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이 왔다.별일 없이 온 것처럼 보였지만, 나는 이상하게 며칠 전부터 금요일을 의식하고 있었다.야간 조명 컷 재촬영.일정표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그냥 업무였다.현장에 다시 가서 조명을 켜고, 사진 몇 장 찍고, 필요한 컷 확인하고, 정리하면 끝나는 일.그런데 내 머릿속에서는 그 일정이 자꾸 다른 말로 바뀌었다.밤.비.현장.태준.나는 아침부터 괜히 바빴다.메일을 보내고, 일정표를 다시 정리하고, 촬영 체크리스트를 출력했다.이미 확인한 내용을 다시 확인했다.오타도 없고, 빠진 것도 없었다.그런데 손이 자꾸 움직였다.가만히 있으면 생각이 났다.지금도 아는 사이.내가 한 말인데도, 그 말이 자꾸 내 쪽으로 돌아왔다.아는 사이.그건 안전한 말이었다.너무 가깝지도 않고, 너무 멀지도 않은 말.그런데 문제는 그 안에 들어 있는 것들이었다.우리는 서로의 잠버릇까지 알았던 사람이고,말투가 바뀌는 순간도 알아차리는 사람이고,좋아하는 커피 온도와 싫어하는 침묵까지 기억하는 사람이다.그런데 이제 와서 아는 사이라고 한다.틀린 말은 아니었다.그래서 더 이상했다.점심쯤 팀장님이 내 자리로 와서 물었다.“서윤 씨, 오늘 야간 촬영 몇 시에 나가죠?”“여섯 시 반쯤 출발하면 될 것 같아요. 촬영은 일곱 시 반부터고요.”“강 디렉터님도 같이 가시죠?”나는 모니터를 보며 대답했다.“네. 조명 확인 때문에 현장으로 바로 오신다고 했어요.”“우진 씨도?”“네. 장비 체크 때문에 같이 갑니다.”팀장님은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늦겠네요. 끝나고 바로 집에 가요. 정리는 월요일에 해도 됩니다.”“네.”“또 네 하고 밤새 정리하지 말고요.”나는 웃었다.“안 할게요.”“믿어도 되나.”“오늘은 믿으셔도 돼요.”오늘은.요즘 이 말을 너무 자주 쓴다.팀장님은 웃으며 돌아갔고, 나는 다시 화면을 봤다.오늘은.오늘까지만.오늘은 괜찮은 날.오늘은 물어봐도 되는 날.오늘은 싫지 않은 날.하루 단위로 겨우 버티고 있는
最後更新 : 2026-07-20 閱讀更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