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였다. 햇빛은 창가에 가 닿았다가, 조용히 사라지고 있었다.유리는 상담센터에 앉아 있었다.오래된 소파, 낡은 책상, 한쪽 벽의 시계.똑딱, 똑딱.초침 소리만이 방 안을 채우고 있었다.서류 위로 손끝이 미끄러졌다.그동안 놓았던 일들, 쌓여 있던 기록들.하지만 마음은 아직, 다시 시작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이우는 가족 저택 앞에 섰다.집무실 창에는 불이 꺼져 있었다.누군가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은 그렇게도 조용히 찾아오는 일이었다.그는 긴 숨을 들이쉬고, 주머니에서 작은 봉투를 꺼냈다.부고도, 고백도, 사과도 아닌, 단 한 줄.‘이제, 나는 갑니다.’그 말만으로 충분했다.밤이 되었다.유리는 창가에 앉아 있었다.커튼이 반쯤 젖혀진 창 너머로 가로등 불빛이 번졌다.밖을 보았다. 익숙한 골목, 낯익은 표지판,그리고 멀리서 걸어오는 그림자 하나.그림자는 천천히 다가왔고, 문 앞에 멈췄다.벨 소리 대신, 낮은 두드림. 유리는 문을 열었다.이우였다.둘은 말없이 소파에 앉았다.테이블 위에 따뜻한 차 한 잔. 유리가 말했다.“모든 게 끝나니까, 이상하죠.”이우는 고개를 기울였다.“네.”짧은 대답. 그러나 그 짧은 말 안에 수많은 의미가 들어 있었다.한참을 말없이 앉아 있다가, 유리는 창밖을 가리켰다.“저 골목, 언젠가 당신이 처음 걸어오던 날이 생각나요.”이우는 잠시 미소지었다.“그때는, 이렇게 될 줄 몰랐죠.”유리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어쩌면, 그때부터였을지도 몰라요.”늦은 밤, 둘은 나란히 골목을 걸었다.가로등 불빛 아래 두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걸음은 빠르지 않았고, 말도 많지 않았다.그러나 그 사이의 공백은 서로에게 조용히 기대어 있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 유리는 문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이우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내일 또 봅시다.”유리는 짧게 웃었다.“예.”문이 닫히고, 밤공기가 스며들었다.공백의 시간, 그러나 그 안에서 둘은 조금씩 다음 페이지를
Terakhir Diperbarui : 2026-07-29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