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걸복걸 첫사랑 구출기: Chapter 61 - Chapter 70

136 Chapters

EP 61. 두 개의 우주. 하나의 파국

유진은 초점을 잃은 눈으로,무릎 위에서 잘게 떨리고 있는 휴대폰 화면을 내려다보았다.다시 그가 그녀의 발목을 붙잡아 바닥 없는 심연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숨을 쉴 수 없었다.그리고 결정적으로 유진을 흔든 건,그가 보낸 미치도록 잔인했던 마지막 문자 한통이 아니었다.*결혼식을 파토내고.요스케와 다시 한번 그의 아뜰리에에서 뜨겁게 몸을 섞은 그 시각.문기에게서 여러 통을 문자가 왔었다.‘화 난 거 이해해. 그러니까 돌아와. 내가 다 설명할 테니까. 돌아와서 내 얘기부터 들어. 서유진. 너 이렇게 가면 너 우리 어머니한테 꼬투리만 더 잡히게 돼. 그러니까… 내가 변명 구실 뭐든 만들어서 결혼을 미룰 테니까. 넌 일단 돌아오기만 해. 그럼 내가 다 수습 할 거야.’그리고 유진이 다른 남자에게 빠져 대답이 없자, 다시 들어온 문기의 문자.‘진짜 이대로 그만 두겠다는 거 아니지? 우리 10년을 기다렸어. 이제 우리 결혼만 하면 넌 이제 정말 내 사람이라고… 너와 나 진짜 가족이라고… 내가 어떻게 버텼는데… 널 내 곁에 제대로 두려고, 내가 얼마나 참은 지 알아? 사랑해. 진심이야. 오늘 밤… 널 안고 말하고 싶었어. 지난 10년간 죽어라 참아 온 이 말을… 사랑해. 제발 돌아와. 부탁이야. 기다릴게’그때는 그저 체면 때문에 늘어놓는 비열한 변명과 거짓말인 줄만 알았다.그래서 분노에 눈이 멀어, 요스케의 손을 잡고 미야코지마로 도망쳤다.그렇게 요스케의 품에서.처음으로 온전한 육체적 해방감과 뜨거운 채움의 사랑을 맛보았다.그리고 문기를 완전히 지워냈다고 생각했다.요스케의 다정한 손길 아래서.마침내 진정한 행복을 찾았다고 확신했었다.하지만 다시 현실로 돌아와, 문기의 강압적인 손길을 마주했다.잠시 흔들리기도 했지만, 이내 차갑게 돌아섰다.그런데 어이없게도, 그의 오만한 면죄부 톡을 확인한 순간.유진은 흔들렸다.평생 단 한 번도 누구에게 무릎 꿇은 적 없던 오만한 김문기가.더 이상 고결하지도 순결하지도 않은 자신을 잡기 위해, 억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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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62. 신혼집

붉은 피가 번지듯.어스름한 저녁 노을이 순백의 병원 외벽을 기괴하게 물들이고 있었다.지옥 같았던 복귀 첫날의 막이 내렸다.병동 복도를 끈질기게 채우던 사람들의 잔인한 웅성거림과 뜨거운 시선들.가운 주머니 속에서 끊임없이 진동하던 김문기의 문자.그리고 기어이 심장 가장 깊은 곳을 비집고 들어온 10년의 미련까지.유진의 영혼은 갈가리 찢겨 나간 상태였다.터덜거리는 걸음.가방 끈을 쥔 손가락엔 힘이 없었다.완전히 소진된 육체를 이끌고, 병원 로비를 걸어 나오던 유진의 시야에 비현실적인 실루엣이 걸려들었다.우뚝. 발길이 멈췄다.병원 정문 앞,저녁노을의 붉은 잔영을 받으며 웅장하게 서 있는 최고급 이사장 전용 의전 차량이 보였다.그리고 그 차 문에 기대어, 완벽한 수트 차림으로 서 있는 남자, 류 요스케.피로와 혼란으로 얼룩진 유진의 가냘픈 실루엣을 발견한 그의 서늘하고 짙은 눈동자가 한순간에 다정하게 누그러졌다.요스케는 뚜벅뚜벅 다가와 사람들 시선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자연스럽게 유진의 차가운 손을 꽉 감싸 쥐었다.미야코지마의 그 뜨거웠던 온기가 그의 커다란 손바닥을 통해 유진의 전신으로 단숨에 퍼져나갔다.“첫 출근이라 많이 힘들었지? 얼굴이 반쪽이 됐네, 내 아내.”낮고 묵직한 음성이 귓가를 간지럽혔다.요스케는 직접 차 문을 열어 유진을 조심스럽게 밀어 넣었다.뒷좌석의 넓고 아늑한 시트 위로 유진의 지친 몸을 자신의 넓은 흉벽에 기대게 안는 남자.병원 내부를 뒤흔든 지저분한 소문들을 이미 알고 있을 텐데도 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그저 묵묵히 더없이 거대하고 따뜻한 체온으로 유진의 떨림을 가라앉힐 뿐이었다.그리고 그의 차량은 도심 한복판에 웅장하게 솟아오른 최고급 레지던스로 향했다.최상층, 테라스 펜트하우스.철제 문이 열리는 순간 유진의 숨이 멎었다.사방이 통유리로 재단되어 있어 검은 장막이 내린 화려한 서울의 야경과 남산의 푸르스름한 실루엣이 발밑으로 압도하듯 펼쳐지는 공간이었다.낯설고도 눈부신 인테리어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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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63. 문기의 늪

다음 날 아침,백색 조명이 수직으로 내리꽂히는 공간.의국 문을 열자마자 숨통이 턱 막혔다.유진의 책상 위, 오만하게 걸터앉아 그녀를 내려다보는 시커먼 그림자.김문기였다.단 하나의 구김도 허용하지 않은 다크 그레이 수트 차림.완벽하게 정돈된 외피와 달리,유진을 집어삼킬 듯 응시하는 그의 시퍼런 눈동자는 이미 이성을 잃은 야수의 잔혹함만남아 있었다.그리고 유진을 노려보며 낮게 읊조렸다.“어제 내 톡 보고도 답이 없어서 왔는데, 서유진. 내가 분명히 제자리로 돌아오라고 기회를 줬을 텐데.”스슥.문기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압도적인 거구가 불길한 실루엣을 그리며 유진을 향해 일직선으로 걸어왔다.공기가 얼어붙었다.쾅. 곧이어, 문기가 유진의 등 뒤로 의국 문을 거칠게 닫아걸었다.잠금장치가 돌아가는 날카로운 기계음.이제 도망칠 곳도, 숨을 곳도 없는 완벽하게 폐쇄된 밀실.문기의 서늘한 시선이 유진의 얇은 가운 자락을 지나, 그녀의 왼손 약지 손가락 위로 떨어졌다.백색 조명을 받아 잔인할 정도로 영롱하게 빛을 발하는 다이아몬드 반지.콰득. 문기의 어금니가 맞물리는 소리가 적막을 깼다.잘생긴 미간이 발작하듯 비틀렸다.“그 새끼가 끼워준 반지가 제법 마음에 드나 보지?”낮게 긁히는 목소리엔 살기가 가득했다.“내 통제를 벗어나 다른 남자 밑에서 구르는 게 그렇게 좋았냐고 물었잖아, 서유진.”텁―!문기의 거친 손길이 유진의 가녀린 손목을 낚아챘다.뼈가 바스러질 듯한 악력.유진의 몸이 사정없이 밀려나며 차가운 벽 구석으로 강압적으로 처박혔다.등 뒤로 닿는 하얀 시멘트 벽의 냉기.“이거 놓아, 오빠……!”유진이 온 힘을 쥐어짜 그를 밀쳐냈다.그리고 곧장 문으로 달려가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손잡이를 비틀었다.하지만 문기가 더 빨랐다.뒤에서 덮치듯, 문기가 유진의 머리 위로 손을 뻗어 열리던 문을 향해 자신의 체중을 실었다.쾅――!의국 문이 비명 같은 소음을 내며 다시 닫혔다.유진의 어깨를 옭아맨 문기의 무거운 숨결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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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64. 류의 폭주. 소유의 낙인

요스케가 유진의 가녀린 허리를 부서질 듯 강하게 가로채 자신의 어깨에 매달아 올렸다.시야가 뒤집혔다.요스케는 거친 걸음으로 의국 안쪽의 밀폐된 휴게실로 향하더니, 가차 없이 그녀를 좁은 간이 침대 위로 내리꽂았다.매트리스 반동과 함께 유진의 하얀 의사 가운이 흐트러졌다.의사가운 단추들이 툭, 비명 지르며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얇은 실크 블라우스 자락이 양옆으로 찢기듯 벌어지며, 유진의 하얗고 말캉한 어깨와 드러난 쇄골 라인이 백색 조명 아래 무방비하게 노출되었다.요스케는 이미 이성을 상실한 상태였다.지독한 질투와 정욕이 뒤섞인 애무가 유진의 살결 위로 사정없이 쏟아졌다.목덜미를 이빨로 강하게 짓씹고 쇄골을 문지르는 그의 입술은 포식자의 낙인을 새기듯 난폭했다.“읏…… 요스케, 잠시만요…….”유진이 그의 단단한 가슴을 밀어내려 했으나, 요스케는 바위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그녀의 두 손목을 한 손으로 결박해 머리 위로 찍어 눌렀다.완벽한 구속.“왜 그 새끼 앞에서 그런 눈을 해, 유진.”낮게 가르랑거리는 요스케의 목소리가 유진의 귓가를 잔인하게 긁었다.“내 아내가 됐으면서, 왜 아직도 그 새끼의 말 한마디에 흔들리냐고.”요스케가 유진의 턱을 거칠게 쥐어 올리며 그녀의 입술을 물어뜯듯 집어삼켰다.어젯밤 신혼집 욕실에서 베풀었던 다정함은 간데없고,오직 자신의 여자를 다른 남자의 그림자로부터 완벽하게 탈환해 소유하겠다는 집착 어린 폭력성이 날것으로 폭발했다.그의 커다란 손이 유진의 스커트 안쪽으로 거침없이 밀려들며, 그녀의 살결을 으스러뜨릴 듯 움켜쥐었다.마찰 열기에 유진의 살결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요스케… 아흣… 여긴…. 제발… 안돼요.”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그리고 바지 버클을 거칠게 풀어헤치며, 팽창할 대로 팽창해 성이 난 거대한 중심을 유진의 허벅지 사이에 밀착시켰다.뜨겁고 묵직한 흉기가 살을 치받았다.“하악, 아……! 요스케, 읏…… 흐응! ”요스케의 거칠고 압도적인 결합이,강제로 유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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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65. 메스의 탄생

존중받지 못한 채, 요스케에게 짓밟히듯 그의 몸 아래서 정복당했다. 그때 그녀의 눈부신 결혼 반지에 반사된 빛이 유진의 의사가운 윗주머니 위에 꼿혀 있던 메스의 손잡이에 반사됐다.그리고 의도와는 반대로.요스케의 협박은 그녀를 김문기라는 환영에 밀어넣고야 말았다.김문기.여자로서의 본능을 거세당하고, 가장 잔인하고 끔찍한 육체적 수치심과 열등감을 안겨주던 나쁜 남자.하지만 역설적이게도.인생의 가장 어둡고 두려운 한계를 마주하며 정신적으로 무너지려 할 때마다.어김없이 그 어둠을 찢고, 눈부신 빛을 선사했던 유일무이한 구원자였다.순간, 유진의 의식은 또 다른 과거의 한 자락을 기어이 붙잡고 기어들어가기 시작했다.*대학교 의과대학 본과 1학년.문기가 짜놓은 완벽한 궤도에 맞추기 위해.이를 악물고 진학했지만, 고작 스무 살의 유진에게 의대 본과의 벽은 지독하리만치 높고 두려웠다.특히 교내 지하 1층에 위치한, 포르말린 냄새가 진동하는 해부학 실험실은 유진에게 지옥 그 자체였다.은백색 스테인리스 침대 위에 놓인 카다바(해부용 시신) 앞에 처음 마주 섰던 그날.사방을 가로막은 서늘한 지하실의 공기와 눈앞에 전개된 잔인한 죽음의 실루엣에, 유진은 온 신경이 마비되는 것을 느꼈다.차가운 핀셋을 쥔 다섯 손가락이 가늘게 떨렸다.망막이 흔들리며 머릿속이 일순간 하얗게 점멸했다.웅성거리는 동기들의 목소리가 멀어졌다.메스꺼운 화학 약품 냄새와 정체 모를 공포감이 목구멍을 사정없이 조여들던 바로 그 찰나.유진의 시야가 새까맣게 암전됐다.쿵ㅡ.정신을 잃어가는 찰나의 순간,멀리서 실험실 육중한 철문이 거칠게 부서지듯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서유진ㅡ!!”마치 유진이 쓰러질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실험실 밖에서 내내 대기하고 있던 문기.자신의 비즈니스 강의도 내팽개친 채.유진의 첫 해부학 실험 시간이 걱정돼, 그는 몇 시간 동안 차가운 복도에서 그녀를 기다렸다.남자의 집착적인 보호 본능이었다.문기는 주위 동기들과 교수들이 말릴 틈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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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66. 반으로 쪼개진 하나의 우주

[신성한 의국에서…….]그것은 포식자 류 요스케가 김문기를 향해 거만하게 내던졌던 첫 번째 경고장이었다.그러나 정작 그 오만한 맹수는 자신이 뱉어낸 활자조차 제대로 주워 담지 못했다.그와 나눴던 좁은 의국 휴게실에서의 격정은 결코 달콤한 각인이 아니었다.날것의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거칠고 잔인한 영토 분쟁에 가까웠다.환자들의 생사가 오가는 차가운 병원.가장 존중받아야 할 자신의 직장에서 펼쳐진 무자비한 침범.문기를 향한 찰나의 흔들림을 들켜버린 대가는 혹독했다.유진은 처절하게 깨달았다.미야코지마에서 느꼈던 낙원 같던 그의 품이 더는 편안한 안식처가 될 수 없다는 것을.유진은 하루 종일 넋이 나간 채, 메스를 쥔 손을 미세하게 떨었다.그리고 결국 차트를 오독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연발했다.탁ㅡ!“서유진, 너 지금 정신 안 차려?!”결국 참다못한 선호가 유진의 소매를 거칠게 잡아끌었다.평소의 장난기 어린 얼굴은 온데간데없었다.“너 사람 생명 다루는 의사야. 아무리 네 사생활이 엉망진창이고 머릿속이 터질 것 같아도…… 환자 앞에 두고 이건 아니지. 정신 안 차릴 거야, 진짜?”오랜 소꿉친구의 따끔한 일침이, 송곳처럼 유진의 심장을 찔렀다.유진은 떨리는 손으로 마른 세수를 하며,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미안…… 선호야, 내가 진짜 미쳤나 봐. 이제 괜찮아. 정말 정신 차릴게.”유진의 핏기 없는 안색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선호가, 이내 안타까운 듯 푹 한숨을 내쉬며 유진의 어깨를 가만히 짚었다.“……정 힘들면, 잠깐 시간을 가져봐.”“시간?”“별거를 하는 건 어때?”“뭐……?”선호의 파격적인 제안에,유진의 황금빛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사정없이 흔들렸다.이제 막 혼인신고를 하고 미야코지마에서 돌아온 지 고작 이틀째였다.별거라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단어였다.선호는 답답하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솔직히 만나자마자 파혼에… 그것도 모자라 초고속으로 결혼식도 없이 류 이사장과 부부 도장 찍은 거, 좀 대가리 깨지는 전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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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67. 전면전

안개는 걷혔다.정확히 50 대 50으로 쪼개진 심장.어느 한쪽도 잘라내지 못해 숨어서 피를 말릴 바에는,차라리 두 포식자 모두에게 자신의 모든 패를 투명하게 던져버리기로 했다.10년의 세월 동안 영혼을 지배해 온 정신적 수호자 김문기,그리고 단 하룻밤 만에 생전 처음으로 날것의 육체적 해방을 선사한 류 요스케.두 사람 모두와 ‘동시에’ 진짜 연애를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다.양쪽의 저울질 끝에.제 영혼과 육체가 온전히 하나로 귀결되는 진정한 운명을 직접 선택하겠다.유진은 결심했다. 물론 알았다.미친 짓이었다. 부도덕하고 파멸적인 오만이었다.하지만 자신만 생각하기로 했다.지금 상태면 어차피 모두가 파멸이다.유진은 먼저 제 법적인 보호자이자 남편인 이사장,류 요스케에게 이 잔인한 폭탄을 통보하기 위해, 퇴근 후 레지던스 신혼집으로 향했다.남산의 푸른 실루엣 위로 칠흑 같은 밤이 내려앉은 펜트하우스.거실의 커다란 소파에 앉아 유진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던 요스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가 다가와 유진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감싸 안으려던 바로 그 순간.“요스케, 잠시만요. 할 말이 있어요.”유진은 요스케의 온기를 거절하듯 반 걸음 뒤로 물러섰다.자신의 약지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유진이 마침내 떨리는 숨을 들이켜며 선호가 쥐어준 폭탄을 거실 한복판에 툭 던졌다.“우리…… 별거해요.”“……뭐?”순간 요스케의 섹시하게 패인 미간이 사정없이 깊게 구겨졌다.미야코지마에서 세상 가장 행복하게 제 품에 있던 아내의 입에서 나온 ‘별거’라는 단어.남자의 이성이 단숨에 끊어졌다.유진은 요스케의 깊고 진한 회색 눈동자를 똑바로 마주하며 말을 이어갔다.“우리, 연애도 없이 초고속으로 몸부터 섞고 결혼 도장부터 찍었잖아요. 내 안에 여전히 남아 있는 10년의 사슬이 완벽하게 끊어지지 않았는데, 이대로 의무만 가득한 결혼 생활을 지속하다간 요스케도, 나도 전부 망가질 거예요. 그러니까 이 집에서 나가서…… 진짜 남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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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68. 유진의 도발, 양다리

스산한 밤공기.양손에 쥔 칼날 중,이제 남은 것은 다른 한쪽의 명줄을 움켜쥐고 있는 또 다른 포식자의 영토로 향했다.10년. 제 영혼을 고결한 성역에 가두고 사육했던 사내. 김문기.청담동 뒷골목.빛 한 자락 들지 않는 거대한 콘크리트 빌딩 지하,프라이빗 바(Bar)의 무겁고 웅장한 문이 스르륵 열렸다.내부로 발을 디디는 유진의 허벅지가 미세하게 떨려왔다.세포 깊숙이 새겨진 10년의 습관은 지독하리만치 무서운 각인이었다.그에게로 향하는 지하 계단은 숨통이 막힐 듯한 공포의 연속이었다.류 요스케의 안전한 펜트하우스로 향하던 길과는 차원이 다른,뼛속까지 파고드는 절대적인 종속의 압박감.사방이 어두운 원목과 눅진한 가죽 냄새로 질척하게 물든 VIP 룸.무거운 정적 속에 가라앉은 방 안쪽,김문기는 이미 독한 싱글몰트 위스키를 몇 잔이나 비워낸 상태였다.최고급 실크 넥타이는 볼품없이 느슨하게 풀려 있었고, 셔츠 상단 단추 두 개가 뜯어지듯 열려 있었다.커다란 소파 깊숙이 몸을 묻고 있는 사내.오늘 아침 병원 의국에서, 상대에게 가장 뼈아픈 비참한 패배를 느꼈던 또 다른 포식자.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지독한 독기와 살기가 핏대처럼 솟아 있었다.스르륵,유진이 어둠을 찢고, 바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붉은 용암을 품은 흑요석 같은 그의 눈동자가 느릿하게 그녀를 포착했다.그는 호박색 위스키 잔을 툭, 대리석 테이블 위로 내려놓았다.순간 핏발 선 그의 눈동자가 유진의 가녀린 실루엣을 사정없이 쏘아보았다.“생각보다 빨리 기어 들어왔네, 서유진.”긁히는 듯한 오만한 포식자의 어조.그는 타는 갈증을 축이듯, 잠시 내려놓았던 위스키 잔을 그대로 목구멍으로 쏟아 부었다.“이제야 내 톡의 의미를 좀 알아들은 모양이지? 그 새끼 옆에서, 눈치 보는 짓도 이제 지긋지긋할 테니까.”여전히 무자비한 지배자의 어조.하지만 유진은 흔들리지 않았다.그리고 어둠 속에서 천천히 걸어와 문기의 맞은편 소파에 정갈하게 앉았다. 유진은 차갑게 식어 내린 황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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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69. 이중계약의 성립

목줄기가 찢어질 듯한 사내의 포효.“네가 지금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류 요스케 그 천박한 새끼 밑에서 몇 번 살 섞고 구르더니, 감히 내 앞에서 이딴 지저분하고 앙큼한 대가리를 굴려?! 감히 날 저울질하겠다고?!”평생 자신의 손바닥 안에서 고결한 인형처럼 박제되어 숨만 쉬던 유진이었다.그런 그녀가 다른 남자와 몸을 섞고 와서는 대놓고 ‘양다리 연애’를 제안했다.그의 자존심을 피가 나도록 무참히 짓밟아버린 것과 다름없었다.“너…… 왜 이렇게 변했어? 내가 널 어떻게 지켜줬는데! 네가 감히…… 미친 거야?”문기는 유진의 하얀 목덜미를 한 손으로 강하게 움켜쥐어 소파 등받이로 찍어 눌렀다.그리고 자신의 거대한 상체를 낮춰 그녀를 완벽하게 압박해 들어왔다.남자의 다부진 허벅지가 유진의 스커트 사이를 파고들어 그녀의 다리를 강제로 벌려 고정했다.지익――.얇은 코트 자락이 밀려나고 가녀린 살결이 드러났다.순간 그녀의 옷가지들을 찢어발기고 싶었다.당장이라도 자신의 중심을 가차 없이 그녀 몸에 박아넣고 소유권을 각인시키겠다는 폭력적인 정욕이 남자의 전신에서 뿜어 나왔다.그리고 터질 듯 팽창한 그의 하반신이 유진의 연약한 골반을 거칠게 압박했다.유진은 덮쳐오는 거대한 공포에 온몸의 세포를 파르르 떨면서도, 목을 죄어오는 문기의 핏발 선 동공을 피하지 않았다.오히려 입술 끝을 냉소적으로 올리며 차갑게 읊조렸다.“그래, 나 미쳤어. 오빠가 내 뒤에서 한정희와 짐승처럼 구르며 내 10년의 신앙을 걸레짝으로 만들었을 때 난 이미 미쳤어.”유진의 황금빛 눈동자가 기묘한 독기로 번뜩였다.“싫으면 날 놔. 오빠가 날 놓아주면, 난 미련 없이 류 요스케한테 내 전부를 던지고 그 사람 아내로 살 테니까.”그녀의 차가운 통보에.유진을 내리누르던 문기의 거대한 움직임이 거짓말처럼 뚝 멈춰 섰다.순간 공간이 얼어버렸다.그리고 싫으면 영원히 비키라는 유진의 가차 없는 배수의 진에.평생 무서울 것이 없던 LX 그룹의 상무 김문기가 처참하게 패배를 인정하듯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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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70. 가면의 종료

칙.어둠 속에서 작은 불꽃이 튀었다.시가 끝단이 선홍빛으로 무섭게 타오르며 하얀 연기를 뿜어냈다.청담동의 어두운 밀실을 빠져나온 문기의 눈동자는 핏발 선 채 가라앉아 있었다.눈동자 가장자리는 칠흑 같은 어둠을 가득 담고 있었다.자신의 완벽한 성역이자 소유물이었던 세상에서 가장 고결했던 나의 정혼녀.그녀가 다른 사내의 몸을 거치고 와서 자신의 존재을 헌신짝으로 만들었다.그것도 모자라, ‘동시 연애’라는 천박하고 미친 제안을 던졌다.그럼에도 끝내 놔주지 못한 자신의 집착에 뼈가 부셔지도록 아팠다.하지만 포식자는 패배의 분노에만 갇혀 있는 무능한 존재가 아니었다.판돈이 걸린 이상.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류 요스케라는 침입자를 짓밟고 자신의 여자를 완벽하게 회수해야 했다.문기는 곧바로 수행비서를 통해 은밀한 연락망을 가동했다.그가 불러낸 사람은 다름 아닌 유진의 또 다른 소꿉친구이자, 고등학교 시절부터 문기가 제주 국제학교 장학금을 미끼로 포섭해 둔 스파이, 한혜선이었다.늦은 밤, LX 그룹 본사 상무실의 육중한 문이 열리고, 혜선이 긴장한 기색으로 걸어 들어왔다.“이 밤중에 무슨 일 있으세요? 상무님.”문기는 바 테이블에 앉아 입구를 등진 채 피가 배어 나오는 주먹을 매만지고 있었다.“서유진이 류 요스케랑 별거를 한다고 하더니, 갑자기 나랑 그 새끼 둘 다 양다리를 걸치겠다는 미친 제안을 하더군.”문기가 시가를 입에 물며 짓이기듯 읊조렸다.유진의 도발에 순간 혜선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었다.하지만 이내 냉정함을 되찾고 문기의 앞에 섰다.문기는 시가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서늘하게 다그쳤다.“지난 10년 동안 내 울타리 안에서 고결하게 있었던 서유진이, 아무리 한정희 때문에 힘들었다고 해도, 고작 한달 만에 눈이 뒤집혀서 이딴 발칙한 대가리를 굴릴 리가 없어. 뭐 들은 거 없어? 혹시 과거에…… 그러니까 우리 고등학교때 얘기라던지, 네가 아는 걸 전부 뱉어, 한혜선.”“전혀요.”“그럼 류 요스케…… 그 새끼가 도대체 서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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