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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11 - チャプター 120

298 チャプター

제111화

“맞습니다. 애초에 이런 사람과 손잡는 게 아니었어요. 우리가 사람을 잘못 본 겁니다!”“회사에 끼친 손해부터 배상하고 나가요. 여기서 우리 시간 더 뺏지 말고요!”“...”주주들은 은희가 어떤 설명을 해도 들을 생각이 없었다.그때 갑자기 회의실 문이 열리며 이섭이 들어왔다.회사에서 자신에게 알리지도 않고 갑자기 긴급회의를 열었다는 말을 듣는 즉시, 주주들이 은희를 몰아세우고 있으리라 짐작했다.“주주 여러분, 제 이름을 걸고 보증하겠습니다. 고 대표님은 절대 표절하지 않았습니다. 그 곡 작업 이후 다른 곡 작업도 제가 계속 함께했습니다. 고 대표님처럼 실력 있는 작곡가는 남의 곡을 베낄 이유가 없습니다.”하지만 실제로 표절이 맞는지 아닌지는 주주들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이섭도 그 점은 알고 있었다.“강 대표님, 지금 주주들께서 너무 감정적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금 드러난 정황이 이렇잖아요. 확실한 증거를 가져오지 않는 이상 우리도 딱히 도울 방법이 없습니다.”결국 이섭이 나선 덕분에 은희는 당장 손해배상까지 해야 하는 상황만은 겨우 피했다.그러나 계약 해지까지는 막지 못했다.주주들은 은희에게 앞으로 일주일 안에 결백을 증명할 자료를 찾아오라고 했다. 찾지 못하면 그때는 계약상 배상 책임도 함께 묻겠다는 조건이었다.원래부터 감정이 불안정했던 은희는 가슴이 꽉 막히는 듯했다.일주일 안에 증거를 찾지 못하면 ‘표절 작곡가’라는 낙인뿐만 아니라 감당하기 힘든 배상금까지 떠안게 된다.은희는 곡을 쓸 때 작업 과정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기는 습관이 없었다. 이제 와서 당시의 자료를 찾기란 거의 불가능했다.디지털 작곡 프로그램보다는 종이 오선지에 직접 써 내려가는 편이라 작성 시각을 확인할 기록도 남지 않았다.현재로서는 표절 의혹을 제기한 상대를 직접 찾는 방법밖에 없었다.하지만 은희가 여러 사람에게 부탁해도 그 사람과는 연락조차 닿을 수 없었다.남우 역시 병원에 누워 쉬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소식을 들은 뒤 인맥을 움직여 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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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하지만 일은 은희의 뜻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일이 벌어졌다.은희는 경연을 앞두고 악보와 관련된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그때 핸드폰 벨이 울렸다. 처음 보는 번호였다.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통화 버튼을 누르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세요?”전화기 너머에서 다급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고은희 씨 맞으십니까? 송화 선생님 보좌하는 사람입니다. 송화 선생님이 갑자기 지병이 악화돼서 응급으로 병원에 실려 갔습니다. 그래서 내일 경연에는 도저히 참석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지병이 갑자기 악화됐다고?’‘하필 다른 때도 아니고 지금?’누가 봐도 은희를 겨냥한 움직임처럼 느껴졌다.손에 들고 있던 펜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은희는 냉랭하게 되물었다.“참 절묘한 때에 지병이 도졌네요.”비꼬는 뜻이 뚜렷했지만 상대는 반응하지 않고 준비한 듯한 말만 이어 갔다.[저희도 최대한 빨리 송화 선생님의 결백을 밝히고 싶습니다. 아침까지만 해도 괜찮으셨는데 방금 갑자기 쓰러지셨어요.]‘자기가 문제를 만들었으면서 자기 결백을 밝히겠다고?’은희에게는 경연에서 들킬까 두려워 일부러 만든 상황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더 말싸움할 가치도 없어 대꾸도 하지 않고 금방 전화를 끊었다.곧바로 핸드폰 화면에 알림이 연달아 떴다. SNS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관련 글이 쏟아지고 있었다.[충격! 고은희, 송화를 고의로 자극해 지병 악화? 경연 불참 노린 것 아니냐는 의혹 확산!][표절 논란도 끝나지 않았는데 또 문제... 경연 피하려 송화까지 쓰러뜨렸나?]악의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이 화면 위로 끊임없이 지나갔다.기사와 게시물에는 송화가 들것에 실려 구급차로 옮겨지는 모습이 흐릿하게 찍힌 사진도 첨부되어 있었다.댓글 창은 더 심했다. 사람들은 확인되지 않은 말을 따라 하며 은희를 몰아세웠고, 차마 읽기 힘든 비난까지 퍼부었다.은희는 화를 참지 못하고 핸드폰을 옆으로 던졌다.“이건 완전히 사실을 뒤집어 놓은 거잖아!”...소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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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맑음이한테 어떤 방법이 있는데?”맑음은 주머니에서 어린이용 핸드폰을 꺼내 흔들어 보였다.“전에 은희 이모가 곡 만드는 거 봤는데 진짜 멋있었거든. 그래서 몰래 영상 찍어 놨어. 이거 보면 은희 이모가 남의 거 안 베낀 거 증명할 수 있지?”영은은 다리에 힘이 풀릴 뻔했다. 평소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보이던 아이가 이런 자료를 남겨 뒀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래도 곧 정신을 가다듬고 억지로 웃음을 만들었다.“우리 맑음이 진짜 똑똑하네! 핸드폰 엄마 줘 봐. 엄마가 이 중요한 영상 은희 이모한테 잘 전해 줄게. 이모도 엄청 좋아할 거야.”맑음은 엄마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기쁜 마음으로 핸드폰을 그대로 내밀었다.영은은 핸드폰을 받아 든 뒤에야 속으로 안도했다.이 기기가 절대로 은희의 손에 들어가게 해서는 안 됐다.여기서 끝낼 생각도 없었다. 영은은 이 기회를 이용해 맑음의 건강을 다시 악화시킬 생각이었다.맑음이 아프면 남우의 관심은 딸에게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은희 문제에 매달릴 여유도 줄어들 것이다.동시에 핸드폰 속 증거까지 없앨 수 있었다. 영은에게는 두 가지 문제를 한 번에 처리할 기회였다.영은은 곧 맑음의 방으로 들어가 서랍 안에서 미리 준비해 둔 약을 꺼냈다.예전부터 맑음에게 먹일 목적으로 준비한 약이었다. 복용량을 늘리면 아이의 상태를 더 나쁘게 만들 수 있다고 영은은 믿고 있었다.영은은 준비한 약을 손본 뒤 맑음이 좋아하는 단맛이 나도록 약에 시럽을 섞었다.맑음에게 약을 먹이려던 바로 그때 남우가 집으로 돌아왔다.현관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은 영은은 놀라 약병을 바닥에 떨어뜨릴 뻔했다.남우가 예상보다 빨리 퇴원할 줄은 전혀 몰랐다.더구나 하필 지금 돌아올 줄은 더더욱 몰랐다.당황한 영은은 다른 방법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준비한 약을 맑음에게 먹였다.맑음은 약을 삼키자마자 작은 얼굴을 찌푸리며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영은은 맑음을 안아 들고 억지로 웃은 뒤 남우에게 말했다.“일찍 퇴원하면서 왜 연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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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남우는 영은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미간을 찌푸린 채 영은의 품에 안긴 맑음에게 다가갔다.“맑음이 나한테 줘. 애 상태가 왜 이런지 내가 직접 볼 거야.”영은은 맑음을 더 세게 안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억지로 만들던 미소도 점점 굳었다. 이대로 계속 버티다가는 결국 숨긴 일이 드러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더는 물러날 데가 없었다. 영은은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했다.필요하면 맑음을 앞세워 남우를 막을 생각까지 했다.그때 남우의 핸드폰이 울렸다.화면을 확인하니 효찬이었다.남우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 효찬의 목소리는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큰일 났어! 은희 씨가 미행하던 사람한테 습격당했어. 지금 병원으로 실려 갔고!]그 말을 듣자 남우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분명 은희 곁에 여러 사람을 붙여 두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긴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남우는 영은과 더 이야기할 생각도 못 한 채 문 쪽으로 몸을 돌려 달려 나갔다.지금은 다른 것을 따질 여유가 없었다. 은희의 상태를 확인하는 게 먼저였다.남우가 그대로 나가 버릴 줄은 영은도 예상하지 못했다. 꽉 조여 있던 가슴이 조금 풀리며 숨이 나왔다.영은은 졸음에 겨워하는 맑음을 안은 채 급히 방으로 들어갔다. 아이를 침대에 조심스럽게 눕힌 뒤 부드럽게 달랬다.“맑음아, 이제 푹 자. 엄마가 옆에 있을게.”조금 전 맑음은 영은이 시킨 대로 얌전히 있었다. 남우에게 다른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다.아이가 말을 잘 들은 덕분에 은희가 빠져나갈 마지막 기회도 막을 수 있었다.‘고은희, 네 딸이 정말 네 구세주이긴 하네.’‘그런데 지금은 내 말을 훨씬 잘 듣잖아.’‘그러니까 거기서 천천히 무너져 봐.’맑음이 완전히 잠든 걸 확인한 영은은 어린이용 핸드폰을 열어 은희의 결백을 증명할 영상을 삭제했다.이어 기기 초기화까지 진행해 쉽게 원래 자료를 되살릴 수 없도록 만들었다.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영은은 집 안 보안 영상이 저장되는 관리실로 가서 자기 행동이 드러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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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내 손... 괜찮은 거야?’“깼어요?”효찬의 목소리였다. 은희가 잘못 들을 리 없었다.은희는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 침대 곁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한 남우도 앉아 있었다.“제 손...”목이 심하게 말라 목소리가 쉬어 있었다. 손 상태를 묻는 말끝까지 떨렸다.효찬은 시선을 잠시 피했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망설이다 결국 사실을 설명했다.“수술은 잘됐습니다. 손도 지켰어요. 다만... 힘줄과 주변 조직을 다쳐서 회복에는 오래 걸릴 겁니다. 적어도 당분간은 예전처럼 작곡하거나 연주하기는 어려울 수 있어요.”그 말을 듣자 은희의 시야가 어두워졌다. 머릿속에는 아무 생각도 남지 않았다.음악을 만들고 곡을 쓰는 일은 은희에게 두 번째 삶과도 같았다.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게 해 준 일이었다.그런데 이제 아무것도 남은 게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가정도 사라졌고, 보미도 떠났다. 이제는 자신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겼던 창작마저 잃게 될지도 몰랐다.음악을 이해하고 머릿속으로 편곡하는 일은 가능할지 몰라도, 직접 건반을 치거나 악보를 써 내려가는 건 당장 어려웠다.다친 손은 한동안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을 것이다.자신을 공격한 사람의 의도는 너무 분명했다. 은희가 표절 누명을 벗을 기회 자체를 막으려 한 것이다.은희는 멍한 눈으로 천장만 바라봤다. 눈물이 관자놀이 쪽으로 조용히 흘러내렸다.“왜... 왜 이렇게 된 거야...?”은희는 낮게 중얼거렸다. ‘경호원이 돈에 넘어가 배신한 걸까, 아니면 하남우가 일부러 시킨 걸까?’‘이것도 전부 하남우가 꾸민 일이야?’그런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남우가 지금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병실에 앉아 있는 것조차 견디기 어려웠다.‘내가 망가진 꼴을 보러 온 거야?’“지금은 다른 생각 하지 말고 손부터 잘 치료하세요. 회복될 수 있습니다. 방법도 분명히 있을 거예요.”은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효찬의 위로마저 자신을 비웃는 말처럼 들렸다.병실에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은희가 참지 못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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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별도의 취조실.남우를 배신한 경호원 몇 명이 의자에 묶인 채 앉아 있었다. 얼굴 곳곳에는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남우가 들어오자 경호원들의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었다.원래 남우 밑에서 일하던 사람들이라 남우가 어떤 식으로 사람을 다루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예전 누군가를 강하게 압박해야 할 때 직접 움직였던 사람들도 바로 그들이었다.“말해. 누가 고은희를 해치라고 너희들에게 시켰어?”남우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고, 억눌린 분노가 온몸에서 느껴졌다.자신이 애써서 고르고 키운 경호 인력이 은희의 손을 망가뜨렸다.남우가 직접 지시한 일은 아니어도 결과적으로 자신의 사람들이 은희를 다치게 했다.경호원들은 고개를 숙인 채 입을 굳게 다물었다.남우는 옆에 있던 탁자를 거칠게 걷어찼다.곧 한 경호원에게 다가가 멱살을 움켜쥔 뒤 억지로 고개를 들게 했다.“끝까지 입 안 열면 그다음은 나도 봐주지 않아.”경호원은 겁에 질려 입술까지 떨었지만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남우는 몸을 돌려 옆에 놓인 채찍을 집어 들고 경호원의 몸을 거칠게 내리쳤다.채찍이 닿을 때마다 상처가 벌어졌고, 경호원은 견디지 못해 비명을 질렀다.그래도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지는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이 정도 버티면 끝날 것 같아?”남우는 이를 악물었다. “너희들 입을 열게 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시간이 지날수록 경호원들의 모습은 처참해졌다. 몸에는 멀쩡한 곳이 거의 남지 않았다.은희의 손을 다치게 한 대가로 손도 심하게 상해, 더 손댈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남우가 위협하고 회유해도 몇 사람은 끝까지 뒤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남우가 처음 이들을 선발할 때는 가족처럼 약점으로 잡힐 사람이 없는 이들을 일부러 골랐다. 그렇게 하면 다른 세력이 사람을 이용해 흔들기 어려울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정작 배신이 벌어지고 나니,압박할 연결고리가 없다는 점이 오히려 남우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남우는 짜증스럽게 채찍을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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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남우는 몸을 낮춰 맑음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부드럽게 물었다.“맑음아, 아빠한테 말해 봐. 요즘 이상한 일 같은 거 없었어?”그 말을 들은 영은의 가슴이 철렁했다. 예상했던 대로 남우는 이미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했다.그래도 미리 대비해 둔 것이 다행이었다.맑음은 맑은 눈을 몇 번 깜빡이다 고개를 갸웃하며 생각했다. 이내 아이 특유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맑음이 잘 자고 잘 쉬었어. 근데 아빠를 너무 오래 못 봐서 속상했어.”남우는 미간을 조금 좁히고 다시 물었다.“아빠 보고 싶었던 것 말고는? 다른 일은 없었어?”맑음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응, 없어.”영은은 곧 다가가 맑음을 안아 들었다.“맑음이 계속 너 보고 싶다고 했어. 그런데 너도 몸을 다쳤고, 요새 회사 일도 너무 많았잖아. 괜히 신경 쓰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조금만 참자고 한 거야. 치료도 해야 하고 일도 정리해야 하니까.”그 말은 영은이 맑음에게 여러 번 반복했던 이야기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맑음의 머릿속에는 그 문장이 유난히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그래서 아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같은 말을 했다.“맞아. 엄마가 그러는데 아빠 엄청 바쁘대. 그래서 맑음이 착하게 있어야 한댔어.”남우는 영은과 맑음을 번갈아 보았다. 어딘가 어긋난 느낌은 있었지만 확실히 집히는 점은 없었다.‘내가 너무 예민한가?’남우는 최근 자신의 정신 상태가 점점 더 나빠지는 것 같다고 느꼈다.영은은 그제야 팽팽했던 긴장을 조금 풀었다.미리 맑음에게 기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을 먹여 둔 것이 효과를 보았다고 생각했다.아이에게는 약의 영향이 더 빨리 나타났고, 맑음은 자신이 영상을 찍었다는 사실도 이미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다.남우는 맑음에게 몇 마디 더 당부하고 잘 자라고 말한 뒤 방을 나왔다.거실로 돌아온 남우는 지친 몸을 소파에 기대며 관자놀이를 눌렀다.영은이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었다. “물 마실래?”남우는 손을 들어 됐다는 뜻만 보일 뿐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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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예전에 영은이 자신에게 해 줬다고 믿는 마사지는 효과가 꽤 좋았던 기억이 있었다.남우는 곧 컴퓨터를 덮고 영은을 찾아갔다.영은은 맑음을 재우고 있었다. 남우가 들어오자 검지를 입술 앞에 세우며 조용히 하라는 뜻을 보였다.영은은 곧 방 밖으로 나갔고 남우도 뜻을 알아들었다.남우는 뒤따라 나오며 문을 소리 나지 않게 닫았다.“나 찾았어?”영은은 그렇게 물으며 일부러 옷깃을 조금 더 내려 쇄골이 보이게 정리했다. 남우가 먼저 자신을 찾아온 건 드문 일이었다.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찾아보니까 손을 다친 뒤에는 상태에 맞춰 마사지하는 것도 재활에 도움이 된대. 네가 하던 방법 있잖아. 당분간 은희 손도 좀 봐 줄 수 있어? 회복이 빨라질 수도 있으니까.”그 말을 들은 영은의 표정이 굳었다.그래도 곧바로 웃는 얼굴로 바꿨다.“내가 하기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손가락은 다른 부위랑 달라. 함부로 마사지하면 안 돼. 잘못 건드리면 오히려 손상이 더 심해질 수도 있고.”부위마다 치료 방식이 다르니 영은의 말이 아주 틀렸다고 단정할 수도 없었다.남우는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 더 묻지 않았다.“알았어. 부담 갖지 마. 하던 거 해.”영은은 달콤하게 웃고 주방 쪽으로 돌아섰다. 물을 따르려 했지만 손이 제멋대로 떨려 컵을 놓칠 뻔했다.그 소리가 서재까지 들리자 남우는 미간을 좁혔다. 그러고는 이내 겉옷을 챙겨 집을 나섰다....병원.남우는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와 가져온 것들을 옆 탁자에 내려놓았다.은희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남우 쪽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다.“몸 회복할 때 먹으라고 몇 가지 가져왔어.”은희는 고개만 저었다. 말 한마디 더 섞을 마음도 없어 보였다.남우는 포기하지 않았다. 적절한 마사지나 가벼운 움직임이 재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떠올렸다.“내가 손 주변 좀 풀어줄까? 아니면 같이 간단한 재활 운동이라도 해 볼래?”은희는 이번에도 거절했다. 이전보다 짜증이 섞인 반응이었다.“그럼 사과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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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남우는 은희가 사과를 다 먹는 걸 확인하고 나서 시선을 거뒀다.은희는 끝까지 남우와 눈을 맞추지 않았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남우가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인 듯 행동했다.“다 먹었어. 이제 가.”은희는 마지막 조각을 삼킨 뒤 차갑게 말했다.남우는 남은 사과 심을 쓰레기통에 버렸다.쓰레기통을 열고 닫는 동작이 유난히 느렸다. 조금이라도 더 머물기 위해 시간을 끄는 것처럼 보였다.그래도 은희는 고개도 들지 않았다.“은희야.” 남우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고 피곤함도 묻어났다.“그 일은... 정말 미안해. 그래도 내가 그 사람들한테 널 해치라고 시킨 건 절대 아니야.”은희는 여전히 답하지 않았다. 고개를 창밖으로 돌린 채 남우의 말을 듣지 못한 사람처럼 무심하게 앉아 있었다.사실 은희도 남우가 직접 지시한 일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만 자신을 믿어 주지 않았던 남우에게 같은 감정을 돌려주고 싶었다.누구에게도 믿음을 받지 못하는 일이 얼마나 괴로운지 남우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남우는 결국 한숨을 내쉬고 병실을 나갔다.온라인 여론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이제 상당 부분 남우의 개입 아래에 남았다.송화와 은희가 비슷한 시기에 둘 다 병원에 입원하자, 누군가 의도적으로 상황을 만들고 있다는 말도 힘을 얻었다.송화가 경연을 피하려고 아픈 척한다는 사람도 있었고, 반대로 은희가 사람을 써서 습격당한 것처럼 꾸몄다는 주장도 나왔다.온라인에는 온갖 추측이 뒤섞였다.그래도 회사 주가는 점차 진정되는 흐름을 보였다. 위험을 감수하고 은희 쪽 반전을 기대하는 투자자들도 생겼다.의혹이 뒤집힐 경우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본 사람들이었다.오랫동안 시장에서 버틴 이들은 이번 일이 단순한 표절 분쟁만은 아니라는 점도 어느 정도 읽고 있었다.강양그룹 쪽에서도 이섭이 나서 은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시점을 일단 더 미뤘다.송화와 은희 모두 입원했고 은희는 실제 습격까지 당했다. 지금 당장은 사실관계를 단정하기도 어려웠다.외부에서는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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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은희는 오래전부터 하루라도 빨리 이혼하고 싶었다.남우가 계속 미루지만 않았어도 지금쯤은 이미 아무 사이도 아니었을지도 모른다.그랬다면 남우가 찾아올 때마다 당당하게 나가라고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남우는 ‘이혼’이라는 말을 듣자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목소리도 차갑게 굳었다.“안 돼. 이혼은 절대 못 해.”예전에는 은희가 계속 이혼 이야기를 꺼내도 자신을 흔들기 위한 말이라고 치부했다.하지만 이제는 남우도 자신을 속일 수 없었다.은희는 정말 이혼에 대해 진심이었다. 자신에게서 완전히 떠나려 했다.원하던 답을 듣지 못한 은희는 낮게 비웃었다.“그냥 이혼해 주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나도 법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어.”최후통첩 같은 말에 남우의 머리가 다시 심하게 아프기 시작했다.남우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최근 이런 증상이 자주 나타났고 집중하기도 갈수록 어려워졌다. 기억이 통째로 빠지는 일도 잦았다.그전까지는 적어도 은희 앞에서 이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하지만 방금 들은 말은 머릿속을 강하게 건드렸다. 통증이 더 심해지며 눈앞까지 흐려졌다.최근에는 상태가 많이 나빠져 전날 은희를 만났을 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은희가 차갑게 자신을 밀어냈다는 감각만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오늘은 두통이 특히 심했다. 몸도 균형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느낌이었다.“나... 오늘 좀 안 좋아.”남우는 힘겹게 몇 마디를 뱉었다. 목소리가 너무 약해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은희는 남우 쪽을 보지 않았다. 요즘은 거의 늘 그랬다.그래서 남우가 정말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도 알아채지 못했다.은희는 또 자신을 붙잡기 위해 아픈 척한다고 생각했다.“안 좋으면 먼저 들어가.”남우가 나가면 오히려 조용해질 것이다. 아무도 남우에게 여기 남아 있으라고 강요하지 않았다.“그래. 먼저 갈게.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남우는 말을 마치고 휘청거리며 몸을 돌렸다.자기 방까지 돌아오자 긴장이 풀리고 더 버티기 힘들었는지 시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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