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악역인데, 남주가 이상하다: Bab 31 - Bab 40

43 Bab

# 31화 - 수도로 가는 길

수도행 마차는 사흘 뒤 새벽 본관 앞에 섰다.황실 초대장과 비공개 기록지는 같은 문서함에 들어갔다. 따로 두면 더 신경 쓰일 게 뻔했다.한쪽은 황궁, 한쪽은 서가 안쪽."힐데는 영지 잔무를 맡기고, 테오도어는 수도 관저에 먼저 도착해 있을 겁니다."다미안이 서류함 잠금쇠를 확인하며 말했다."감사관 보고는 이동 중에도 받을 수 있습니다.""좋아. 북부 길이 다시 막히면 즉시 올려. 무도회 준비보다 그쪽이 먼저야.""그 말씀을 황궁에서 하시면, 수도 귀족들이 꽤 불쾌해하겠습니다.""그래서 여기서만 말하는 거야."레온이 마차 옆에서 헛기침하며 웃음을 참았다.마차 문이 닫히자 본관의 창들이 뒤로 밀렸다. 닫은 문은 등 뒤에 있었고, 열릴 문은 앞에 있었다. 문서함 위에 손을 얹었다. 인장의 차가움은 사라졌지만, 손은 그 위치를 기억했다.***길은 사흘 내내 마차 바퀴 밑에서 같은 소리를 냈다. 젖은 흙, 자갈, 마른 먼지. 몸은 흔들림에 익숙해졌지만 머리는 더 바빠졌다.다미안이 정리해 준 수도 명단 위에 네 공작가 이름을 다시 적었다.벨포르는 원작에서 알렉세이 쪽으로 기울었다가 멸문으로 끝난 가문. 지금은 그 선을 끊어 둔 상태였다.아인하르트는 기사단과 세르주, 황제의 신임까지 등에 업은 칼. 로젠크란츠는 학술과 외교, 그리고 찢긴 페이지 앞에서 멈춘 엘리스. 카르첸은 황권 견제를 말하며 자기 자리를 넓히는 귀족연합의 원로였다.그 위에 황제 제라드가 있었다. 고령이지만 아직 옥좌를 놓지 않는 사람.그 아래에서 알렉세이는 웃고, 카르첸은 법도를 말하고, 세르주는 칼을 든 쪽이었다.영지에서는 누가 길을 막았는지 찾으면 됐지만, 수도에서는 누가 길을 열어 주는 척하며 옆문을 잠글지 봐야 했다."중립이라고 쓰면 양쪽이 찌릅니다."다미안이 맞은편에서 말했다. 같은 줄만 너무 오래 들여다본 모양이었다."그럼 뭐라고 써?""벨포르의 이익이라고 쓰시면 됩니다. 필요할 때마다 명분을 바꾸되, 중심은 하나로 두는 편이 낫습니다.""사악한데 실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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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화 - 옥좌 앞에서

황궁 알현은 다음 날 오전에 잡혔다.예복 장갑을 끼기 전 손을 한 번 펼쳤다. 손끝이 조금 차가웠다. 어젯밤 새 종이에 적어 둔 문장은 아직 책상 위에 있었다.먼저 고개 들 것.'말은 쉽지. 고개는 들면 되는데, 몸이 그걸 따라줘야 한다.'테오도어가 장갑을 올렸다. 흰 장갑은 손목까지 단단히 맞았고, 손끝을 감추기에는 충분했다."황궁 서쪽 현관으로 들어가시겠습니다. 다미안 님은 대기실까지, 카스티야 경은 외전 문 앞까지 동행 가능합니다.""레온이 더 들어가면요.""황궁 예법 위반입니다."레온이 바로 고개를 숙였다."외전 문 앞에서 대기하겠습니다. 공작님께서 나오실 때까지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겠습니다.""움직이지 않는 건 좋은데, 사람들 노려보지는 마.""...노력하겠습니다."다미안이 서류 한 장을 접어 건넸다."폐하께서 물으시는 것에만 답하십시오. 설명을 덧붙이면 해명이 되고, 해명은 약점으로 보입니다.""짧게 답하라는 거지.""알겠어."그 말만 하고 문을 나섰다. 오늘은 농담으로 숨을 돌릴 자리가 적었다.***황궁 서쪽 현관은 벨포르 관저보다 훨씬 조용했다.마차가 멈추자 문장 달린 창문들이 먼저 보였다. 문지기들은 고개를 숙였지만 시선은 지나치게 정확했다.신분을 확인하는 눈이 아니라, 도착한 이름이 어느 줄에 놓이는지 재는 눈이었다.다미안은 한 걸음 뒤에서 걸었고, 레온은 더 뒤에서 호위 간격을 지켰다. 복도는 넓었지만 발소리가 오래 남았다.벽마다 황실 문장이 걸려 있었고, 그 사이에 오래된 전쟁화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림 속 왕들은 모두 정면을 보고 있었다.걸음을 빠르게도, 느리게도 하지 않았다. 레온이 어젯밤 피를 토하듯 외운 의전서가 여기서는 꽤 쓸모 있었다.외전 문 앞에서 레온이 멈췄다. 다미안은 대기실 문 앞까지 따라왔다."누님."돌아보자 다미안은 목소리를 낮췄다."오늘 폐하께서 오래 보시는 쪽에 질문이 있습니다. 말보다 먼저 그걸 보십시오.""네가 그런 말을 하니까 더 무섭다.""무서우면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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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화 - 무도회장의 시선

무도회 관련 서류는 저녁까지 책상 위에 펼쳐져 있었다.입장 순서와 좌석 배치 초안을 두 번 읽었다. 황궁 시종이 넘긴 종이는 얇았지만, 그 안에 적힌 이름들은 하나같이 무거웠다.황실에 가까운 자리, 귀족연합 쪽 시선이 닿는 거리, 그리고 그 사이에서 적당히 비켜 선 위치까지 — 좌석 한 자리가 곧 평가 한 줄이었다.다미안은 종이 오른쪽 아래를 짚었다."폐하의 '흥미롭군'이 이미 배치에 반영됐습니다.""말 한마디가 좌석표를 움직인다고?""황궁에서는 표정도 문서가 됩니다."한숨을 삼켰다. 어제 알현실에서 등줄기를 타고 내려오던 식은땀의 감각이 다시 떠올랐다.장갑 안쪽이 차가웠던 것도. 오늘은 손을 쥐지 않기로 했다. 손이 아니라 호흡을 잡아야 했다.테오도어가 예복 장식의 마지막 핀을 고정했다."오늘은 붉은 보석을 줄이고 은장식만 남겼습니다. 황실 앞에서 과하지 않고, 벨포르의 문장은 흐리지 않습니다.""좋아요. 말보다 앞서 옷이 시비를 걸면 곤란하니까."레온이 문가에서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공작님께 시비를 거는 자는 제가 막겠습니다.""말로 거는 시비는 막지 마. 오늘은 그쪽이 더 많을 거야."레온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칼로 막을 수 없는 일 앞에서 이 남자는 늘 억울해 보였다.거울 앞에 섰다. 은발을 낮게 묶고, 검은 예복 위에 벨포르 문장이 작게 빛났다. 어젯밤 종이에 적었던 문장은 이제 책상 위가 아니라 목덜미 근처에 남아 있었다.고개를 들 것.좋아. 오늘은 목부터 버틴다.***황궁 대연회장은 알현실보다 시끄러웠고, 그래서 더 위험했다.문이 열리기 전부터 음악이 흘러나왔다. 현악기 소리, 잔 부딪히는 소리, 낮게 웃는 소리. 그 사이에 사람들의 이름이 작은 칼처럼 오갔다.누구의 옷감이 어느 가문 상단에서 왔는지, 어느 백작이 어느 공작에게 인사했는지, 누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지.문 앞에서 숨을 고르게 내쉬었다. 다미안은 한 걸음 뒤에 섰고, 레온은 호위 간격을 지키며 왼쪽 뒤에 붙었다. 둘 다 말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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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화 - 웃는 쪽의 제안

알렉세이는 음악이 다시 커진 뒤에야 움직였다.멀리서 잔을 들고 있던 남자는 곧장 오지 않았다. 먼저 옆에 있던 백작에게 짧게 웃어 주더니, 지나가던 영애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그사이 홀 안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길을 만들 때까지 기다리는 모습이, 서두르지 않는 사람의 여유였다.잘한다.내게는 그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건 성급한 접근이 아니었다. 모두가 볼 수 있지만 누구도 막을 명분이 없는 속도.전 직장 임원들이 회식 자리에서 중요한 말을 꺼내기 전 사람들을 웃기던 방식과 비슷했다. 차이는 여기서는 웃는 사람이 황자라는 점이었다.이졸데는 한 걸음 물러난 채 부채를 반쯤 접었다. 물러났지만 떠난 것은 아니었다. 다미안은 내 뒤쪽에서 잔을 내려놓았고, 레온은 어깨에 힘이 들어간 티를 간신히 숨겼다.호흡을 고르게 했다. 빈손을 예복 옆선에 자연스럽게 내려 두었다. 손을 쥐지 않는다. 오늘은 호흡으로 버틴다.알렉세이가 가까워졌다. 금빛 머리와 청색 눈, 부드러운 입매. 웃는 얼굴은 흠잡을 데 없었다. 다만 눈이 입꼬리보다 아주 조금 늦게 웃었다.그 작은 지연이 먼저 보였다."벨포르 공작."알렉세이는 지나치게 깊지도 얕지도 않은 예를 갖췄다."오늘 밤에야 인사를 드리게 되는군요. 폐하께서 관심을 두신 분을 너무 늦게 뵌 것 같아 아쉽습니다.""제이황자 전하를 뵙습니다."정해진 깊이로 고개를 숙였다. 너무 낮으면 줄을 서는 모양이 되고, 너무 높으면 오만이 된다. 목덜미가 조용히 당겼다.좋아, 아직 괜찮다."남부의 길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어려운 일을 조용히 처리하셨더군요.""제국의 길이었습니다. 벨포르는 맡은 바를 했을 뿐입니다."알현실에서 했던 답과 거의 같았다. 일부러 그랬다. 같은 질문에 다른 답을 하면 사교계가 그 차이를 물고 늘어진다.알렉세이의 미소가 조금 깊어졌다."겸손하시군요. 하지만 수도는 겸손한 사람에게도 이름표를 붙이는 곳입니다. 오늘 공작께 붙은 이름은 꽤 빠르게 돌고 있고요."주변에서 부채 하나가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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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화 - 법도 뒤의 초대

카르첸 공작은 알렉세이처럼 웃으며 다가오지 않았다.그는 주변 귀족들의 인사를 하나씩 받았고, 대답도 짧게 돌려주었다. 느린 걸음인데도 멈칫거림이 없었다.누군가 길을 비켜 주면 고맙다는 듯 고개를 살짝 숙였고, 그 움직임만으로도 상대가 먼저 물러난 모양이 되었다.저건 웃는 포섭이 아니라 정중한 압박이다.잔을 들지 않은 손을 예복 옆선에 붙였다."카르첸 공작이세요."이졸데가 부채 뒤에서 낮게 말했다. 평소보다 말이 짧았는데, 그 자체가 정보였다.다미안은 내 반 걸음 뒤로 물러나 있었고, 레온은 어깨를 세우려다 간신히 눌렀다.호위의 본능과 무도회의 예법이 정면으로 부딪히는 얼굴이었다.카르첸 공작이 마침내 내 앞에 섰다."벨포르 공작."목소리는 낮고 고르게 깔렸다."오랜만에 보는군.""카르첸 공작 각하를 뵙습니다."정해진 깊이로 예를 갖췄다. 머리를 숙이는 동안 회색 머리와 짙은 푸른 눈이 시야 끝에 남았다. 늙었다기보다 오래 버틴 사람의 얼굴이었다.회사로 치면 창업자와 이사회 의장을 겸한 사람. 웃으면서 악수해도 계약서 아래쪽에 작은 글씨가 백 줄쯤 붙어 있을 타입."남부에서 일이 많았다 들었네.""과분한 소문이 앞선 듯합니다.""소문은 늘 앞서지. 다만 요즘 벨포르의 소문은 발이 빠른 편이야."주변의 대화 소리가 살짝 낮아졌다. 알렉세이 때와 달랐다. 그때는 사람들이 재미있는 장면을 기다렸다면, 지금은 누가 어디에 설지 보려고 숨을 죽이는 쪽에 가까웠다.카르첸 공작은 나를 오래 보았다."젊은 공작이 황실의 관심을 받는 일은 드물지 않네. 그러나 관심을 받는 것과 그 관심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다른 문제지.""새겨듣겠습니다.""그렇게만 말하면 편하겠지."부드러운 말투는 아니었다. 그런데 무례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더 피곤했다.이건 지적질이 아니라 예법이라는 포장지를 두른 결재 반려다. 반박하면 내가 무례한 사람이 된다.입꼬리를 가만히 유지했다."제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가르침을 청하겠습니다.""귀족에게는 귀족의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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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화 - 시선 위의 한 곡

엘리스가 물러나자 음악의 결이 바뀌었다.방금 전까지 홀을 채우던 곡은 가벼운 사교용이었다. 웃으며 지나가고, 잔을 들고, 이름을 주고받기에 좋은 리듬.그런데 새로 올라온 현악 선율은 더 느렸고, 사람들의 발끝을 자연스럽게 중앙으로 돌려 세웠다.그 변화가 좋지 않은 신호라는 것을 바로 알았다.무도회에서 음악이 바뀌는 건 그냥 분위기 전환이 아니다. 누가 누구와 서는지를 공개적으로 기록하는 절차다."누님."다미안이 낮게 말했다."의례곡입니다.""나도 지금 그 단어가 제일 싫어졌어."레온은 말을 아꼈다. 대신 시선이 중앙을 지나 높은 단상 쪽으로 올라갔다. 황제는 옥좌에 앉은 채 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백발과 금빛 관이 촛불 속에서도 흐려지지 않았다.황제의 시선이 세르주에게 먼저 닿고, 그이후에 내게 왔다.누가 이름을 부른 것도 아닌데 등줄기가 먼저 반응했다. 세르주 아인하르트는 단상 아래쪽에서 이미 몸을 돌렸다. 검은 예복은 갑옷이 아닌데도 이상하게 전장 냄새가 났다.걸음은 곧고, 주변 귀족들은 그가 지나갈 길을 요구하기도 전에 비켜 주었다.세르주는 내 앞에서 멈췄다."벨포르 공작.""기사단장님."그는 정중하게 손을 내밀었다."의례곡입니다. 함께해 주시겠습니까."거절할 수 있나?형식상으로는 가능할 것이다. 이 세계의 예법은 늘 형식상 가능하다는 말로 사람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단상 쪽을 한 번 보았다. 황제는 여전히 말이 없었고, 그 침묵 하나로 대답을 대신했다."영광입니다."장갑 낀 손을 세르주가 내민 손 위에 올렸다. 천을 사이에 두었는데도 체온이 전해졌다.이상했다.이 남자는 가까이 있으면 항상 거리감이 생겼고, 멀리 있으면 자꾸 존재감이 커졌다. 지금은 둘 다였다.***중앙으로 나서자 홀의 소리가 달라졌다.방금까지 들리던 말소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더 작고 촘촘해졌다.부채가 접히는 소리, 잔이 접시에 닿는 소리, 누군가 숨을 삼키는 소리까지 음악 사이에 끼어들었다.세르주는 내 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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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화 - 흰 봉투의 자리

흰 봉투는 춤이 끝난 자리에 곧장 도착했다.알렉세이의 시종은 지나치게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걸어왔다.급히 뛰면 명령이 노골적으로 보이고, 너무 늦으면 거절할 틈이 생긴다. 그는 그 사이를 정확히 골랐다.아, 이 사람들도 동선 관리가 장난 아니네.손을 펴며 손바닥에 남은 열을 장갑 안으로 눌러 감추려 했다. 방금까지 세르주의 손이 닿았던 곳이 아직 더디게 식고 있었다.지금 그걸 신경 쓰면 안 된다. 손바닥이 아니라 봉투를 봐야 한다."벨포르 공작님."시종이 정중하게 예를 갖췄다."제이황자 전하께서 공작님께 짧은 인사를 청하십니다."그 말은 초대가 아니라 호출이었다.다만 호출이라고 부르지 않을 만큼 예의가 발라서 더 귀찮았다.다미안은 봉투 모서리를 한번 훑고 시선을 거뒀다. 레온은 한 걸음 앞으로 나오려 했고, 나는 그보다 먼저 손끝을 살짝 들어 멈추게 했다.이졸데는 눈치 빠르게 부채를 펼쳤다."공작님, 저는 여기서 귀한 분들께 방금 장면이 얼마나 품위 있었는지 설명하고 있을게요.""부인, 설명은 짧게 부탁드립니다.""짧게요? 그건 약속 못 해요."그 한마디가 주변의 시선을 잠깐 붙잡았다. 이졸데는 수다처럼 보이게 길을 막았고, 다미안은 그 틈에 내 옆으로 붙었다.시종을 보았다."전하께서 계신 곳이 어디입니까.""남쪽 회랑입니다. 홀과 이어져 있어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공개된 자리에서 짧게 뵙겠습니다. 벨포르의 수행원도 함께하겠습니다."시종은 아주 잠깐 멈췄다가 고개를 숙였다."전하께 그렇게 전하겠습니다."좋아. 첫 조건은 박았다. 문을 닫지 않는다. 사람을 떼지 않는다. 이 두 가지가 오늘 밤 생존 규칙이다.***남쪽 회랑은 홀의 음악이 닿는 거리였다.문은 열려 있었고, 안쪽에는 촛대가 길게 놓여 있었다. 홀에서 웃음소리가 넘어왔지만, 문턱을 넘자 한 겹 걸러진 듯 작아졌다.완전히 사적인 장소는 아니었다. 하지만 가까운 말은 가까운 사람만 들을 수 있었다.알렉세이는 창가에 서 있었다. 금빛 머리 위로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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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화 - 소문은 길을 탄다

다음 날 아침, 소문은 나보다 먼저 관저에 도착했다.테오도어가 은쟁반 위에 편지 세 장을 올려놓았다.봉인은 모두 달랐고, 문장은 정중했다. 그런데 편지의 첫머리는 거의 같았다.남부 교역 확장이 제이황자파의 지원으로 이루어졌다는 말이 있습니다.첫 줄을 읽고 잠깐 눈을 감았다.아, 빠르다. 정말 빠르다.어젯밤 이름표가 오늘 아침 광고 문구가 됐다.유통 경로를 봐야겠다고 말한 지 반나절도 안 지났는데, 소문은 이미 시제품 출시까지 끝낸 상태였다."세 장 모두 같은 내용이야?""표현은 다릅니다."다미안이 종이를 넘겼다. 눈 밑에 피로가 살짝 내려앉았지만 목소리는 평소처럼 건조했다."첫 번째는 '제이황자 전하의 후의',두 번째는 '남부 교역권의 새로운 후원자',세 번째는 더 노골적입니다. '벨포르가 황자파로 돌아섰다'고 했습니다."레온의 얼굴이 굳었다."모함입니다.""맞아."편지를 내려놓았다."그런데 모함이라고 외치면 모함한 사람이 제일 좋아하겠지."분노는 나중이다. 지금 화를 내면 감정전이 되고, 감정전에서는 소리를 먼저 지른 쪽이 진다. 이건 배포전이다.누가 먼저 문장을 뿌렸고, 누가 더 믿기 쉬운 증거를 붙이느냐의 싸움."다미안, 어젯밤 목록."다미안은 기다렸다는 듯 얇은 묶음을 책상 위에 올렸다."말씀하신 대로 정리했습니다. 이름표, 발화 위치, 들은 사람, 다음으로 옮긴 사람까지 가능한 범위에서 적었습니다.""좋아. 그리고 남부 교역 서류."테오도어가 이번에는 묵직한 서류 상자를 가져왔다. 그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상자를 열었다."공작님께서 수도로 오시기 전 준비하라 하신 계약 사본입니다.""고마워요, 테오도어 집사님."테오도어는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물러났다.서류 첫 장을 펼쳤다.남부 교역로 확장 승인서, 상단 납품 계약, 관세 납부 기록, 벨포르 인장과 남부 남작가들의 서명. 종이는 무겁고, 마른 잉크 냄새가 났다."이 소문이 틀렸다는 증거는 여기 있어.""시점이 맞지 않습니다."다미안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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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화 - 공문이 된 말

공문은 다음 날 오전에 도착했다.테오도어가 은쟁반 위에 봉투를 올려놓았을 때, 집무실 안의 말소리가 먼저 멈췄다.봉투에는 감사원 인장이 찍혀 있었다.어제 다미안이 말한 그대로였다. 말은 오래 떠돌지 않았다. 곧바로 종이가 되어 봉인까지 갖춘 채 내 책상 위에 놓였다.다미안이 봉투를 열었다.레온은 창가 쪽에 서 있다가 한 걸음 다가왔고, 테오도어는 문가에 남아 조용히 대기했다.방 안의 누구도 먼저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문서가 드러낼 것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감사원 조사 요청서입니다."다미안이 첫 줄을 읽고, 바로 다음 장으로 넘겼다."남부 교역 확장 건에 제이황자파 사적 자금이 섞였다는 의혹.벨포르 공작가가 황실의 중립을 훼손했다는 주장. 조사 개시 전 황제 폐하께 예비 보고를 청한다는 형식입니다."레온의 턱이 굳었다."루머를 그대로 문서에 옮겼군요.""그보다 조금 더 나쁩니다." 다미안이 마지막 장을 짚었다. "교역권 심사 보류와 황궁 출입 제한까지 함께 건의했습니다.기각되지 않으면, 조사 자체가 처분처럼 보이게 됩니다."봉투의 접힌 자국을 보았다. 목덜미가 먼저 차가워졌다.소문은 사람을 귀찮게 만들지만, 공문은 사람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그럼 답도 문서로 해야지."책상 위의 서류 묶음을 앞으로 밀었다."승인서 원본, 관세 납부 기록, 남부 상단 선급금 증서, 공작가 장부 사본.그리고 어젯밤 소문이 돌았던 자리 목록까지. 원본은 내가 들고 가고, 사본은 다미안이 순서대로 묶어.""폐하 앞에서 직접 설명하실 겁니까?""나를 부른 문서잖아. 대신 읽어 주는 사람 뒤에 숨을 이유가 없지."레온이 낮게 말했다."알현실까지 동행하겠습니다."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황궁으로 가는 길은 혼자 걸어도 같았지만, 같은 편이 뒤에 있다는 표시는 필요했다.***황제의 알현실은 낮인데도 어두웠다.높은 창으로 빛이 들어왔지만, 빛은 바닥의 문양 위에서 끊겼다.황제는 옥좌에 앉아 있었고, 좌우에는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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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화 - 무대 위의 화살

토너먼트 관람석 배치표는 아침까지 책상 위에 펼쳐져 있었다.붉은 선으로 표시된 귀빈석을 보았다.황제의 단상과 너무 가깝고, 경기장에서도 너무 잘 보이는 자리였다.숨을 곳이 없었다. 의전청이 보낸 배치표답게 예의는 완벽했고, 완벽한 예의는 가끔 덫처럼 보였다.다미안이 맞은편에서 말했다."벨포르 공작가 자리는 황제 폐하의 왼쪽 아래입니다.사교계가 보기에는 영광이고, 경호 입장에서는 좋지 않습니다.""그래. 영광이라는 말은 늘 도망갈 문이 없다는 뜻으로도 쓰이지."레온이 바로 고개를 들었다."제가 뒤에 서겠습니다. 관람석 난간과 계단 쪽을 동시에 보겠습니다.""너 혼자 다 보려고 하지 마. 눈은 두 개고, 관람석은 훨씬 넓어."배치표 가장자리를 눌렀다.어젯밤까지 감사원 인장이 찍혀 있던 자리에 의전청 인장이 찍혔고, 오늘은 그 인장이 나를 사람들 앞에 세웠다."다미안, 관람석 출입 명단을 받아 와. 레온은 의전청 경비 배치와 겹치지 않는 위치를 잡고. 테오도어 집사님은 비상용 마차를 북쪽 문 가까이에 준비해 주세요."테오도어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그리하겠습니다, 공작님."마지막으로 붉은 선이 그어진 배치표를 접었다. 종이가 접히는 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들렸다.무대라면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대신 내려올 길은 미리 봐 두어야 했다.***토너먼트장은 정오가 가까워질수록 소리로 가득 찼다.말발굽이 흙바닥을 두드렸고, 관람석의 비단 소매가 햇빛을 받아 번쩍였다.귀족들은 서로의 자리를 확인하며 웃었고, 그들의 시선은 경기보다 자리의 높이에 더 오래 머물렀다.정해진 귀빈석에 앉아 손잡이 위에 손을 얹었다.황제의 단상 아래쪽에는 기사단이 줄지어 섰다.그중 세르주는 귀빈석으로 오르는 낮은 계단 옆에 있었고, 검은 갑옷을 입고 있었다.무도회의 예복이나 알현실의 정복 외투와 달랐다. 저 옷은 사람을 가리기보다 무엇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었다.그가 잠깐 시선을 들었다.나와 눈이 마주친 시간은 스치듯 짧았다. 그는 곧 다시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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