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걸복걸 첫사랑 구출기: Chapter 81 - Chapter 90

134 Chapters

EP 81. 비가역적 균열 (非可逆的 龜裂)

딩동――.날카로운 초인종소리가 아직 피어나지 않은 아침 7시의 정적을 무참히 찢었다.2주 차.단 한 순간의 자비도 없이, 새로운 파국의 일주일이 기어이 고개를 쳐들었다.유진은 번쩍 눈을 떴다.심장이 기분 나쁜 기계음처럼 요동쳤다.안방 문이 거칠게 열리며, 윤선호가 흘러내린 머리칼을 움켜쥔 채 걸어 나왔다.두 사람은 복도 한가운데 유령처럼 서서, 초점을 잃은 휑한 눈으로 서로를 응시했다.선호가 턱관절을 딱딱 맞추며 거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이 새벽부터 초인종을 눌러댈 미친놈은 한 놈밖에 없는데…… 아, 맞다. 오늘 월요일이지? 류 이사장 날이네. 혹시 새벽부터 사람 시켜서 뭐 보냈나 보다. 네 남편이 보낸 거니까, 네가 나가봐.”“그런가……? 알았어.”유진은 아직 잠이 덜 깨어 몽롱한 얼굴로 터덜터덜 현관문 앞에 섰다.“누구세요?”“배달 왔는데요.”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건조한 목소리.선호가 거실 소파에 주저앉으며 쯧 하고 혀를 찼다.“거 봐, 내 말이 맞지? 류 이사장이 새벽부터 또 뭐 으리으리한 거 보냈네.”흘러내린 잠옷 깃을 단단히 여며 쥔 채 유진은 아무 생각 없이 현관문을 열었다.스르륵.“……!”문을 열자마자 유진의 숨이 턱 막혔다.배달원인 줄 알았던 문 앞에.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완벽한 수트 차림의 요스케가 서 있었다.서늘한 새벽 공기를 온몸에 두른 채.거대한 체구로 유진의 시야를 그대로 집어삼키는 포식자.일주일 만에, 자신의 영토를 주장하려 온 자신의 남편.그의 압도적인 실루엣에, 순간 심장이 쿵쾅거렸다.놀란 유진은 무의식적으로 현관 옆 전신거울을 힐끔 확인했다.자다 깬 것치고는 다행히 완전 엉망인 몰골은 아니었다.유진이 당황해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요, 요스케……? 저…… 오늘 아침부터 주간 근무인데……”“알아. 내가 이 병원 이사장인데, 내 아내 스케줄 하나 모를까.”요스케의 입술 끝이 미소를 그리며 부드럽게 감겼다.그러나 겉 모습과는 달리.빛 한 자락 들지 않는 그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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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82. 2nd DATE, 역류

오늘 역시 피로의 과부하로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하얀 의사 가운을 허물처럼 벗어던지고 병원 정문을 나선 순간,시선을 일직선으로 사로잡는 블랙 검은색 스포츠카가 대기하고 있었다.낯익은 문기의 차량 중 하나.유진은 익숙한 듯 유리인형처럼 핏기가 싹 가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문 열린 조수석으로 풀썩 몸을 밀어 넣었다.스포츠카의 묵직한 천연 가죽 시트가 그녀를 집어삼키듯 깊숙이 품어 안았다.시가향과 우디향.그 향을 맡는 순간 본능처럼 마음이 편안해졌다.릉, 쿠르릉.‘두번째 데이트’를 위해.유진도 나름 신경을 써서 타이트한 블랙 드레스를 챙겨 입고 나왔다.하지만 살인적인 노동이 남긴 창백한 안색까지는 미처 가리지 못했다.문기의 흑요석 같이 까만 눈동자가 유진의 처절한 몰골을 가만히 응시했다.이내 그의 잘생긴 미간이 험악하게 구겨졌다.서늘한 분위기에, 유진은 옆눈으로 그를 슬쩍 확인했다.굵은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남성 호르몬의 열기.미치게 근사한 남자.10년을 짝사랑한 남자의 모습은 언제나 그녀의 심장에 불안한 리듬감을 선사했다.더욱이 겨우 일주일 전에 그와 처음으로 뜨거운 순간을 가졌다.전과는 확연히 다른 어색하고 날선 신경.그때 그가 깊은 한숨을 내뿜으며 낮게 읊조렸다.“그때 그냥 의대 때려치우고 얌전히 나한테 시집오라고 했더니, 왜 고집을 피워서 이 고생을 하냐, 서유진.”아무래도 이 남자는 서로의 달라진 분위기가 신경쓰이지 않나보다.언제나처럼 조롱 섞인 실없는 농담부터 건넸다.그래서 유진도 예전처럼 반응했다.“……나 오늘은 진짜 너무 피곤해서 오빠랑 말싸움할 힘도 없어.”유진의 무미건조한 반응.문기는 특유의 오만한 미소를 피식 흘리며, 길고 수려한 손가락으로 움켜쥔 스티어링 휠을 부드럽게 꺾었다.스포츠카가 맹수처럼 포효하며 대도시의 도로를 빠져나와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유진은 시트 기댄 채 가만히 눈을 감으며 속삭였다.“알죠? 오늘은 낮 12시에 탔으니까 딱 12시간 남았어. 그러니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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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83. 수중 정사

쾅――! 콰아아앙――!!사방으로 거대한 백색 물줄기가 폭탄 터지듯 튀어 올랐다.두 사람의 전신이 순식간에 차가운 풀장 물속으로 통째로 잠겨버렸다.정신없이 허우적거리는 유진의 허리를 문기의 단단한 팔뚝이 거칠게 붙잡아 그의 가슴팍 안쪽으로 거칠게 끌어안았다.수면 위로 겨우 얼굴을 내민 유진이 물을 뿜어내며 소리쳤다.“오빠!! 미쳤어?!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야…!”물에 젖어 얼굴에 착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걷어내느라 뾰루퉁하게 부어오른 유진의 볼을 바라보며, 문기는 소년처럼 깔깔거리며 호탕하게 웃어 댔다.청량한 파열음이 정적을 찢었다.그의 순수한 웃음소리에.순간 유진은 심장이 쿵쾅거리며 터질 듯이 폭주하는 것을 느꼈다.잠시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째려보던 유진도 이내 제 안의 족쇄를 풀어버리고 그를 따라 맑은 웃음을 터뜨렸다.김문기라는 남자의 앞에서만 터져 나오는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럽고 날것의 모습.찰방, 찰방.그때였다.그의 검은 눈동자가 순식간 지독하고 탁한 뜨거운 정욕을 담았다.주체할 수 없는 야성을 드러낸 굵은 핏대가 그의 목덜미를 타고 불끈 솟아올랐다.문기는 유진의 가녀린 몸을 풀장 대리석 벽면에 거칠게 밀어붙여 가두었다.“오빠…… 잠깐…만……”그는 자신의 몸을 덮고 있던 젖은 가운을 가차 없이 벗어던져 풀장 밖으로 날려버렸다.물속에서 완벽하게 드러난 김문기의 거대한 나신.그는 단단하고 두꺼운 두 팔을 풀장 경계석을 맞댄 채 기대며 그녀가 도망갈 퇴로를 완전히 가로막았다.그리고 점점 더 그녀에게 다가와 그녀의 몸에 자신을 밀착시켰다.빳빳하게 성난 그의 우람한 중심이 유진의 얇은 가운 자락을 뚫고 그녀의 허벅지 안쪽 연약한 살결을 거칠게 압박해 들어왔다.뜨겁고 단단한 남자의 몸이 그녀의 골반을 지긋이 짓눌렀다.물의 한기를 뚫은 눅진한 마찰 열기가 전신을 지져댔다.“너도 벗어, 서유진.”그의 낮고 거친 명령에, 유진의 황금빛 동공이 지진이 난 듯 사정없이 흔들렸다.스킨십 한계선을 지키겠다는 제3조의 규칙.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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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84. 늦은 사과

아슬아슬 했던 영종도를 벗어나 자신들의 아파트로 향하는 차 안.그는 유진과의 손깍지를 단 한 순간도 풀지 않았다.다시는 그녀를 놓치지 않겠다는 그의 무서운 의지가 땀이 배어나는 손가락 사이로 너무도 강렬하고 묵직하게 느껴졌다.그 단단한 결속력 앞에서.유진은 문득 그가 미치도록 미워졌다.지금 전신을 데일 듯 지져대는 이 뜨거운 감정과 자신을 향한 숨 막히는 정욕을 왜 조금만 더 일찍 자신에게 주지 않았는지.그 오랜 방치와 기만의 세월이 너무도 원망스러웠다.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울컥 차오르는 눈물에, 유진은 급하게 고개를 돌려 차창 밖의 어두운 풍경으로 시선을 던졌다.그녀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끼이익ㅡ.그는 가차 없이 차를 갓길에 세웠다.정적만 흐르는 차 안.문기는 여전히 손깍지를 낀 채로 유진의 젖은 손등 위로 한참동안 경건하게 입을 맞추었다.“딱 하루만 더 참아주지. 아니…… 내가 다 잘못했어. 미안해. 내가 전부 잘못했어, 유진아.”평생 단 한 번도 남 앞에서 꺾인 적 없던 오만한 지배자.그런데 그가 자신의 앞에서 처절하게 무너져 사과를 건넸다.유진은 그런 그의 모습이 하나도 고맙지 않았다.고마움보다는 죄책감과 서러움이 물 밀듯 밀려와 그녀를 그대로 휩쓸어버렸다.자신의 모든 역사를 쥐고 있는 절대 군주였고 수호자였던 남자.그에게 연약해져버린 모습은 어울리지 않았다.그제서야 알았다.그렇게 미워하고 원망했던 그의 오만함마저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왜…? 이제야 이러는 건데…… 이미 다 망가지고 너무 늦어버렸다고…!”그러자 문기는 유진의 가녀린 얼굴을 거칠게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안았다.“아니. 안 늦었어.”“난…… 이제 오빠가 그토록 원했던… 순결한 여자도 아니란 말이야.”“네가…… 순결해서 원했던 게 아니야. 내가 널 지켜주고 싶었던 것 뿐이야. 사람들이 널…… 싸구려로 취급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너에게 순결을 강요했던 거지. 난…… 상관없어. 너만 내 곁에 있어준다면. 우리가 함께 할 수만 있다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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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85. 계약 위반

“아… 오빠… 아흑…”“널 미치도록 원해. 10년을 널 원하고 원했어. 널 그저 예쁜 몸뚱이라고 비하하는 어머니에게, 세상에게, 네가 떳떳할 수 있게. 널…. 나의 완벽하게 고결한 여자로 만들고 싶어서… 참고 참으면서도 난 매일 밤 널 안고 안았어. 이제는… 현실 속에서 널 갖고 싶어.”“제발… 오빠… 아… 직은.”그의 데일 듯 뜨거운 입술이 소유의 낙인을 찍듯, 그녀의 쇄골에 붉은 울혈을 남겼다.“내가 네 옆에 있을 거야. 우리가 약속하고 평생 계획했던대로. 네 남편으로 너의 진짜 가족으로… 널 임신시키고 네 이 작은 몸 안에 내 아이가 자라는 걸 보고 싶어… 난 너뿐이었어. 사랑해.”순간 참을 수 없을 만큼 뜨거워진 자신의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유진은 문기의 거친 숨결을 먼저 탐하며 그에게 매달렸다.그리고 자신을 너무도 원하는 유진을 바라보며 문기는 그녀에게 정욕으로 가득한 뜨거운 키스를 이어갔다.그의 키스는 점점 그녀의 몸 아래로 향했다.“오빠… 거긴… 안돼…. 오…빠. 윽… 하…”그는 그녀의 하얗고 말캉한 허벅지를 두 손으로 억세게 움켜잡고 그대로 가차없이 벌렸다.그리고 그녀의 가장 안쪽 살결을 자신의 입술과 혀로 먼저 정복했다.그의 뜨겁고 거친 키스가 그녀의 좁은 안쪽 살결을 녹을 듯이 간지럽히다 또 잔인하게 고문하듯 물고 빨았다.처음 느끼는 생경한 하지만 너무도 강렬한 쾌락.그의 손아귀에 결박당한 그녀의 허벅지가 진동하듯 경련을 하기 시작했다.시트를 움켜잡은 그녀의 손가락이 하얗게 질려갔다.그리고 찾아온 절정.몸이 하늘로 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순간 그녀의 입술 사이로 데일만큼 뜨거운 열기에 숨을 헐떡이는 가쁜 호흡과 신음소리가 미친듯이 터졌다.그리고 절정이 끝나자마자, 미친 갈증에 허덕이며 그녀도 그의 몸 아래로 몸을 숙였다.이내 그녀의 뜨겁게 젖은 입술과 혀가 그의 전부를 그대로 삼켜버렸다.그녀의 노골적인 혀의 유희.그녀는 그의 중심을 완전히 갖고 놀기 시작했다.그의 불거진 중심의 핏대를 혀끝으로 자극하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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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86. 도쿄의 상견례

도쿄 중심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샹그릴라 호텔의 최고급 스위트룸.세계적인 아티스트들에 의한 완벽한 메이크오버(Make-over)가 시작되었다.창백했던 유진의 얼굴 위로 우아하고 정갈한 음영이 부드럽게 내려앉았고,가녀린 체구는 요스케가 직접 고른 고혹적인 정장 드레스로 완벽하게 감싸졌다.시간이 되자, 완벽한 군주의 모습을 한 요스케가 직접 스위트룸으로 유진을 데리러 왔다.두 사람을 태운 세단은 이내 도쿄 중심가에 위치한 요스케의 본가 저택으로 향했다.웅장하고 묵중한 저택의 철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서자,유진은 제 양손을 꽉 쥔 채 마른침을 삼켰다.한국의 일개 인턴 의사가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를 가로챘다는 싸늘한 모욕과 압박이 그녀를 비참하게 몰 것을 알기에,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고. 너무 익숙하잖아. 어차피 당할 거라면, 의연하게 받아들이자.]거대한 대리석 복도를 지나, 드디어 요스케의 어머니와 마주했다.맘 먹은 것과 상관없이, 순간 유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어서 오너라. 네가 유진이로구나.”그런데 예상을 완전히 비껴갔다.차갑고 엄격할 줄 알았던 재벌가의 여주인은,겁에 질려 굳어 있는 유진의 가녀린 두 손을 따뜻하고 온화한 손길로 감싸 쥐었다.그녀의 눈빛에는 오직 진심 어린 환대와 다정함만이 가득했다.“평생 그 어떤 여자에게도 곁을 주지 않던 지독한 비혼주의자였던 내 아들을, 하루아침에 이토록 사랑에 미친 남자로 변화하게 해 주어서 정말 고맙다, 유진아. 이렇게 예쁜 아이가 내 며느리로 들어오다니…….”어머니는 진심으로 유진에게 감사를 전했다.그러더니 이내, 요스케와 유진이 자아낼 아름다운 2세에 대한 따스한 기대감까지 내비쳤다.엄격한 거대 가문의 멸시가 아닌.마치 돌아가신 친어머니처럼, 자신을 온전한 가문의 일원으로 품어주는 진심 어린 온기.중학교 3학년이라는 어린 나이에 부모를 한순간에 잃고.평생을 문기 가문의 통제와 차가운 그의 집에서 외롭게 버텨왔던 유진이었다.어머니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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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87. 소유권 가압류

“네 마음이 결정을 끝내면…… 그때 이 결혼반지를 끼고 나에게 와 줘. 기다릴게.”지독하리치 애절한 유예의 선언.요스케는 자신의 약지에 고스란히 박혀 있는 플래티넘 반지를 보여주며, 은빛 목걸이 줄에 매달린 다른 하나의 반지를 유진의 손바닥 위에 살포시 내려놓았다.손바닥 피부를 타고 스며드는 금속의 서늘한 촉각.유진은 가슴이 거대한 바위에 짓눌린 듯 턱하고 막혀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8년 전부터 자신을 사랑으로 박제해 둔 방 안에서.이토록 애절하게 애원하는 자신의 남편을 마주하고 나니, 이혼이라는 가차 없는 단어를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다.그 잔인한 통보가 그의 심장을 통째로 도려낼 거라는 두려움이 앞섰다.결국, 지난 밤, 문기의 품에 안겨 내렸던 결정을 유진은 조금 더 미루기로 했다.비겁하게 도망쳤다.하지만 유진의 혼란스러운 내면은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고, 그녀의 굳어버린 표정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유진을 내려다보는 요스케의 깊은 눈동자가 순간 불안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그는 귀신같이 눈치를 챘다.자신이 일본 출장으로 자리를 비웠던 그 일주일 동안,김문기가 기어이 유진의 마음을 다시 그의 영토로 낚아채 버렸다는 것을.마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8년 전의 그 지독한 기시감,문기가 다시 유진의 세상을 통째로 지배하기 시작했음을,포식자는 본능적으로 직감했다.순간 요스케는 심장이 갈기갈기 찢겨 나가며 죽을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두 번은, 다시는 그녀를 김문기 그에게 양보할 수 없었다.지난 10년.아니 그녀의 26년 인생 전부를 김문기가 독점하고 가졌다고 해도.지금 서유진은 엄연히 자신의 법적인 아내였다.그리고 무엇보다.자신은 그녀에게 생애 첫 키스 상대였고 첫 남자였다.아무리 김문기가 유진을 10년간 신앙이라는 사슬로 지배했다고 한들.그는 유진의 그 어떤 ‘처음’도 갖지 못했다.육체적 해방과 온전한 채움의 역사만큼은 오직 그의 절대적인 영토였다.요스케는 확신했다.그녀의 운명은 자신이라고.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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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88. 유리 감옥의 부활

토요일 새벽.도쿄의 그 웅장하고 아름답던 류 요스케의 영토에서.유진은 홀로 도망치듯 빠져나와, 한국행 새벽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문기의 품에 안겨 흘렸던 눈물의 확신.그리고 도쿄의 예전 아지트에서 8년 전 자신의 눈동자를 마주하며."다시 나의 신부가 되어달라"고 애원하던 요스케의 절규.두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난도질당한 유진의 영혼은 이미 유령처럼 투명하게 바스러져 있었다.피로와 혼란으로 흐려진 눈을 비비며 간신히 선호의 아파트 복도로 걸어 들어갔을 때였다.벅, 벅, 벅ㅡ.고요한 새벽의 정적을 깨뜨리는 유진의 지친 발걸음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진 바로 그 찰나.달칵, 쾅ㅡ!마치 밤새도록 현관문 앞에 서서 오직 이 소리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선호의 바로 옆집 문이 무서운 기세로 열려 젖혀졌다.그 좁은 틈새로 튀어나온 김문기가 핏발 선 눈으로 유진의 가녀린 어깨를 와락 붙잡았다.“왜 이렇게 늦게 들어와?”문기의 목소리는 평소의 오만함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하게 떨리고 있었다.“그 새끼랑…… 아무 일도 없었던 거지? 왜 이 시간에서야 기어 들어오는 건데. 어?! 말해, 서유진!”목요일 밤 갓길에 차를 세우고 손등에 입을 맞추며."내가 다 잘못했다"고 사과했던 자신의 절대적인 수호신이 오직 자신만을 향해 지독하리만치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빛을 한 채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었다.평생 무서울 것이 없고.자신의 손바닥 안에서 유진을 박제해 지배하던 천하의 김문기가.고작 류 요스케라는 침입자 때문에.사시나무 떨듯 불안해하는 그 낯선 모습에 유진은 순간 숨이 턱 막혀왔다.“……아무 일도 없었어.”유진은 간신히 턱 끝까지 차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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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89. 세 번째 데이트

세 번째 데이트의 막이 올랐다.이번 주는 ‘화요일의 남자’ 문기에게 먼저 기회가 주어졌다.그를 만나러 가는 길이 너무도 가혹할 만큼 숨이 막혔다.두려워서 도망이라도 치고 싶었다.하지만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그의 얼굴을 마주했다.이제 이 뻔뻔한 양다리 계약 연애는 그녀에게 저주이자 덫이었다.다행히도 오늘은 지난 주말 새벽 선호의 아파트 복도에서처럼, 엉망으로 망가진 얼굴로 서두르거나 그녀를 몰아세우며 소리 지르지 않았다.대신 한층 더 독해진 눈빛으로, 그는 유진을 자신의 완벽한 영토 안으로 밀어 넣었다.화요일 저녁, 7시 정각.칠흑 같은 어둠이 무겁게 내려앉았던 한강의 밤이었다.수면 위로는 도심의 네온사인들이 마치 사방으로 깨어져 나간 보석들처럼 위태롭게 흩뿌려져 있었다.그 어지러운 빛무리 한가운데.압도적인 백색의 실루엣을 자랑하는 프라이빗 요트가 강바람에 출렁였다.오직 두 사람만을 위해 준비된 사치스러운 공간.선착장의 창백하고 시린 가로등 불빛 아래.  문기는 그녀의 가느다란 손목을 낚아채듯 붙잡았다.“타, 유진.”결박에 가까운 억센 악력.그의 단단한 손등 위로 툭 불거진 굵은 핏줄들이 그의 절박한 속내만큼 사납고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요트 갑판 위로 올라서자, 잔잔한 강바람을 따라 은은한 조명이 흔들렸다.최고급 로맨틱한 디너 코스 그리고 서울의 화려한 야경이 마치 꿈처럼 어우러진 눈부신 밤이 펼쳐졌다.유진은 잠시 그를 힐끔 쳐다봤다.그리고 지금 그의 모습은 초조해 보였다.더 이상 평소의 그 오만했던 군주의 가면을 쓰지 않았다.그리고 그의 눈동자는 지난주 영종도에서보다 훨씬 더 뜨겁게, 동시에 상처받은 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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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90. 다시 침범 당한 아슬아슬한 계약 위반

“할게. 그까짓 노력 3개월이 아니라 내 평생을 다 바쳐서라도 해줄게.”그의 눈빛이 너무도 간절했다.이렇게 간절한 그의 눈빛을 본 적이 없었다.유진은 숨이 턱 턱 막혔다.“그 자식 옆에 있는 네가 아니라, 온전히 내 옆에 서 있는 너에게 할 게. 그러니까 이제 이 미친 삼각 계약 연애…… 제발 당장 그만둬, 유진아. 나 진짜 미치겠단 말이야. 도저히 한숨도 잘수도 없어. 숨도 쉴 수가 없어. 네가 그 새끼와 살을 맞대고 함께 있을 생각만 하면…… 온몸의 피가 다 마르고 미쳐버릴 것 같다고!!!”유진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삼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미안해…….”비겁함과 죄책감이 혀를 마비시켰다.요스케가 이혼을 거절했다는 진실은 입안에서 맴돌 뿐 차마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근데 난 내가 약속한 3개월은 지켜야 해. 아니, 그러고 싶어. 솔직히…… 아직은 오빠를 향한 내 마음이 진짜 확실한 건지도 모르겠고…….”“서유진!!!”문기의 이성이 툭, 끊어지는 파열음이 들린 것 같았다.눈이 뒤집힌 문기가 유진의 가녀린 허리를 한 팔로 낚아채듯 들어 올려 갑판의 난간과 자신의 가슴 사이에 가차 없이 가둬버렸다.갑작스러운 충격에 유진의 얇은 실크 드레스 자락이 공중으로 크게 흔들리며 중심을 잃었다.그리고 동시에 두 사람의 몸이 갑판 위로 쓰러졌다.그녀를 보호하듯 단단한 두 팔로 완전히 감싸듯 끌어안은 그의 등이 바닥에 먼저 떨어졌다.쿵ㅡ! 꽤나 큰 파열음.“괜찮아, 오빠?”유진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의 얼굴을 급하게 확인했다.잔뜩 찡그린 그의 미간.하지만 그는 유진의 허리를 붙잡은 손을 끝까지 놓치 안았다.“오빠! 많이 다친 거야?”그녀가 걱정으로 다급해지다, 그는 가만히 웃어 보였다.“너 생각보다 너무 가볍다. 이래서 나 막을 수 있겠어?”그는 유진의 목덜미와 허리를 움켜 잡은 채, 유진의 입술을 난폭하게 겹쳐 물었다.순간 두 사람의 사나운 숨결이 한강의 밤공기 속에서 미친 듯이 뒤엉켰다.문기는 두 손으로 유진의 얼굴을 부서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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