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10시.웅성거리는 기계음과 비린내 나는 핏방울이 비산하던 수술실의 철문이 닫혔다.유진의 의식은 이미 짙은 안개 속에 잠긴 듯, 흐릿하게 점멸하고 있었다.피로의 과부하.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의국에 들러, 숨쉬듯 하얀 의사 가운을 허물처럼 벗어던졌다.땀과 정체 모를 얼룩으로 뒤덮인 수술용 신발을 대충 갈아 신은 채,유진은 좀비처럼 비틀거리며 병원 로비를 빠져나왔다.오직 생존하기 위해 기어 들어온 선호의 아파트.씻을 시간 따위는 사치였다.유진은 침대에 쓰러지듯 처박혀 깊은 심연의 잠 속으로 무너져 내렸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새까맣게 죽어있던 의식의 수면 위로 날카로운 전자음이 내리꽂혔다.딩동――. 딩동――.“으음…….”갈라진 입술 사이로 마른 신음이 터졌다.유진은 비몽사몽 속에서 침을 삼키며, 간신히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잠결에 웅웅거리는 머리를 감싸 쥐고, 도어록을 해제한 순간.현관문이 열리자마자, 눈앞을 시커멓게 차단하는 거대하고 서늘한 그림자.전신에 번개가 내리꽂힌 듯 척추가 빳빳하게 굳어졌다.시퍼렇게 가라앉은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김문기.순간 멈췄던 사고 회로가 급박하게 돌아가며, 정신이 확 깼다.[아…… 오늘이 토요일이구나.]주중의 피로에 치여, 요일 감각마저 상실했다.유진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그는 그녀의 대답 따위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현관문 안쪽으로 거칠게 손을 밀어 넣어 유진의 가녀린 손목을 낚아챘다.그리고 그대로 복도 밖으로 그녀를 끌어내, 바로 옆집으로 훅 끌고 들어갔다.갑작스러운 포획에, 유진은 자다 깨어 엉망진창인 자신의 몰골이 퍼뜩 떠올랐다.순간 온몸이 수치심으로 달아올랐다.눈은 퉁퉁 부었고, 옷은 구겨질 대로 구겨진 홈웨어 차림.“잠깐만, 오빠……! 나 옷만이라도 좀 갈아입고 올게, 제발!”“됐어. 너 엉망인 게, 나한테 처음도 아니고.”문기가 도어락을 열며 픽, 서늘한 실소를 흘렸다.“유치원때, 기어 올라간 나무에서 떨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4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