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옷의 사내가 한상운 앞에 무릎을 꿇었다.“대인, 지금 입궁하시는 것은 스스로 죄를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궁 안에서는 아직 상을 치른다는 소식도 없고, 마님에 대한 그 어떤 소식도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이것만 해도 천만다행입니다. 지금 대인께서 경솔하게 폐하를 찾아 뵈시면, 폐하께서 반드시 의심하실 것입니다...”한상운은 듣지 않았다.그는 곧바로 말에 올라타 임나연의 화장함에서 찾아낸 그 도자기병을 손에 꼭 움켜쥐었다.해독제.‘혹 그 아이가 아직 그 독약을 먹지 않았다면...’‘혹 그 아이가 아직도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면...’‘혹...’그는 채찍을 휘둘러 말을 몰았다.밤바람이 칼날처럼 귓가를 스치며 울부짖었지만, 한상운은 오직 자기 심장이 뛰는 소리만 들릴 뿐,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다.주작문의 금군은 그를 알아보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길을 열어 주었다.그는 겹겹의 궁문을 지나 천 개가 넘는 옥계단을 밟고 올라갔다.자신전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내시의 아룀 뒤에 전각의 문이 천천히 열렸다.한상운은 어좌 아래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감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고개를 드는 순간, 사흘 동안 감춰 온 초조함과 불안이 눈빛에 드러날까 두려웠다.“신 한상운, 폐하를 뵙습니다.”긴 침묵이 흘렀다.그의 등에 닿은 시선은 무겁게 내려앉아, 마치 천 근의 바위가 짓누르는 듯했다.“국사께서 이 밤중에, 어인 일로 입궁하였는가?”한상운의 목울대가 움직였다.그는 이미 변명거리를 준비해 두었다.북쪽 변경의 전황, 남쪽의 수해, 흠천감이 정한 제천대전의 길일과 길시.그러나 무릎을 꿇는 순간, 그 말들은 모두 목구멍에 걸려 한 글자도 나오지 않았다.그가 묻고 싶은 것은 단 하나였다.그 아이는 아직 살아 있는가.그 약은 먹었는가.그녀가 그를 언급한 적은 있는가.하지만 한상운은 물을 수 없었다.그녀는 자신이 직접 궁으로 들여보냈으니, 그에게는 물을 자격이 없었다.“...신은...”“최근 폐하의 옥체가 편찮으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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