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은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더 서럽게 울었다.“남우야, 이번에는 정말 내 억울한 일 좀 풀어줘.”남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하려던 때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흐으, 엄마...”맑음도 영은의 다리를 꼭 붙잡고 따라 울기 시작했다.“맑음아, 이리 와. 증조할머니한테 와.”맑음은 훌쩍이며 민영순을 조심스럽게 한 번 보고 영은도 바라봤다. 결국 민영순의 품으로 달려갔다.“증조할머니...”맑음은 품에 안기자 더 서럽게 울었다.민영순은 안쓰러운 마음으로 맑음을 꼭 안았다. “우리 맑음이, 울지 마. 증조할머니 여기 있잖아.”민영순은 맑음의 등을 부드럽게 두드렸다. 눈에는 다정한 애정이 가득했다.영은은 아직도 병실 안에 서 있었다. 민영순은 그 모습만 보고 있어도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맑음을 품에 안은 채 영은을 차갑게 바라봤다.“남우야, 아직도 뭐 해? 저 여자 빨리 데리고 나가!”민영순은 영은을 단 몇 분도 더 보고 싶지 않았다. 볼수록 화만 치밀었다.영은의 상태도 계속 병실에 있을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남우도 마침 영은을 치료받게 하려고 데리고 나가려 했다.“가자. 일단 상처부터 치료받아.”그때 민영순은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닫고 바로 남우를 막았다.“의료진이 데리고 가면 되잖아. 남우야, 넌 은희 남편이야. 왜 다른 여자한테 그렇게 붙어 있어?”은희는 이미 마음 한구석이 아팠다. 남우가 영은을 걱정하는 모습도, 재킷까지 벗어 걸쳐 주는 행동도 모두 보았다.이제 남우를 사랑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남우가 본능적으로 영은부터 챙기는 모습을 보면 여전히 가슴이 아팠다.‘그렇게 소영은을 사랑하면 왜 나랑 이혼하고 소영은이랑 제대로 살 생각은 안 하는 거야?’“남우야, 가지 마. 나 너무 무서워. 옛날 일까지 다 떠올라서... 나 지금 너 없으면 안 돼.”민영순이 막아도 영은은 곧바로 다시 연기를 이어 갔다. 이런 식으로 남우의 마음을 흔드는 건 영은이 가장 잘하는 일이었다.남우가 자신에게 느끼는 죄책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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