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의 완벽한 신체 치수가 적힌 기록장을 든 채, 준현이 막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섰다.그의 걸음걸이는 느긋했으나 범접할 수 없는 단호함이 서려 있었다. 책상 위에 기록장을 내려놓은 그는 곧바로 자신의 아이패드를 켜 들었다.화면 위로 저택 곳곳을 비추는 CCTV 어플이 구동되었다. 조금 전 지아와 함께 숨 막히는 열기를 나눴던 그 방의 카메라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그의 목적은 단 하나, 그 방에서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났던 일련의 흔적들을 완벽하게 지워버리는 것이었다.사실 이 저택에서 CCTV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은 오직 준현 한 사람뿐이었다. 다른 가족들은 준현 본인을 포함해 평소 CCTV 기록 따위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그저 도둑이 들거나, 혹은 정말로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나 열어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그날, 그가 카메라를 켰던 이유는 오직 지아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붙잡아 두기 위함이었다.띠리리링.그때, 준현의 휴대폰이 정적을 깨고 요란하게 울려 댔다. 그는 바지 주머니에서 매끄러운 기기를 꺼내 들었다. 액정 화면 위로 ‘서은아’라는 세 글자가 선명하게 떠올랐다.남자는 지체 없이 초록색 통화 아이콘을 밀어 올린 뒤, 휴대폰을 귀가에 가져다 대었다.“방금 나한테 보낸 게 대체 뭐야, 준현?” 수화기 너머에서 은아의 황당함이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글씨 못 읽나?” 준현의 대답은 차가웠다. 마치 상대의 심장을 단번에 꿰뚫을 듯 날카로운 가시가 돋친 어조였다.하지만 은아는 이 남자의 악명 높은 냉혈한 같은 태도에 이미 뼈저리게 익숙해진 터라,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을 받아쳤다.“아니, 그러니까 하는 말이지. 네 와이프가 어디 아프기라도 한 거야? 아니면 부티크 직원들이 단체로 사표라도 냈대?”“내가 시킨 대로 처리하기나 해, 은아. 공짜로 해달라는 거 아니야, 정당한 대가는 지불할 테니까.”은아가 채 반박하기도 전에, 준현은 일방적으로 통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는 미련 없이 집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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