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시간 직전, 우진이 커피 두 잔을 들고 왔다.“서윤 씨, 이거요.”“아, 고마워요.”“당 떨어질 것 같아서요.”“벌써 보여요?”“조금요.”우진은 웃었다.그는 내 피곤함을 잘 알아차렸다.그게 부담스럽지 않은 이유는, 알아차린 뒤에도 나를 밀지 않아서였다.그냥 커피를 건넨다.받으면 끝.더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다.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따뜻했다.“오늘 끝나면 진짜 쓰러지실 것 같은데요.”“그 정도는 아니에요.”“그 말은 보통 그 정도라는 뜻이던데요.”나는 웃었다.“우진 씨도 은근히 말 안 믿네요.”“업계 생활 오래 하면 다 그렇게 됩니다.”그 말에 나도 모르게 다시 웃었다.그때 시선이 느껴졌다.이번엔 착각이 아니었다.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그래도 알았다.태준이 우리 쪽을 봤다.아주 잠깐.그리고 바로 시선을 거뒀다.예전이었다면 분명 다가왔을 것이다.무슨 얘기해.왜 웃어.커피는 왜 받아.그런 말까지는 아니더라도, 몸으로 티가 났을 것이다.오늘은 아니었다.그는 멀리서 보고, 멀리서 멈췄다.그래서 내가 더 의식했다.사람은 이상하다.가까이 오면 부담스럽고,멀리 있으면 신경 쓰인다.진짜 못됐다.나는 커피 컵을 내려놓았다.우진이 물었다.“많이 쓰세요?”“아니요. 괜찮아요.”“다행이네요.”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웃었다.그래서 더 미안했다.모르는 사람 앞에서 혼자 너무 많은 걸 생각하는 내가.오픈이 시작되자 정말 정신이 없었다.명단에 없는 사람이 왔고, 예정 시간보다 일찍 온 사람이 있었고, 꽃바구니가 도착했고, 사진기자가 조명 위치를 물었다.나는 안내하고, 확인하고, 고개 숙이고, 전화하고, 다시 안내했다.몸이 바쁘니 마음이 조금 잠잠해졌다.그게 좋았다.사람들 사이에서 태준과 마주치는 횟수도 줄었다.멀리서 움직이는 모습만 보였다.그는 일할 때 집중하는 얼굴이었다.감정이 들어갈 틈이 없는 얼굴.나는 그 얼굴을 잘 안다.예전에도 많이 봤다.회의실에서.차 안
Last Updated : 2026-07-2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