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걸복걸 첫사랑 구출기: Chapter 61 - Chapter 63

63 Chapters

EP 61. 두 개의 우주. 하나의 파국

유진은 초점을 잃은 눈으로,무릎 위에서 잘게 떨리고 있는 휴대폰 화면을 내려다보았다.다시 그가 그녀의 발목을 붙잡아 바닥 없는 심연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숨을 쉴 수 없었다.그리고 결정적으로 유진을 흔든 건,그가 보낸 미치도록 잔인했던 마지막 문자 한통이 아니었다.*결혼식을 파토내고.요스케와 다시 한번 그의 아뜰리에에서 뜨겁게 몸을 섞은 그 시각.문기에게서 여러 통을 문자가 왔었다.‘화 난 거 이해해. 그러니까 돌아와. 내가 다 설명할 테니까. 돌아와서 내 얘기부터 들어. 서유진. 너 이렇게 가면 너 우리 어머니한테 꼬투리만 더 잡히게 돼. 그러니까… 내가 변명 구실 뭐든 만들어서 결혼을 미룰 테니까. 넌 일단 돌아오기만 해. 그럼 내가 다 수습 할 거야.’그리고 유진이 다른 남자에게 빠져 대답이 없자, 다시 들어온 문기의 문자.‘진짜 이대로 그만 두겠다는 거 아니지? 우리 10년을 기다렸어. 이제 우리 결혼만 하면 넌 이제 정말 내 사람이라고… 너와 나 진짜 가족이라고… 내가 어떻게 버텼는데… 널 내 곁에 제대로 두려고, 내가 얼마나 참은 지 알아? 사랑해. 진심이야. 오늘 밤… 널 안고 말하고 싶었어. 지난 10년간 죽어라 참아 온 이 말을… 사랑해. 제발 돌아와. 부탁이야. 기다릴게’그때는 그저 체면 때문에 늘어놓는 비열한 변명과 거짓말인 줄만 알았다.그래서 분노에 눈이 멀어, 요스케의 손을 잡고 미야코지마로 도망쳤다.그렇게 요스케의 품에서.처음으로 온전한 육체적 해방감과 뜨거운 채움의 사랑을 맛보았다.그리고 문기를 완전히 지워냈다고 생각했다.요스케의 다정한 손길 아래서.마침내 진정한 행복을 찾았다고 확신했었다.하지만 다시 현실로 돌아와, 문기의 강압적인 손길을 마주했다.잠시 흔들리기도 했지만, 이내 차갑게 돌아섰다.그런데 어이없게도, 그의 오만한 면죄부 톡을 확인한 순간.유진은 흔들렸다.평생 단 한 번도 누구에게 무릎 꿇은 적 없던 오만한 김문기가.더 이상 고결하지도 순결하지도 않은 자신을 잡기 위해, 억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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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62. 신혼집

붉은 피가 번지듯.어스름한 저녁 노을이 순백의 병원 외벽을 기괴하게 물들이고 있었다.지옥 같았던 복귀 첫날의 막이 내렸다.병동 복도를 끈질기게 채우던 사람들의 잔인한 웅성거림과 뜨거운 시선들.가운 주머니 속에서 끊임없이 진동하던 김문기의 문자.그리고 기어이 심장 가장 깊은 곳을 비집고 들어온 10년의 미련까지.유진의 영혼은 갈가리 찢겨 나간 상태였다.터덜거리는 걸음.가방 끈을 쥔 손가락엔 힘이 없었다.완전히 소진된 육체를 이끌고, 병원 로비를 걸어 나오던 유진의 시야에 비현실적인 실루엣이 걸려들었다.우뚝. 발길이 멈췄다.병원 정문 앞,저녁노을의 붉은 잔영을 받으며 웅장하게 서 있는 최고급 이사장 전용 의전 차량이 보였다.그리고 그 차 문에 기대어, 완벽한 수트 차림으로 서 있는 남자, 류 요스케.피로와 혼란으로 얼룩진 유진의 가냘픈 실루엣을 발견한 그의 서늘하고 짙은 눈동자가 한순간에 다정하게 누그러졌다.요스케는 뚜벅뚜벅 다가와 사람들 시선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자연스럽게 유진의 차가운 손을 꽉 감싸 쥐었다.미야코지마의 그 뜨거웠던 온기가 그의 커다란 손바닥을 통해 유진의 전신으로 단숨에 퍼져나갔다.“첫 출근이라 많이 힘들었지? 얼굴이 반쪽이 됐네, 내 아내.”낮고 묵직한 음성이 귓가를 간지럽혔다.요스케는 직접 차 문을 열어 유진을 조심스럽게 밀어 넣었다.뒷좌석의 넓고 아늑한 시트 위로 유진의 지친 몸을 자신의 넓은 흉벽에 기대게 안는 남자.병원 내부를 뒤흔든 지저분한 소문들을 이미 알고 있을 텐데도 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그저 묵묵히 더없이 거대하고 따뜻한 체온으로 유진의 떨림을 가라앉힐 뿐이었다.그리고 그의 차량은 도심 한복판에 웅장하게 솟아오른 최고급 레지던스로 향했다.최상층, 테라스 펜트하우스.철제 문이 열리는 순간 유진의 숨이 멎었다.사방이 통유리로 재단되어 있어 검은 장막이 내린 화려한 서울의 야경과 남산의 푸르스름한 실루엣이 발밑으로 압도하듯 펼쳐지는 공간이었다.낯설고도 눈부신 인테리어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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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63. 문기의 늪

다음 날 아침,백색 조명이 수직으로 내리꽂히는 공간.의국 문을 열자마자 숨통이 턱 막혔다.유진의 책상 위, 오만하게 걸터앉아 그녀를 내려다보는 시커먼 그림자.김문기였다.단 하나의 구김도 허용하지 않은 다크 그레이 수트 차림.완벽하게 정돈된 외피와 달리,유진을 집어삼킬 듯 응시하는 그의 시퍼런 눈동자는 이미 이성을 잃은 야수의 잔혹함만남아 있었다.그리고 유진을 노려보며 낮게 읊조렸다.“어제 내 톡 보고도 답이 없어서 왔는데, 서유진. 내가 분명히 제자리로 돌아오라고 기회를 줬을 텐데.”스슥.문기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압도적인 거구가 불길한 실루엣을 그리며 유진을 향해 일직선으로 걸어왔다.공기가 얼어붙었다.쾅. 곧이어, 문기가 유진의 등 뒤로 의국 문을 거칠게 닫아걸었다.잠금장치가 돌아가는 날카로운 기계음.이제 도망칠 곳도, 숨을 곳도 없는 완벽하게 폐쇄된 밀실.문기의 서늘한 시선이 유진의 얇은 가운 자락을 지나, 그녀의 왼손 약지 손가락 위로 떨어졌다.백색 조명을 받아 잔인할 정도로 영롱하게 빛을 발하는 다이아몬드 반지.콰득. 문기의 어금니가 맞물리는 소리가 적막을 깼다.잘생긴 미간이 발작하듯 비틀렸다.“그 새끼가 끼워준 반지가 제법 마음에 드나 보지?”낮게 긁히는 목소리엔 살기가 가득했다.“내 통제를 벗어나 다른 남자 밑에서 구르는 게 그렇게 좋았냐고 물었잖아, 서유진.”텁―!문기의 거친 손길이 유진의 가녀린 손목을 낚아챘다.뼈가 바스러질 듯한 악력.유진의 몸이 사정없이 밀려나며 차가운 벽 구석으로 강압적으로 처박혔다.등 뒤로 닿는 하얀 시멘트 벽의 냉기.“이거 놓아, 오빠……!”유진이 온 힘을 쥐어짜 그를 밀쳐냈다.그리고 곧장 문으로 달려가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손잡이를 비틀었다.하지만 문기가 더 빨랐다.뒤에서 덮치듯, 문기가 유진의 머리 위로 손을 뻗어 열리던 문을 향해 자신의 체중을 실었다.쾅――!의국 문이 비명 같은 소음을 내며 다시 닫혔다.유진의 어깨를 옭아맨 문기의 무거운 숨결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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