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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보스의 은밀한 비밀: Chapter 61 - Chapter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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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

"3만 원 맞아요." 도혁은 주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는 듯 말했다. 주하는 조금 멋쩍어하며 '고마워.'하고 대꾸했다. 3만 원이라고 치더라도, 이렇게 완벽한 결과물을 찾는 건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을 터였다. "그런데 꽃이 주인님 손에 들리니까 시드는 것 같네." "그런 말도 할 줄 알아?" 주하는 기껏 한 칭찬에 놀라 되물었다. 딱히 연습해 온 멘트는 아니지만, 괜히 허탈해지는 기분이라 도혁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주하는 칭찬조차 당연하다는 듯 받지 않는다는 것쯤은 잘 알았지만 이런 반응이라니."맨날 좆이 터질 것 같아요, 이런 말 밖에 안 해서 못 할 줄 알았나 봐." "요즘 아부가 늘었어." "진심인데." "어련하시겠어요." 주하는 도혁의 말을 믿어주지 않고 꽃에 얼굴을 묻고 냄새를 한 번 맡아보았다. 딱히 티가 나는 향이 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남자에게 꽃을 선물 받아본 건, 고등학교 졸업식 날 아버지가 사주신 게 전부여서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도혁이 보기에도 주하가 제법 꽃을 마음에 들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도혁은 속으로 안도의 숨을 삼켰다. 고심해서 고른 꽃이라 마음에 들어하니 다행이었다. "고르느라 힘들었겠다." "마음에 드는 게 생각보다 없더라고요. 40개 중에 겨우 고른 거예요." "꽃다발을 40개나 찾아봤어?" 주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도혁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아마도 꽃집을?" "...어? '아마도'?" "꽃다발도 40개 사긴 했죠." "어?" 주하는 꽃을 보던 눈을 휙 도혁에게로 돌렸다. 그는 대수롭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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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

"예약했는데, 다시 한번 확인 좀 해주세요. 오주하예요." 주하는 곤란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상대방은 주하보다 훨씬 난감한 얼굴이었다. 주하는 어쩔 수 없이 입을 꾹 다물었다. 일주일은 멀리까지 못 나올 것 같아서 기껏 예약까지 한 식당에 왔는데 예약자 명단에 없다니. 나름 모아둔 돈까지 큰 마음먹고 쓸 생각으로 온 건데. 주하는 제 옆에 서서 한 마디도 없이 가만히 있는 도혁을 살짝 올려다보았다. "미안. 다른 데 갈까?" "왜 미안해해요. 그러지 마요. 예약 확인, 한 번 더 해주신다는데." 도혁은 주하를 마주 보지 않고 직원을 뚫어져라 보았다.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모습이 어딘가 익숙한 남자였다. 잘은 모르겠는데 어디서 한 번쯤은 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어디서 봤더라. 도혁이 그런 걸 고민하는 사이, 남자는 도혁의 말에 허리를 푹 숙이고 '네, 네... 한 번 더 확인하고 오겠습니다...!'하고 말하며 줄행랑을 쳤다. 어쩌면 도혁이 남자를 알아챈 것보다, 남자가 도혁을 먼저 알아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알아챘든 알아채지 못했든 솔직히 상관은 없었다. 주하를 곤란하게 만드는 것들은 그게 뭐든 다 치워버릴 생각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정말. 착오가 있었습니다... 안쪽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어느새 다시 나온 직원이 허리를 굽신거리며 자리를 안내했다. 주하는 언젠가 이 비슷한 일을 겪었던 것 같아서 의아했다. "아는 사람이야 혹시?" "글쎄요. 처음 보는 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어딜 가나 아는 사람이 있어?"주하는 좀 질린다는 말투로 말했다. 그리고선, 그날을 떠올렸다. 그날은 두 사람이 처음으로 고깃집에 간 날이었다. 주하가 삼겹살이 먹고 싶다고 해서 찾아간 식당은, 너무 시끌벅적한 분위기였지만 주하는 전혀 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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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

"여보세요." '어디냐.' "잠시 나와있습니다." '집에 좀 와라.' 도혁은 저도 모르게 눈을 잠시 감았다가 떴다. 그리곤 눈앞의 주하를 바라보았다. 핸드폰에 쓰인 '아버지'라는 글자를 보자마자 불안하더라니, 예상이 적중해서 헛웃음도 나오지를 않았다. 이 나이 먹고 아버지가 무서워서 그의 말을 반드시 들어야 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오히려 나이가 먹었기에 거절하기 어려운 일도 있었다. 그는 딱히 효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부모님이 부를 땐 거절하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었다. 그러니까 이걸 거절한다는 건 상대방에게 아주 부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뜻이었다. 어쩌면, 주하의 존재를 들킬지도 모르는 그런 부자연스러운 일. "무슨 일 있으십니까." '너희 엄마 지금 너 먹이려고 밥 하는 중이다.' "예?"이건 정말 생소한 일이었다. 그가 이 제안을 거절하는 것만큼이나 말이 안 되는 일. 그의 어머니는 평생 요리를 손에 꼽을 정도로만 해왔다. 그의 열 번째 생일과 스무 번째 생일에 끓여준 미역국, 서른 번째 생일에 해준 갈비찜 정도만 기억에 남아있을 정도였다. 한 손으로도 충분히 세고도 남을 정도라는 뜻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집에는 언제나 요리를 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건 부모님과 따로 사는 지금도 똑같았다. 그의 집에도, 그의 부모님의 집에도, 요리를 하는 사람이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게 무슨 꽃을 보내.' 아. 꽃. 도혁은 저도 모르게 주하의 앞에 가지런히 놓인 노란 꽃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아무런 생각도 없이 보낸 건데, 이렇게 돌아오게 될 줄은 몰랐다. 이래서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저녁을 먹었다고 할지, 이따 가겠다고 할지, 다양한 선택지가 떠올랐지만 막상 입 밖으로 나오는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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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

"요즘 바쁘다며? 그래도 가끔 와." 도혁은 와락 안기는 어머니의 등을 조용히 두드리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전혀 평범하지 않은 가정환경이었지만, 그래도 멀쩡히 나이를 먹은 건 다 어머니 덕분이었다. 그는 그걸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조직 내의 분위기가 유해진 것도 어머니의 영향이었고, 끝내 그가 모든 것을 정리할 수 있는 것도 그런 것들의 연장선이었으니까. "웬일로 요리를 하셨어요. 전 그냥 아무거나 먹어도 되는데, 고생이시잖아요." 도혁은 자신의 어머니를 주방으로 이끌며 다정히 말을 건네었다. "너야말로 무슨 바람이 불어 꽃이야? 응?" 도혁은 은근히 웃으며 물어보는 어머니에게 '그냥 갑자기 생각이 나서요.'하고 대꾸했다. 이 정도에 당황할 거였으면 절대 이곳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너무 갑자기 불렀지? 밥만 먹고 얼른 가 봐." "아니에요." 도혁은 아니라고 대답했지만 괜히 시계를 찾게 되었다. 주하 성격상 시험기간이라 공부를 하는 거면 또 새벽까지 학교에 있으려고 할 텐데 어쩌면 다시 학교에 찾아가 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많이 먹어. 응?" "두 그릇 먹을게요." 도혁은 그렇게 말하며 아버지와 눈이 마주쳐서 짧게 고개를 숙였다. 그의 아버지는 늘 그에게 잘해주긴 했지만, 두 사람은 그렇게 살가운 사이는 아니었다. 여느 가정처럼 사춘기 즈음 심리적으로 멀어지기도 했고, 그도 그다지 사근사근한 타입은 아니니까. "무슨 꽃을 보내서 네 엄마를 고생을 시켜." "당신도 참! 도혁이한테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 얼른 먹기나 해." "흠!" 도혁의 아버지에게 1순위는, 늘 도혁의 어머니였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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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4.

주하는 지금껏 자신의 집중력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지난 9학기를 보내는 동안 6학기 동안 과탑을 했던 건, 9할이 집중력 때문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주하는 지금 도대체 왜 자신이 도혁을 생각하느라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부모님이 불러서 집에 갔을 뿐인데, 왜 이렇게 미묘한 기분인건지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었다. '미쳤나...' 주하는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자신이 근래 조금 이상하다는 것은 물론 자각하고 있었지만, 이런 기분이 드는 건 진짜 이상했다. 도혁이 자신의 것도 아닌데. 내 거? 주하는 문득, 이게 말도 안 되지만 '소유욕'이라는 것을 자각했다. '또라이네, 또라이...' 주하는 결국 책상에서 벌떡 일어났다. 시험기간이고 뭐고, 이런 기분으로 앉아있어 봤자 시간만 갈 뿐이었다. 최근에 이랬던 적이 처음은 아니었던지라 한숨이 나왔지만 그래도 그런 생각은 그만하기로 했다. 그녀는 한 손에는 꽃다발을, 한 손에는 핸드폰을 쥐고 집을 향해 터덜터덜 걷기 시작했다. 이미 낭비한 시간이 제법 되었다. 잠시 집에서 쉬다가, 책을 조금 들여다보고 일찍 잘 생각이었다. 그게 내일의 컨디션을 위해서 더 나은 결정이었다. 그녀는 걸으면서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도혁에게 문자를 할지 말 지 고민이 되었다. 문자를 하자니 딱히 할 말이 없고, 안 하자니 허전하고.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여전히 '아저씨'라고 저장된 번호로. 주하는 눈을 잠깐 깜빡이며 바라보다가 천천히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학교예요?' "음... 집에 가는 길." 그녀는 잠시 걷던 걸음을 멈춰 서며 대답했다. 뭐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대답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가도,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었으니.&n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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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5.

"그럴 필욘 없고. 누워." "네." 도혁은 느긋하게 걸어가 침대에 누웠다. 이 수동적인 포지션도 이제는 좀 익숙해져 있었다. 뭘 하면서 이렇게 받기만 해 본 적이 있나 싶다가도, 타인에게 뭔가 준 기억이 별로 없는 것 같기도 했다. 이런 성적인 의미의 이야기는 당연히 아니어도. "애기야." "아, 나 또 설레게 하시네." 주하는 평소엔 잘 부르지도 않으면서 침대에선 호칭에 관대했다. 기껏 부르는 게 '애기야'인건 좀 어울리지 않긴 했지만 그래도 도혁은 좋았다. 주하에게만 불리는 그 특별한 호칭이. "너 누구 거야?" "네?" 도혁은 살면서 한 번도 자신이 '누구의 것'인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게 '나는 내 거야.'같은 의미는 아니었다. 그냥, 정말 생각해 볼 이유가 없었다. 누구의 소유든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까. 물론 그는 금세 이 질문의 정답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러니까 그녀가 무슨 대답을 원하는지는 바로 알았다. 되물었던 건 그냥 좀 갑작스러운 질문이라서 그랬을 뿐이었다. 그런데 주하는 도혁이 다시 입을 열기 전에 말을 이었다. "아냐. 지금은 대답하지 마." 늦었나? 도혁은 잠시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그러나 이내 웃음을 다시 참아야 했는데, 그녀가 진지하게 그의 손목을 넥타이로 묶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빌려간 넥타이로 자신의 손목을 묶느라 별 말이 없는 주하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핸드폰을 뭘 그렇게 들여다보나 했더니. 그녀는 그의 손목을 다 묶고서 태평하게 침대 밑으로 내려갔다. 그는 슬쩍 손목을 움직여보았다. 이렇게 헐겁고 느슨한 걸로 어떻게 사람을 고정시켜 놓는다는 건지. 주하가 조금 귀여웠지만 그는 티 내지 않고 얌전히 묶여있었다. 평소였다면 도혁의 애널에 손가락부터 밀어 넣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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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6.

"......하아......" 주하는 짧은 숨을 내쉬며 다시 상체를 들었다. 도혁의 혀는 생각보다 더 뜨겁고 축축했다. 리드당하는 느낌은 받고 싶지 않아서 혼자 멋대로 해보려고 했는데, 상상과 현실은 조금 달랐던지라 쉽지가 않았다. 그래도 이만하면 만족스러운 키스였다. 도혁의 눈이 활활 불타고 있었으니까. 스스로는 모르는 모양이지만. 그 뒤는, 평소와 비슷한 듯하면서도 달랐다. 주하는 왠지 조금 거칠게 허리를 움직였다. 그가 앙앙 소리를 내면 씩 웃곤 했던 얼굴도 없었다. 그녀는 굉장히 진지하고 심각한 얼굴로 그에게 박아댔다. "하... 응...! 읏...! 너무, 흐으응, 빨라요, 주인님... 아...!" "좋으면서. 엄살은." 그런가? 사실 주하와 섹스하는 게 싫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긴 했다. 아무리 그게 정신이 없는 일이라고 해도. 그는 오늘따라 거친 그녀를 보며, 저도 조금 가련한 척을 해보기로 하였다. "으흐응... 그래도... 너무, 응! 빠른데, 흐읏..." 촉촉한 눈을 만들어내는 건 그리 어렵지가 않았다. 강한 자극으로 저절로 눈물이 핑 돌 정도였으니까. 평소보다 조금 연약한 척만 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주하는 그런 도혁은 가련하게 여겨주기는커녕 조금 즐거워했다."만진 적도 없는데 서 있는 좆을 좀 봐." 그건 딱히 페니반 때문만은 아니었는데. 도혁은 살짝 억울한 마음을 숨기고 조금 더 밀어붙여보기로 했다. 그는 여전히 반짝거리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선 허리를 살짝 흔들었다. 딱히 원하는 반응이 따로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주하가 어떻게 나올지, 조금 궁금했을 뿐. "큭큭..." 예상한 게 있지는 않았는데, 주하가 갑자기 소리를 내서 웃으니 꽤 어리둥절했다. 주하는 의아해하는 도혁을 보고 더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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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7.

"오늘따라 왜 그러셨을까?" 도혁은 주하의 옆에 누워 주하의 머리카락을 자신의 손가락에 걸어 배배 꼬며 물었다. 주하가 대수롭지 않게 '뭐가?'하고 대꾸했다. 도혁은 그 대답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아니, 실은 대답이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나란히 누워 이야기하고 있는 시간이 좋았다. 매번 섹스가 끝나면 쫓아내기나 하던 사람이 이젠 이런 시간을 허용해 준다는 게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사실 대화 내용은 크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오늘 너무 거칠던데, 우리 주인님이." "그런가." 몰랐다고? 도혁은 주하의 얼굴을 살폈다. 정말 모르는지, 모르는 척하는 건지 가늠해 보려고. 누가 봐도 모르는 척하는 시침 떼는 얼굴에 도혁은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응, 엄청. 그래서 나 아까 울었잖아요." 도혁은 눈물을 흘리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주하는 그냥 그런 기분이었나 보다 하며 말을 돌렸다. 도혁은 잠시 고민을 했다. 솔직히 짐작이 가는 이유가 별로 없었다.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어요?" "없어. 그런 거." 그럼 왜 그랬지? 이유도 없이 그럴 사람이 아닌 것 같아서 도혁은 또 고민을 했다. 그는 손가락 사이를 스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느끼며 혹시나 하고 입을 열었다. "아까 내가 집에 가버려서 화났어요?" "아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고 있어." 주하는 자신이 조금 오버해서 대답했다는 걸 알았지만 이건 절대로 부정해야만 하는 문제였다.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진실로는 만들 수 없는 그런 질문이었기 때문이었다. 이걸 입으로 인정해버리고 나면, 일이 많이 커졌다. 소유욕을 느꼈든 아니든 이건 제정신인 감정이 아니었다. 그래서 입 밖으로 내고 나면 꼭 약점이 될 것만 같았다. 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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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8.

"어어??? 8개? 서울에? 엄청 넓어야 하는 거 아니야?" "음... 서울 끝자락에 있어서 거의 경기도? 그래도 주인님 학교랑은 20분 정도밖에 차이 안 나요." 주하는 도혁에게 불쑥 몸을 내밀었다. 도혁은 오늘따라 이래저래 적극적인 주하를 보며 살짝 웃었다. 그에게 무언가 불만이 있어서 거칠었던 건 아닌 모양이라고, 그런 결론을 한 번 더 낼 수 있을 정도의 몸짓이었다. "나 시험 끝나고 가도 돼?" "네, 그럼요." 다음 주 주말쯤이려나. 도혁은 머릿속으로 달력을 대충 그려보았다. 밥 한 번 사 먹이기 힘들었는데, 집에 오면 직접 한 건 아니어도 밥을 먹일 수 있으니 그런대로 만족스러울 것 같았다. 운이 좋으면 한 두 번 더 올지도 모르고. "어... 근데 부모님이랑 사는 거 아니야?" "아뇨. 일단은 가족들은 없이 저만 있고, 애들 좀 있어요." "아, 그래? 몇 명이나?" 아. 이렇게 되면 애새끼들 다 치울 수가 없는데. 도혁은 잠시 고민했다. 진실을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거짓말을 하기는 싫었다. 그는 잠깐의 고민 끝에 우물쭈물거리지 않고 진실을 말했다. "50명 정도. 근데 뭐, 낮에는 다들 나가고 별로 없을 거예요."적당히 치워놓자. 그렇게 결론을 내린 답변이었다. 주하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50명이라니. 그렇게 많은 사람이 같이 사는지는 몰랐다. 물론, 한옥에 사는지도 처음 알았고. 알게 된 타이밍이 나쁘지는 않았다. 시험을 다 치고 나면 그래도 여유가 좀 있을 테니까. "알았어." 주하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벌러덩 누웠다. 도혁은 그 옆에 다시 따라 누웠다. "손."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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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9.

주하는 그날, 호텔에서 잠이 들었다. 도혁에겐 '나 잠들면 옆 방으로 가.'하고 말해놓고선. 도혁은 색색 거리는 주하의 숨소리를 한참이나 듣다가 옆방으로 향했다. 자는 얼굴을 보여주는 것만 해도 얼마나 큰 발전인지, 그는 잘 알았다. 다음날 학교에 데려다 주니 '이따 연락할게.'하고 주하가 홀연히 사라졌다. 도혁도 그제야 집으로 향했다. 주하는 도혁의 생각이 이따금 났지만, 어제보단 훨씬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 시험기간이라 바쁜데 자꾸 딴생각을 하기 싫어서 평소보다 집중을 하려 애썼다. 그런데 종종 주변이 어수선해지곤 했다. 시험기간이라 숨소리 하나도 조심스럽게 내는 학교에서, 조금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된 것이었다. 그러나 주하는 그 또한 무시했다. "밥 먹으러 가자." 점심시간이 되자 친구인 혜진이 주하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그녀는 겨우 기지개를 켜고 고개를 끄덕였다. 혜진은 같은 과 동기는 아니었지만, 2학년 때 우연히 친해져서 지금까지 함께 잘 지내고 있었다. 5년을 학교에 다녀야 하는 주하와 달리 혜진은 4년이면 졸업할 수 있었지만 젊음을 찾아 떠나야 한다며 1년 휴학한 끝에 여전히 주하와 같이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뭐 먹지?" "떡볶이." "그래." 두 사람은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북문으로 향했다. 길을 걸을 때도 왠지 주변이 어수선한 게 느껴질 정도였다. 주하는 식당에 앉아 주문을 마치고 나서 말했다. "오늘 학교가 좀 이상해." "그... 안 그래도 내가 그 얘기하려고 했는데." "어? 너 뭐 알아?"주하는 혜진을 보며 눈을 깜빡거렸다. 혜진은 아주 조심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주하는 그제야 그 어수선한 분위기가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학교가 문제가 아니라, 제 주변만 문제였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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