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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사월로부터 시작된 우리: Capítulo 161 - Capítulo 170

189 Capítulos

<161화> 그날의 너도 예뻤지 (2)

“래운아. 너는 어디를 가도 사기 같은 건 절대 안 당할 거야. 율혜 옆에 내가 버젓이 앉아 있는데 누구 자리를 뺏으려고 그래, 응? 그렇게 말하면 네 수가 통할 줄 알았어?”“아니, 잠깐만! 이게 제대로 된 보상이라고? 나도 체리가 안아줘야지. 휘안이 널 안아준 건 체리였잖아. 이건 올바른 허그가 아니라니까.”“글쎄, 이제 와서 옳고 그름을 말하겠다고? 좀 전에 우리 율혜가 나를 토닥여준 건 래운이 너에게 사과 받지 못한 내 속상함을 달래주기 위한 목적이었어. 근데 래운이 네가 받고자 한 허그는 보상 개념의 불순한 목적이었잖아.”“아, 뭐가 그렇게 복잡해. 결국에는 체리가 날 안아주는 꼴 따위는 못 보겠어서 휘안이 네가 날 안아주는 거다 그 소리잖아. 어? 내가 한 말에 긁혔나보지? 강도 점점 더 세지는 것 봐!”그래, 아니 뗀 굴뚝에 연기가 나겠냐고.그러니 제가 대차게 속았다는 판단 하에도 휘안의 품을 벗어나지 못한 채 그 매운 손길을 정통으로 맞게 된 래운은 제 불순한 목적에 대한 값을 바로 치르게 됐다는 거지.물론 율혜 딴에는 제가 보고 있는 장면이 브로맨스 격으로 느껴져 긍정적인 감상평부터 늘어놓기로 결심했다지만 말이다.“이런, 그렇다면 한 번 더 개입을 해야겠어. 우선은 말이지. 두 사람 모두 막강한 자존심을 지녔음에도 사이좋게 사과를 주고받은 용기가 대단했다는 거야. 이 허그도 그 연장선이잖아.”“그럼~ 래운아. 너도 잘 들었지? 율혜가 우리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답다고 하잖아. 에이, 기분이다! 원래는 좀 더 진하게 안아줄 계획이었는데 이쯤에서 놓아줘야겠어.”“씨이... 너 다시 체리 옆으로 가. 가급적이면 너랑 난 떨어져있는 게 훨씬 아름다울 테니까.”글로 쓴 말이 긁어 부스럼 되기 일쑤라면 입으로 내뱉은 말은 날카로운 송곳이 되어 남들 마음을 찢어발기기 일쑤라고들 하던데.휘안과 래운 두 사람만 놓고 보자면 그 간단한 개념이란 통하지 않는 편이 확실했다.오직 저만을 향한 날선 위협에 겁이라도 먹었다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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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화> 그날의 너도 예뻤지 (3)

봐주는 사람이 없다면 무용지물인 것들.율혜는 그 중 하나인 구독형 학습지의 본래 쓸모를 찾아주기 위해 칭찬 스티커와 신 맛 젤리를 가방 앞주머니에 챙겨왔다.바쁜 학기 중일 때는 구독형 학습지를 푸는 게 그렇게 재미있다던 휘안이었는데.학기 중에 비해 배로 여유로워진 지금은 밀려버려도 너무 밀려버리고 말았다는 진도.물론 휘안 역시 나름의 변명은 존재했다.학기 중과 비교해서 그렇지, 방학 중인 지금 역시 그리 여유롭지만은 않다는 것.학교 홍보 모델로서 주에 한 번씩은 카메라 앞에 서서 계절 학기 수강생을 콘셉트로 과를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체험을 해나가야 했고.래빗트래픽의 부대표로서는 모든 소통이란 소통의 중간 창구 역할도 도맡아야 했고.하지만 정말로 그 변명이 전부였을까?아니, 우리 모두 다 아니라는 걸 안다.이 무더위 속에서도 저희끼리의 사랑을 여기저기 속삭이기 바빴을 아기 토끼 커플.아주 하루가 멀다 하고 여기저기 데이트를 쏘아 다녔고 방학이 한 달 지난 지금에서야 구독형 학습지를 들여다봐야지 싶었던 거니까.“휘안아. 휘안이도 알다시피 리짱은 곧 푸리푸리 푸딩을 먹기 위해 한국을 떠나고 말 거야. 그래서 오늘은 말이지. 이 학습지들의 제 역할을 찾아주는 보람찬 하루를 가져볼까 해.”“좋아~ 안 그래도 다음 달 학습지 구독은 취소해뒀어. 이대로 계속해서 구독해뒀다가는 내 책상 한구석에 거대한 산을 이루겠구나 싶어서 말이야. 그건 생각만 해도 무섭잖아.”“이런, 구독 취소에도 진심인 휘안이. 하지만 말이야. 이미 돈을 지불하고 받아낸 학습지들을 산으로만 봐서는 안 되겠지? 그니까 우리 딱 한 시간만 집중해서 일부 산을 치워내 볼까?”“헤헤. 한 시간이면 쉽네. 잘하면 지난 달 분량 바로 해치울 거 같은데. 자, 우리 율혜는 나 구경해. 아니면 옆에서 색칠 공부도 좋고.”작년까지 줄기차게 사용했던 타이머를 꺼내놓고 어깨 한 바퀴 돌려 나가는 폼.아무튼 뭐든 시작에 앞서서는 비장한 눈빛 자랑을 빼놓을 수 없다더니 율혜는 그 눈빛을 봐서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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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화> 졸업식을 추억한다면 (1)

“휘안아... 졸업 축하한다... 앞으로도 일본어 공부에 정진하기를 바란다... 대학 졸업도 전에 어린이집 졸업이라니... 이러다 대학까지 조기 졸업하는 거 아닌지 내심 기대가 되는구나...”그래,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랬다고.제 스스로 사진 스튜디오의 문턱을 넘은 순간부터 아기 토끼 세계관에 쭉 몰입해야 한다는 규칙은 숱하게 예상된 바였다.더욱이 펜 뚜껑을 열고 닫는 이 순간마저 저도 좀 알은체해달라는 졸업식 주최자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봐라.이 현장에 얼마나 진심이면 초대 손님을 위한 선물 꾸러미들까지 잔뜩 준비했겠냐고.“고마워, 도준아!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네 문장이나 써주고 말이야. 이건 내가 준비한 웰컴 기프트야. 최대한 이것저것 담아봤어. 오늘 휘안이 졸업식이 끝날 때까지 도준이 자리를 잘 지켜주기를 바라. 부탁할게~”“그래. 이건 아마도 지율혜 네가 일본에서 사온 간식들이겠지. 잘 먹을게. 근데 나머지 애들은? 설마 나 혼자만 자리한 건 아니겠지?”“아~ 예린이랑 재이는 비행기가 연착이래. 그래서 참여가 어려울 거 같아. 그니까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도준이만 자리한 거기는 해.”“응. 휘안이가 말한 그대로야. 대신 예린이랑 재이 말고 다른 손님 한 명이 더 올 예정이야. 제때 올지 안 올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말이야.”비행기 연착을 이유로 저와는 다소 서먹한 관계에 놓인 두 사람이 오지 못하는 상황이라.도준에게는 차라리 잘 된 상황이다 싶었다.솔직히 말이 좋아 동창이지, 제 입장에서는 휘안만 아니었다면 고등학교 졸업식 이후 바로 끊어지고도 남았을 인연이었을 테니까.그나저나 사전에 들은 바 없는 손님이라.순간 딱 한 사람의 이름이 스쳐지나가기는 했지만 이 졸업식의 주최자와는 너무나도 먼 관계인지라 목구멍에서 턱 하니 걸려버렸다.제가 아는 한 그 둘 역시 고등학교 졸업식 이후부터는 우연처럼 스쳐지나간 적도, 따로 만난 적도 전혀 없을 테니까.하기 싫은 건 곧 죽어도 하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살자는 게 삶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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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화> 졸업식을 추억한다면 (2)

“짠~ 아까 찍은 사진들 전부 다 잘 나왔다. 오늘의 휘안이는 평소보다 몇 배 더 화사했어. 아무래도 모두의 핑크 공주였기 때문이지.”“응. 내가 생각해도 난 좀 핑크색을 잘 받는 거 같아. 설마하니 복숭아 껍질 하나만 잘 깎아서 인간 복숭아라는 별명을 얻어냈겠어. 우리 율혜 보는 눈이 얼마나 높은데. 그치?”“응! 리짱이 준비한 모든 착장을 껴입고 리짱이 준비한 포토 존에 선 휘안이. 거기서 그치지 않고 리짱이 준비한 졸업장까지 들고 예쁜 짓 하는 휘안이가 너무나도 인상 깊었어.”“그러게. 우리 엄마도 다 큰 아들 예쁜 짓 하는 거 봐야겠다고 바로 넘어오시고 말이야. 꽃집에 외출 중 팻말까지 걸어두셨다고 하잖아. 난 그 말 듣고 도중에 더 각성하게 됐다니까.”율혜가 준비한 공주 세트를 풀 착장하고 율혜뿐만 아니라 가족들과 친구들의 요청이 들어오는 대로 예쁜 포즈를 자랑하기.시작이 어려웠지 그 후야 순조로웠다.카메라에 서는 일이야 때 되면 주기적으로 하는 일이고, 고작 이 정도 상황에 굴복해 부끄러움만 탈 깜냥이면 저는 여러모로 자격 미달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 몸은 곧 우리 율혜의 유일한 남자친구.이 몸은 곧 우리 율혜의 유일한 아기 토끼.그렇게 휘안은 모두의 앞에 자리하는 내내 여러 최면을 걸어왔고 어느 순간에서부터는 저부터 그 시간을 즐기게 됐다니 말이다.“고마워~ 우리 율혜 덕분에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생긴 거 같아. 난 정말 우리 율혜가 아니면 무슨 낙으로 살아갈까 싶어.”“흥, 그렇다면 다행이군! 오늘도 또 하나의 추억이 저장된 셈이니까. 참고로 우리 유미 씨도 핑크 공주 휘안이를 엄청 예뻐했거든.”“좋다. 나도 계속해서 율혜 부모님 기대에 보답하는 사람이 될래. 이왕이면 그냥 사위 말고 예쁨 받는 사위가 되고 싶으니까.”사진 스튜디오 한구석,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계획된 졸업식은 오직 한 사람만의 주도 하에 마련된 화려한 현장이었다.그러니 모두가 다 떠나고 이 현장에 율혜와 저만 남았을 때는 저부터 팔을 걷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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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화> 졸업식을 추억한다면 (3)

사계절의 변화를 겪는 내내 셀 수도 없는 수많은 이들을 마주한다는 우리네 인생.근데 정말 이상하게도 한 사람만 떠올리면 그 당연한 논리가 어색하게만 느껴진다.그건 아마 제 마음 속에 자리한 나무 한 그루가 땅속 깊이 여러 뿌리를 내렸다는 걸 알았음에도 오래도록 방치한 결과겠지.그럼 저는 누군가의 계획에 휘말려 소연과 조우하게 된 오늘 하루에 감사해야 하는 건가.물론 또 저 홀로 복잡한 걸 수도 있겠지만.“그거 알아? 나 오늘이 처음이었어. 신기하지. 내가 지율혜네 사진 스튜디오에 들어가 보는 일도 생기고. 이게 뭐라고 그렇게 어려웠는지.”“알아. 그래서 놀란 거야. 온다면 온다고 말 좀 하지. 그럼 너랑 같이 들어갔을 텐데.”“그냥. 왠지 나 혼자 들어가 보고 싶었어. 초대 손님 중에서도 주인공. 지율혜가 그렇게 말했거든. 오겠다는 확답만 주면 휘안이 이외에 다른 사람들한테는 전부 다 비밀로 하겠다고.”사진 스튜디오에 소연이 들어오자마자 제일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소연을 마주했던 도준.네가 여기를 어떻게 왔냐 하는 눈빛이면서도 이내 제가 치룬 모든 절차를 쭉 일러주었다.“하여튼 말이라도 못하면. 그래서 좋았다고? 나까지 속이고 몰래 오는 손님이라도 된 게?”“좋았지. 휘안이 걔 당황하는 얼굴 제대로 보고 싶었거든. 근데 핑크 공주를 천직으로 받아들이더라. 걔도 참 여러모로 신기한 애야.”익숙하고도 어색한 사람들 틈에서 졸업식 축사를 다 지켜보고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다.더욱이 핑크 공주가 된 휘안을 가운데에 두고 소장용 사진을 찍는 시간마저 마련돼 있었으니 오늘 하루는 두고두고 회자될 테지.근데 정말 그거 하나 때문에 온 거라고?휘안이 졸업식도 졸업식이지만, 저는?이래봬도 거의 한 달 만에 보는 저희인데.“그러게. 휘안이가 성격이 참 좋지. 너도 즐겼다니 다행이고. 근데… 진짜 잘 지낸 거 맞아? 전에 봤을 때보다 더 마른 거 같은데.”“갑자기? 너도 참 종잡을 수가 없네. 우리 방금 전까지 같은 공간에 있다 나왔어. 근데 지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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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화> 가을 어흥은 또 어떻고 (1)

한사코 환영의 손짓을 보이지도 않았는데 가을 하늘이 높아지는 때에 맞춰 돌아온 친구.소문에 의하면 그 친구는 달리 밀어낼 수도 없이 악명 높은 유명세를 떨친다고 한다.그래서 그 친구의 정체는 무엇이냐고.방학 친구 개학이라고 하면 이해가 되려나.대학 입학도 전에 12년이나 학교를 다닌 경력자면서도 이번 역시 개학 전날까지 미련 뚝뚝 떨어지는 아쉬움에 사로잡혔다니까.그나마 다행인 건 이번 학기 역시 휘안과 비슷한 시간대에 강의 담기에 성공해서는 저 홀로 등하교해야할 일이 손에 꼽힌다는 점.아무래도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어깨를 맞대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건 불편한 쪽으로 분류되는 일상이었으니 말이다.“초록 불~ 이젠 휘안 오빠는 운전대를 잡으세요. 전방 주시도 잊으면 안 됩니다.”“네~ 운전대 꽉 잡고 전방 주시할게요.”살짝 쿵 내린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 쐬기를 즐기다가도 눈앞의 빨간 불이 초록 불로 변하려고 할 때면 휘안의 두 손 위치를 바로 확인하는 율혜.이건 매일같이 등교할 때면 휘안이 운전하는 차의 조수석에 앉게 된 뒤로 생겨난 또 하나의 습관이었다.“음~ 내가 보기에 우리 율혜는 운전면허 따는 건 일도 아닐 거 같아. 안전 지킴이에 도로 보안관 역할까지. 이렇게 준법정신이 훌륭해서야. 율혜도 그렇게 생각하지?”“응. 안전 운전은 중요하거든. 그니까 리짱 손을 꼭 잡고 싶어도 조금만 참아주겠니? 이제 곧 방지 턱도 넘으면 바로 도착이라는 거거든.”“알았어. 내가 어디 한 번 꾹 하고 참아볼게. 대신 오늘 모든 일정이 다 끝나고 율혜를 집에 데려다주는 시간도 좀만 더 미룰게. 아침부터 안전 운전하느라 율혜랑 손잡고 있을 시간이 부족했잖아. 그 시간은 채워줘야지, 응?”“좋아. 이렇게 공주 왕관을 쓰고 있는 리짱인 만큼 체리 공주님의 이름으로 휘안이의 소원을 들어주겠어. 또한 끝까지 안전 운전도 하라고 공주 요술 봉도 휘둘러줄래. 이렇게 뾰로롱~”휘안이 운전하는 동안 공주 세트 풀 착장은 저에게 맡겨두라더니 뾰로롱 하는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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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화> 가을 어흥은 또 어떻고 (2)

공주 역에서 서울 역까지 기차로 이동하는 시간만 따져 봐도 족히 한 시간 이십 분.거기에 서울 한복판의 교통 체증을 뚫고 저희 집까지 도달한 시간을 다 합쳐보면 어언 두 시간쯤 되겠지.그렇게 긴 시간을 뚫고 딸 내외와 손주들을 보러 온 조부모님이었으니 휘안은 막내 손자 값일랑 제대로 해낼 계획이었다.“음~ 할무이는 내일 친구 분들 보러 간다고. 근데 어째 할부지가 더 들떠 보이는 거 있지. 설마 할부지도 할무이랑 같이 가는 거야?”“같이 가기는 뭘 같이 가. 우리 친구들끼리 보는 약속인데. 할아범 신난 이유는 서울 와서 그려. 건물도 커다랗지. 불도 환하지. 우리 예쁜 휘안이처럼 젊은이들 천지기도 하고.”“응~ 할무이도 서울이랑 잘 어울려. 그니까 아무런 걱정 말고 내일 친구 분들이랑 재밌게 놀아. 할무이 호텔에 모시러 갈 때는 내가 갈 때니까. 서울 교통 휘안이가 다 뚫어줄게.”아무래도 물리적인 거리며 시간을 이유로 서울에 거주하시는 조부모님보다는 찾아뵙는 횟수가 적을 수밖에 없었던 공주 쪽 조부모님.그럼에도 휘안은 때마다 공주에 내려가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이번 여름 방학 역시 모친인 민주와 함께 공주 조부모님 댁에 다녀왔다.한때 예고 입시를 준비했던 때도 그렇고.연기로 대학 입시를 준비했던 때도 그렇고.휘안은 한참 예민할 법한 시기에 좋은 풍경을 눈에 담아오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만끽하는 것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달았다.그러니 여느 또래들과 달리 제 마음의 안식처나 다름없는 조부모님 찾아뵙기를 어려워하는 편도 아니었고 말이다.“아이구, 휘안이 자랑하라고 와주는 거여? 우리 외손자 휘안이, 아주 곱지요 하고?”“그럼~ 갈 때는 누나가 데려다주고 올 때는 내가 모셔올게. 그리고 아까 살짝 들어보니까 할부지도 새로운 약속이 생긴 거 같던데. 내일 아빠랑 서울 외곽 쪽으로 낚시하러 가신대.”민주의 남편이자 이 집안의 가장이요.그는 먼 훗날 저와 똑같이 차 서방이라는 직함을 나눠가지게 될 막내아들에게 참된 본보기가 되어주었다.덕분에 휘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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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화> 가을 어흥은 또 어떻고 (3)

“그럼~ 아빠를 뭐로 보고. 율혜, 여기 와사비 간장 맛 좀 봐줄래? 와사비 간장은 달달하고 새콤한 맛이어야 한다며. 검증이 좀 필요하네.”“좋아. 리짱은 한 방울이라면 충분해. 아~”지엄하신 딸내미의 요청대로 와사비 간장 한 방울 콕 하니 찍어 빼꼼 내민 혀끝에 톡 하니 묻혀주니 요리조리 맛을 들여다보는 눈치.과연 어릴 적 꼬마 요리사 프로그램의 진행 경력은 어디 쉽게 사라지는 게 아니었다.덕분에 율혜의 심사평을 기다리는 내내 일개 도전자의 입장으로 진한 긴장감이라는 걸 맛볼 수 있었다니 말이다.“맛있어! 이 정도면 순서가 달라져야 해. 유즈 코쇼와 와사비 간장이 아니라 와사비 간장과 유즈 코쇼. 아빠가 만들어준 와사비 간장이 일등이야. 다른 건 비교도 못해!”“하하. 그렇게나 맛있어? 아빠 기분 막 날아갈 거 같은데. 우리 딸내미 입맛에 합격이면 유미 입맛에도 합격일 거 아니야.”“당연하지. 리짱 입맛은 유미 씨와 동일해. 아빠는 리짱의 말을 믿고 자신감을 가져도 좋아. 이 와사비 간장은 이 세상 일등이거든. 그니까 아빠도 이 세상 일등 요리사인 거고.”이건 이 세상 일등 와사비 간장이라는 말.고로 저 역시 이 세상 일등 요리사라는 말.다 커서도 아기자기한 표현법을 즐겨 쓰는 율혜인지라 은호는 그게 참 마음에 들었다.존재 하나만으로도 기쁨을 주는 우리 딸인데 저에게 건네는 말 한 마디마저 너무 예뻐서는 아침 댓바람부터 감동뿐이었다니 말이다.“그래? 그럼 우리 율혜도 일등 딸내미지. 우리 일등 부녀끼리 테이블 세팅 시작해볼까? 먹을 준비 다하고 엄마 부르는 게 좋잖아.”“좋아! 소스 그릇은 이거. 국그릇은 저거. 리짱이 전부 다 세팅하고 유미 씨를 깨우러 갈래. 아무래도 중요한 약속이 없는 한 주말 아침에는 늦잠 자는 쪽이 이득이라는 거거든.”서로가 일등이라는 심사평을 주고받고 다시금 대단한 작당모의라도 하듯 둘만의 대화를 주고받는 부녀.하지만 일등 부녀는 많이도 몰랐던 거다.부녀끼리 한 마디씩 주고받을 때마다 두 귀가 하도 간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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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화> 미적 감각마저 닮아가나 (1)

“어때? 율혜 슬리퍼 편안해? 어디 거슬리는 부분 없이 복슬복슬한 느낌이야?”“응. 휘안이가 준비해준 복슬복슬 슬리퍼~ 원래 슬리퍼는 신을 때도 있고 안 신을 때도 있는데 오늘은 날이 날인만큼 신을 수밖에 없어. 이것으로 요조숙녀 리짱의 완성이거든.”자기 주관이 똑 부러지는 와중에 아기 토끼의 보은이라며 주변 이들 둘러보기를 게을리 하는 법 따위 모르고.야무지게 자기 할 일 최선을 다하면서도 저 역시 뭐 놓치는 거 없나 수시로 확인해주고.그렇게 늘 상 저에게는 일등인 율혜였는데.오늘은 유달리 더욱 더 예뻐 보여서 저희 집 안쪽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슬리퍼로 갈아 신는 모습마저 참 색다르게 느꼈던 거다.그러다가도 딱 봐도 빈손이 아닌 어정쩡한 한 손 뒷짐 자세를 보니 평소와 같이 바른 웃음소리가 새어왔다는 거고.“헤헤. 근데 이건 뭘까~ 과일 바구니는 아닌 거 같지만 어쨌든 뭘 또 챙겨온 거 같은데?”딱 봐도 백화점의 기운이 물씬 느껴지는 게 고급스러운 리본 장식이 달린 종이가방.율혜는 휘안의 알은체에 고개를 끄덕이며 한 손만 뒷짐 진 자세를 바로 풀어보였다.“응. 부정하지 않겠어. 이건 말이야. 오늘 처음 뵙게 될 두 분만을 위한 선물이거든. 따라서 반품은 안 돼. 리짱은 계획이라는 게 있다는 거고, 휘안이는 잘 따라줘야만 하니까.”역시나 만류해봤자 소용이 없었던 거다.제가 율혜의 일본 외가 쪽 식구들을 처음 뵙던 심정 그대로 우리 율혜도 그와 비슷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자리했을 테니까.그럼 뭐 저야 그 떨리는 심정을 가장 잘 아는 최측근으로서 우리 율혜의 선택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해야 하는 거고 말이다.“알았어. 우리 율혜랑 말 맞춘 대로 예의 바른 배꼽인사부터 들어갈게. 그럼 이쯤에서 들어가 볼까? 여기서 많은 시간을 지체하는 것도 율혜가 세운 계획은 아닐 거잖아.”“응! 우리 아기 토끼들은 지금 바로 최종 목적지로 이동한다. 중문 열기를 두려워하면 안 돼. 이 중문이라는 건 말이야. 열고 들어가는 용도로 있는 문이니까. 자, 휘안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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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화> 미적 감각마저 닮아가나 (2)

“아, 제조일자? 그건 또 나름의 스토리가 존재해. 글쎄, 휘안이가 코 하고 잠들어 있던 사이 신선 배송으로 도착해있었대. 다시 말해 결제된 건 어제 오후. 배송된 건 오늘 아침. 그니까 제조일자 스티커도 오늘 붙여진 거고.”“음... 그렇다면 괜한 착각이었나. 리짱은 말이지. 또 다른 시나리오를 생각해봤거든. 우선 어제 샀다고 거짓말한 다음, 오늘 아침 열시가 되자마자 백화점으로 막 달려가서는 과일 바구니 하나를 사오는 쪽으로 말이야.”“에이, 주말 아침부터 뭐 하러 분주하게 움직여. 나는야 진실만을 말하는 아기 토끼. 우리 율혜의 하나뿐인 아기 토끼인데 괜한 의심일랑 거둬주라. 의심 받으면 속상하다고~”과연 상상력의 귀재답게 추리도 남다르다.타율로 따지자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상황.한때는 백화점 신선 배송 서비스 하나만을 믿고 제 거짓말을 바로 수습할 수 있을 거라는 헛된 희망을 품기도 했다.다만 그 희망이란 율혜와 전화할 때 입 한 번 잘못 턴 죄로 한줌의 재가 되어버렸다지.하필이면 과일 바구니의 예시로 든 특정 과일의 재고가 다 떨어져서는 오늘 아침부터 백화점으로 직접 행차할 수밖에 없었다니까.따라서 이 과일 바구니로 말하자면 온전히 한 남자의 노력이 담긴, 어제와는 전혀 인연이 닿지 못한, 최상급 과일들로만 구성된 거다.유기농 인증을 거친 건 기본이었고 말이다.“치잇~ 휘안이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더는 의심하지 않겠어. 어쨌든 휘안이가 산 과일 바구니는 진짜로 존재했다는 거고, 리짱은 휘안이가 미리 알려준 덕분에 과일 바구니랑 겹치지 않는 선물을 구해올 수 있었던 거니까.”“헤헤. 그럼 전부 다 해피엔딩이네? 우리 이 분위기를 기념해서 멜론 하몽이나 해먹을까? 내가 또 우리 율혜를 위해서 하몽도 사놨거든.”“진짜? 근데 맛있는 걸 먹을 때는 흐름이 쭉 이어져야해. 그니까 말이야. 이렇게 예쁘게 썰어서 이렇게 예쁘게 얹어달라는 거지. 휘안이 무슨 말이지 이해했어? 리짱이 원하는 거~”혹시라도 우리 율혜에게 크게 혼쭐날 일을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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