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Chapter 131 - Chapter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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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화

“그래서 하세준 전무가 먼저 낙찰받아 저에게 주게 만들고, 제가 다시 회장님께 드리는 흐름을 생각했습니다. 한 번 더 손을 거치면 오히려 회장님께 드리는 선물의 의미가 더 커질 거라고 봤어요.”강한철은 뜻밖이라는 듯 잠시 은희를 보다가 이내 큰 소리로 웃었다.“좋아요. 고 대표 참 스마트하군요. 이런 계산과 배짱이 있는 사람은 흔치 않아요.”웃음을 거둔 강한철은 표정을 조금 가라앉혔다.“이제 나는 전에 고 대표가 뒤집어쓴 의혹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해요.”“이 정도 판단력과 배짱이 있는 사람이 그런 어리석은 일을 했을 리 없죠. 누군가 일부러 덫을 놓았다고 보는 편이 맞을 거예요. 앞으로 강양그룹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언제든 말해요. 고 대표가 누명을 벗는 일이라면 우리도 힘을 보태겠습니다.”은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강한철에게 깊이 허리를 숙였다.“회장님, 믿어 주시고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마음 잊지 않을게요. 앞으로 최선을 다해서 회장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강한철은 손을 내저어 다시 앉으라는 뜻을 보인 뒤, 은희와 사업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더 나눴다.두 사람은 꽤 오랫동안 대화를 이어 갔다.“오늘 고 대표와 이야기하면서 나도 드는 생각이 많군요. 앞으로 종종 찾아와요. 이런 이야기는 자주 나누면 좋겠군요.”강한철은 직접 자리에서 일어나 은희를 현관까지 배웅했다.“과찬이세요, 회장님. 저야말로 회장님과 이야기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은희가 저택을 완전히 빠져나가자 강한철의 표정은 금세 달라졌다.“아버지, 제가 고 대표가 정말 아까운 인재라고 했잖아요. 아버지께 드리겠다고 1천5백억 원짜리 청자까지 준비한 사람이에요.”“강씨 집안에도 진심으로 도움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고요.”아들의 말을 듣는 강한철은 웃기만 할 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아버지의 속을 읽기 어려웠던 이섭은 계속 반응을 살폈다.“아버지, 이제 고 대표를 편견 없이 봐 주세요.”“이섭아, 네가 이렇게까지 누군가를 높이 평가해서 추천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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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은희는 고씨 저택의 통유리창 앞에 서서 이미 차갑게 식은 차가 든 찻잔을 손에 들고 있었다.창밖에서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는 동안에도 머릿속에서는 강한철과 나눴던 대화가 계속 리플레이됐다.“너무 쉽게 풀렸어...”은희는 낮게 혼잣말했다.재계에서 수십 년을 버틴 노련한 사람이 생전 처음 제대로 만난 후배를 그렇게 쉽게 믿을 리 없었다.강한철에게서 느껴지는 어딘가 익숙한 감각이 불편했다.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지 않아 은희는 앉아 있어도 편하지 않았다.머릿속 어딘가에서 아주 오래된 기억 조각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어린 시절 강한철을 본 적이 있는 것만 같았다.은희는 찻잔을 내려놓고 서재로 향했다.외할머니가 생전에 남겨 둔 오래된 사진들이 있다는 게 떠올랐다. 어쩌면 거기서 단서를 찾을 수도 있었다.자료를 챙겨 밖으로 나가려던 때 초인종이 울렸다.“이 늦은 시간에...”은희는 경계하며 현관 모니터를 확인했다. 밖에 서 있는 사람은 세준이었다.이 시간에 왜 찾아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지난 경매에서 세준에게 도움받은 건 사실이었다.잠깐 망설이던 은희는 결국 문을 열었다.“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세요?”은희는 문 앞에 그대로 선 채 세준을 안으로 들일 생각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세준의 시선이 은희 손에 들린 서류봉투에 잠시 머물렀다.“지금 나가시려고요?”“전무님이 신경 쓰실 일은 아니에요.” 은희가 차갑게 답했다.세준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냥... 하나 물어보려고 왔어요. 1천5백억 원은 어떻게 마련하실 생각이에요? 용한그룹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건 저도 알고 있어서...”“하세준 전무님.”은희가 말을 끊었다. “제 개인적인 일입니다. 전무님께 설명할 이유는 없어요.”“형수님...”세준이 한 걸음 다가섰다. “지난번 형수님이 저랑 소영은 씨가 같이 있는 걸 봤을 때 제가 좀 감정적으로 굴었던 건 알아요. 그래도 제가 형수님을 좋아하는 건 진심입니다. 소영은 씨와는 아무 사이도 아니고요.”은희는 한 걸음 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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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됐어!”남우가 차갑게 말했다. “할머니 지금 응급실에서 처치 받고 있어. 양심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와서 직접 봐.”그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겼다.은희는 운전석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남우가 방금 내뱉은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울렸다.‘네가 나를 그렇게 미워해도 할머니까지 죽여야 속이 풀리겠어?’가슴이 날카롭게 아파 왔다. 하지만 지금은 여기서 시간을 보낼 때가 아니었다.은희는 곧바로 차를 돌려 병원으로 향했다.“할머니, 제발 버텨 주세요.”은희는 울먹이며 중얼거렸다. 눈물이 뜻대로 멈추지 않았다.‘대체 누가 그렇게 잔인하게 할머니께 보미의 일을 알린 거지?’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은희는 거대한 덫 안으로 한 걸음씩 들어가고 있다는 불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겨우 새로운 단서를 찾아 조사하려던 시점에 정확히 이런 일이 터졌다.마치 은희가 단서를 발견했고 직접 움직이려 했기 때문에 누군가 바로 손을 쓴 것처럼 느껴졌다.‘내가 왜 이런 생각까지 하는 거지?’보이지 않는 힘이 계속 경고하는 것 같았다. ‘더 이상 파고들지 마.’‘계속하면 주변 사람들까지 전부 다치게 될 거야.’무력감이 점점 짙어졌다. 숨을 제대로 쉬는 것조차 힘들 만큼 가슴이 답답했다.병원에 도착했을 때 남우는 응급처치실 밖에 서 있었다.은희를 발견하자 남우의 눈이 곧바로 싸늘해졌다.“여길 올 낯은 있나 보네.”은희는 남우의 태도에 반응하지 않고 쉰 목소리로 물었다.“할머니는 어때?”“네 덕분에 아직 처치 중이야.”남우가 비꼬듯 말했다. “고은희, 네가 이렇게까지 독한 사람인 줄은 몰랐어. 아무리 나를 미워해도 그렇지, 할머니께...”“내가 아니라고 했잖아!”은희가 남우의 말을 끊었다. “생각 좀 해 봐. 내가 왜 할머니를 위험에 빠뜨리겠어? 할머니가 나한테 얼마나 잘해 주셨는데...”“그럼 네가 말해 봐. 너 말고 보미 일에 대해 아는 사람이 누가 있는데?”남우가 몰아붙였다. “설마 영은이 할머니께 말했다고 할 거야? 할머니가 너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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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할머니, 저예요.”녹음 속 목소리는 분명 은희의 목소리였다.“요즘 몸은 좀 어떠세요?”“은희야...”민영순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다정했다.“할미는 괜찮아. 그냥 우리 은희가 보고 싶구나. 언제 할미 보러 올 거야?”“저, 요즘 조금 바빠서요.”은희를 흉내 낸 목소리에 흐느낌이 묻어났다. “할머니, 드릴 말씀이 하나 있어요.”은희는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자신은 이런 전화를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녹음 속 목소리는 너무나도 자신과 똑같았다.“무슨 일인데 그래. 급하게 말하지 말고, 울지 말고 천천히 해.”녹음 속 민영순은 계속 은희를 달래고 있었다.그 목소리를 듣는 은희는 이미 눈물을 걷잡을 수 없이 흘리고 있었다.“보미 이야기예요.”녹음 속 가짜 목소리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보미가... 보미가 죽었어요.”“뭐?”민영순의 목소리가 크게 흔들렸다. “그게 무슨 말이니? 보미가 왜...”“할머니, 죄송해요...”“할머니가 보미를 아끼신 거 알아요. 그런데 저도 이제는 정말 못 버티겠어요. 남우 씨랑 이혼하고 싶어요.”“은희야...”민영순의 목소리가 갑자기 힘을 잃었다. “네가 어떻게...”뒤이어 여러 소리가 뒤엉켰다. 민영순이 쓰러진 듯한 소란이었다.그 뒤 가짜 은희의 목소리가 싸늘하게 한마디를 남겼다. “할머니, 죄송해요.”통화는 그대로 끊어졌다.은희는 손에서 힘이 빠져서 핸드폰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온몸이 얼어붙은 듯 차가워졌다.“자, 이제 변명해 봐.”남우가 냉랭하게 물었다.은희는 눈물로 흐려진 시야 속에서 남우를 올려다봤다. “저거 내가 아니야. 난 할머니한테 그런 전화를 드린 적 없어.”눈앞에 증거처럼 보이는 것이 있었고 은희 자신도 똑똑히 들었다. 그래도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이라는 사실만은 확실했다.“이렇게 기록이 다 남아 있는데도 계속 아니라고 할 거야?”남우의 목소리에는 차가운 조롱이 섞여 있었다.“고은희, 내가 그동안 사람을 잘못 봤네.”‘아니야. 정말 내가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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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은희는 몸이 굳은 채 움직이지 못했다. 남우라면 방금 한 말을 실제로 옮길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한 가지 더 있어.”남우는 돌아서서 나가기 전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한규영도 회사로 다시 불렀어. 내일부터 규영이가 용한그룹 쪽을 특별히 맡게 될 거야.”용한그룹 내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이제는 정면에서 적이 되어 움직이게 됐다.그게 어떤 뜻인지 은희가 모를 리 없었다.‘그래. 지금은 다들 내가 할머니를 쓰러뜨렸다고 생각하겠지.’하지만 은희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멍한 손길로 핸드폰을 켜 보니 실제로 기억에 없는 통화 기록 하나가 새로 남아 있었다.‘난 전화한 적 없어. 정말 없는데...’정신이 너무 혼란스러워지자 은희 자신도 두려운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혹시 정말 자신이 무언가를 해 놓고 기억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속에서 공포가 치밀었다. 만약 자신이 정말 민영순에게 그런 짓을 했다면 자신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그때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처음 보는 번호였다.은희는 망설이지 않고 전화받았다. 목소리는 잔뜩 쉬어 있었다.[고은희 씨.]변조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렸다. [두 번째 선물은 마음에 들었습니까?]‘두 번째 선물?’은희의 몸이 굳었다. “누구야?”[제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기괴하게 변조된 목소리가 서늘하게 이어졌다. [중요한 건... 고은희 씨가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다음 벌은 이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는 거죠.]“너였구나.”은희는 주먹을 꽉 쥐었다. “녹음도 네가 조작했고, 할머니도 네가 그렇게 만든 거지.”상대가 혀를 차며 비웃었다.[그런 말도 증거가 있어야 하죠. 증거 있습니까? 그건 분명 고은희 씨가 직접 한 일인데...]분노로 온몸이 떨렸다. 은희는 이를 악물었다.“대체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아주 간단합니다. 과거 일을 그만 덮으세요. 안 그러면...]수화기 너머에서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당신 주변 사람들부터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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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은희가 고개를 들었다. 흐릿한 시야 너머로 남우의 차가운 표정이 보였다.“그만 연기해. 그렇게 약한 척하면 책임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아? 고은희, 너 아직 멀쩡히 살아 있어. 죽기 전에 할머니께 진 빚 다 갚아.”은희는 있는 힘을 다해 남우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쉰 목소리가 떨렸다.“연기 아니야. 넌 단 한 번도 나를 믿어 준 적이 없어.”몸을 돌려 가려 했지만 남우가 곧바로 손목을 붙잡았다.힘이 너무 세서 은희는 빠져나오지 못했다. 손목이 짓눌려 아플 정도였다.남우는 설명도 없이 은희를 끌고 병실 쪽으로 걸어갔다.“내가 널 그냥 보내 줄 것 같아? 할머니한테 진 빚도, 하씨 집안에 진 빚도 전부 갚고 가.”남우에게 끌려가는 동안 은희의 눈에서는 눈물이 계속 흘렀다.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남우가 잡아끄는 대로 힘없이 따라갔다.병실에 도착한 남우는 의사를 불러 차갑게 지시했다.“몸 상태 검사해 주세요. 죽지만 않으면 됩니다. 앞으로 갚아야 할 게 많으니까.”의사는 창백한 은희와 싸늘한 남우를 번갈아 봤지만 아무 말도 묻지 못한 채 곧바로 검사를 시작했다.병상에 앉아 있는 은희는 끝도 없는 악몽 안에 갇힌 사람 같았다. 아무리 애써도 깨어날 수 없는 기분이었다.그때 업무용으로 쓰는 예비 핸드폰이 짧게 진동했다.고개를 내려 확인하니 세준이 보낸 메시지였다.평소 업무 연락에만 쓰던 기기였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핸드폰은 조금 전 은희가 바닥에 내던져 망가진 상태였다.[형수님, 확인해 봤습니다. 최근 기록과 주변 영상까지 살펴봤는데 그 시간에 형수님은 할머니께 전화를 건 적이 없어요. 이 영상이면 결백을 입증할 수 있습니다. 형한테 보여 주세요.]‘벌써 여기까지 확인했다고?’은희는 떨리는 손으로 세준이 보낸 영상을 재생했다.영상과 기록에는 해당 시간대 은희가 아무 전화도 걸지 않았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남아 있었다. 문제의 녹음 통화는 애초에 은희의 행동과 맞지 않았다.세준은 무슨 일이 생기면 사실을 알게 된 즉시 은희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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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요즘 남우에게 세준과 이섭의 이름은 듣는 것만으로도 신경을 날카롭게 만드는 존재였다.남우는 두 사람이 주고받은 메시지를 훑어보다가 세준이 보낸 영상을 눌렀다.내용을 확인하면 할수록 결론은 분명해졌다. 은희는 누명을 쓴 것이었다.남우의 안색이 빠르게 창백해졌다.자신이 완전히 잘못 알고 은희를 몰아세웠다.목 안이 막힌 듯 남우는 한동안 말을 꺼내지 못했다.남우는 고개를 들어 은희를 바라봤다. 목소리가 조금 쉬어 있었다.“왜 진작 말 안 했어?”은희가 차갑게 웃었다. ‘진작 말하라고?’“말하면 네가 내 말을 믿었을까? 하남우, 네가 내가 설명할 기회를 준 적이 있어? 넌 한 번도 내 말을 끝까지 들은 적 없고, 한 번도 나부터 믿어 준 적 없어.”“지금도 증거가 네 눈앞에 있는데도 속으로는 내가 하세준이랑 짜고 만든 거 아닐까 의심하고 있는 거 아니야?”남우의 표정이 더 굳었다. “너랑 하세준이 짰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야.”녹음을 들은 순간부터 남우는 이성을 잃었다. 듣자마자 은희가 했다고 단정해 버렸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 뒤에는 은희가 무슨 말을 해도 설명할 기회조차 제대로 주지 않았다.은희는 병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직 다리에 힘이 없어 조금 휘청거렸다.그래도 억지로 중심을 잡고 서서 차갑게 말하며 남우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았다.“네가 믿어주지 않아도 돼. 할머니는 내가 알아서 찾아뵐 거야. 이제부터 너랑 나는 서로 각자 자기 갈 길 가.”말을 끝낸 은희는 병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남우는 뒤따라가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발이 바닥에 붙은 듯 움직이지 못했다.은희는 비틀거리며 병원을 나섰다. 발에 힘이 없어 언제든 쓰러질 것처럼 위태로웠다.이미 몸은 한계까지 버틴 상태였다. 시야가 계속 검게 흐려졌고 귀에서는 웅웅거리는 소리가 났다.벽을 짚고 겨우 몸을 세운 은희는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떨리는 손으로 이섭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대표님, 무슨 일이에요?]“강 대표님, 도움이 필요해요. 민영순 회장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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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내가 얼마나 오래 쓰러져 있었던 거지?’은희는 눈꺼풀이 납덩이처럼 무겁게 느껴졌다.힘겹게 눈을 뜨자 흐릿한 시야 속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남우였다.의식이 조금씩 돌아오자 은희는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물렸다. “네가 왜 여기 있어?”쓰러지기 직전까지 들었던 목소리는 분명 이섭이었다. 그런데 눈을 뜨자 남우가 앞에 있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네가 쓰러졌어. 쓰러지기 전까지 강이섭과 통화하고 있었고.”은희는 이섭과 통화했던 일을 떠올렸다. 이섭은 민영순을 살릴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했고, 바로 데리러 오겠다고도 했다.은희가 손을 내려다보니 손등에는 아직 수액 바늘이 꽂혀 있었다. 몸에 아직 힘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다.“강 대표님은?”은희가 낮게 물었다. 목이 너무 쉬어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남우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은 채 답했다.“네가 괜찮다고 내가 말했어. 오지 말라고도 했고.”은희는 고개만 끄덕이고 더 묻지 않았다.남우와 더 얽히고 싶지 않았다. 몸만 회복되면 가능한 한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강 대표님이 장기 기증 말고 할머니를 살릴 다른 방법이 있을 수도 있대. 한 번 알아보게 했으면 좋겠어.”남우에게 통화 내용을 보고하려는 뜻은 아니었다. 민영순을 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만 알려 주려는 것이었다.“내가 확인해 볼게.”남우의 말투는 아까보다 많이 누그러져 있었다. 은희는 남우가 이섭의 도움이라면 무조건 거절할까 봐 걱정했다.그런데 의외로 남우는 은희의 제안을 바로 받아들였다.은희는 조금 놀라 남우를 올려다봤다.“미안해. 너를 믿지 않은 건 내 잘못이야.”은희는 잠깐 말이 막혔다가 씁쓸하게 웃었다.“괜찮아. 이제 익숙해.”은희는 아무렇지 않은 일을 말하듯 담담하게 대답했다.그 짧은 말은 오히려 남우의 가슴 깊숙이 박혔다.은희는 더 이상 이 이야기를 이어 가고 싶지 않았다. 이불을 걷고 침대에서 내려오려 했다.“나 이제 갈게.”남우가 손을 내밀어 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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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알아.” 영은은 전화를 끊고 다른 병실로 향했다. 문을 열어 보니 맑음이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맑음아.”맑음은 고개를 들고 영은을 보자 바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엄마.”영은은 맑음 곁으로 가서 어깨를 살짝 쓰다듬었다.“맑음아, 요즘 아빠가 할머니 일 때문에 많이 속상하잖아. 엄마가 아빠 주려고 우유 사 왔는데, 맑음이가 갖다드릴래?”맑음은 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내가 아빠 갖다주면 아빠 안 슬퍼질 거야.”우유병을 품에 안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옆 병실을 향했다.맑음은 그 우유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전혀 몰랐다.“아빠.” 맑음이 문을 열고 밝은 목소리로 불렀다.남우는 병상 옆에 앉아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맑음의 목소리를 듣자 남우가 고개를 들었다. 딱딱했던 표정도 조금 누그러졌다.“맑음아, 여긴 어떻게 왔어?”맑음은 남우에게 달려가 우유를 내밀었다.“엄마가 아빠 요즘 할머니 때문에 많이 속상하대. 이거 내가 갖다주랬어. 마시면 안 슬퍼진대.”남우는 우유를 받아 들고 맑음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고마워, 맑음아.”맑음은 눈을 깜빡이며 환하게 웃었다.“아빠 얼른 마셔. 엄마가 이거 마시면 기분 좋아진댔어.”남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우유병을 열어 몇 모금 마셨다.그동안 은희의 체력은 어느 정도 돌아온 상태였다.병실 창가에 선 은희는 이제 과거 고씨 집안이 무너진 진실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마음먹었다.가방을 챙겨 병실을 나가려던 참이었다.그때 남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어디 가?”평소라면 자신이 어디를 가든 남우에게 말할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이번 일은 민영순의 안전과도 연결되어 있었다. 그래서 은희는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외할머니가 살던 옛집에 가려고. 예전 단서를 좀 더 찾아볼 거야.”남우의 미간이 더 깊게 좁혀졌다.“몸도 아직 완전히 안 나았는데 지금 그런 걸 조사하러 가는 건 너무 위험해.”은희가 씁쓸하게 웃었다.“위험? 지금 나한테 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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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남우는 손을 뻗어 은희의 앞을 막았다.“지금은 안 돼.”왜 자신을 막는지 이해되지 않아 은희는 미간을 찌푸린 채 불쾌하게 남우를 봤다.남우는 그 눈빛만으로 무슨 생각인지 알아차리고 차분히 입을 열었다.“네가 계속 움직이면 상대가 할머니를 또 해칠 수 있다며. 할머니는 아직 깨어나시지도 않았어. 지금 네가 움직였다가 상대가 다시 할머니한테 손대면 어떻게 할 건데?”전에는 은희도 남우도 이런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이제 가능성을 알게 된 이상, 남우는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동원해 민영순을 지킬 생각이었다. 그 정도는 남우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동시에 그 이유를 내세워서라도 지금처럼 몸이 약해진 은희가 혼자 위험한 곳으로 들어가는 건 막고 싶었다.은희의 발이 멈췄다. 남우 말이 틀리지 않았다. 은희는 입술을 깨물며 망설였다.“그래도...”“‘그래도’는 없어.”남우가 차갑게 말을 끊고 못을 박았다.“할머니가 깨어나시기 전까지는 아무 데도 가지 마.”은희는 고개를 들어 남우의 깊게 가라앉은 눈을 마주했다.그 눈 안에는 은희가 한 번도 자신을 향해 본 적 없다고 생각했던 감정이 비쳤다. ‘걱정인가? 나를 신경 쓰는 마음인가?’‘아니야. 내가 잘못 본 거야.’“너...”은희는 입술을 열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됐어. 하남우가 나를 걱정해서 이러는 게 말이 돼?’남우는 시선을 돌렸다. 목소리는 여전히 무심했다.“당분간 병원에 있어. 사람 붙여서 지키게 할 거야.”“네 보호 같은 거 필요 없어.”은희는 고집스럽게 말했다.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어.”“그만 좀 해!” 남우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은희가 놀라 몸을 굳혔다.남우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서야 방금 자신이 감정을 드러냈다는 걸 깨달았다.“고은희, 제발 매번 이렇게 고집만 부리지 말아줄래?”남우는 등을 돌린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할머니를 생각해서라도, 이번만은 내 말 좀 들어!”은희는 대답하지 않았다.남우 말대로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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