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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01 - チャプター 110

298 チャプター

제101화

“은희 씨, 생각하시는 그런 일이 아닙니다. 남우가... 그 악보를 맑음이한테 주려고 한 게 아니에요. 은희 씨가 쓴 악보라서 모아 두고 싶었던 겁니다.”효찬은 다급히 말을 이으며 은희를 진정시키려 했다.남우의 복잡한 속내는 효찬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처음 남우가 갈기갈기 찢어진 악보를 하나하나 주워 모으는 모습을 봤을 때, 효찬 역시 의아했다.이 정도면 사람을 대놓고 가지고 노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그래도 그때 남우가 했던 대답만큼은 효찬의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있었다. 남우는 은희의 악보를 단 한 장도 잃고 싶어 하지 않았고, 맑음에게 줄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고 답했다.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인가?잃고 싶지 않다면서도 다른 편으로는 돈을 갚으라고 몰아붙이다니.효찬은 적어도 이해되지 않았다. 다만 남우와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 온 만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주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남우는 인간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데 누구보다 서툴렀다. 마음과는 정반대인 이상한 방향으로 행동할 때도 많았다.“잃지 않고 모아 두고 싶었다고요? 아, 그래서 이런 식으로 저를 괴롭힌 거예요? 제가 돈 때문에 밤낮으로 속을 태우고, 돈을 마련하려고 여기저기 뛰어다니게 한 게?”은희가 헛웃음을 흘렸다. 참 그럴듯한 핑계였다.‘그래, 진효찬은 의사이기도 하지만 하남우의 친구이기도 했지.’‘하남우 곁에 있는 사람을 믿은 것부터가 내 잘못이었다.’“남우가 은희 씨를 너무 신경 쓰면서도 잃을까 봐 겁이 나서, 그런 과한 방법을 쓴 겁니다. 두 분 사이에 오랫동안 오해도 많았고 갈등도 많았잖아요.”효찬은 계속 설명했지만 은희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남우가 자신을 그렇게까지 신경 썼다니. 지난 6년 동안 남우가 자신을 어떻게 대해 왔는지는 누구보다 은희 자신이 잘 알았다.다른 이유라면 몰라도, 그 말만큼은 믿을 수 없었다.“그럼 진효찬 씨는요? 왜 하남우를 도운 거예요? 저는 진효찬 씨를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마음속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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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그래도 효찬은 순순히 답장을 보냈다.“팔 한 번 잡았고, 기절시킬 때 잠깐 목뒤에 손 좀 댔고, 방으로 데려가느라 부축했어.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효찬에게 남우와 은희 두 사람은 정말 자신을 괴롭히라고 하늘에서 내려보낸 게 아닐까 싶었다.효찬은 답답한 숨을 내쉬었다.그러고는 남우에게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은희 씨 심리 상태가 많이 안 좋아. 처음 진료했을 때부터 계속 말했잖아. 지금도 계속 불안정하고, 앞으로 더 심해질 수도 있어. 이 문제는 네가 제대로 신경 써야 해.]효찬은 정신건강의학과를 중심으로 여러 과목의 진료를 함께 보는 의사였다.사람이 숨기고 있는 이상 징후를 누구보다 빨리 알아채는 편이기도 했다.지금 은희의 상태도 마찬가지였다. 겉으로는 버티고 있지만 감정은 한계선까지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그 버팀목이 끊어지면 은희 자신에게도 위험할 수 있었다.[알았어.]남우의 답은 그것뿐이었다.효찬은 깊이 잠든 은희를 바라보다가 다시 숨을 내쉬었다. 남우 쪽에는 영은과 맑음의 문제까지 얽혀 있었다.생각할수록 머리가 아픈 상황이었다....은희는 무거운 눈꺼풀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머리는 묵직했고 정신도 아직 흐릿했다.하지만 조금 전까지 있었던 일은 금세 떠올랐다.남우에게서는 여전히 답장이 없었다.은희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슬리퍼를 대충 끌어 신고 문으로 달려갔다.문손잡이를 힘껏 돌렸는데, 뜻밖에도 이번에는 문이 바로 열렸다.방을 나오자 멀지 않은 곳에 효찬이 서 있었다. 손에는 흰죽 한 그릇이 들려 있었다.“은희 씨, 일어나셨네요. 죽이라도 조금 드세요. 뭐라도 드셔야 몸이 버팁니다.”은희는 그 죽을 보며 싸늘하게 웃더니 아무 말 없이 손을 뻗어 바닥으로 쳐 냈다.죽이 쏟아지면서 사방으로 튀었다. 은희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효찬은 엉망이 된 바닥을 내려다봤다. 은희에게 죽을 먹여 기운을 보충하게 하라는 것은 남우가 따로 부탁한 일이었다.하지만 효찬도 예상한 부분이었다. 지금의 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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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은희는 화가 잔뜩 나서 그 집을 빠져나왔다.숨이 막힐 것 같은 그곳에서 한시라도 빨리 멀어지고 싶었다.남우의 행동은 도가 지나칠 만큼 제멋대로였다.고민하던 은희는 이섭을 찾아가기로 했다.적어도 이섭은 은희의 곡을 좋아한다고 했고, 남우처럼 무례하게 굴지는 않았다.이섭은 은희의 방문을 의외로 여겼지만 반갑게 맞아 주었다.은희의 곡을 높이 평가하는 마음은 진심이었다.“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해요. 오늘은 곡 작업을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은희가 바로 본론을 꺼냈지만 이섭은 급할 것 없다며 웃었다.“고 대표님, 우선 차부터 드세요. 저는 서두르지 않습니다. 앞으로 편하게 지낼 사이인데 오늘은 그냥 쉬러 오셨다고 생각하세요.”이섭은 악보 이야기를 서둘러 꺼낼 생각이 없어 보였고, 은희도 더 밀어붙이지 않았다.마침 그렇게 나온다면 은희 역시 확인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과거 고씨 집안에 들이닥쳤던 불의의 사건이었다.은희는 이섭에게 예전 고씨 집안의 일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는지 물었다.이섭은 미간을 좁혔다. 자세한 사정까지는 잘 모르지만 시간을 들여 알아봐 주겠다고 했다.이섭이 도와주겠다고 한 것만으로도 은희에게는 다행이었다....한편 남우는 여전히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다.남우는 따로 붙여 둔 사람이 보내온 사진과 영상을 보고 있었다. 은희가 이섭과 함께 있는 모습이 화면에 잡힐 때마다 속이 뒤집혔다.상처는 아직 아물지도 않았다.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안쪽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그런데 은희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다고 생각하니 더는 침대에 누워 있을 수가 없었다.남우는 의사의 권고도 듣지 않고 수액 바늘을 직접 뽑은 뒤, 상처투성이 몸으로 병원을 나섰다.목적지는 이섭의 사무실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은희를 데려올 생각이었다.남우가 사무실 문 앞에 나타났을 때, 은희와 이섭은 악보의 세부적인 부분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문이 거칠게 열렸다. 두 사람이 놀라 고개를 돌리자 창백한 안색에 서늘한 눈빛을 한 남우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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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말을 마친 은희는 이섭의 뒤로 한 발짝 더 물러났다.이섭은 남우의 상태를 보며 미간을 찌푸리고 다시 타일렀다.“하 대표님, 그만하세요. 고 대표님이 같이 가고 싶어 하지 않는 게 분명한데 억지로 데려가려고 하지 마십시오.”남우는 듣지 않았다. 한 걸음씩 은희에게 다가갔다.계속 거리를 좁혀 오는 남우를 보던 은희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네 꼴 좀 봐. 넌 원래 자기 이익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이잖아. 하세준이 뒤에서 네 뒤통수를 치고 있는데도 여기 와서 나한테 매달릴 여유가 있어? 네 문제부터 정리해야 하는 거 아니야?”‘하세준’이라는 이름을 듣자 남우의 걸음이 뚝 멈췄다.차갑게 가라앉아 있던 눈동자가 흔들렸다. 오래전 기억이 건드려진 듯했다.어린 시절 가까운 집안사람에게 배신당한 뒤 남우의 성격은 크게 변했다. 그때부터 누구도 쉽게 믿지 않았다.그 상처를 은희가 건드린 말은 남우의 심장에 또 한 번 날카롭게 박혔다.남우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갑자기 은희에게 달려들어 양손으로 어깨를 강하게 움켜쥐었다.뼈가 부서질 만큼 거센 힘이었다. 억눌렸던 분노가 표정 전체에 드러났다.“네가 뭘 알아! 넌 아무것도 몰라!”은희는 갑작스러운 행동에 얼어붙었다. 남우가 이렇게까지 무너진 모습을 본 적은 없었다.어깨에 극심한 통증이 퍼졌다. 눈에 눈물이 고인 은희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아파! 놔!”이섭이 곧장 다가와 남우를 떼어 놓으려 했다.“지금 제정신입니까! 고 대표님 놓으세요!”남우는 팔을 거칠게 휘둘러 이섭을 밀쳐 냈다. 그러고도 은희의 어깨는 놓지 않았다.충혈된 눈으로 은희를 바라보며 물었다. “왜 그 자식 얘기를 해? 왜!”은희는 이토록 통제력을 잃은 남우를 처음 봤다. “하남우, 정신 차려! 이러니까 네가 더 싫다는 거야!”남우의 두 손이 가늘게 떨렸다. 겁에 질린 은희의 눈이 정면으로 들어왔다.그제야 거칠게 끓던 정신이 조금 가라앉았다.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은희를 다치게 해서는 안 됐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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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이섭은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은희를 바라봤다. 은희가 이런 선택을 할 줄은 몰랐다.“지금 제정신이에요? 방금까지 하 대표님이 고 대표님한테 어떻게 했는지 잊었어요?”“알아요. 그래도... 사람을 저 상태로 내버려둘 수는 없어요.”한때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눈앞에서 고통에 짓눌린 채 죽어 가는 모습을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은희는 결국 마음이 약해졌다.그러면서도 스스로에게 몇 번이나 되뇌었다. 치료를 조금 도와주는 것뿐이라고.그 뒤에는 다른 마음을 품지 말자고.이섭은 말릴 수 없다는 듯 숨을 내쉬었다.“알겠습니다. 저는 밖에서 기다릴게요. 하 대표님이 또 고 대표님을 해치려고 하면 바로 소리치세요.”이섭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남우를 한 번 더 본 뒤 사무실을 나가 조용히 문을 닫았다.은희는 조심스럽게 남우에게 다가갔다. 남우는 그대로 앉아 있었고 은희가 가까이 오는 것에도 반응하지 않았다.은희는 곁에 쪼그려 앉아 손을 뻗어 어깨를 살짝 건드렸다.그제야 남우가 흐릿한 정신에서 깨어난 듯 고개를 들어 은희를 봤다. 눈빛은 깊게 가라앉아 있었고 경계도 남아 있었다.“나... 도와주려고. 외할머니한테 배운 마사지가 있어. 통증을 조금 덜어줄 수도 있어.”지금의 남우에게는 함부로 가까이 갈 수 없었다. 예전과 같은 상태가 아니었다.게다가 남우가 이렇게 무너진 데에는 자신이 한 말도 영향을 줬다.은희는 남우가 그 말을 그렇게까지 두려워할 줄 몰랐다.자신에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있듯 남우에게도 건드리면 안 되는 상처가 있었던 모양이었다.오랫동안 남우를 좋아하면서도 그런 면을 전혀 몰랐다는 사실은 은희 자신에게도 낯설었다.남우는 은희가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을 돕겠다고 할 줄 몰랐는지 놀라서 잠깐 멈칫했다.입술을 움직이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거부하지 않는 걸 확인한 은희는 더 망설이지 않았다.두 손을 뻗어 외할머니에게 배운 방식대로 남우의 등에 있는 혈자리를 조심스럽게 눌렀다.손놀림은 조금 서툴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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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업혀. 내가 병원까지 데려갈게.”남우는 잠깐 굳었다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됐어... 나 혼자...”말을 끝내기도 전에 거센 기침이 다시 터졌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얼른 업혀!”은희는 남우의 말을 끊고 억지로 자신의 등에 기대게 했다.남우는 체격이 큰 편이었다. 지금은 힘이 빠져 제대로 서지도 못했지만, 은희 혼자 감당하기에는 여전히 무거웠다.은희는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발걸음이 휘청거렸다.이섭이 서둘러 다가와 남우의 몸을 받쳐 주며 은희에게 실리는 무게를 덜어주었다.두 사람은 거의 뛰다시피 움직여 남우를 밖에 세워 둔 차에 태웠다.은희는 다시 119에 전화해 구급차와 중간 지점에서 만나겠다고 했다. 그편이 병원까지 가는 시간을 더 줄일 수 있었다.병원에 도착하자 의료진이 남우를 곧바로 응급실 안으로 옮겼다.은희는 남우가 그동안 다쳐 있었다는 사실만 알 뿐이었다. 왜 상처가 낫지 않았는지, 애초에 무슨 일로 다친 건지 아무것도 몰랐다.더 깊이 생각하기가 두려웠다. 정말 자신 때문에 다친 거라면?그렇다면 왜 그렇게까지 한 걸까?은희는 갈수록 남우라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다.상태가 어느 정도 안정됐다는 말을 들은 뒤에야 은희는 몸을 돌렸다.병원 정문을 나서자 눈물이 다시 시야를 흐렸다. 참지 못하고 또 울고 말았다.은희는 길게 숨을 들이마시며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이제 정말 끝내야 한다고. 더는 남우와 얽힌 감정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고.한편 영은은 남우가 크게 다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병원으로 달려왔다.병상에 누워 의식을 잃은 남우를 보자 가슴이 아픈 사람처럼 눈물이 금세 차올랐다.“왜 이렇게까지 다친 거야...?”영은은 낮게 중얼거리며 침대 곁에 앉아 남우의 손을 잡았다.휴지를 꺼내 이마에 맺힌 땀도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회진을 온 의사는 남우의 부상이 심하고 몸이 지나치게 약해져 상태가 불안정하다며, 며칠 동안 의식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영은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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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영은은 뜻밖의 말에 멈칫했다. 남우가 또다시 착각할 줄은 몰랐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거짓말이 들킬까 마음을 졸였는데, 오히려 번거로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됐다.다만 이 일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았다.남우가 어느 날 갑자기 진실을 떠올리면 지금까지 한 일이 전부 무너질 수 있었다.생각할수록 불안해졌다. 이대로 아무 대비 없이 넘어갈 수는 없었다.“괜찮아. 너를 계속 사랑한 건 나야. 나는 언제까지나 네 뒤에서 기다릴 거야.”영은은 더 생각하지 않고 남우를 끌어안았다. 남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영은을 밀어 냈다.“영은아, 사실 나는 너한테...”남우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영은이 먼저 끊었다. 눈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남우를 바라봤다.“괜찮아, 다 알아. 계속 기다릴게.”남우는 결국 그 뒤의 말을 삼켰다.영은은 남우를 어느 정도 돌본 뒤 자기 편으로 포섭할 의사를 찾기 시작했다.아무 의사에게나 이런 부탁을 할 수는 없었다.영은은 병실 밖으로 나온 뒤 세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신의 힘만으로 입을 맞춰 줄 적당한 의사를 찾기는 어려웠다.하지만 그런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세준이었다.[중요한 일 아니면 전화하지 말라고 했잖아?]지난번 협력이 실패한 뒤 세준은 영은이 더는 이용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영은은 숨을 한 번 고르고 말했다. “큰일이 생겼어요. 이번 일은 전무님밖에 도와줄 사람이 없어요.”세준은 어이없다는 듯 낮게 웃었다.[소영은 씨한테 아직 내가 이용할 만한 가치가 남아 있을까?]영은은 원래 남우를 직접 해칠 생각만큼은 없었다. 남우가 있어야 자신도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과거 세준이 남우에게 약을 쓰라고 제안했을 때도 단번에 거절했다.하지만 이번만은 사정이 달랐다.영은은 처음부터 끝까지 있었던 일을 세준에게 자세히 설명했다.“기억력을 조금씩 떨어뜨리는 약이 필요해요. 천천히 작용해서 그날 진실을 영원히 떠올리지 못하게 하는 걸로요. 전무님은 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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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알겠습니다, 전무님. 이번에는 정말 많이 도움 됐어요.”세준은 짧게 코웃음을 치며 영은을 바라봤다. 더 말을 섞고 싶지 않은 기색이었다.영은은 약을 들고 병실로 돌아왔다. 침대에 누운 남우를 보자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침대 옆에 앉아 잠든 남우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남우야, 나 원망하지 마. 다 너를 사랑해서 이러는 거야. 난 너를 잃을 수 없어...”영은은 약병을 열어 알약 한 정을 꺼냈다. 몰래 곱게 빻은 뒤 아무렇지 않은 척 남우가 마실 물에 섞고 충분히 저었다.남우가 눈을 뜨자 영은은 물컵을 들고 다가갔다. “물 좀 마셔. 수분도 보충해야지.”남우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컵을 받아 한 번에 물을 마셨다.그런데 물을 다 넘긴 직후 남우의 표정이 갑자기 굳었다.영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손에 든 컵을 떨어뜨릴 뻔했다. 남우가 약 맛을 눈치챈 줄 알고 당황해 말을 더듬었다.“왜... 왜 그래?”남우는 미간을 세게 찌푸리고 이를 악물었다. 힘겹게 몇 마디를 뱉었다.“상처가... 아파.”그제야 영은은 속으로 안도했다. 뜻밖의 상황에 대처하는 데 서툰 탓에 하마터면 먼저 티를 낼 뻔했다.“괜찮아, 괜찮아. 방금 움직이면서 상처가 당겼나 봐. 내가 바로 의사 불러올게.”병실을 나온 영은은 벽에 등을 기댔다. 심장이 아직도 빠르게 뛰고 있었다....이섭의 사무실.은희는 악보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막혀 있던 아이디어가 조금씩 형태를 잡아가는 중이었다.옆에 앉아 있던 이섭이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고 대표님, 정말 하 대표님을 이제는 좋아하지 않으세요?”은희의 손이 잠깐 멈췄다. 고개를 든 뒤 망설임 없이 저었다.이섭이 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최근 두 사람은 꽤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지냈다.웬만한 주제는 거리낌없이 말할 정도였지만, 은희가 남우를 아직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네, 맞아요.”이섭은 그 대답을 그대로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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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영상에는 은희가 남우의 등을 마사지하고, 쓰러진 남우를 부축해 병원으로 옮기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은희가 이 영상을 남우에게 보내기만 하면 됐다.그러면 영은은 적어도 남우에게 차가운 시선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컸다.예전의 은희였다면 틀림없이 그렇게 했을 것이다. 진실을 밝히며 기뻐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은희는 고개를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됐어요. 이제 상관없어요. 어차피 하남우랑 저는 이혼할 거예요. 이런 일까지 일일이 따질 필요 없어요.”은희는 알지 못했다. 남우가 오랫동안 영은에게 빚진 마음을 품고 특별히 대해 온 가장 큰 이유가, 과거 자신을 구한 사람이 영은이라고 잘못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수년 전 남우가 사고로 크게 다쳤을 때, 영은은 우연히 은희가 남우를 구하는 모습을 목격했다.은희는 남우를 병원으로 데려간 뒤에도 계속 곁에서 돌봤다. 은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영은은 남우가 은희에게 준 비취 펜던트를 훔쳤고, 처음에는 비싼 값에 팔 생각이었다.그러다 병상에 누운 남자가 하진그룹의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영은에게는 다시 오기 힘든 기회였다.그래서 영은은 거짓말을 꾸며 자신이 남우를 구했다고 믿게 속였다.그 뒤로 남우는 줄곧 영은을 남다르게 대했다.정작 은희는 그런 과거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이 영상이 남우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 수 없었다.이섭은 은희가 정말 더는 이 일에 관여할 마음이 없다는 걸 알고 억지로 설득하지 않았다.“영상은 제가 계속 보관하겠습니다. 필요해지면 언제든 말씀하세요.”이섭은 더 권하지 않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그날 이후 이섭은 과거 은희의 어머니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을 추적하던 중, 몇몇 단서가 서서히 강씨 집안 쪽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하지만 아직 은희에게 말할 생각은 없었다. 더 확실하게 진실을 확인한 뒤 알려 주려 했다.지금은 의심에 불과했다. 섣불리 말해 은희와의 협력 관계까지 망치고 싶지 않았다.은희가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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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며칠 뒤 영은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저장되지 않은 발신 번호였다.전화받자 음성을 변조한 목소리가 들렸다. [소영은 씨, 고은희를 없애고 싶어 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제가 도와드리죠.]누군가 자신을 도와주겠다고 했다.영은의 머릿속에는 곧바로 그 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아무 이유 없이 자신을 돕겠다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누구예요? 왜 저를 도와주겠다는 거죠?”상대는 그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가볍게 웃었다.[제가 누군지는 신경 쓰지 말아요. 은희가 쓴 악보가 표절이라는 증거를 만들어 드릴 수 있습니다. 누구든 은희를 표절 작곡가라고 믿게 만들 정도로요.]가만히 있는데 이런 기회가 저절로 손에 굴러들어 왔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영은은 거의 고민하지 않고 답했다. “좋아요. 가능하면 재기하지 못할 정도로 만들어 주세요.”은희는 영은에게 너무나 거슬리는 존재였다. 중요한 순간마다 걸림돌이 되어 결국 영은의 계획을 망쳤다.다만 은희를 싫어하는 사람이 영은 한 명만은 아닌 모양이었다.전화를 끊은 영은은 얼굴에 나타난 만족스러운 표정을 숨길 생각도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정체를 알 수 없는 상대가 조작된 증거를 보내왔다. 준비가 치밀해,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은희가 다른 사람의 곡을 베꼈다고 믿기 충분했다.먼저 연락해 온 것부터 이미 상대가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는 뜻이었다.영은은 여러 경로로 은희의 표절을 의심하는 자료를 퍼뜨렸다. 일부 온라인 매체와 계정에는 돈까지 써 가며 기사를 내게 했다.자료가 공개되자 여론은 빠르게 들끓었다.은희의 표절 의혹은 짧은 시간 안에 큰 논란으로 번졌다.강씨 집안이 운영하는 회사 강양그룹도 은희와 협업 관계에 있었고, 그 여파는 곧바로 주가에 반영됐다. 그룹의 주가가 빠르게 떨어졌다.이 정도 상황이면 회사로서는 은희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계약을 끊으려 할 가능성이 컸다.강양그룹 쪽 주주들도 더는 가만있지 않았다. 긴급회의를 열어 은희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했다.이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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