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저녁, 연회장 문이 열리기 전, 대기실 탁자 위에 놓인 일정표를 마지막으로 확인했다.영지 귀족 입장, 남부 동맹 인사, 첫 잔, 축사, 기사단장 동석 확인, 영지 의례. 거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공작가의 공식 절차는 늘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적어도 문장으로 적혀 있는 동안에는 그랬다.힐데가 옆에서 낮게 말했다."공작 각하, 하겐 남작과 로웬 남작이 도착했습니다. 기사단장도 이미 연회장 안쪽에 있습니다.""알겠어요. 남부 두 분은 오늘 동맹으로 예우해 주세요. 영지 귀족들 차례 흐트러지지 않게 부탁드립니다.""예, 공작 각하."문이 열리자 촛대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높은 천장 아래 불빛이 겹겹이 번졌고, 금실로 수놓인 장식 천과 드레스 자락들이 그 빛을 받아 움직일 때마다 홀 전체가 조용히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꽃 장식에서는 늦봄의 단 향이 났고, 귀족들의 향수가 그 위에 얇게 겹쳤다.현악기 소리와 낮은 관악기 소리가 아직 춤을 알리기 전의 전주처럼 흘렀다.그 모든 것을 시야에 담고도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영지민 대표에게 고개를 숙였고, 오래된 가문 문장을 단 기사에게 잔을 들어 보였으며, 하겐 남작과 로웬 남작이 다가오자 걸음을 멈췄다.하겐 남작이 환하게 웃었다."공작 각하, 이 영지의 홀은 소문보다 훨씬 단정하군요. 사람들 얼굴도 밝습니다.""그렇게 보였다면 다행입니다. 이곳의 질서는 이곳 사람들이 오래 지킨 것입니다. 공작가는 그 위에 필요한 것을 더할 뿐입니다."로웬 남작은 잔을 조금 들어 올렸다."필요한 것을 더한다는 말, 남부에선 오래 기억될 겁니다.""기억보다 실무가 먼저입니다, 남작. 내일 오전에 목재 운송로와 세금 감면 기간을 다시 확인하겠습니다."두 남작이 서로 짧게 눈을 맞추었다. 연회장에서 세금 감면을 말하다니.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잔을 내려놓았다. 공식 자리에서의 대화는 인사와 약속, 약속과 기록으로 이어져야 한다. 감상은 그 다음이었다.그때 의전관이 다가왔다.자연스럽게 다음 절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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