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건조가 끝났다는 알림이 휴대폰 화면에 떴다.나는 소파에 누운 채 알림을 확인하고도 바로 일어나지 않았다.이불커버를 꺼내러 지하 세탁실까지 내려가면 되는 일이었다. 몇 분이면 끝나는데 주말에는 그런 일도 자꾸 미루고 싶어졌다.조금만 더 있다가.십 분만 더.그러다 알림이 한 번 더 울렸다.나는 결국 휴대폰을 내려놓고 몸을 일으켰다.대충 묶었던 머리를 다시 정리하고 얇은 가디건을 걸쳤다. 현관 옆에 둔 빈 세탁 바구니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삐리릭.문이 잠기는 소리가 복도에 짧게 울렸다.금요일 밤, 태준과 마지막으로 나눈 메시지가 떠올랐다.주말 잘 보내.너도.그 뒤로는 연락이 없었다.무슨 일을 하는지, 식사는 했는지, 오늘도 집에 있는지 묻지 않았다. 태준도 마찬가지였다.월요일이면 다시 볼 테니까.주말 하루쯤은 각자의 시간을 보내도 괜찮았다.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갔다.공용 세탁실 문을 열자 건조기 돌아가는 소리와 따뜻한 공기가 한꺼번에 밀려왔다.안쪽에 먼저 와 있는 사람이 있었다.긴 테이블 앞에서 셔츠를 접고 있던 태준이 고개를 들었다.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검은 후드 집업에 편한 바지.회사에서 늘 보던 셔츠와 재킷도 없었고, 머리도 평소보다 자연스럽게 내려와 있었다.손에는 막 접은 회색 티셔츠가 들려 있었다.태준도 내 모습을 잠시 바라봤다.편한 바지에 가디건을 걸치고 세탁 바구니를 든 모습이었으니, 나 역시 회사에서 보던 모습과는 달랐을 것이다.“너도 빨래하러 왔어?”내가 먼저 물었다.“응. 이번 주에 밀린 것들.”나는 그의 바구니 안을 슬쩍 봤다.셔츠와 티셔츠가 반듯하게 접혀 있었다.“회사 밖에서 보니까 좀 낯설다.”태준이 자기 옷차림을 내려다봤다.“많이 달라?”“응. 평소보다 편해 보여.”“너도.”나는 손에 든 바구니를 조금 들어 보였다.“나는 너무 생활적인데.”“세탁실에 왔으니까 이게 맞지.”당연한 말인데 웃음이 났다.“그러네.”
最後更新 : 2026-07-24 閱讀更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