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었다. 밤과 아침의 경계가 엷게 뒤섞인 하늘 아래,도시는 아직 스스로를 깨우지 못한 채 긴 숨을 참고 있는 듯 고요했다.가로등은 하나둘 꺼지고 있었고,골목 벽에 기대어 있던 어둠의 잔해들이 조금씩 색을 잃고 사라지고 있었다.유리는 창가에 앉아 있었다.손에는 오래된 종이 파일이 들려 있었고,그 표지에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글씨가 얇게 번져 있었다.‘조유진. 생전 기록.’오늘, 그녀는 한 사람의 생을 말로 정리하기 위한 자리에 나선다.그 이름을 다시 꺼내기까지 백 번쯤 마음을 접었고, 그보다 더 많이 눈을 감았다.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아침이 차분하게 센터 안을 채우고 있었다.햇살은 천천히 바닥에 내려앉았고,따뜻함보다는 선명함을 품은 채 유리의 뒷모습을 조용히 비추었다.이우는 한쪽에서 마이크와 녹음기를 점검하고 있었다.오늘 그녀의 말들이 어느 누군가에게작은 조각으로라도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조심스럽게 손끝에 닿아 있었다.그는 유리의 옆에 와 앉았다.“준비되셨습니까.”유리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아니요. 그런 건… 아마, 끝나고 나서야 알 수 있겠죠.”그 대답은 담담했지만, 그 안에는 다짐보다 더 깊은 감정이 묻어 있었다.정오 무렵, 기록을 위한 인터뷰가 시작되었다.녹음기의 빨간 불빛이 깜빡였고, 공기 중에는 긴장과 정적이 얇게 깔렸다.유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조유진. 제 언니였고… 살고 싶어 했던 사람이었습니다.”그 첫 문장이 공간을 울렸다.그녀의 목소리는 누구보다 조심스럽고, 누구보다 정직했다.그녀는 조유진이 남긴 메모, 마지막 상담일지,그리고 병원에서 녹음된 음성 파일까지 하나하나 정리된 언어로 풀어내기 시작했다.그 말들 속에서 한때 세상에서 지워졌던 이름이 다시 생의 중심으로 걸어나왔다.중간중간, 유리는 몇 번이고 숨을 골랐다.단어가 입술 끝에서 맴돌다가 그대로 멈춰 설 때면, 이우가 눈으로 그녀를 지지했다.말 없이, 그러나 확실하게.오후, 녹음이 끝났다.
Terakhir Diperbarui : 2026-08-09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