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탕비실 문이 다시 열렸다.팀장님이었다.“어머, 둘이 여기 있었네.”나는 컵을 들고 바로 몸을 돌렸다.“네. 커피 마시러요.”“마침 잘됐다. 강 디렉터님, 아까 공유된 사진 보셨죠?”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네.”“그 단체 컷 괜찮죠? 두 분이 제일 자연스럽게 나왔던데.”자연스럽게.나는 하마터면 커피를 쏟을 뻔했다.자연스럽다니.우리 둘이?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팀장님은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실무 담당자랑 디렉터가 같이 나온 컷이라 내부 자료 첫 장에 넣기 좋겠더라고요.”“네. 괜찮습니다.”태준이 말했다.목소리는 평소와 같았다.나는 커피컵만 보고 있었다.팀장님은 내 쪽을 보며 말했다.“서윤 씨도 괜찮죠?”나는 고개를 들었다.괜찮죠.이 말은 왜 오늘따라 자꾸 이렇게 정확한 곳에 박힐까.나는 아주 짧게 숨을 들이마셨다.“네.”그리고 조금 덧붙였다.“괜찮아요.”말하고 나서도 이상하게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태준이 나를 본 것 같았지만, 나는 보지 않았다.팀장님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나갔다.문이 닫히자 탕비실이 다시 조용해졌다.나는 커피를 들고 먼저 움직였다.“나 갈게.”“서윤아.”나는 멈췄다.“응.”“방금.”“뭐.”“괜찮다고 한 거.”나는 문고리를 잡은 채로 말했다.“업무 얘기야.”“알아.”“사진 얘기고.”“알아.”“그 이상으로 듣지 마.”태준은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응.”나는 문을 열고 나왔다.그런데 자리로 돌아가는 동안 이상하게 발끝이 가벼웠다.아니, 가볍다기보다는 덜 무거웠다.내가 먼저 괜찮다고 말했다.업무 얘기였고, 사진 얘기였고, 그 이상은 아니었다.그런데 완전히 아무것도 아닌 것도 아니었다.이런 애매한 말들 속에서 우리는 대체 언제까지 서 있을까.그 생각을 하다가, 또 혼자 웃었다.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언제까지냐니.오후에는 외부 업체와 짧은 회의가 있었다.행사 후 유지관리 일정과 추가 촬영 가능 여부를 정리하는 자리였다.팀장님,
Last Updated : 2026-07-2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