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의 은밀한 비밀의 모든 챕터: 챕터 31 - 챕터 40

63 챕터

030.

"그럼 두 분이 대화 나누세요."주하는 도혁의 배려에 그를 한 번 힐끔 보았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앞을 보며 운전에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늘 운전 중에도 그녀를 힐끔 보는 그 사람이 아닌 것 같이.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소정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 발표 자료도 다 잘 챙겼겠지?""어? 어! 아마...?! 내가 한 번 더 볼게...!"소정은 허둥지둥 가방을 열어서 무언가를 확인하며 분주하게 굴었다. 지퍼가 열리는 소리, 종이가 바스락거리는 소리, 무언가 나왔다가 들어갔다가 하는 바쁜 소리가 오고 가다가 '헉.'하고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났다. "왜 그래?""...PPT 출력해 놓은 거 안 들고 왔어...!""어?""책상 서랍에 놓고 왔나봐...!"주하가 뒤로 휙 돌아보았다. 소정이 거의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앞으로 돌아 시간을 확인해 보았다. 되돌아갈 시간은 없었다. 도착해서 출력할 곳을 찾을 시간조차도 없었다. 출력해 놓은 자료들을 제출하지 못하면 발표하러 갈 이유가 사라지고 말았다. 받아주지 않을 테니까. "어, 어떡하지? 미안해... 돌아가면 늦겠지...?""그..."주하도 답을 알지 못해 잠시 망설이는 사이, 여기에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조용히 있던 도혁이 입을 열었다. "자료는, 지금 메일로 보낼 수 있어요?""어? 아, 응, 그게, 네. 그렇긴 한데 시간이...""내 메일 주소 알죠? 그때 과제 보냈었던 주소.""아... 알긴 하는데..."도혁은 말을 흐리는 주하를 한 번 보곤, 웃는 듯 마는 듯 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주하는 그게 무슨 뜻인지 단번에 알았다. 알아서 해결해 주겠단 의미였다. 그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차에 핸드폰이 연결되어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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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

 "음. 잘 넣어놨나 보네요. 이따 도착하면 문자 공유해드릴게요.""아, 네..."10분이라고 했던 도혁의 말보다 훨씬 이른 시간 안에 문제가 해결된 것이었다. 5분이나 지났을까? 주하가 메일을 보낸 지는 3분도 안 된 것 같았다. 도혁은 무슨 메시지가 온 지 확인도 하지 않고 결과를 확신하고 있었다. 어쩌면 '10분 안에는 무리예요.' 같은 메시지일지도 모르는데, 그런 건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 사람처럼.도혁은 역 앞에 차를 세우고 문자를 주하에게 보내주었다. 어디에 있는 물품보관함인지, 몇 번 보관함인지, 비밀번호는 무엇인지 자세하게 적혀있었다. "급하면 내가 찾아올게요." "아뇨. 충분히 찾아서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늘 감사해요." 주하는 허리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도혁은 그 인사를 받으며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자신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도, 왠지 어색하게 느껴졌다. '주인님'이라서 그런 건지. 그러나 도혁은 티 내지 않고 평소처럼 웃었다. 별 일 아니라는 듯. "감사합니다...!" 소정도 덩달아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러나 도혁의 시선은 주하에게서 떨어지질 않았다. 생각해 보면, 도혁은 둘만 있을 때도 주하에게서 시선을 거의 떼지 않았다. 늘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사람이니. "발표 잘하고 이따 연락해요." "응. 아니, 네. 연락드릴게요." 주하는 자꾸 자연스럽게 반말이 나가는 자신 때문에 눈가를 살짝 찌푸리며 겨우 대답했다. 도혁이 갑자기 그런 주하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바짝 붙였다. 주하는 그런 도혁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도혁은 그녀의 귀에 입을 가져다 대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잘하고 와요, 주인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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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

[ 발표하고 나왔어. 오늘 진짜 고마워 ] [ 별말씀을. 집에는 잘 돌아갈 수 있겠어요? 짐이 많던데. ] [ 응. 다 제출해서 지금은 짐 없어. 택시 타고 갈 거야. ] [ 조심히 들어가고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요. ] 주하는 도혁이 보낸 문자를 몇 번 더 읽었다. '아저씨'라고 저장된 번호로 하루에도 몇 번이고 문자가 오곤 했는데, 오늘따라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다른 사람을 대하는 도혁을 볼 일이 없었어서 자꾸만 아까의 그가 떠오르기 때문인 것 같았다. 생긴 거랑 다르게 논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을 대하는 모습을 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그가 생긴 거랑 다르게 구는 건 주하, 자신뿐이라는 걸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 것이었다. 대충은 눈치채고 있었지만 눈으로 확인한다는 건 정말 다른 문제였다. 원하지 않는 만큼 깊이 그에게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자꾸만 그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질 것 같은 그런 기분. 위험해. 또 그런 경고 신호가 그녀의 머릿속에 울렸다. '그래서'라고 해야 할지, 주하는 그날 이후로도 몇 번 더 도혁에게 잔심부름을 시켰다. 그에 대해 알고 싶다고 생각할수록, 더 하찮은 일들만 시키게 되었다. 그가 알아서 조금 멀어져 주길 바랐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도혁은 주하의 생각보다 훨씬 더 얌전했고 말도 잘 들었다. 그녀는 그런 도혁에게 저도 모르게 아주 조금씩 마음을 열면서, 그에게 줄 '상'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꽤 고르기가 어려웠다. 조건이 까다로워서였는지. 스킨십과는 관계없고, 물질적인 것도 아니면서, 너무 정성을 들인 티는 안 나는 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녀는 겨우 조건에 맞는 상을 고르고선 핑계도 준비했다. [ 덮밥 포장 좀 해줄래? 갑자기 먹고 싶어서. 1인분만. ] 굳이 1인분이라고 못 박아둔 문자를 보면서도 도혁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지 않았다. 그는 가만히 차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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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

도혁은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호텔로 차를 몰았다. 주하를 데리고 온 적도 있었던 호텔이었다. 본가에서 요리를 하는 셰프도 이 호텔의 출신인 만큼, 예전부터 그의 가족들과 연이 닿아있었기에 익숙한 공간일 수밖에 없었다. 그를 알아보고 인사하는 직원들을 뒤로하고, 도혁은 카드키를 곧바로 받아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주하에겐 체크인이니 뭐니 했지만, 사실 그런 걸 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은 도혁만 쓰고 있지만 원래는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쓰던 방이 이 호텔 맨 위층에 있었다. 주하를 데리고 갔던 방도 그 방이었다. 웬만한 건 다 갖춰진 방이라 방해받지 않고 주하가 준 도시락을 먹을 수 있을 터였다. 도혁은 호텔 방에 들어서자마자 도시락부터 열었다. 아기자기하다기보단 투박한 쪽에 가까운 도시락통 안엔, 생각보다 정성스럽게 많은 것이 들어있었다. 정말 이런 걸 스스로 먹으려고 쌌다기엔 조금 의심스러울 정도로. 그는 홀린 듯 손으로 하나 집어먹으려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도시락을 전자레인지에 넣었다. 대충 작동을 시키고 있으니 주하에게서 문자가 왔다. [ 잘 먹었어 ] 갑자기 입꼬리가 삐쭉 올라갔다. 왜인지는 그도 알 수가 없었다. 자꾸 미친놈처럼 비실비실 웃음이 샜다. 아. 오주하는 왜 이런 귀여운 짓을 하는 거지? 안 해도 충분한데. 그런 생각을 하다가 띠띠띠 소리에 상념이 끊겼다. 그는 도시락을 꺼내서 저도 모르게 사진을 찍었다. 그리곤 주하에게 전송했다. [ 잘 먹을게요. ] 심장 아래가 간질거리는 게 기분이 꽤 이상했다. 볼에 한 뽀뽀 이후로 처음 받는 '상'이었다. 사실 주하는 남는 거라고 했지만, 도혁은 멋대로 상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혹시 진짜 남는 거라고 해도 괜찮았다. 그 남은 몫이, 저에게 왔다는 것조차 좋았다. 열심히 심부름한 보람이 있었다. [ 응 ] 평소와 같은 간결한 답장.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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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4.

금방 온 답장을 보며 주하는 고개를 휘휘 저었다. 답장마저 좀 귀여워서. 왜 그 커다란 남자가 이런 말을 하는 걸 상상하면서 귀여워하고 있는지. 그 남자 앞에선 분명히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았다. 얼굴이 문제였다. 늘 그녀를 홀리는 그 잘생긴 얼굴이. 주하는 핸드폰을 뒤집어 내려놓으며 심호흡을 했다. 그가 정말 설레하는지, 그저 농담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확실히 좀 떨렸다. 그래도 그녀는 자신의 감을 조금 믿어보기로 했다. 그가 하는 말이, 어쩌면 거의 다 진실일지도 모른다고. - "태규야." "예, 대표님." "지금 운전할 사람 없냐." 태규는 오랜만의 호출에 의아해하다가 자신이 운전을 하겠다고 나섰다. 요즘의 도혁은 늘 차키를 들고 직접 나갔기 때문에 실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물론 도혁은 주하가 차를 놔두고 오라고 해서 그런 것뿐이었지만, 태규가 그런 것까지 알 수는 없었다. "어디로 가십니까?" 택시를 타고 갈 수도 있었겠지만 애석하게도 그의 본가 앞까지 오는 택시는 존재하지가 않았다. 사실 택시를 불러서 나가본 적은 없었는데, 타고 돌아올 때도 굳이 대문 앞까지 다들 가려고 하지 않았기에 반대는 더할 것이 틀림 없었다. 그래서 도혁은 조금 고민이었다. 주하가 다니는 학교 이름을 말하고 싶진 않았다. 적당히 근처의 갈만한 곳에 내려서 걸어가자니 조금 늦을 수도 있을 것 같고, 하필 진실을 알고 있는 기찬은 오늘따라 없었다."...지난번에 간 백화점 있지? 거기 앞에 사거리." "예." 이 시간에 웬 백화점이지? 태규는 그런 생각을 했지만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다. 태규는 가만히 차를 몰았다. 그러면서 힐끔힐끔 뒷자리에 탄 도혁을 보았다. 태규의 대표님은 요즘 핸드폰을 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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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5.

"우선 가자." 도혁은 제 말에 대꾸하지 않고 앞장서는 주하를 따라갔다. 그녀를 따라 도착한 곳은 포장마차였다. 손님이 하나도 없는 조용하고 한적한 그런 곳. 삐걱거리는 플라스틱 테이블과 의자가 몇 개 있지도 않았고, 주인으로 보이는 할머니는 주문을 몇 번이나 다시 확인하는. "소주 괜찮아?" "그럼요." "이런 곳은 안 와봤을 것 같았어." "그럴 리가요." 도혁은 얌전하게 양손으로 잔을 들었다. 그도 부모님이 주는 술은 받아 마셔본 데다가, 매일 그런 손으로 술잔을 받는 부하들이 가득해서 따라 하기만 해도 되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다. 주하는 미묘한 심정으로 그가 양손으로 든 술잔에 소주를 조금 따랐다. 사실 얼굴만 보면 와인과 위스키 정도나 먹어봤을 것 같은 사람인데, 소주잔도 어울리는 게 조금 신기했다. 그런 비싼 호텔에 아무렇지 않게 드나들면서 이런 곳엔 언제 와봤다는 건지도. "직장 동료들이 좋아해요. 포장마차." 직장 동료. 그날, 주하의 학교에 나타났던 양복을 입은 두 사람. 그리고 자연스럽게 하대를 하는 눈앞의 '대표님'. 주하는 제 술잔에 스스로 술을 따르려다가 도혁에게 술병을 뺏겼다. 그녀는 그가 자신의 술잔에 술을 따르는 것을 가만히 보았다. 소주병에 맺힌 물방울이 또르륵 탁자 위로 떨어졌다. 뒤에선 할머니가 국자 내려놓는 소리가 들렸다. 묘하게 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이지 않은 광경이었다. "내가 있는데 왜 혼자 따라요." "......" 주하는 별말 없이 도혁이 준 소주를 한 입에 털어 넣었다. 도혁은 술잔을 부딪히는 줄 알고 기다렸다가 가만히 주하를 바라보았다. 호텔에서처럼 머릿속에서 조금의 경고등이 울렸다. 괜히 술을 마시자고 한 건 아니구나. 그런 생각과 함께.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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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6.

뭘 생각하는 거냐고, 그렇게 물어봐야 하는데 선뜻 말이 나가질 않았다. 어쩌면 생각 그대로의 사람일 수도 있을 것도 같았다. 물론 그런 의미가 아니라는 건 도혁도 잘 알았다.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온 그를 그녀가 쉽게 알아보고 있었다. 누가 봐도 그런 사람이라고 해도 입으로 털어놓는 것과 아닌 건 너무 달라서, 그는 오래 입을 열지 못했다. "이제 그만 헷갈리게 하고 솔직하게 다 말해봐." 주하가 눈을 빤히 보며 말했다. 그 눈을 피하고 싶다가도, 피하고 싶지 않아서 도혁은 가만히 그녀를 마주 보았다. 소주 한 잔에 취할 정돈 아닌지 그녀가 또렷한 눈을 하고 있었다. 그는 계속해서 말을 골랐다. 어디까지나 그녀가 부담스러워하지 않을 대답을 하고 싶어서. 주하는 그런 도혁을 유심히 보았다. 늘 웃으면서 쉽게 대답하는 그가 망설이니 괜히 더 긴장이 되었다. "......헷갈리게 하려던 건 아니에요. 다 말하지 않은 건, 주인님이 도망갈까 봐 그랬던 거예요."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제법 솔직한 말이 나갔다. 그 말을 하고 나서야 도혁은 소주를 천천히 마셨다. 술이 생각보다 쓰게 느껴졌다. 원래는 자주 마시던 술을, 주하를 만나고 나서부터 거의 안 마셔서 그랬는지. 성민에게 찾아간 이후로 아예 안 마신 것 같기도 했다. 최근에는 술을 마신 기억이 없었다. 그런 도혁을 보며 주하는 미리 다짐했던 말을 꺼내었다."난 도망 안 가. 도망을 가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내가 아니라 너일 거야." 그러니까, 이건 도망가려고 꺼낸 말이 애초에 아니었다. 도망가지 않으려고 꺼낸 말이었다. 도혁에 대해서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그를 계속 만날 수가 없었다.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었다. 그냥 섹스 파트너라고 해도. 도망갈 생각이었다면 이런 건 묻지 않고 떠나버렸을 것이다. 도혁도 주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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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7.

"악...!" 주하는 돌바닥에 떨어져 화면이 산산조각 난 제 핸드폰을 쥐어 들었다. 골목길에 기둥과 천막만 세워진 포장마차라 바닥이 그야말로 길바닥 그 자체였다. 무방비한 핸드폰이 깨질 수밖에 없었다. "아. 손 다치겠어요." 도혁은 깨진 주하의 핸드폰을 곧바로 뺏어 들었다. 날카로운 화면이 금방이라도 그녀의 손가락에 상처를 내버릴 것만 같았다. 그게 생각보다 조금 무서울 정도로 싫었다. "어떡해. 내 핸드폰 바꾼 지도 얼마 안 됐는데...!" "같은 걸로 바꿔줄게요." "뭐? 됐어." "연락 안 되면 나도 불안하잖아요. 아예 화면 나간 것 같은데." 도혁은 핸드폰 옆 버튼을 꾹꾹 눌러 보이며 말했다. 주하는 '진짜야?'하고 소리를 지르듯이 묻고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잠시만 기다려요." 도혁은 그렇게 말하며 절망하는 주하를 두고 포장마차 밖으로 나갔다. 주하는 이 타이밍에 갑자기 화장실이라도 가는 건가 싶어 어리둥절했는데, 도혁은 밖에서 기찬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주하의 핸드폰 기종과 같은 것으로 가지고 직접 오라고. 길바닥이라 주소는 정확히 알지 못해서 대충 설명을 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20분 걸린대요." "어? 뭐가?" "새 핸드폰." 포장마차 천막을 손으로 대충 구기면서 들어오며 도혁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주하는 바로 그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잠시 멈춰있다가 입을 떡 벌렸다. "아니. 됐다니까!" "이 시간엔 구하기도 힘들잖아요. 부담 가질만한 일은 아니에요." 그의 말대로였다. 저녁 9시 반이 지나는 시간인데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주하는 입을 꾹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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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8.

"차는." "제 차인데... 대표님 차로 가지고 올까요? 20분 정도 더 걸릴 것 같습니다." 본가에 있는 사람이 차를 가지고 오면 그 정도 걸릴 터였다. 그 뒤로는 운전자만 바꾸면 되니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기찬은 웬만하면 도혁의 차를 운전하고 싶었다. 자신의 차에 누군가 태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주 깨끗한 컨디션은 아니라서. 게다가 지금까지 주하가 도혁의 차를 타고 다녔다면 조금 비교될 것이 뻔했는데, 그게 왜인지 좀 신경이 쓰였다. 자신의 보스를 '애기'라고 부르는 사람을 태워도 되는 건지."더 마실 거예요?" 그러나 그 모든 것을 결정하는 건 역시 기찬도 도혁도 아니었다. 도혁의 질문에 주하가 고개를 저으면 모든 것이 끝이었다. "음... 아니. 충분한 것 같아." "네 차 좀 타자." 기찬은 운명을 즉시 직감하고서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네, 대표님." - '그때 그 호텔'이 어딘지, 기찬은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조직 내의 큰 행사들은 늘 그 호텔에서 열렸으니까. 백 가(家)의 가족 행사 또한 마찬가지였다. 술에 취한 조직원들도 제법 자주 이용할 터였다. 그만큼 연이 깊었으니. "고마워요." "아닙니다." 기찬은 제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주하의 감사 인사를 받아서 조금 어색해했다. 그는 웬만하면 있는 듯 없는 듯 굴고 싶었기에 더 그랬다. 오는 내내 주하와 도혁의 대화를 들으면서도 한 귀로 흘렸기에 머릿속에 남은 것이 하나도 없을 정도였다. 그는 대답을 하면서도 해도 되는 건지 헷갈렸는데, 도혁이 딱히 지적하진 않았다. "들어가 봐." "네, 대표님." 도혁의 인사에 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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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9.

"그럼 누워." 짧고 담담한 허락이었다. 도혁은 가만히 침대에 누웠다. 벌써 기분이 이상했다. 누군가를 기다리며 침대에 누워있다니. 아래에서 섹스를 하는 것만큼이나 어색한 일이었다. 그러니까 고작 이걸 이렇게 기다렸다고? 그런 생각이 여전히 들긴 했는데, 그의 몸은 그를 또다시 배신하고 있었다. "뭘 했다고 벌써 세워."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가 질린 목소리가 아니라 신난 목소리라서, 도혁은 점점 더 발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게요. 태연하게 굴려면 그렇게 대답하면서 웃어야 했는데 목소리가 나가지를 않았다. 주하가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그날 어땠더라? 도혁은 잠시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하지만 끝까지 생각하지는 못했다. 그녀가 어느새 그의 앞에 서있었다. "다리 벌려." 도혁은 그렇게 요구하는 주하의 목소리가 너무 야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주하는 다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벌리는 도혁이 더 야하다고 생각했다. 손으로 했던 날도, 이렇게 그에게 박고 싶었던 기억이 있었다. 말을 바꾸지 못해서 끝내 못했던 그런 기억이. 그녀는 챙겨 온 젤을 가방에서 꺼내서 손에 들고 있었다. 지체하기 싫어 젤을 쭉 짜내니 도혁이 야살스럽게 웃었다. 그 눈웃음이 어찌나 여유가 있는지. "좋아?" "기대되는데요?" 그게 말이 되나. 주하는 기가 막혔다. 얌전히 있으니 더 지적할 일이야 없지만, 뒤를 먹히면서도 또 이렇게 구니까. 술을 마셔서 그런 거겠지, 둘 다. 주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오늘도 너무 큰 그의 성기를 손으로 한 번 톡톡 건드려보고, 그의 다리 사이에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았다."살살해줘요. 나 두 번째라." 그렇게 말하는 도혁의 첫 번째를 가져간 사람이 누구인지, 도혁도 주하도 아주 잘 알았다. 주하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그리고선 그의 애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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