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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Kabanata 121 - Kabanata 130

301 Kabanata

제121화

“남우야, 고은희는 정말 조심해야 해. 마음만 먹으면 무슨 짓이든 할 사람이야. 맑음이 아직 어린데 어떻게 아이한테까지 손을 댈 수가 있어.”“우리 맑음이 상태를 나쁘게 만든 것도 고은희야. 하세준하고도 계속 얽혀 있고. 둘이 손잡고 너한테 해가 되는 일을 했어. 고은희는 너랑 이혼하기 싫어서 이런 일까지 벌인 거야.”영은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말했다. 말 끝에 약하게 기침까지 했다.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것처럼 보였다.“그리고 표절 문제도 처음에는 고은희가 한 걸로 거의 굳어졌었어. 그런데 송화 선생님은 병원에 들어가 버렸고 고은희는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지. 그래도 여론이 생각만큼 자기편으로 돌아오지 않으니까...”“이번에는 사람을 시켜서 자기 손을 다치게 한 거야. 그러면 경연을 못 하니까 누가 진짜 표절했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어지잖아.”영은은 말을 마치자 몸까지 떨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더 심한 건, 고은희가 너를 계속 자극해서 병원까지 가게 했다는 거야. 그 뒤로 네 상태가 나빠지고 점점 집중력도 떨어지게 됐어. 결국 최근 기억까지 거의 잃었잖아. 어쩌면... 차라리 다행일지도 몰라.”“고은희 때문에 겪었던 그 끔찍한 일들을 잊을 수 있으니까.”이 말들은 영은이 오래전부터 머릿속으로 정리해 둔 내용이었다. 감정을 섞어서 사실처럼 들리게 말하는 것도 영은이 잘하는 일이었다.그래서 겉으로는 거짓말이라는 흔적을 거의 찾기 어려웠다.남우의 머릿속에서는 흐릿한 기억 조각들이 천천히 떠올랐다. 영은의 설명과 겹쳐 놓으니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았다.“맑음이는 지금 괜찮아?”남우가 가장 먼저 확인하고 싶은 건 아이의 상태였다. 영은은 입술을 잠깐 다물었다.“예전보다는 몸 상태가 나빠졌어. 남우야, 네가 딸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아. 그래서 더 말하기 어려운 일이 하나 있어. 숨기면 안 된다는 것도 아는데, 너도 이제 막 정신 차렸잖아...”영은은 눈을 피하며 말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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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남우는 미간을 좁혔다. 하필 이런 때 효찬까지 자리를 비웠다.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알았어. 그럼 몇 가지만 물을게.”“먼저 보미. 정말 죽었어? 어떻게 죽었어?”효찬은 잠깐 말을 잃었다. 남우가 그 사실까지 기억하지 못할 줄은 몰랐다.[죽은 건 맞아. 다만 정확한 사정은 은희 씨만 알아. 은희 씨가 말하지 않았고, 너도 끝까지 알아내지 못했어.]효찬도 보미가 죽었다고 했다.효찬의 대답은 분명했다. 남우는 심한 어지럼증을 느껴서 제대로 서 있기도 어려웠다. 몸이 굳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정확한 사정을 은희만 알고 있고 아빠인 자신도 알아내지 못했다는 말이었다.‘그럼 영은이의 말이 사실이라는 건가?’“그럼 하세준이랑 고은희가 가까이 지낸 것도 맞아?”[응, 자주 만난 건 맞아. 그래도 내가 보기에는 둘 사이에 네가 생각할 만한 관계가 있었던 건 아닌 것 같고.]그래도 ‘가까이 지냈다’라는 부분은 사실이었다. 남우는 또 하나의 답을 얻었다고 느꼈다.“고은희가 나를 자극해서 상태 나빠지고 병원까지 간 것도 맞아?”질문이 이어질수록 효찬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런 일이 있긴 했어. 그런데 남우야, 너 기억 잃었다며. 이런 건 누가 알려준 거야?]너무 많은 사실이 절묘하게 한 방향으로만 이어졌다. 기억을 잃은 남우가 유독 은희에게 불리한 내용만 알고 있다는 점이 이상했다.누군가 일부러 남우에게 이런 이야기만 골라 들려주고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남우는 담배 한 개비에 불을 붙이고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말했다.“누구한테 들었는지는 됐고, 맞는지만 말해. 고은희가 표절했다는 것도 사실이야?”세부 사정을 하나하나 설명하려면 꽤 긴 이야기가 필요했다. 문제는 지금 효찬에게 그럴 시간이 없다는 점이었다.[아니. 나는 은희 씨가 표절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너도 은희 씨를 믿었어. 남우야, 그동안 있었던 일은 단순히 말 몇 마디로 설명할 수가 없어.][이건 확실히 말할 수 있어. 너는 은희 씨를 좋아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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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이혼?’그 두 글자가 담은 의미가 남우를 잠깐 멈추게 했다.남우의 끊어진 기억 속에서는 은희가 이혼을 원하지 않아 여러 문제가 시작된 것으로 남아 있었다.그런데 지금 은희는 너무 쉽게 이혼하자고 말했다.은희가 만들었다고 남우가 믿는 모든 고통을 한마디로 없던 일처럼 만들려는 것 같았다.남우에게는 은희가 지나치게 자기 편의대로 생각한다고 느꼈다.“내가 왜 네 말대로 해야 하는데?”은희는 남우의 놀라운 태세 전환에 기가 막혔다. 지금의 남우는 확실히 예전과 어딘가 달랐다.하지만 남우가 어떻게 변했든 이제 은희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그래도 변하지 않은 점 하나는 있었다. 이혼만큼은 끝까지 거부한다는 것이었다.은희는 남우가 왜 이렇게 자신에게 집착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이미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나?‘아니, 애초에 나를 사랑한 적이 한 번도 없지 않았나?’‘그런데 왜 이혼은 받아들이지 않는 거야?! 나를 미워해서?’‘예전에 결혼을 강요당했다고 믿으니까... 이제는 쉽게 이혼해주지 않고 애태워서 나한테 복수할 생각인가?’‘그 복수 참 기가 막히네.’“왜? 하남우, 네가 나한테 했던 일 할머니께 다 말씀드리면 할머니도 내 이혼 도와주실 거야. 나는 할머니가 충격받으실까 봐 말씀 안 드리는 것뿐이야. 그러니까 너도 그만해.”민영순은 예전부터 두 사람의 이혼을 강하게 반대했다. 이혼 이야기가 나오기만 하면 충격을 받았다며 심장이 아프다고 하기도 했다.은희도 민영순이 일부러 과장되게 행동하는 때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실제로 심장이 좋지 않은 것까지 거짓은 아니었다.그 문제를 두고 위험한 선택을 할 수는 없었다.남우는 은희의 말을 듣고 불쾌한 듯 미간을 좁혔다.“내가 뭘 했다는 건데? 잘못한 건 너 아니야?”그제야 은희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러 자신을 화나게 하려고 모르는 척하는 걸까?하지도 않은 일을 전부 자신에게 뒤집어씌우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하남우, 내가 한 번만 말할 거니까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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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남우가 또 이해할 수 없는 말을 꺼내자 은희는 차갑게 쳐다봤다.“은희야, 네가 다쳤으면 할머니한테 말해야지. 왜 이렇게 중요한 일까지 다 숨기고 그래.”익숙한 목소리가 이어서 들렸다. 은희는 미간을 좁혔다.남우가 민영순에게까지 손 부상 이야기를 했을 줄은 몰랐다. 은희는 민영순이 걱정할까 봐 오랫동안 숨겨 왔다.이섭은 남우와 더 이야기하려 했지만 하씨 집안의 어른인 민영순까지 온 걸 보고 말을 삼켰다.이섭은 민영순에게 예의 있게 인사했고 민영순도 가볍게 웃으며 이섭의 인사를 받았다. 이섭이 나간 뒤 민영순은 눈물을 훔치며 은희에게 다가왔다.“은희야, 이 손이 정말 남우 저 녀석 밑에 있던 사람들이 그런 거야?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니? 하남우, 멀뚱히 있지 말고 은희한테 당장 사과해.”남우는 이후 조사를 통해 실제로 자기 경호 인력이 은희를 습격했다는 사실까지는 확인했다. 다만 누가 뒤에서 움직였는지는 아직 찾지 못했다.남우가 확인하지 못한 배후 후보로는 임씨 집안, 강씨 집안, 주씨 집안 정도가 남아 있었다.사실상 세 곳으로 좁혀졌고, 남우는 현재 강씨 집안이 특히 마음에 들지 않아 그쪽을 더 깊이 파고 있었다.“미안해.”은희는 남우의 사과를 바라지 않았다. 그래도 민영순 앞에서는 일을 더 키우지 않기 위해 담담하게 받아들였다.“응. 네 잘못만은 아니겠지.”말은 가볍게 했지만 속으로 남우를 원망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요즘 내가 집에만 있으니까 뭘 좀 알아보려고 해도 너희가 어떻게든 숨기려고 하더라.”“그런데 벌써 몇 달이 지났잖니? 보미 치료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아무도 말을 안 해. 오늘은 내가 꼭 제대로 들어야겠다.”보미 이야기가 나오자 은희의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민영순에게 진실을 말할 수는 없었다. 할머니의 심장이 그 충격을 버티지 못할까 두려웠다.“보미는 치료 잘 받고 있어요. 할머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남우가 먼저 그 거짓말을 이어 받자 민영순은 안도하며 웃었다. “그래, 잘 치료받고 있다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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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그래. 그런데 왜 할머니한테 말한 거야?”남우는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았다. 은희를 데려오려는 데에는 남우 자신의 욕심도 있었다.“네가 다른 남자들이랑 엮여서 하씨 집안 이름에 흠집 내는 것부터 막으려고.”‘내가 다른 남자들이랑 엮여서 집안 이름에 흠집을 낸다고?’정말 남우다운 말이었다.“말 함부로 하지 마. 내가 언제 그 사람들을 꼬셨는데?”남우의 눈에는 늘 은희가 다른 남자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처럼 보였다. 정작 남우 자신이 영은과 계속 가까이 지낸 일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강이섭이 진짜 네 편인 줄 알아? 과거 고씨 집안을 무너뜨린 일이 강씨 집안하고 관련 있다는 것까지 알아냈어. 그런데도 그 사람이랑 가까이 지내겠다고?”남우도 이번 조사에서 여러 방법을 동원해 강씨 집안 쪽 가능성이 높다는 데까지 접근했다. 아직 확정할 정도의 증거는 아니었다.하지만 화가 치밀어 오른 지금 남우가 원하는 건 단 하나였다. 은희를 이섭에게서 떼어 놓는 것이었다.“나도 알아. 그래서?”은희는 이미 남우보다 먼저 그 사실을 들었다.그래서 남우가 가져온 이야기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오히려 남우를 향한 반감만 더 커졌다.남우는 은희가 오랫동안 과거 사건의 배후를 찾고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은희가 그 일 때문에 자기 목숨까지 걸 정도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이섭이 바로 말하지 못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렇다면 남우는 왜 알게 된 내용을 은희에게 말하지 않았던 걸까?은희는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그래요. 그럼 마음대로 가서 죽든지 하세요. 하 대표님처럼 독한 사람이 죽겠다고 나서는 걸 제가 왜 막아야 하는데요?”남우는 거친 기세를 남긴 채 몸을 돌려 문을 세게 닫고 나갔다.‘내가 죽으러 간다고?’정작 은희를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게 만든 사람은 남우였다.은희는 어이가 없었다. 지금 남우는 민영순을 이용해 자신을 붙잡고 있었다. 은희가 보미의 죽음을 할머니에게 쉽게 말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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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고 대표님한테 딴마음 품은 거 전혀 아닙니다. 따로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요.”이섭은 은희가 괜한 오해를 할까 싶어 일부러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까지 덧붙였다.“미안해요, 강 대표님. 그냥 제 재능 하나만 보고 이렇게까지 잘해 주신다는 게 잘 믿기지 않아서요.”지금의 은희는 마음 곳곳에 상처가 남아 있어 누구든 쉽게 믿기가 어려웠다.“그런데 제 손이 이래서, 당분간은 곡을 쓰기 힘들 수도 있어요.”이섭은 은희의 재능을 높이 샀지만 정작 은희는 그 재능으로 이섭에게 보답할 수 없는 상태였다.지금은 어떻게 봐도 좋은 협력자라고 하기는 어려운 처지였다.“괜찮아요. 고 대표님 잘못이 아니잖아요. 일단 다음 경매부터 준비하죠.”“아버지가 오래전부터 갖고 싶어 하던 고미술품이 하나 있습니다. 고려청자 매병인데, 고 대표님이 경매에서 그걸 낙찰받아 대가 없이 선물하면 분명 아버지께 직접 가까워질 기회가 생길 겁니다.”“비용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낼 겁니다.”강한철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경매에서 먼저 경쟁심을 자극하고, 마지막에 예상 밖의 선물로 돌려주는 방식이었다.은희가 생각해 봐도 꽤 괜찮은 방법이었다.“괜찮아요. 돈은 저도 낼 수 있어요.”은희에게는 아직 돈이 남아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이섭이 답답하다는 듯 숨을 내쉬었다.“고 대표님, 몇억 원으로는 부족해요. 애초에 제 아버지께 드릴 물건인데 제가 내는 게 맞습니다. 정말 괜찮아요.”은희도 더는 고집하지 않았다. 자기 집안을 무너뜨린 원수로 의심되는 사람에게 선물을 건네는 것 자체가 이미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이섭도 그 점을 생각했기에 자신이 돈을 내겠다고 한 듯했다.“그럼 고맙게 받을게요.”결국 이섭의 아버지에게 돌아갈 물건이긴 했다. 다만 경매에서 강한철과 직접 가격을 겨루게 되면 낙찰가는 분명 크게 뛸 것이다.그만큼 이섭이 부담해야 할 돈도 훨씬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별말씀을요. 고 대표님은 우선 쉬면서 회복에만 집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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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초반부터 여러 출품작을 두고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지만, 은희가 오늘 노리는 물건은 따로 있었다.이섭은 강한철의 자리를 알려 주었다. 강한철은 바로 이섭의 옆에 앉아 있어 은희에게는 뒷모습만 보였다.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뒷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아무리 떠올리려 해도 바로 기억나지는 않았다.강한철은 강양그룹을 이끄는 유명한 경영인이었다. 방송이나 기사에서 한 번쯤 봤을 가능성도 충분했다.한편 남우도 경매가 시작된 뒤 한 번도 패들을 들지 않았다. 그 사실만으로도 짐작되는 게 있었다.남우가 노리는 물건도 은희와 같을 가능성이 컸다.‘설마 소영은한테 선물하려고 사는 건 아니겠지.’‘만약 그렇다면 정말 돈 쓰는 스케일부터 다르네.’“이제 오늘 경매의 마지막 출품작입니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고미술품, 고려청자 매병입니다.”진행자는 목을 가볍게 가다듬은 뒤 익숙한 미소를 지으며 청자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단정하면서도 우아한 선과 은은한 비색이 살아 있는 귀한 작품입니다. 보존 상태까지 뛰어나 쉽게 만나기 힘든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강한철이 가장 먼저 패들을 들었다. “10억.”의자에 곧게 앉은 강한철에게서는 오랫동안 재계를 이끌어 온 사람 특유의 위압감이 느껴졌다.남우도 거의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가격을 올렸다.“30억.”남우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청자를 바라보며 느긋하게 패들을 들어 올렸다.은희도 손에 쥔 패들을 들고 또렷하게 외쳤다.“500억.”원래 예상가를 훌쩍 넘어선 금액이었다.수십억 원대에서 오가던 호가를 한 번에 500억 원으로 끌어올렸으니, 승산은 충분해 보였다.진행자의 눈이 확 밝아졌다. 곧바로 호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500억 원, 한 번.”강한철은 은희가 부른 금액을 듣고 차갑게 시선을 한 번 흘겼다.남우는 은희의 호가를 듣자 비웃듯 입꼬리를 움직이고 다시 패들을 들었다.“600억.”은희가 매섭게 남우를 노려봤다. 오늘 작정하고 자신을 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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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강한철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세준을 노려보는 눈에는 살기가 감돌았다. 하씨 집안이 감히 자신의 코앞에서 이런 식으로 판을 흔들 줄은 몰랐다. 이번 일은 그냥 넘길 수 없었다.강한철은 은희와 남우까지 포함해 주변을 서늘한 눈으로 훑었다.진행자는 흥분한 나머지 목소리까지 떨렸다. “1천5백억 원, 한 번! 1천5백억 원, 두 번!”호가를 외치며 은희와 강한철을 빠르게 번갈아 봤다. 두 사람 모두 더 부를 생각이 없어 보이자 마침내 망치를 내리쳤다.“낙찰입니다! 고려청자 매병은 1천5백억 원에 이분께 돌아갑니다!”세준이 청자를 손에 넣자 영은은 더는 참지 못하고 빈정거리는 목소리로 은희에게 말했다.“어머, 은희 씨. 그렇게 애쓰더니 결국 아무것도 못 얻었네요. 이 경매장에서 누구랑 경쟁해 보겠다고 나선 것부터가 주제넘었던 거 아니에요?”영은은 득의양양하게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이제는 주변 시선도 개의치 않고 은희를 대놓고 자극했다.영은은 세준이 자기와 손을 잡은 사람이라고 굳게 믿었다. 세준이 아무리 은희에게 마음이 있다고 해도 1천5백억 원이나 되는 물건을 그대로 내줄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은희는 영은을 상대할 여유가 없었다. 원하는 물건도 얻지 못했고 강한철의 심기까지 건드렸으니 손해가 너무 컸다.‘강 대표와 상의해서 계획을 다시 짜야겠어.’은희가 자리를 뜨려던 때, 세준이 귀한 청자를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들고 사람들 사이를 지나 은희 앞에 섰다.“형수님, 이거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 같아서요. 일부러 형수님께 주려고 낙찰받았습니다. 이거 받아 주세요.”‘나한테 준다고?’‘내가 좋아하는 것 같다는 이유 하나로?’은희는 완전히 굳어 버렸다. 눈이 커진 채 입술만 조금 움직였고 한동안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아무리 생각해도 순수한 호의일 리 없었다. 세준에게는 분명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다.은희가 이섭 쪽을 바라보자 이섭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주변이 금세 술렁였다. 하씨 집안의 세준이 은희를 위해 1천5백억 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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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은희는 두 손에 청자를 들고 있었지만 거저 받은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이렇게 값비싼 선물을 아무렇지 않게 받을 수는 없었다.세준은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였지만, 은희는 아무래도 일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느꼈다.“마음은 감사히 받을게요. 하지만 너무 값비싼 물건이라 그냥 받을 수는 없어요. 1천5백억 원은 제가 보내 드릴게요. 제가 산 걸로 하죠.”세준이 바로 거절하려 했지만 은희는 대답할 틈을 주지 않았다. 몸을 돌려 먼저 자리를 뜬 강한철의 뒤를 급히 쫓아갔다.숨을 몰아쉬며 강한철 앞까지 달려간 은희는 예의를 갖춰 허리를 숙인 뒤, 두 손으로 청자를 내밀었다.“회장님, 이건 회장님께 드리려고 준비한 선물입니다. 아까 경매에서 회장님과 가격을 겨룬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강이섭 대표님에게 회장님께서 이 고려청자 매병을 오래전부터 마음에 두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꼭 손에 넣어 드리고 싶었는데 다행히 뜻대로 됐네요. 제 성의를 받아 주셨으면 합니다.”그 말을 듣자 경매장 전체가 크게 술렁였다.사람들이 보기에도 얽힌 관계가 너무 복잡했다.세준이 1천5백억 원을 들여 청자를 낙찰받아 은희에게 줬고, 은희는 받은 즉시 강한철에게 넘겼다. 연달아 벌어진 일에 주변 사람들은 도무지 속사정을 짐작하지 못했다.잠깐 아무 말 없이 은희를 바라보던 강한철이 손을 내밀어 청자를 받았다. 예상 밖이라는 듯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그래요? 나한테 이걸 주는 이유가 뭔가요?”은희는 허리를 바로 세웠다. “재계에서 놀라운 성과를 이루신 회장님을 오래전부터 존경해 왔습니다. 저도 한때 강양그룹과 함께 일할 기회를 얻었지만, 근거 없는 누명 때문에 회사 주가와 평판에 피해를 드렸어요. 이건 그 일에 대한 제 작은 사과입니다.”“제 결백은 반드시 증명하겠습니다. 회사가 입은 손해와 떨어진 신뢰도 다시 회복시키도록 최선을 다 할게요.”옆에서 지켜보던 이섭은 일이 예상보다 매끄럽게 풀리는 것을 확인하자 조금 안심했다.1천5백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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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은희의 손바닥이 남우의 뺨을 세게 때렸다. 남우의 머릿속이 울릴 정도였고 맞은 자리는 화끈하게 달아올랐다.“너... 감히 나를 때려?”분노가 치솟은 남우의 목에 굵은 핏줄이 도드라졌다.그때 이섭이 은희 앞을 막아서며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하 대표님도 진짜 제정신이 아니군요. 고 대표님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으면서 무슨 자격으로 여기서 함부로 떠들고 사람을 모욕하세요? 말조심하세요.”이섭은 남우를 이해할 수 없었고, 오래전부터 좋게 보지도 않았다.은희처럼 좋은 아내를 두고도 영은과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 가려 한 사람이 남우였다.그러면서 은희가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하는지는 일일이 간섭했다. 자기 행동은 돌아보지 않은 채 떳떳한 척하는 이중적인 태도도 진작부터 못마땅했다.이섭은 더는 남우를 상대하지 않았다. “고 대표님, 가시죠. 이런 사람 때문에 여기서 시간 낭비하지 마세요.”옆에서 빈정거리는 영은까지 지나쳐 은희를 따라가려 했다.막 발을 떼려던 때 영은이 갑자기 가냘픈 신음을 흘렸다.“아, 남우... 나 머리가 너무 아파. 쓰러질 것 같아...”영은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남우는 이를 악물고 은희를 쫓으려던 발을 멈춘 뒤 급히 영은을 붙잡았다.“왜 그래? 많이 아파?”영은은 기다렸다는 듯 남우의 품에 기대며 눈치를 살폈다. 힘이 빠진 척 목소리까지 약하게 만들었다.“나도 모르겠어. 갑자기 머리가 너무 아파졌어. 아까 은희 씨 때문에 너무 화가 나서 그런가 봐.”영은은 일부러 흐느끼는 소리까지 냈다. 조금 전 상황을 본 사람이라면 누가 누구를 괴롭혔는지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그 무렵 은희와 이섭은 이미 경매장 밖으로 나와 있었다.오늘 청자를 강한철에게 건네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정말 아슬아슬했다. 자칫하면 강한철에게 의도까지 오해받을 뻔했다.세준이 끼어들지 않았다면 이후 계획을 어떻게 이어 가야 했을지 은희도 막막했을 것이다.“아버지가 청자를 받았다는 건 고 대표님이 아버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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