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백색 조명이 수직으로 내리꽂히는 공간.의국 문을 열자마자 숨통이 턱 막혔다.유진의 책상 위, 오만하게 걸터앉아 그녀를 내려다보는 시커먼 그림자.김문기였다.단 하나의 구김도 허용하지 않은 다크 그레이 수트 차림.완벽하게 정돈된 외피와 달리,유진을 집어삼킬 듯 응시하는 그의 시퍼런 눈동자는 이미 이성을 잃은 야수의 잔혹함만남아 있었다.그리고 유진을 노려보며 낮게 읊조렸다.“어제 내 톡 보고도 답이 없어서 왔는데, 서유진. 내가 분명히 제자리로 돌아오라고 기회를 줬을 텐데.”스슥.문기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압도적인 거구가 불길한 실루엣을 그리며 유진을 향해 일직선으로 걸어왔다.공기가 얼어붙었다.쾅. 곧이어, 문기가 유진의 등 뒤로 의국 문을 거칠게 닫아걸었다.잠금장치가 돌아가는 날카로운 기계음.이제 도망칠 곳도, 숨을 곳도 없는 완벽하게 폐쇄된 밀실.문기의 서늘한 시선이 유진의 얇은 가운 자락을 지나, 그녀의 왼손 약지 손가락 위로 떨어졌다.백색 조명을 받아 잔인할 정도로 영롱하게 빛을 발하는 다이아몬드 반지.콰득. 문기의 어금니가 맞물리는 소리가 적막을 깼다.잘생긴 미간이 발작하듯 비틀렸다.“그 새끼가 끼워준 반지가 제법 마음에 드나 보지?”낮게 긁히는 목소리엔 살기가 가득했다.“내 통제를 벗어나 다른 남자 밑에서 구르는 게 그렇게 좋았냐고 물었잖아, 서유진.”텁―!문기의 거친 손길이 유진의 가녀린 손목을 낚아챘다.뼈가 바스러질 듯한 악력.유진의 몸이 사정없이 밀려나며 차가운 벽 구석으로 강압적으로 처박혔다.등 뒤로 닿는 하얀 시멘트 벽의 냉기.“이거 놓아, 오빠……!”유진이 온 힘을 쥐어짜 그를 밀쳐냈다.그리고 곧장 문으로 달려가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손잡이를 비틀었다.하지만 문기가 더 빨랐다.뒤에서 덮치듯, 문기가 유진의 머리 위로 손을 뻗어 열리던 문을 향해 자신의 체중을 실었다.쾅――!의국 문이 비명 같은 소음을 내며 다시 닫혔다.유진의 어깨를 옭아맨 문기의 무거운 숨결이
Last Updated : 2026-08-2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