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한 줄이 더 왔다.[강태준]나쁘지 않네.나는 현관에 펼쳐둔 투명 우산을 다시 봤다.각자의 집에 같은 우산 하나씩.그게 별일 아닌데도 마음이 조금 따뜻해졌다.[응.][나도.]전송한 뒤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창밖에는 아직 비가 내리고 있었다.빗소리가 창문에 잔잔하게 닿았다.오늘 우리는 같은 비를 맞았고,같은 편의점에서,같은 우산을 하나씩 샀다.나란히 걷다가 우산 끝이 두 번이나 부딪쳤다.그리고 태준의 손이 아주 잠깐 내 얼굴 가까이에 닿았다.그 모든 일이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지나갔다.나는 불을 끄기 전 현관에 한 번 더 다녀왔다.투명 우산 끝에서 물방울이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다.검은 우산 옆에서.오늘은 닮았다는 말이 싫지 않았다.오히려 조금 좋았다.⸻【서윤의 기억 23】투명 우산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비가 너무 잘 보이니까.머리 위로 떨어지는 물방울도,옆으로 흘러내리는 빗물도,우산 끝에 맺혔다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순간도 전부 보였다.검은 우산 아래에서는 소리만 들으면 됐다.그날은 달랐다.태준과 같은 우산을 하나씩 샀다.같이 쓴 것도 아니고,누가 누구에게 건넨 것도 아니었다.각자 계산하고,각자 손에 들었다.그런데 나란히 걷는 동안 우산 끝이 자꾸 부딪쳤다.한 번은 내가 피했고,한 번은 태준이 피했다.그러다 둘 다 웃었다.집에 돌아와 새 우산을 펼쳐두었다.검은 우산 옆에 놓인 투명 우산을 한동안 바라봤다.태준의 집에도 같은 우산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각자의 집에서,같은 비를 말리며.나는 그에게 말했다.오늘은 자꾸 같다고.태준은 나쁘지 않다고 했다.나도 그랬다.나쁘지 않았다.조금 닮아가는 일이.
最後更新 : 2026-07-24 閱讀更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