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했음에도 그를 만난 이 순간 신연희는 조용히 시선을 피했다.그녀의 사소한 행동을 유성준이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거기에 신연희의 살짝 붉어진 눈시울까지, 유성준은 곧바로 눈치를 챘다.그의 차가운 말에는 경고의 뜻이 담겨있었다.“신연희, 네 뜻과는 상관없이 나 나린이랑 만나게 됐어.” “앞으로 나린이랑 결혼할 거야. 여기 살고 있는 이상 너도 나린이 존중하도록 해. 허튼소리는 하지 말고.”신연희는 눈을 내리깔고 담담하게 말했다.“네, 삼촌.”삼촌이라는 호칭이 불리는 순간, 유성준은 유난히 어색하게 느껴졌다.그는 고개를 숙이고 눈앞의 소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마지막으로 이 호칭을 들은 게 언제였는지조차 가물가물했다.과거 신연희가 자신의 집으로 갓 이사 왔을 때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삼촌’이라고 부르곤 했었다. 하지만 이성적인 호감을 품은 후에는 늘 이름을 불렀지, 삼촌이라고 부르지 않았다.유성준이 미간을 찌푸리고 말을 하려던 찰나, 뒤에서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가 두 사람 사이의 어색한 정적을 깨뜨렸다.“성준아, 나 짐 가져왔어. 나 어느 방 쓰면 돼?”유성준은 정신을 차리고 자신에게 걸어오는 구나린을 품에 안으며 다정하게 말했다.“너 햇빛 좋아하잖아. 연희의 방이 남향이라 채광이 제일 좋아. 연희는 손님 방으로 옮기라고 할 테니까 네가 그 방 쓰도록 해.”구나린은 오만한 눈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그 표정과는 반대로 난처한 척하며 말했다.“그건 좀 아닌 것 같아...”“내가 연희보다 나중에 들어왔잖아. 내가 손님방 쓸게.”구나린이 아래층으로 가려는 순간, 그녀의 입에서 얕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유성준이 구나린을 다시 품에 끌어안고 말했다.“넌 내 예비 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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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신연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아니에요.”유성준은 그녀의 앞으로 가 회피하는 그녀의 얼굴을 유심히 지켜보았다.“아니라고? 매일 아침 일찍 나갔다가 저녁 늦게 들어오고 날 보면 인사도 없이 지나치잖아. 그런데도 날 피하는 게 아니야?”“왜 이러는데? 내가 나린이랑 만나서 그래?”신연희는 연신 고개를 내저었다.“아니에요! 삼촌이 좋아하는 사람과 만나게 돼서 진심으로 기뻐요. 서로 좋아하는 두 사람이 잘된 거 진심으로 축하해요. 삼촌이 절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 받아들였으니까 제 걱정은 마세요. 앞으로 삼촌 안 좋아할 거예요.”신연희는 담담하게 사실을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어딘가 거슬렸는지 유성준의 표정은 삽시에 어두워졌다. 신연희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건 평생 들은 말 중 가장 황당한 말이었다.“고백했다가 차이고 종일 매달리다가 차이더니 이젠 내 관심을 받으려고 새로운 수작을 부리나 보네?”유성준은 말을 뱉으며 신연희의 표정을 관찰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걸 보고 유성준은 더 확신했다.유성준은 한 걸음 한 걸음 신연희에게 다가갔다. 신연희가 품에 안은 상자를 본 그의 말투는 더 차가워졌다.“날 안 좋아한다면서 이렇게 많은 편지를 쓰고 몰래 날 스케치했어? 몇 년 내내 집착하다가 이제 와서 안 좋아한다고?”“신연희, 네가 하는 말이 우습지도 않아?”신연희는 말없이 눈앞의 이 남자를 바라보았다.얼마나 우스운지 모를 리가 없었다. 양치기 소년처럼 거짓말이 반복될수록 믿는 사람은 줄어들 테니까.하지만 지금 신연희가 한 말은 거짓이 아닌 사실이었다.“제가 삼촌을 정말 오래 좋아하긴 했지만 삼촌은 평생 절 좋아하지 않을 거잖아요. 그래서 저 정말 포기했어요.”말을 마친 신연희는 유성준이 보는 앞에서 상자 안의 물건을 모두 쏟아냈다.그리고 안에 있던 편지와 스케치를 하나씩 전부 찢어버렸다.날리는 종잇조각 사이로 신연희는 기뻐하기는커녕 오히려 어두워지는 유성준의 얼굴을 보았다.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닐까 의심하는 순간,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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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신연희는 그날 유성준이 한 말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그저 묵묵히 이민 수속이 최대한 빨리 통과되어 떠나기만을 기다렸다.하지만 구나린은 그런 신연희를 가만둘 생각이 없었다.그날 구나린은 쇼핑하러 나가자며 억지로 신연희를 끌고 외출했다. 그러나 차를 탄 지 얼마 안 가 신연희는 약에 취해 기절해 버렸다.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바닷가의 절벽 위에 묶여 있었다.그리고 옆에는 구나린도 똑같은 자세로 절벽 위에 묶여 있었다.신연희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구나린에게 이유를 묻고 싶었다. 하지만 입에 붙여진 테이프 때문에 그녀의 목소리는 울음 섞인 신음으로 들릴 뿐이었다.구나린은 신연희의 의아함을 눈치챈 듯 냉랭하게 웃으며 말했다.“신연희, 원래 널 납치할 생각은 없었어.”“하지만 그날 성준이가 한 말 때문에 불안해서 증명받고 싶었어. 우리 둘 중 누가 성준이한테 더 중요한지 말이야.”그 말을 들은 신연희는 서러움이 밀려왔다.애초에 증명하고 말고 할 게 없었다. 답은 뻔하니까...곧 납치범의 문자를 받은 유성준이 현금 두 박스를 들고 급히 달려왔다.유성준은 들고 온 현금 박스를 앞으로 던지며 소리쳤다.“돈은 가져왔으니까 두 사람 놔 줘!”그러나 이미 구나린의 명을 받은 납치범은 일말의 동요 없이 여유롭게 말했다.“유 대표님, 애초에 돈을 바라고 납치한 게 아니에요.”유성준의 표정이 미세하게 바뀌었다. 그의 말투는 한결 더 차가워졌다.“그게 무슨 소리지?”납치범은 신연희와 구나린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섬뜩하게 웃어 보였다.“한 사람은 오랜 친구의 딸, 한 사람은 대표님의 약혼녀라면서요? 둘 중 한 명만 구할 수 있어요. 다른 한 사람은 바다에 던져져 상어의 먹이가 될 겁니다. 선택하세요!”말을 마친 납치범이 손에 든 줄을 살짝 풀자 절벽 끝에 묶인 두 사람은 금방이라도 바닷속에 빠질 듯했다.구나린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성준아, 살려줘! 나 죽기 싫어!”구나린의 외침에 유성준은 심장이 내려앉는 것만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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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심하게 내려친 탓에 신연희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신연희의 얼굴은 금세 부어올랐고 입가에서는 피가 흘러나왔다.귀에서는 윙윙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고 눈앞에 있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신연희는 바들바들 떨며 제 얼굴을 감쌌다. 그의 매정한 손자국에 손이 닿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져나왔다.유성준이 처음으로 신연희의 뺨을 때렸다.그녀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유성준은 이미 파티장을 떠났다.신연희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서둘러 일어나 두 사람을 뒤쫓아갔다.혹시 구나린이 지난 생처럼 사고를 당할까 봐 걱정됐다.우르릉!연달아 울리는 낮은 천둥소리가 폭우를 동반하며 온 세상을 휩쓸고 있었다.쏟아지는 빗속에서 훤칠한 남자는 여린 여자를 품속에 꽉 끌어안고 있었다.구나린은 몸부림치며 절망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었어. 연희가 그런 짓을 했는데 나더러 어떻게 계속 그 자리에 있으란 거야? 연희가 너한테 미련이 남았다면 나도 어린애랑 너 다투는 짓 그만할래. 그냥 걔 가지라고 해...”유성준은 구나린을 더욱더 꽉 끌어안았다.“아니야, 나린아. 난 연희를 사랑하지 않아. 그건 앞으로도 마찬가지야. 내가 널 얼마나 오래 좋아했는지 알잖아. 네가 날 남한테 넘기는 건 내 심장을 도려내는 거나 마찬가지야.”말을 마친 유성준이 고개를 숙여 구나린에게 입을 맞추려던 순간, 멀지 않은 곳에서 눈이 부실 정도로 환하게 헤드라이트를 켠 자동차가 두 사람을 향해 돌진해 왔다.멀리서 이제 막 두 사람을 뒤쫓아 나온 신연희의 눈에 보인 건 온통 핏빛이었다. 그녀는 충격에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응급실의 레드 라이트가 켜졌다.수많은 의사가 서둘러 유성준에게 의료기기를 장착해 응급 처치를 시작했다.하지만 유성준은 본인의 부상은 신경 쓰지 않고 의사들에게 우선 구나린부터 살리라고 했다.“유 대표님, 유 대표님이 더 심하게 다치셨습니다.”미약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유성준이 대답했다.“난 신경 쓰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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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신연희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본인은 방 안의 침대에 누워있었고 침대 옆에는 냉랭한 표정의 유성준이 서 있었다.“큰 사고를 친 널 사흘 밤낮 동안 가둬야 마땅했지만 나린이가 착해빠져서 너 용서해 주겠대. 나한테 너 풀어주라고 빌더라.”“역시 나한테 미련 남았을 줄 알았어. 신연희, 잘 들어. 난 나보다 12살 어린 여자한테 마음 없어. 너랑 난 영원히 안 될 사이야.”말이 끝나자마자 문이 세게 닫혔다. 신연희가 해명하려는 말은 문이 닫히는 굉음에 그대로 묻혀버렸다.신연희는 침대맡에 기대어 눈을 감고 길게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나 이제 정말 삼촌 안 좋아해요.”그 후 며칠 동안 유성준의 집 안은 유난히 북적거렸다.별장 전체의 사람들이 곧 다가올 유성준과 구나린의 결혼식 준비로 분주했다.구나린은 진두지휘하면서도 한편으로 과거의 불쾌한 일은 연기처럼 사라진 듯 따뜻하게 신연희의 손을 잡았다.“장소랑 배치 준비는 어느 정도 끝났고 신부 들러리만 남았네. 연희가 딱 좋겠다. 행운도 받아 갈 겸 신랑 쪽 들러리 중에 남자 친구 감이 있을 수도 있잖아.”구나린의 마지막 말에는 비꼬는 듯한 기운이 섞여 있었다.신연희는 구나린과 같은 대단한 연기 실력이 없었으므로 팔짱에서 손을 빼며 거절하려 했다. 그 순간 갑자기 머리 위로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연희는 들러리 하면 안 돼.”신연희와 구나린이 동시에 뒤돌아보았다. 그곳엔 유성준이 서 있었다.“왜 안 되는데?”구나린은 유성준이 본인의 제안을 거절한 게 제법 놀라운 듯했다.유성준은 말없이 그저 옆에 서 있는 신연희를 바라보았다.한동안 자신에게 매달리지도 않고 순해졌다고 생각했다.다만 신연희가 앞으로 남자 친구를 사귈 거라 생각하니 유성준은 왠지 모를 답답함과 불쾌함을 느꼈다.그러나 이 불쾌함의 이유를 따져 묻는다면 그에 대한 마땅한 답은 없었다.유성준이 시선을 내리깔고 아무 핑계나 대려던 찰나 신연희가 입을 열었다.“두 분보다 한참 어린 제가 들러리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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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유성준의 별장은 밤새 불이 켜진 채로 환했다.신연희는 불안한 기색으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손을 꽉 쥐어 피가 흘렀다.하지만 신연희는 아무런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듯 벽에 걸린 시계만 뚫어지게 지켜보았다.그렇게 벽에 걸려있는 시계가 밤 12시에서 아침 7시가 되도록 신연희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유성준의 눈은 난폭한 기운이 서려 순수한 검정 그 자체였다. 이를 본 신연희는 머리끝이 쭈뼛 서고 한기가 발끝부터 시작해 온 몸으로 퍼지는 듯했다.유성준은 하인의 손에서 채찍을 건네받고 한 걸음씩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신연희, 조금만 더 늦었으면 나린이도 나린이 뱃속의 아이도 죽을 뻔했어. 알아?”‘아이?’‘나린 언니가 임신했다고?’극도의 충격이 언뜻 스쳐 지나고 신연희는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그렇다, 지난 생에서는 신연희 본인이 이 시기에 임신했었다.이번 생에선 구나린이 유성준의 해독제가 되었으니 구나린이 임신한 것도 당연했다.더는 깊이 파고들 겨를이 없었다. 구나린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가법에 따라 벌을 내리려는 유성준에 신연희는 눈시울이 붉어져 급히 해명했다.“전 웨딩드레스에 손댄 적 없고 언니를 해치려 한 적도 없어요. 납치부터 시작해서 파티장 스크린에 나타난 편지, 거기에 오늘 웨딩드레스까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제가 언니를 해치려 했다고 해도 이렇게 매번 성공할 리가 없잖아요.”신연희는 늘 신중해 왔던 유성준이 이 말을 듣고 나면 분명 의심스러운 점을 알아챌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유성준은 분노에 휩싸여 차갑게 대답했다.“네 말은 나린이가 널 모함하려고 벌인 짓이란 뜻이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나와 결혼하려는 사람도 나린이인데 나린이가 왜 이유 없이 널 모함하겠어?”그건 신연희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그건 저도 모르겠어요...”신연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입에서 고통 섞인 비명이 새어 나왔다. 유성준이 높게 휘두른 채찍이 그녀의 몸을 힘껏 내려친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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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일주일 후.유씨 가문과 구씨 가문의 세기의 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됐다.임신한 구나린을 배려해 결혼식 식순은 최대한 간소화되었다.비록 식순은 줄어들었지만 결혼식의 화려함은 여전히 오가는 하객을 감탄하게 했다.하객은 입장하기 전부터 웨이터가 건네는 수천만 원 상당의 답례품을 받았고 하객들이 착석했을 때 보이는 모든 게 맞춤 제작이었다.식장 안에 가득한 줄리아 로즈는 10년 전 유성준이 구나린을 위해 특별 재배한 것이었고 천장을 수놓은 다이아몬드 크리스탈 또한 유성준이 구나린을 위해 특별 주문한 것이었다.게다가 하객들 앞에 놓인 접시까지 구나린의 취향에 따라 명인에게 주문 제작한 것이었다.결혼식장 곳곳에서 구나린을 향한 유성준의 깊은 사랑이 돋보였다.하객들은 감탄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부러워했다.“두 사람 금슬이 좋네요. 어릴 적부터 친구 사이였다면서요?”“그러게요. 유 대표님께서 나린 씨를 구하려고 죽을 뻔했다는 얘기도 있더라고요.”“유 대표님 같은 남자랑 결혼하면 여한이 없겠어요...”...두 사람의 사랑에 대해 하객들이 수군거려도 유성준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지금 그는 망설이는 눈빛으로 손에 든 휴대폰만 노려보고 있었다.시간을 계산해 보면 신연희는 어젯밤에 이미 착륙해서 호텔에 도착했을 것이었다. 그런데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문자는커녕 신연희에게서 온 연락 한 통 없었다.신 회장이 출국하기 전 보살펴달라고 부탁까지 했는데 신연희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신 회장을 볼 낯이 없었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유성준은 신연희에게 문자를 보냈다.[지금 어디야?]문자가 발송되자마자 웨딩 플래너가 그의 방문을 두드렸다.“대표님, 곧 결혼식이 시작될 거라 지금 내려가서 입장 준비하셔야 합니다.”웨딩 플래너의 말을 들은 유성준은 휴대폰을 테이블 한쪽에 두었다.“지금 갑니다.”유성준이 나가고 문이 닫힌 찰나, 채 꺼지지 않은 그의 휴대폰 화면이 깜빡거리며 그가 보낸 문자 옆에 새빨간 느낌표가 달렸다.우아한 음악 소리와 함께 버진 로드 끝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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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유성준은 곧바로 그런 생각을 지워버렸다.‘말도 안 돼. 신연희는 미치도록 날 사랑해’‘나에 대한 마음을 접는 건 신연희에게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이야.’‘지금 밀당하는 게 분명해.’이런 생각이 들자 그의 눈길에 매정함이 스쳤다. 신연희가 무슨 짓을 하든 자신은 절대 신연희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평생 사랑할 여자는 오직 구나린뿐이다.머릿속에서 결론을 낸 그는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눈앞의 신부를 보며 정중하게 한 자 한 자 성의를 담아 말했다.“나린아, 돈이 많든 적든 건강하든 그렇지 않든 난 널 아내로 맞이하고 평생 너와 함께할 거야. 이번 생에서도 그리고 앞으로 몇 번의 생에서도 넌 오직 나만의 아내여야 해.”진심 어린 고백에 구나린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감정을 가득 담아 그의 말에 화답하며 그와 뜨거운 키스를 나누었다.결혼식은 유난히 순조롭게 진행되었다.유성준이 우려하던 일은 하나도 벌어지지 않았다.결혼식을 망치러 오는 사람도 없었고 그의 신부도 결혼식 내내 별 탈이 없었다.심지어 그의 친구들은 결혼하는 그의 모습이 평소보다 더 진지하고 성실해 보였다고 했다.오직 유성준 자신만이 결혼식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자꾸만 떠오르는 한 사람의 모습이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있었다.구나린이 방에 가서 쉬는 틈을 타 유성준은 집사에게 휴대폰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문자 옆에 뜬 새빨간 느낌표를 본 순간, 유성준은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그동안 신연희와 아무리 심하게 다퉈도 차단당했던 적은 없었다.밀당을 하는 게 분명했다.유성준은 미간을 지그시 누르며 전화를 걸었다.연결되자마자 유성준은 준비된 말을 내뱉었다.“신연희, 너...”“전화기가 꺼져있어 음성...”쾅!유성준은 휴대폰을 테이블 위로 힘껏 엎어두었다.‘좋아.’‘대단하네, 신연희.’‘감히 날 차단해?’유성준은 더 이상 신연희를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데리러 가면 얌전히 따라 돌아올 테니까.유성준을 끔찍이 사랑하는 신연희가 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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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비서는 눈앞의 유성준을 한참 쳐다보다가 짧게 대답하고는 몸을 돌려 나갔다. 그러다 서재 문 앞에 서 있는 구나린과 마주쳤다.“사모님.”비서가 구나린에게 인사를 건네자 그제야 테이블 앞의 남자가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유성준의 표정이 미세하게 바뀌었다. 그는 의자 등받이에 걸려 있던 담요를 들고 구나린에게 걸어갔다.“깼어? 춥진 않고? 아이가 너 힘들게 하진 않지?”유성준은 담요를 구나린의 어깨에 덮어 주며 그녀의 손을 잡아 따뜻하게 해 주었다.눈가에 웃음을 띠었지만 걱정 가득한 말투로 구나린이 말했다.“네가 옆에 없으니까 잠이 안 오길래 보러 와 봤어.”“비서랑 연희에 관해서 얘기하는 것 같던데 연희가 해외로 갔다고? 혹시 나 때문에...”구나린의 눈가가 붉어지더니 자책하며 고개를 숙였다.놀란 유성준은 급히 구나린을 품에 안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머리 위에 입을 맞추었다.“너 때문이라니! 철없는 애라 투정 부리는 것뿐이야. 신경 쓸 거 없어.”하지만 구나린의 눈빛에는 여전히 불안이 담겨있었다. 그녀는 유성준의 옷자락을 붙잡고 그의 눈을 올려다보았다.“그래도 신 회장이 돌봐달라고 부탁했는데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떡해?”유성준은 촉촉한 구나린의 눈가를 쓸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지.”“그래야 앞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않지.”유성준이 이렇게까지 신연희한테 무관심할 줄 몰랐던 구나린은 입가에 번지는 오만함을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급히 고개를 숙이고 그의 가슴에 기대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신연희, 다신 돌아오지 않는 게 좋을 거야.’말로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지만 유성준은 계속 몰래 사람을 시켜 신연희의 행방을 알아보았다.하지만 찾았냐고 물어볼 때마다 ‘아니요’란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일주일이 지나도 한 달이 지나도 유성준이 들은 대답은 여전히 ‘아니요’였다.비서가 조심스럽게 대답을 하면 유성준은 의자에 앉은 채 그대로 굳어 있었다.한참이 지나서야 비서에게 계속 찾아보라며 손짓했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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